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주가영의 연기를 지켜보았고 저도 모르게 비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서정원은 조금 의외였다. 그녀는 최성운이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시아가 이런 여우 같은 여자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예전에 나보고 시아를 닮았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내가 저런 여자와 뭐가 닮았다는 건지?’주가영은 여전히 최성운 앞에서 가련한 척하며 눈물을 보였다.“성운 오빠, 나 많이 아파요!”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쳐다보았다.“정원 씨, 왜 시아를 밀친 거예요?”‘내가
“왜요?” 서정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 좀 봐봐요. 인터넷에 정원 씨 기사로 도배되었어요. 이번에는 정원 씨와 심준호 씨를 모함하고 있네요. 파파라치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런 기사를 다 쓸 수가 있는 거죠?”유나는 핸드폰을 서정원한테 건네주며 벌컥 화를 냈고 서정원은 고개를 숙이고 유나의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심준호가 그녀를 여기로 데리고 온 그날 찍힌 사진이었고 심준호가 그녀의 가방을 든 채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여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두 사람의 모습은
“됐어, 그 여자 얘기 그만해.”최성운은 차갑게 주가영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래요, 오빠가 싫다면 그만할게요.” 주가영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고 이내 그녀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유리 조각들을 쳐다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성운 오빠, 내가 정리해 줄게요.” “그럴 필요 없어. 청소 도우미가 나중에 정리할 거야.”최성운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가 할게요. 오빠가 조심하지 않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 마음이 아플 거예요.” 주가영은 고집을 꺾지 않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유리 조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우연이요?”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요. 생각해 봐요. 시아가 언제 나타났어요?”고개를 끄덕이던 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되물었다. “나랑 최성운 씨의 약혼식 당일이에요.”그녀는 기억을 되짚어 보며 대답했다. “그럼 그 전에는요? 그전에는 시아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나요? 연예 기사들 보니까 그 시아라는 여자 파라 바에서 노래하던 여자라고 하던데, 예명은 안젤라라고 했어요.”“맞아요. 재민이 생일 때 파라 바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어요.”그제야 유나의 말뜻을 알아차린 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
“누구 찾으세요?”“이 부근에 관음사라는 곳이 있나요?”예전에 강석일은 만약 자신이 한라산에 정착하게 된다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관음사에서 살고 싶다며 서정원한테 말한 적이 있었다. 중년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먼 곳을 가리켰다.“바로 저쪽 산봉우리에 있어요.”‘진짜 관음사라는 곳이 있었구나!’서정원은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먼가요? 지금 여기서 출발하면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요?”중년 여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이 추운 날씨에 관음사에는 무슨 일로?”“사람을 찾으러 왔어
“정원 씨, 조심해요. 순조롭게 등산한다면 아마 해가 지기 전에는 관음사에 도착할 거예요.”윤해숙은 서정원한테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감사합니다.”산마을 주민들의 순박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서정원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원 씨, 꼭 조심해요!”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유나를 향해 서정원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내일 아저씨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올 테니까.”장비들을 꼼꼼히 챙긴 뒤 서정원은 배낭을 메고 깊은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처음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서정원은 한시라도 빨리 관음사로 가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는 고개를 들며 다정하게 말했다.“성운 오빠?”그녀는 서정원이 아니라 시아였다. 그윽하게 그녀를 쳐다보던 최성운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아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이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서 뭐 해?”주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성운 오빠,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배울 게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죠. 다른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도 싫고 오빠 얼굴에 먹칠하는 것도 싫어요.”“너무 늦은 시간이야. 얼른 들어가서 쉬어.”최성운은 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
‘정원 씨가 저기에 있는 거겠지?’마음이 복잡한 그는 차에 앉아 담배를 피웠고 담배 연기에 휩싸인 그의 잘생긴 얼굴은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 십 분 뒤, 그는 담배꽁초를 세게 누르고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18층으로 향했다.초인종을 누르자 심준호가 문을 열었고 심준호를 본 그 순간 최성운은 얼굴이 굳어졌다. ‘이 여자가 정말 심준호랑 동거하고 있었던 거야?’“최성운, 네가 여긴 웬일이야?” 불쑥 찾아온 최성운을 보고 심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성운은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인터넷에 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