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아주 성공적입니다.”천호진 의사는 금테 안경을 추켜올리면서 잠깐 뜸을 들인 뒤 말했다.최성운은 그 말을 듣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천호진 의사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하지만 뭐요?”최성운은 순간 바짝 긴장하며 물었다.“하지만 어르신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천호진은 말을 신중히 골랐다.“깨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최성운은 안색이 흐려지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돼요! 저희 할아버지는 분명 괜찮으실 거예요!”이내 간호사가 병상을 밀고 나왔다.
그녀는 수차례 심호흡하고 나서야 겨우 평정심을 되찾았다.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인터넷에는 서정원을 조롱하거나 욕하는 글들이 난무했다.「서정원 정말 여우네. 자기가 최성운에게 차였으면서 도도한 척 약혼식을 취소했잖아. 그 때문에 어르신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고. 정말 뻔뻔해!」「촌뜨기는 촌뜨기라니까, 남신인 최성운에게 어울리지 않아. 차였으니 쌤통이야!」「최성운 남신이 새로 만나는 여자는 누구래?」서정원의 안색이 좋지 않자 심준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보았다.“정원아, 괜찮아?”“괜찮아요.”서정원은 정신을 차
서정원은 팔을 빼내며 최지연을 차갑게 바라봤다.“최지연 씨, 정말 막무가내네요! 전 오늘 당신이랑 싸우려 온 거 아니에요. 전 그냥 할아버지만 보러 온 거예요.”“이모, 이것 좀 보세요. 언니가 절 욕해요!”최지연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이진숙의 손을 잡았다.이진숙은 미간을 찌푸리며 목청을 높였다.“서정원, 내가 경고하는데 우리 최씨 집안은 너랑 아무 사이 아니야. 성운이에게 들러붙을 생각은 하지 마! 여긴 널 환영하지 않으니까 당장 돌아가!”“미안하지만 두 사람 비켜줄래요?”서정원은 그냥 최대한 빨리 최승철을 만나고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어제 명암산 오두막집에서 최성운과 시아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던 모습이 또 한 번 막을 새도 없이 서정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시아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건 최성운 때문일 것이다.‘최성운이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한 이유가 시아와 약속이 있어서였을까?’“정원아, 저 사람 알아?”서정원이 흐려진 안색으로 그 여자를 빤히 바라보자 심준호는 궁금해서 물었다.서정원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고 그녀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저 사람이 바로 시아 씨예요.”“저 사람이 시아 씨라고?”심준호는 궁금
“그분은 누구십니까?”최성운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천호진은 심전도 기계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강석일 박사는 국내외에서 명성이 자자한 한의학 박사이십니다. 그분은 의술이 매우 뛰어나 한때 많은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했었죠. 그러나 20년 전 일어난 일 때문에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자취를 감추게 되었다니요? 그럼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 겁니까?”천호진은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모를 겁니다.”
그 순간,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이내 현관문이 열리고 왕 아주머니가 밖에서 걸어들어왔다.“정원 씨?”이 시간에 집에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왕 아주머니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정원은 조금 서운해하면서도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머니.”‘왕 아주머니가 매일 오후 이곳에 청소하러 온다는 걸 왜 깜빡한 거지?’“정원 씨, 그 짐가방은 뭐예요?” 그녀의 손에 들린 짐가방을 보며 왕 아주머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집을 떠나려고요. 최성운 씨한테 전해주세요
그가 돌아온 것을 보고 왕 아주머니는 이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오셨어요?”“네.” 최성운은 담담하게 대답했고 잠시 머뭇거리던 왕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정원 씨 봤어요? 금방 나갔는데.”‘역시 정원 씨가 왔다 간 거였어!’최성운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로 갔어요?”왕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서정원이 남기고 간 열쇠를 최성운한테 건네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원 씨가 짐을 다 챙겨서 나갔거든요. 그리고 이 열쇠를 대표님한테 전해주라고 했어요.”‘정원 씨가 짐을 챙겨서 나갔다고? 그건 다
“그래.”손윤서는 냉큼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 기사한테 말했다.“저 앞에 차 따라가요.” “네, 아가씨.”운전기사는 공손하게 대답한 뒤 심준호의 차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손윤서와 백유란은 심준호의 차를 따라 청담 빌리지에 도착했다. 심준호는 트렁크에서 짐을 내려 서정원을 데리고 청담 빌리지의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오피스텔 현관문을 들어서는 것을 보고 백유란은 분노와 질투를 감추지 못한 채 분통을 터뜨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서정원, 뻔뻔한 년. 감히 심준호 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거야!”옆에 있던 손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