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46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사여묵도 조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복잡한 탓에 혼자 입지는 못했다.

결국 조북을 밖으로 가지고 와서 노 집사와 하인을 불렀다.

머리에는 익선관을 쓰고,

단령을 입었다.

단령 어깨에는 용 무늬가 수놓아 있다.

그리고 허리에는 붉은색 비단으로 묶여 있다.

허리의 양쪽으로 옥, 용 무늬, 옥주, 금이 달렸다.

리본은 붉은색, 흰색, 회청색, 녹색으로 엮어져 있다.

왕야의 큰 키 덕에 조복의 위엄이 한층 높아 보였다.

한편, 송석석은 눈썹을 그리고 분을 칠하고 있다.

외모가 뛰어난다고 해서 민낯으로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곧이어 화장이 끝났다.

송석석은 양 마마와 하녀들에게 둘러싸여 나갔다.

그녀는 그들에게 송서우의 안부를 물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는 점,

서주에서 보살피고 있다는 점이 그녀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밖을 나가자 조복으로 갈아입은 사여묵과 눈이 마주쳤다.

어쩌면 오늘의 용모가 뛰어난 탓일까.

두 사람은 어젯밤의 일을 모두 잊은 것 같았다.

그들에게서 민망함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사여묵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송석석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을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때, 양 마마는 뒤에서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그녀는 울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한편, 혜 태비는 이미 정청의 태사 의자에 앉아 있다.

그 의자는 일부로 사람을 시켜 특별 제조한 의자다.

정청이 외원에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적다.

만약 송석석이 문안을 하려면 직접 방으로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그 위세를 눌러야만 한다.

이때, 염구진이 두 사람의 길을 막았다.

오늘은 혼수를 창고로 가져가는 날 이다.

만약 진주가 몇 알 빠졌어도 무조건 보고를 올려야 한다.

그는 혼수가 관청에서 준비해 준 사실을 알고 있다.

심지어 예물 목록도 모두 적혀져 있다.

조금 확인만 하면 금방이라도 알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47화

    두 사람이 들어오는 장면은 아름다웠다.준수한 외모의 아들과 송석석의 예쁜 외모가 눈에 띄었다.게다가 두 사람에게 풍기는 위엄과 합이 맞았다.방금 전,고 씨 유모가 빠르게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송석석이 처녀였던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왕야에게 그녀의 처음을 준 것이 확실했다.혜 태비는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처음을 주었다는 것 빼고, 이혼을 한 여자라는 사실은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단정한 태도로 앉아 살짝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사여묵은 화를 꾹 참았다.송석석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여 혜 태비에게 문안을 올렸다.“신부는 태비에게 차를 올리셔야 합니다.”고 씨 유모가 찻잔을 들고 옆에서 말했다.송석석은 차를 받아 들고 혜 태비에게 건넸다.“태비 마마, 차를 대령하겠습니다.”혜 태비는 서둘러 받지 않았다. 사여묵이 화를 내기 일보 직전에 손을 내밀어 찻잔을 건네받았다.몇 입 마시고는 말했다.“상을 올려라.”혜 태비의 목소리에는 교만함이 잔뜩 들어 갔다.고 씨 유모는 용과 봉황이 그려져 있는 팔찌를 꺼냈다.곧이어 송석석의 손목에 채워다 주었다.“태비 마마께서 신부께 상을 주셨으니, 머리를 조아려 감사를 표하셔야 합니다.”송석석은 규칙대로 머리를 조아려 감사 인사를 표했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혜 태비가 자신의 목을 쓰다 듬었다.“어제 잠을 많이 못 잔 탓에 머리가 좀 아프구나. 저에게 안마를 해주지 않겠습니까?” 이때, 사여묵의 말이 들렸다.“잠시만요. 모친께 묻고 싶습니다. 어젯밤, 제 아내의 혼수에 손을 댄 게 사실입니까?동주를 몇 알 가져가서 장공주에게 준 것도 사실입니까?”혜 태비는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그의 눈빛을 피하기 바빴다.하지만 눈을 피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는가.“대체 누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가. 궁이 그놈의 혀를 잘라버릴 것이야!”사여묵이 물었다.“사실입니까? 맞으면 맞다고, 틀리면 틀리다고 말씀해주세요.”혜 태비는 아들이 화 내는 모습이 제일 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48화

