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목걸이, 팔찌, 세 개 도면이 생생하게 반짝이고 있었다.더 놀라웠던 건, 서정원이 그린 도면이 디자이너팀의 손으로 그린 도면과 몇 군데 살짝 다른데, 오히려 달라진 점들이 얼음과 불 시리즈 주얼리에 영혼을 불어넣어 사람들을 푹 빠지게 만든다는 점이었다.주얼리 디자인팀의 수석 디자이너도 하지 못한 일을 서정원이 해낸 것이다.시골에서 올라온 그의 약혼녀 서정원은 대체 그에게 얼마나 더 많은 놀라움을 안겨주려는 걸까?하은별은 서정원이 그린 디자인 도면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이럴 수가!‘서정원은 대체 어떻게 겨우 한
“무슨 일이죠?”하은별과 백아영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마음속의 불만을 억누르며 의아한 표정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서정원은 폴더에서 꺼냈던 백지를 흔들어 보였다.“이젠 이 일에 관해서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요.”서정원의 손에 들린 백지를 본 순간, 하은별의 눈빛이 저도 모르게 흔들렸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서정원은 종이를 들고 최성운의 앞에 서서 그에게 종이를 건넸다.“디자인 도면이 갑자기 백지로 바뀌었는데, 대표님은 의심이 들지 않으세요?”최성운의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이 백지를 건네받았다. 그
서정원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하은별이 쉽게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하은별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서정원은 오늘 하은별이 한 짓을 밝히기 위해 미리 준비해 뒀다.“저한테 증거가 있어요. 당신이 오늘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증거 말이에요.”서정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최성운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은 크고 건장했고 표정은 차갑고 무심했다. 그는 얇은 입술이 일자가 되게 입을 꾹 다물었다.그는 서정원을 힐끗 바라보더니 덤덤하게 얘기했다.“증거가 있다면 얘기해
“네, 대표님.”임창원은 정중하게 대답했다.그는 오늘 아침 서정원이 공항으로 떠나고 나서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사이의 CCTV 영상을 확보한 뒤 그것을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대표님, 가져왔습니다.”임창원은 들고 있던 USB를 최성운에게 건넸다.최성운은 USB를 건네받은 뒤 몸을 뒤로 젖히며 눈을 가늘게 떴다.CCTV에는 과연 뭐가 찍혔을까?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USB를 테이블 위에 놓은 뒤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재생하세요.”“네.”임창원은 명령에 따라 노트북을 켜고 화면 미러링을 한 뒤 USB에 담긴 CCTV
분명 서정원이 일부러 거짓말해 하은별을 당황하게 만들 셈이 분명했다.그러니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해야 했다.십 분 뒤, 영상 속 청소부 유니폼을 입고 있던 중년 여성이 회의실 입구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름 아닌 김희주였다.“김희주 씨, 안으로 들어오세요.”서정원은 김희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눈치를 줬다.김희주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결연히 안으로 들어왔다.김희주를 본 순간, 하은별은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녀는 분명 김희주가 사직하여 시골로 내려간 걸 확인했었다. 그런데 김희주가 지금 왜 이곳에
김희주가 녹음용 펜을 꺼내 스위치를 누르자 두 사람의 대화가 흘러나왔다.“김희주 씨, 계좌에 5000만 원 입금했어요. 일이 끝난 뒤에 또 5000만 원 입금할게요. 이 돈이면 아들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김희주 씨도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죠?”녹음용 펜 안에서 들리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는 하은별의 목소리였다.김희주는 약간의 긴장과 흥분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돈을 이렇게 많이 주시다니... 하은별 부장님, 제가 뭘 하면 될까요?”“간단해요. 그냥 손 좀 써서 서정원 씨 자료를 바꿔치기하면 돼요.”하은
“대표님, 전...”최성운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하은별은 몸이 얼어붙었다.최성운의 눈동자는 서늘하게 빛나며 마치 칼날처럼 하은별을 사정없이 찔렀다.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은별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더 이상 운성 그룹의 직원이 아닙니다.”‘뭐라고? 해고?’그 말에 하은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아뇨, 대표님. 절 해고하시면 안 돼요!”하은별은 큰 충격을 받은 건지 최성운에게 달려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성운 씨, 그거 알아요? 제가 이런 짓을 한 건 전부 당신을 위해서였어요! 전 당신을
최성운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한 서정원은 덤덤한 눈빛으로 최성운을 힐끗 바라봤다.“무슨 일로 날 찾은 거예요?”최성운은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았다.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앉아요.”서정원은 영문을 몰랐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최성운의 곁에 앉았다.“최성운 씨, 대체 무슨 일이에요?”최성운의 얇은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는 낮으면서도 담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서정원 씨가 오늘 일의 장본인 맞죠?”장본인?‘최성운은 화가 난 걸까?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하은별이 한 짓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