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어제 명암산 오두막집에서 최성운과 시아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던 모습이 또 한 번 막을 새도 없이 서정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시아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건 최성운 때문일 것이다.‘최성운이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한 이유가 시아와 약속이 있어서였을까?’“정원아, 저 사람 알아?”서정원이 흐려진 안색으로 그 여자를 빤히 바라보자 심준호는 궁금해서 물었다.서정원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고 그녀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저 사람이 바로 시아 씨예요.”“저 사람이 시아 씨라고?”심준호는 궁금
“그분은 누구십니까?”최성운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천호진은 심전도 기계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강석일 박사는 국내외에서 명성이 자자한 한의학 박사이십니다. 그분은 의술이 매우 뛰어나 한때 많은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했었죠. 그러나 20년 전 일어난 일 때문에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자취를 감추게 되었다니요? 그럼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 겁니까?”천호진은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모를 겁니다.”
그 순간,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이내 현관문이 열리고 왕 아주머니가 밖에서 걸어들어왔다.“정원 씨?”이 시간에 집에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왕 아주머니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정원은 조금 서운해하면서도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머니.”‘왕 아주머니가 매일 오후 이곳에 청소하러 온다는 걸 왜 깜빡한 거지?’“정원 씨, 그 짐가방은 뭐예요?” 그녀의 손에 들린 짐가방을 보며 왕 아주머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집을 떠나려고요. 최성운 씨한테 전해주세요
그가 돌아온 것을 보고 왕 아주머니는 이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오셨어요?”“네.” 최성운은 담담하게 대답했고 잠시 머뭇거리던 왕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정원 씨 봤어요? 금방 나갔는데.”‘역시 정원 씨가 왔다 간 거였어!’최성운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로 갔어요?”왕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서정원이 남기고 간 열쇠를 최성운한테 건네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원 씨가 짐을 다 챙겨서 나갔거든요. 그리고 이 열쇠를 대표님한테 전해주라고 했어요.”‘정원 씨가 짐을 챙겨서 나갔다고? 그건 다
“그래.”손윤서는 냉큼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 기사한테 말했다.“저 앞에 차 따라가요.” “네, 아가씨.”운전기사는 공손하게 대답한 뒤 심준호의 차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손윤서와 백유란은 심준호의 차를 따라 청담 빌리지에 도착했다. 심준호는 트렁크에서 짐을 내려 서정원을 데리고 청담 빌리지의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오피스텔 현관문을 들어서는 것을 보고 백유란은 분노와 질투를 감추지 못한 채 분통을 터뜨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서정원, 뻔뻔한 년. 감히 심준호 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거야!”옆에 있던 손윤
“정원 씨, 편하게 말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임창원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그게 말이에요. 병원에 가서 할아버지를 좀 뵙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서정원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건...”임창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 아직 의식이 돌아오시지 않아서 정원 씨가 어르신을 뵈러 가도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그의 말에 서정원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그걸 눈치챈 임창원은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저희랑 함
서정원은 발버둥 치려 했지만 두 손이 그에게 꽉 붙잡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의 엄청난 힘에 그녀의 가녀린 손목은 부러질 듯 했고 그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었다. 원래 최성운은 서정원한테 벌을 줄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달콤한 입술에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늘 그렇듯이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지난날 그녀와 함께했던 달콤한 순간들이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높은 상공에서 그녀는 그를 꼭 껴안으며 단호하게 말했었다.“성운 씨, 지금 당신한테 답을 줄게요. 내 대답은 Y
서정원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주가영의 연기를 지켜보았고 저도 모르게 비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서정원은 조금 의외였다. 그녀는 최성운이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시아가 이런 여우 같은 여자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예전에 나보고 시아를 닮았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내가 저런 여자와 뭐가 닮았다는 건지?’주가영은 여전히 최성운 앞에서 가련한 척하며 눈물을 보였다.“성운 오빠, 나 많이 아파요!”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쳐다보았다.“정원 씨, 왜 시아를 밀친 거예요?”‘내가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