    송석석이 웃음을 터뜨렸다.동시에 이빨까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곧이어 다정한 말투로 답했다.“태비 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원래 장사라는 것이 잃을 때도 있고, 얻을 때도 있는 법입니다. 아, 맞습니다. 금경루는 반반씩 책임지고 계시는 게 맞습니까? 계약서는 쓰셨는 지요? 장부는 보신 적 있으십니까?”이어서 혜 태비가 교만한 태도를 보였다.“본궁을 무시하십니까? 계약서는 당연히 썼지요. 반반이 아니라 7은 저의 소유입니다.장부는 당연히 보고 있습니다. 매 계절마다 보낸 장부를 확인하여 득실을 확인하지요.”“네? 태비 마마께서 꽤 큰 지분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손해가 클수록 결국 마마께서 은을 쓰셨을 테지요. 몇 년 동안 얼마를 쓰셨는 지에 대한 장부는 확인 하셨습니까?”“당연한 소리.은을 쓸 때마다 항상 확인하지요.”송석석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렇다면 지금까지 은이 얼마 정도 나가셨습니까?”혜 태비는 그녀의 질문에 기분이 상했다.“누가 그걸 기억하고 있겠습니까?장부를 확인하면 적어도 몇 만 은냥은 썼을 겁니다.”“그렇습니까!”송석석은 어두운 얼굴을 한 사여묵을 한번 바라 보았다.그녀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태비 마마께서는 금경루에 가보셨습니까?”혜 태비는 차갑게 답했다.“본궁은 궁 안에서만 지내는 거 모르십니까? 두 사람의 혼인을 위해 잠시 나간 적은 있습니다.하지만 본궁이 가든 말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금경루는 관리자가 직접 관리합니다. 게다가 본궁과 장공주의 신분은 감히 공개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매 계절마다 받는 장부가 있으니, 저희가 두려울 건 없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은 진성의 곳곳에 권력층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모두 관리자를 찾는다는 점이다.그리고 관리자들이 장부를 보내온다.감시자를 보내거나 직접 한번 찾아와 검사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없다.혜 태비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저희’ 라는 말만 빼면 말이다.사여묵은 듣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49화

    태후는 자신의 동생이 언짢아하고 있다는 것을 단숨에 알아차렸다.곧이어 사여묵과 송석석이 황제와 황후를 보러 갔다.자리에는 자신을 포함한 혜 태비와 고 씨 유모가 남았다.먼저 고 씨 유모에게 말했다. “관아는 사람들 간의 신뢰가 제일 중요하네.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북명 황실에 먹칠을 가하는 것과 다름없지. 언행에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하네. 자네가 모시는 공주가 자네의 손으로 키웠다고 할지라도 틀릴 때는 바로잡아야 하는 게 옳은 일이야.”고 씨 유모가 대답했다.“노비, 명 받들겠습니다.”혜 태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언니,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그리고 황실 일은 거의 제가 관리합니다. 게다가 고 씨 유모랑 집사뿐만 아닌 염구진도 같이 있습니다. 어떻게 문제가 생기겠습니까?”“네가 황실을 맡고 있다고?”태후가 손을 휘저었다.동시에 머리도 절레절레 흔들었다.“안돼. 너는 그냥 가만히 황실에 있는 게 오히려 도와주는 거야. 그냥 네 주위 사람들이나 관리해.”혜 태비가 답했다.“언니. 저는 여묵의 모친입니다. 제가 황실을 신경 쓰지 않으면 누가 신경 쓴 답니까.설마 송석석에게 맡기라고 하실 거는 아니죠? 그저 계집 일 뿐입니다.”태후는 혜 태비를 혼냈다.“아무리 계집이라도 너보다 아는 것이 많아. 모친이 장부 보는 법도 알려 주려고 했는데, 네가 싫다고 했었잖아. 금방 궁에 들어 와서 량소 한테도 졌잖아. 내가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해. 여묵이가 한 살도 안 되었을 때, 독으로 죽을 뻔 했던 건 기억하지?”혜 태비는 순간 민망해졌다.“이미 다 지나간 일을 왜 다시 꺼내십니까. 그때는 실수였다고 말씀드렸잖아요.량소가 유이식에 약을 타서 여묵이 토를 했던 겁니다. 그 악독한 년은 벌써 내쫓으셨지 않습니까.”“내쫓았어. 근데 내가 없었으면 량소가 한 짓 이라는 거 몰랐을 거야. 그리고 량소가 왜 약을 탔을 것 같아? 다 네 탓이잖아. 예쁘다고 질투하면서 매일 밤새 화풀이 대상으로 대했잖아. 네 성격에 무슨 황실을 관리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50화

