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한 서정원은 덤덤한 눈빛으로 최성운을 힐끗 바라봤다.“무슨 일로 날 찾은 거예요?”최성운은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았다.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앉아요.”서정원은 영문을 몰랐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최성운의 곁에 앉았다.“최성운 씨, 대체 무슨 일이에요?”최성운의 얇은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는 낮으면서도 담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서정원 씨가 오늘 일의 장본인 맞죠?”장본인?‘최성운은 화가 난 걸까?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하은별이 한 짓을 밝혔다
말을 마친 뒤 서정원은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바라보는 최성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심경이 조금 복잡해 보였다.잠깐 고민하던 최성운은 임창원을 불러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정원 씨를 조사해 줘요. 서정원 씨에 관한 모든 자료를 원해요!”“서정원 씨요?”임창원은 살짝 놀랐다.서정원이라면 최성운의 약혼녀가 아닌가?약혼녀를 조사하다니, 참 이상한 일이었다.임창원이 넋을 놓고 있자 최성운의 안색이 흐려졌다.“얼른 가서 알아봐요.”“네, 대표님.”최성운의 불쾌한 기색을 눈치챈 임창원은 곧바
최성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정원에게 끌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 그녀의 미소와 미간을 구기던 모습이 최성운의 머릿속에 떠올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본가에서 돌아오니 퇴근할 시간이었다. 최성운은 집에 전화를 한 통 했는데 이모님은 서정원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최성운은 운전해서 운성 그룹으로 향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사무실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지만 서정원은 여전히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어느샌가 사무실에는 그녀 혼자만 남았다.서정원은 컴퓨터
“됐어요. 내일 다시 해야겠어요!”최성운은 길쭉한 몸을 바로 세우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일은 오늘 완성해야 한다면서요?”서정원은 잽싸게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피곤해서요.”최성운은 작게 웃더니 긴 다리를 내뻗으며 그녀를 뒤쫓았다.“나랑 같이 돌아가요.”서정원은 기가 막혔다.“...”두 사람은 지하 차고에 도착했고 최성운이 키를 꺼내 문을 열려던 순간, 어두운 불빛 아래 누군가 갑자기 달려들어 최성운의 팔을 잡았다.“성운 씨, 드디어 만
너무 갑작스러웠다.하은별이 갑자기 칼을 꺼내 들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날카로운 칼날이 서늘한 빛을 번뜩이며 서정원을 향해 휘둘러졌다.서정원의 안색이 돌변하며 곧바로 칼을 발로 차려 했지만 최성운이 갑자기 몸을 비틀며 자신의 큰 몸으로 칼을 막았다.“위험해요. 조심해요!”최성운의 낮은 목소리에서 긴장과 걱정이 느껴졌다. 그는 한 손으로 서정원을 끌어안은 뒤 다른 한 손으로 칼을 쥔 하은별의 팔을 잡았다.서정원은 최성운이 이때 갑자기 막아 나설 줄은 생각지 못했다.미처 발을 거두지 못한 서정원은 최성운의 허벅지를
서정원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작게 헛기침하며 해명했다.“예전에 학교 다닐 때 태권도를 배웠거든요.”태권도?최성운은 작게 웃을 뿐이었다.그들은 곧 병원에 도착했고 의사는 최성운을 전면적으로 검진했다.서정원의 판단처럼 최성운의 손은 겉만 약간 다쳐서 심각하지 않았다.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서정원에게 걷어차인 곳은 골절되지 않았다. 그저 연골을 살짝 다쳐서 며칠 쉬면 괜찮아질 수 있었다.서정원은 그제야 안도했다.“다행히 괜찮네요.”최성운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왜요? 걱정했어요?”“걱정하면 안 돼요? 날
30분 뒤 그들은 한남뉴타운에 도착했다.이곳은 해성시 시내에 위치한 호화로운 아파트로 운성 그룹 산하의 부동산이었고 운성 그룹과도 굉장히 가까웠다.최성운은 평소 야근하게 되면 그곳에서 쉬었다.서정원이 차를 세웠다.“도착했어요.”그러나 최성운은 말이 없었다.서정원은 몸을 틀어 그를 보았다. 최성운은 좌석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는데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규칙적으로 호흡하는 것을 보니 잠이 든 것 같았다.서정원은 그를 툭툭 두드렸다.“최성운 씨, 도착했어요. 일어나봐요!”최성운은 다시 그 검은 방에 갇혔다.남자 여
서정원은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 최성운을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최성운의 바지 주머니 안쪽에 있는 키를 찾았다.서정원은 작은 손을 마구 움직였고 최성운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어딜 만지는 거예요?”“미안해요.”서정원은 멋쩍은 표정으로 다급히 사과한 뒤 이내 방향을 바꿨다.오늘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키를 찾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서정원은 한참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최성운은 천을 사이에 두고 서정원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를 스치는 걸 느꼈다. 마치 전기가 흐르듯 찌릿찌릿한 것이 아주 황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