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텀블러도 바닥에 떨어졌고 안에 있던 음식도 엎질러져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녀를 밀친 적이 없는 서정원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분명 저절로 넘어졌으면서.’“무슨 일이야?” 인기척을 들은 최성운이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성운 오빠, 정원 언니가 날 일부러 넘어뜨렸어.”최성운을 보고 최지연은 창백한 얼굴로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일부러 넘어진 건 최성운 앞에서 서정원을 모함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언제 밀었어요?”서정원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성운 오빠, 정원 언니 잘못
“그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고 최성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고 최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에게 냉랭하고 무뚝뚝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최지연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최성운이 서정원을 약혼녀로 받아들인 건 서정원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할아버지 때문이기를 바랬다. 그러나 아까 서정원을 바라보는 최성운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꿀이 뚝뚝 떨어져 보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최성운의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할 말 남았어?”멍하니 서 있는 최지연을 보고 그가 미간을 찌푸리
고개를 돌려보니 회의실 입구로 들어오는 이진숙과 최지연의 모습이 보였다. 이진숙은 사십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 관리한 덕분에 여전히 젊어 보였다.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고 그녀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젯밤, 최성운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침밥을 만들어 최성운을 찾아간 최지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집으로 돌아왔다. 또한 최지연은 이진숙에게 아침을 가져다주러 갔다가 서정원 때문에 음식이 바닥에 다 쏟아졌다고 말하면서 서정원의 험담을 했고 최성운이 서정원 때문에 손을 다치게 되었다
자신한테 관심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최성운의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 ‘서정원이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왜? 나 정도면 괜찮은 남자 아닌가?’살면서 지금까지 그는 늘 남들이 우러러보는 존재였고 이렇게 남한테 무시를 당한 건 또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그가 다른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뜻밖에도 지금 누군가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다고 하니 최성운은 자연스레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자신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최성운 씨, 집에 있었던 거 아
그녀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최성운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뚝 끊긴 전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 최근 들어 시도 때도 없이 왜 날 자꾸 부르는 거야?”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이사 사무실이 있는 18층으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해서 노크하자 안에서 최성운의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자에 기대어 있는 최성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외투를 소파 한쪽에 벗어놓은 채 심플한 흰 셔츠만 입고 있었다. 풀어진 셔츠 사이로 그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는 최성운의 모습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알았어요. 당신이 회사 대표니까 성운 씨 말에 따를게요.”어쨌거나 현재 그녀는 운성 그룹의 직원이고 최성은 대표이사이다. 그러니 회사 대표가 직원한테 야근하라고 하면 직원으로서는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대표이사 사무실을 나와 그녀는 임재민한테 전화를 걸어 저녁 약속을 지킬 것 같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임재민은 잔뜩 실망한 눈치였다. “누나, 아까 약속했잖아. 갑자기 일이 생겼다니 그게 무슨?”“미안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
“우리 먼저 갈게.”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심준호의 모습에 최성운은 왠지 모르게 불쾌한 느낌이 들었고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이내 그녀를 데리고 룸 안으로 들어왔다.“심준호 씨와는 아는 사이예요?”“어릴 때 동네 친구였어요.”자리에 앉자마자 서정원은 은근슬쩍 한마디 물었다. “두 사람 많이 친해요?” “왜요? 준호한테 꽤 관심이 있나 보죠?”“그런 거 아니에요. 제 친구가 심준호 씨 팬이거든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어요. 이제는 심준호 씨 사인 성운 씨한테 부탁하면 되겠네요.”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묻는
눈앞의 아찔한 광경을 보고 최성운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정원,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저 여자가 왜 준호랑 같이 있는 거지? 남들이 보는 앞에서 도대체 무슨 짓인지?’“정원 씨, 뭐 하고 있어요?”최성운은 앞으로 걸어가 차갑게 입을 열었고 그녀는 심준호를 밀어내고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심준호 씨한테 사인 부탁하고 있었어요.”“그래요?”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심준호를 쳐다보았고 딱 봐도 그녀의 변명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옆에 있던 심준호는 담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