    황제와 황후가 의전을 나와 사여묵과 송석석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인사를 끝내고 황제가 자리에 앉았다. 황후는 가벼운 화장을 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곧이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궁에 들였다면 후궁 자리는 송석석이 앉게 될 것이 분명하다.그녀의 청순한 외모는 궁에서 이길 자가 없다.황후는 자연스럽게 황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송석석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잠시 긴장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다면 의미심장한 눈빛을 내보내곤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또 다시 송석석이 사여묵과 결혼한 사실에 안도했다.그 당시, 황제가 내린 구도 명령에 황후는 몇 날 밤을 자지 못했다. 전쟁에서 죽은 송석석의 부모 형제가 황제의 마음에 깊게 남아 있는 모양 이었다.게다가 그녀의 외모도 빼어나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하지만 황후가 겁내던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훗날 송석석은 자신의 동서가 되었다.오늘 날, 송석석을 향한 황제의 웃음은 진심이다.감추고 있는 마음이 무엇이든 간에 동생의 아내를 뺏을 수는 없다.게다가 황후도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황제는 과거 사여묵과 송석석을 결혼 시켜서 병권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았나.’즉, 황제는 처음 부터 송석석을 궁을 들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이제와서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사실 송석석이 궁에 들어온다고 하여도 그녀의 후위는 변함이 없다.하지만 후궁은 전쟁터와 다름없다.만약 황후가 후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무능을 뜻하는 것이다.아내이기 때문에 황제가 다른 여인에게 마음이 갈까 두려웠다.규칙상 후궁을 아껴 할 수 있지만 사랑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명성이 떨어 질까 봐 두려웠다.한편, 황제는 송석석을 몇 번 보고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혹시 송석석에게 마음이 간다고 한들, 나라의 안정, 형제의 평화 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그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 자리에 앉고 나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51화

    황후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진왕이 제씨 가문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본 혜 태비는 한녕공주도 제씨 가문 사람과 혼인시키고 싶었다.하지만 태후께서 이를 묵인하셨기에 효성이 지극한 황제는 태후의 뜻을 따를 것이다.제씨 가문의 남자들 중, 오직 여섯째, 제서훈만이 글공부에 흥미가 없어 매일 강아지, 고양이들과 함께 뛰놀며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학문에 열을 올리며 언제가 조정에서 한 자리는 차지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다섯째가 유독 학문에 목을 맸다. 그가 어릴 적부터 머리를 싸매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노력했던 것은 오직 과거시험만을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만약 공주와 혼인하게 되면 훗날 한가한 부마로 지내게 될 테니 그러면 그동안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황후는 자신이 장공주의 혼사에 관여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송석석에게 도움을 청하였다.송석석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지막 한마디에서 그녀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한녕공주와 제 동생이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면 왕비님께 신세를 진 것이니 큰 선물을 드리겠습니다.”송석석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물 같은 건 그녀에게 있어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 하나 더 두는 것이 적을 만드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제서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녕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정작 이 일을 반대하는 자는 그녀의 까다로운 시어머니, 혜태비였다. 송석석은 한녕을 자신의 여동생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마치는 즉시 궁을 나섰다. 사여묵은 먼저 왕부로 돌아가고 송석석은 혜태비와 함께 마차를 타고 장공주부로 향했다. 혜태비는 송석석과 단둘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해 고씨 유모도 함께 마차에 태웠다. 어찌 된 일인지 송석석의 얼굴을 볼 때마다 설교당할 것 같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52화

