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서정원이 일부러 거짓말해 하은별을 당황하게 만들 셈이 분명했다.그러니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해야 했다.십 분 뒤, 영상 속 청소부 유니폼을 입고 있던 중년 여성이 회의실 입구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름 아닌 김희주였다.“김희주 씨, 안으로 들어오세요.”서정원은 김희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눈치를 줬다.김희주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결연히 안으로 들어왔다.김희주를 본 순간, 하은별은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녀는 분명 김희주가 사직하여 시골로 내려간 걸 확인했었다. 그런데 김희주가 지금 왜 이곳에
김희주가 녹음용 펜을 꺼내 스위치를 누르자 두 사람의 대화가 흘러나왔다.“김희주 씨, 계좌에 5000만 원 입금했어요. 일이 끝난 뒤에 또 5000만 원 입금할게요. 이 돈이면 아들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김희주 씨도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죠?”녹음용 펜 안에서 들리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는 하은별의 목소리였다.김희주는 약간의 긴장과 흥분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돈을 이렇게 많이 주시다니... 하은별 부장님, 제가 뭘 하면 될까요?”“간단해요. 그냥 손 좀 써서 서정원 씨 자료를 바꿔치기하면 돼요.”하은
“대표님, 전...”최성운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하은별은 몸이 얼어붙었다.최성운의 눈동자는 서늘하게 빛나며 마치 칼날처럼 하은별을 사정없이 찔렀다.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은별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더 이상 운성 그룹의 직원이 아닙니다.”‘뭐라고? 해고?’그 말에 하은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아뇨, 대표님. 절 해고하시면 안 돼요!”하은별은 큰 충격을 받은 건지 최성운에게 달려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성운 씨, 그거 알아요? 제가 이런 짓을 한 건 전부 당신을 위해서였어요! 전 당신을
최성운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한 서정원은 덤덤한 눈빛으로 최성운을 힐끗 바라봤다.“무슨 일로 날 찾은 거예요?”최성운은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았다.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앉아요.”서정원은 영문을 몰랐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최성운의 곁에 앉았다.“최성운 씨, 대체 무슨 일이에요?”최성운의 얇은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는 낮으면서도 담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서정원 씨가 오늘 일의 장본인 맞죠?”장본인?‘최성운은 화가 난 걸까?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하은별이 한 짓을 밝혔다
말을 마친 뒤 서정원은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바라보는 최성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심경이 조금 복잡해 보였다.잠깐 고민하던 최성운은 임창원을 불러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정원 씨를 조사해 줘요. 서정원 씨에 관한 모든 자료를 원해요!”“서정원 씨요?”임창원은 살짝 놀랐다.서정원이라면 최성운의 약혼녀가 아닌가?약혼녀를 조사하다니, 참 이상한 일이었다.임창원이 넋을 놓고 있자 최성운의 안색이 흐려졌다.“얼른 가서 알아봐요.”“네, 대표님.”최성운의 불쾌한 기색을 눈치챈 임창원은 곧바
최성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정원에게 끌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 그녀의 미소와 미간을 구기던 모습이 최성운의 머릿속에 떠올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본가에서 돌아오니 퇴근할 시간이었다. 최성운은 집에 전화를 한 통 했는데 이모님은 서정원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최성운은 운전해서 운성 그룹으로 향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사무실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지만 서정원은 여전히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어느샌가 사무실에는 그녀 혼자만 남았다.서정원은 컴퓨터
“됐어요. 내일 다시 해야겠어요!”최성운은 길쭉한 몸을 바로 세우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일은 오늘 완성해야 한다면서요?”서정원은 잽싸게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피곤해서요.”최성운은 작게 웃더니 긴 다리를 내뻗으며 그녀를 뒤쫓았다.“나랑 같이 돌아가요.”서정원은 기가 막혔다.“...”두 사람은 지하 차고에 도착했고 최성운이 키를 꺼내 문을 열려던 순간, 어두운 불빛 아래 누군가 갑자기 달려들어 최성운의 팔을 잡았다.“성운 씨, 드디어 만
너무 갑작스러웠다.하은별이 갑자기 칼을 꺼내 들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날카로운 칼날이 서늘한 빛을 번뜩이며 서정원을 향해 휘둘러졌다.서정원의 안색이 돌변하며 곧바로 칼을 발로 차려 했지만 최성운이 갑자기 몸을 비틀며 자신의 큰 몸으로 칼을 막았다.“위험해요. 조심해요!”최성운의 낮은 목소리에서 긴장과 걱정이 느껴졌다. 그는 한 손으로 서정원을 끌어안은 뒤 다른 한 손으로 칼을 쥔 하은별의 팔을 잡았다.서정원은 최성운이 이때 갑자기 막아 나설 줄은 생각지 못했다.미처 발을 거두지 못한 서정원은 최성운의 허벅지를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