“네.”간호사는 얼른 소독을 마친 뒤 서정원에게 건넸다. 그러나 간호사는 서정원에게 침을 건네면서 일부러 수술용 장갑을 낀 손으로 침을 몇 번 몰래 만졌다.서정원은 바로 알아챘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을 받았다. 간호사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 그녀는 침을 최승철의 가슴께 혈 자리로 찔러넣었다.“이번엔 8호 침을 주세요. 4호 침과 5호 침도 소독하고 바로 주세요.”서정원은 하나씩 침을 찔러넣었고 가슴께 혈 자리에 찔러넣었던 침을 다시 뺐다. 조금 전까지 은빛을 반짝이던 침은 새까맣게 되어버렸다!수술실엔 서정원을 제외하
순간 그곳의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누구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숨죽여 있었다.최씨 가문의 유일한 권력자인 최승철이 이렇게 사망하게 될 줄은 그 누가 알았겠는가.서정원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술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마스크를 벗으며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최성운을 보았다.“미안해요...”“저도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되실 줄은 몰랐어요. 분명 모든 게 완벽했는데, 어째서...”서정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눈시울을 붉히며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로 최성운을 향해 다가가려 했지만 이내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약속했잖아요. 무조
최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넌 그냥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잖아. 수술실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따라 들어갔는데 독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서정원, 네가 그런다고 네 죄가 사라질 것 같니? 넌 어르신을 죽인 살인자야. 어르신의 며느리로서 난 절대 이 일을 그냥 넘기지 않을 거다. 너를 반드시 감방에 보내고 말 거야!”이진숙은 명분을 내세우며 휴대폰을 꺼내 바로 신고했다.“최성운 씨, 저 못 믿으시는 거예요?”그들에게 비난을 받는 서정원을 최성운은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서정
켕기는 것이 있었던 이진숙도 얼른 눈시울을 붉히며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최성운을 위로했다.“네 할아버지 일은 우리도 슬프단다. 너도 서정원 본 모습을 똑똑히 봤잖니. 걔만 아니었다면 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도 없었어! 걔가 악랄한 수법을 쓴 거라고!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계속 서정원의 말대로 할아버지 부검까지 했다간, 그거야말로 불효란다.”“우린 그저 네 할아버지를 편히 잠들 수 있게 장례만 치르면 된단다. 그래야 네 할아버지도 편히 가실 수 있을 거라고. 이젠 알겠니? 내가 옆에서 잘 도와줄 거야. 네가 또다시 서정원
“이모.”최지연이 얼른 그녀를 제지했다.“충동적으로 하시면 안 돼요. 일단 걔는 그렇게 내버려 두자고요. 지금 중요한 건...”그녀는 멈칫하더니 이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바로 목소리를 낮춰 소곤거렸다.“이모가 계속 오빠한테 부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시면 눈치 빠른 오빠가 분명 의심할 거예요.”“설마 그러겠니?”조금 전까지 충동적으로 행동하려던 이진숙은 찬물을 끼얹은 듯 침착해졌고 이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물론이죠. 오빠랑 함께 산 지 얼마인데 아직도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병원을 나선 최지연은 얼른 임동석에게 연락해 근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익숙한 룸으로 들어갔다.임동석은 최지연을 발견하자마자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일은 이미 대충 전해 들었다. 아주 완벽하게 해줬더구나. 내가 하면 바로 들키더니, 이번에야말로 최성운과 어르신께선 절대 제일 가까운 사람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모르겠더구나.”그는 다소 후련한 듯한 모습으로 조롱 섞인 어투로 말했다.최지연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차갑게 말했다.“너무 기
최지연은 이를 갈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임동석이 그녀를 버리려고 하니 그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최승철의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나면 그녀는 최성운과 함께 최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지연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권력을 손에 넣으면 반드시 임동석을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깊은 밤,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병원 영안실은 아주 고요했다.최지연과 이진숙은 복도 끝에 살금살금 숨어들어 영안실이 있는 방향을 살폈다.“정말로 가야 하는 거니?”이진숙이 최지연의 손을 잡으
“꺄악!!!”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최지연과 이진숙은 패닉에 빠져버렸고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도망쳤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귀신인가?!’“아버... 아버님 죄송해요... 정말로 고의가 아니었어요... 제발 저한테 오지 마세요. 전 성운이 엄마잖아요. 제발 저를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이진숙은 이미 놀라 손전등을 내동댕이친 상태였고 갑자기 살아나 앉아있는 최승철을 볼 엄두가 없었던 그녀는 두 손으로 눈을 꽉 가렸다.최지연도 이미 충격에 놀라 몸을 덜덜 떨고 있었고 안색마저 창백해졌다. 그녀의 이마엔 식은땀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