    마차가 대장공주부에 멈추자 문지기가 들어가 보고를 올렸는데 이내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뢰었다. “태비마마, 왕비마마, 소인이 깜빡 잊었사온데, 공주께서는 오늘 나가셨사옵니다...”듣고 있던 혜태비는 상기된 얼굴로 냉큼 송석석에게 말했다.“그럼 일단 돌아가고, 내일 뵙겠다고 알린 후에 다시 오면 되겠구나!”그러나 송석석은 때뜸 문지기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셨는지요? 혹시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아시나요?”“그것은 소인도 모르옵니다. 아마 늦게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이에 송석석은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괜찮습니다.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그녀는 혜태비의 손을 잡아끌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문지기가 다급히 다가갔다.“태비마마, 왕비마마, 여기는 공주부이오니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되옵니다.”송석석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어찌 함부로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 장공주를 뵈러 온 것인데 공주부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당신들 대청은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 아닙니까?”문지기는 송석석이 포악하다는 것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웃으며 말하지만 그녀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그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 송석석은 혜태비의 손을 잡고 이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반면 혜태비는 내키지 않았다.“예의도 없느냐? 공주께서 안 계신다고 하였는데, 누구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냐? 정말 이대로 밤까지 기다릴 셈이냐?”“날이 바뀐다 해도 기다릴 겁니다.”송석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어머니, 그리고 고씨 유모, 오늘 만나지 못하면 저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자 혜태비는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동주를 내게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미 내 것이니 다시 찾는 것도 내가 결정한다.”“그렇게 하시지요.”송석석이 냉정하게 대답했다.“어머니께서는 먼저 돌아가시지요. 저는 기다리겠습니다.”그녀는 혜태비의 손목을 놔주었지만 혜태비는 송석석만 여기에 혼자 남겨둘 수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53화

    잠시 앉아 있던 송석석은 차도 다과도 손대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여기저기 둘러봐도 괜찮지요?’자주 손님을 초대하는 공주부이게에 손님들이 둘러보는 것은 당연한 일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리 준비된 경우에만 가능했기에 이렇게 무작정 찾아와 둘러보겠다는 것은 당연히 허락할 수 없었다. 공주부에는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북명 왕비이기에 부병들은 그녀를 막을 수 없다. 자칫 무례를 범하기라도 한다면 뒷감당은 모두 그들 몫이 될 것이다. 하인들도 당연히 그녀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송석석은 능숙하게 그들을 피해가 빠른 걸음으로 내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렇게 송석석이 내원의 한 정원에 가까워졌을 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공주께서 돌아오셨습니다!”송석석은 입꼬리가 올라갔다.‘드디어 오시는군.’그녀는 머리를 정리하고 정원을 한번 쓱 바라본 뒤 말했다. “공주께서 돌아오셨으니, 저는 이만 대청으로 돌아가 기다리겠습니다.”하인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왕비 마마께서는 대청으로 돌아가 기다리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공주께서 환복 후 바로 뵈러 가실 겁니다.”송석석이 대청으로 돌아오니 혜태비는 다과를 모두 먹어 치우고 차가 식었다며 하인에게 새로 가져오라고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만한 혜태비였는데 공주부에서는 자세를 낮추어 하인들에게도 매우 공손하게 대하고 있었다.송석석이 돌아오자, 혜태비는 이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그렇게 기다리던 공주가 왔다는구나.”자리에 앉은 송석석은 담담하게 대꾸했다.“돌아온 건지 아니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건지는 알 수 없지요? 우리가 대청에 앉아 있었으니, 만약 공주께서 측문이나 후문으로 들어오지 않으셨다면 공주를 볼 수 있었을텐데요.”“공주부의 주인이 어찌 측문이나 후문으로 들어온단 말이냐? 너는 규칙도 모르느냐?”송석석은 식은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그렇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54화

