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갑작스러웠다.하은별이 갑자기 칼을 꺼내 들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날카로운 칼날이 서늘한 빛을 번뜩이며 서정원을 향해 휘둘러졌다.서정원의 안색이 돌변하며 곧바로 칼을 발로 차려 했지만 최성운이 갑자기 몸을 비틀며 자신의 큰 몸으로 칼을 막았다.“위험해요. 조심해요!”최성운의 낮은 목소리에서 긴장과 걱정이 느껴졌다. 그는 한 손으로 서정원을 끌어안은 뒤 다른 한 손으로 칼을 쥔 하은별의 팔을 잡았다.서정원은 최성운이 이때 갑자기 막아 나설 줄은 생각지 못했다.미처 발을 거두지 못한 서정원은 최성운의 허벅지를
서정원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작게 헛기침하며 해명했다.“예전에 학교 다닐 때 태권도를 배웠거든요.”태권도?최성운은 작게 웃을 뿐이었다.그들은 곧 병원에 도착했고 의사는 최성운을 전면적으로 검진했다.서정원의 판단처럼 최성운의 손은 겉만 약간 다쳐서 심각하지 않았다.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서정원에게 걷어차인 곳은 골절되지 않았다. 그저 연골을 살짝 다쳐서 며칠 쉬면 괜찮아질 수 있었다.서정원은 그제야 안도했다.“다행히 괜찮네요.”최성운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왜요? 걱정했어요?”“걱정하면 안 돼요? 날
30분 뒤 그들은 한남뉴타운에 도착했다.이곳은 해성시 시내에 위치한 호화로운 아파트로 운성 그룹 산하의 부동산이었고 운성 그룹과도 굉장히 가까웠다.최성운은 평소 야근하게 되면 그곳에서 쉬었다.서정원이 차를 세웠다.“도착했어요.”그러나 최성운은 말이 없었다.서정원은 몸을 틀어 그를 보았다. 최성운은 좌석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는데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규칙적으로 호흡하는 것을 보니 잠이 든 것 같았다.서정원은 그를 툭툭 두드렸다.“최성운 씨, 도착했어요. 일어나봐요!”최성운은 다시 그 검은 방에 갇혔다.남자 여
서정원은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 최성운을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최성운의 바지 주머니 안쪽에 있는 키를 찾았다.서정원은 작은 손을 마구 움직였고 최성운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어딜 만지는 거예요?”“미안해요.”서정원은 멋쩍은 표정으로 다급히 사과한 뒤 이내 방향을 바꿨다.오늘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키를 찾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서정원은 한참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최성운은 천을 사이에 두고 서정원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를 스치는 걸 느꼈다. 마치 전기가 흐르듯 찌릿찌릿한 것이 아주 황홀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생명의 은인한테 보답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최성운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내뱉었다.‘장난으로 한 얘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다니...’“알았어요...”자신을 위해 칼까지 맞은 그를 보면서 서정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키지 않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최성운은 그녀의 손에서 수저를 낚아채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농담이에요. 내가 할게요.”그의 말에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 평소에는 시크하고 차가워 보였는데 이렇게 농담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
집안에는 그녀와 최성운 두 사람뿐이니 그녀가 스스로 최성운의 침대에 올라가지 않은 이상 최성운이 그녀를 안고 침대에 간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황급히 머리를 숙여 자신의 옷을 체크했고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바로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온 최성운은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깼어요?”“내가 왜 여기 있는 거예요?”“소파에서 자면 감기라도 걸릴까 봐서요.”정신을 차리고 묻는 그녀의 말에 최성운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최성운이 날 안아서 침
그녀가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텀블러도 바닥에 떨어졌고 안에 있던 음식도 엎질러져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녀를 밀친 적이 없는 서정원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분명 저절로 넘어졌으면서.’“무슨 일이야?” 인기척을 들은 최성운이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성운 오빠, 정원 언니가 날 일부러 넘어뜨렸어.”최성운을 보고 최지연은 창백한 얼굴로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일부러 넘어진 건 최성운 앞에서 서정원을 모함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언제 밀었어요?”서정원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성운 오빠, 정원 언니 잘못
“그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고 최성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고 최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에게 냉랭하고 무뚝뚝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최지연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최성운이 서정원을 약혼녀로 받아들인 건 서정원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할아버지 때문이기를 바랬다. 그러나 아까 서정원을 바라보는 최성운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꿀이 뚝뚝 떨어져 보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최성운의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할 말 남았어?”멍하니 서 있는 최지연을 보고 그가 미간을 찌푸리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