    장공주는 혜태비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동주와 내기라뇨? 어젯밤은 그저 연회를 즐긴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언제 이자의 예물을 가져갔단 말입니까?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며느리의 예물은 본인만의 사유 재산인데 어찌 감히 손을 댈 수 있단 말입니까? 농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입니다!”혜태비는 그 말에 순간 얼어붙었다.사실 장공주와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면서 잘 알고 있었기에 삼천 냥을 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입밖으로 내뱉은 것은 지킬 것이니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주와 내기를 전혀 인정하지 않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혜태비는 어찌할 바를 몰라 고씨 유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고씨 유모는 추위에 얼굴이 빨갛게 상한 채 소매로 코를 막으며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혜태비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송석석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송석석에게 무시당한 느낌에 혜태비는 화가 났다. 그리고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장공주의 뻔뻔함이었다.“어찌 그리 말할 수 있습니까? 어젯밤에 분명 제가 동주를 공주께 주지 않았습니까? 만약 며느리가 저에게 동주를 돌려달라고 하지 않으면, 그 동주를 돌려주고 삼천 냥을 더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지금 와서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장공주는 표정을 굳히며 오히려 큰 소리로 꾸짖었다.“허황된 말입니다. 제가 어찌 그대에게 며느리의 예물을 가져오라고 했단 말입니까? 나가서 물어보세요. 제가 어찌 그런 일을 했다고 하십니까?”혜태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평소 장공주를 무서워하던 혜태비는 그녀가 화를 내지 않아도 쩔쩔맸다. 그런데 소리까지 지르니 다리가 막 후들거릴 정도였다. 잔뜩 겁먹은 그녀는 잠시 후 조심히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일단 돌아가서 확인해 보시지요.”송석석은 눈을 매섭게 흘겼다.‘돌아간다고? 그러면 다시는 이 물건들을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7화

    전북망은 무의식 중에 문 앞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하려고 한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 걱정이 많아 무슨 일을 하든 들키는 것이 제일 걱정되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전북망의 움츠린 모습에 이방의 경계는 조금 더 줄었다. 전북망은 맑은 물처럼 속이 훤히 보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날 말한 일을 돌아가서 심사숙고해 봤지만, 승산이 적다고 느꼈소. 게다가 서경 사람들이 어떻게 소 대장군을 데리고 가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소. 북명왕부에서 손을 쓸지 우리가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오."그는 낮은 소리로 이방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어쨌든 부부 사이에 이렇게 그녀를 속이고 그녀에게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은 그녀를 팔아먹는 것이다. 그는 비록 마음이 괴로웠지만 장군부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될 것입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나가서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참 쉽게 하오. 홀로 어찌 구한다는 말이오? 사람을 더 찾아 돈을 더 써야 할 것 아니오? 하지만 성사될지 모르는 일에 어찌 돈을 쓴다는 말이오?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지금 장군부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소?"집안 처지를 말하고 나니, 전북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찾다니요?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이 일에 어찌 함부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사람을 찾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에 이방은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구할 때 기회를 틈타 움직이면 되지 않습니까? 장군의 무공도 충분하니 말입니다."전북망이 말했다."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나서서 구할 수 없소. 그저 밖에서 도울 수 있을 뿐이오. 자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지만 장군부와 목숨을 버릴 순 없소."이방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어찌 그리 모질고 매정하신 것입니까?""장군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목숨은 보잘것없는 것입니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6화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5화

    2월 말이라 날씨는 예전보다 많이 따뜻해졌긴 했지만 문 앞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으니 여전히 조금 추웠다.문밖을 지키는 시위들은 회동관의 문 앞 오두막을 사용하였는데, 그 안에 숯 난로가 있어 차를 끓일 수 있었다. 송석석은 시만자의 옷차림이 두껍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를 데리고 오두막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오늘 난 이곳에서 지낼 테니 나와 함께 있을 필요 없다."송석석이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시만자가 찻잔을 호호 불며 말했다."괜찮다. 마침 홍현도 쉬고 있으니 직접 보고 있으면서 너와 함께 있겠다."홍현은 몰래 서경인의 출입과 그들이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했다. 장공주와 신하들은 회동관을 자주 나서지 않았지만 일행에 워낙 사람이 많고, 전북망과 평서백부 노부인이 조사한 일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정말 그들과 몰래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연락할 수도 있었다."참. 나올 때 염선생한테서 들었다."시만자가 송석석을 힐끗 보며 말했다. "내일 장군께서 형부에 가서 전북망을 보러 가신다더구나."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네.""그럼 만날 필요가 있느냐? 알고 있는 건 이미 모두 말하지 않았느냐?""이방이 도망친 경로를 말하지 않았다.""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냐? 이방은 분명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도망친 경로는 연왕과 상관없이 스스로 계획한 것이니, 특별히 이것만 물을 필요는 없다."송석석은 손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한 번 톡 치고 웃으며 말했다."사제는 단지 핑계를 대고 그가 이방을 찾아 묻게 하려는 것 뿐이다. 혹시 무엇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느냐? 어쨌든 누구인지 알아야 평 사저에게 손을 쓰라 전할 수 있다. 워낙 은밀히 숨어 있어 담판의 막바지에 문제라도 생기면 늦지 않았느냐?"시만자가 이해한 듯 답했다."그렇구나. 3일 동안 담판하면서 아직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형부.전북망은 북명왕이 직접 그를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형부 감랑중이 찾아온 것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4화

    사여묵은 따뜻한 음식을 먹은 후 오늘 담판한 일에 대해 말했다.그의 곁에 앉아 있는 송석석은 그의 힘을 빌리려는 듯했다. 바로 옆에 붙어 앉아있으니, 적어도 뱉은 말이 사숙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염선생이 물었다."폐하께서 그들의 조건을 알고 계십니까? 폐하의 뜻은 어떻습니까?""이덕회가 궁에 들어가 말씀을 드리고 홍려사에 돌아왔을 때 폐하의 뜻을 전했습니다. 변선은 절대 물러설 수 없고 다른 것은 참작하여 조건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다른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폐하의 뜻입니다."무소위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변선을 양보하지 않으면,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서경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무효라 인정하면, 변선은 이전대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변선의 전쟁을 해왔고 상국 상황이 복잡할 때 침입한 것이라 참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사여묵이 말했다."오늘 밤 홍려사에서 상의한 것이 바로 이 문제였습니다. 서경에서 이방의 협의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저희도 마음이 불편할 것입니다. 변선으로 물러나면 백성들이 욕설을 퍼부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방을 영웅으로 치켜세울 수도 있다는데, 어찌 죄가 많은 사람이 영웅이 된다는 말입니까?""정말 힘든 문제로구나."무소위는 두 가지 문제 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머리가 아파왔다. 사여묵이 말했다."선조 때 정한 변선의 지도와 서경과의 협정을 정리했습니다. 서경을 설득하여 그때의 협정으로 이방의 협의를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침범했을 때, 저희는 동의하지 않아 새로운 변선 협의도 없었습니다.""쉽지 않을 것입니다."송석석이 말했다.무소위가 담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말이구나.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쉬웠다면 폐하께서 어찌 그를 불러 협의하라 했겠느냐? 이렇게 되면 공을 그저 넘기는 꼴이 아니더냐?"송석석은 짧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무소위에게 혼나버려 입도 다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3화

    사여묵은 대사형을 한 번 힐끔 보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사부님, 어찌하여 또 대사형께 벌을 내리신 것입니까? 사건사고가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하온데, 사부님께서 내린 벌을 받느라 저를 도울 시간이 없사옵니다.” 그제서야 무소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 친히 면해 주리다.” 그러자 밖에 있던 심청화과 평무종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듯 눈을 반짝였다.평무종은 안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스승님께 아뢸 일이 있사옵니다. 회왕의 금은패물을 모조리 바꿔치기하였는데, 그 상자들 속에는 온통 돌멩이로 가득 차 있었사옵니다.” “그들도 눈치챘느냐?” “그들이 작은 숲에서 쉬는 동안 저희가 모두 기절시켰으니 아마 깨어난 뒤에야 확인했을 것입니다.” “사람을 붙였느냐?” 평무종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지금 왜 묻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당연히 사람을 시켜 면밀히 감시하게 했다. 그녀도 이제 노해졌기에 운익각에 그녀의 공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심청화가 아직 항아리 벌을 받고 있는 광경에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미 사람을 배치하였사오니 염려 마시옵소서.” 사여묵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송석석과 시만자가 급히 달려와 담판 상황을 물었다.그 모습에 무소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껏 바삐 돌아쳤을 것이니 밥 한 톨 입에 대지도 못했을 것이다. 뜨신 밥이 있지 않더냐? 얼른 대령하게 하여라.” 심기가 불편해진 사숙의 얼굴과 마주하자 송석석은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무소위가 사여묵에게 말했다.“네가 오냐오냐하니 저리도 너를 막 대하는 것 아니더냐!.” 그러자 사여묵이 웃으며 대답했다.“이미 조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석석이도 담판 때문에 긴장하고 있으니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 사여묵의 말에 심청화와 평무종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소위는 너무나 무던한 제자의 모습에 그저 한숨만 조용히 내쉴 뿐이었다. ‘그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네가 변호할 일도 없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2화

    최 씨를 배웅한 뒤, 송석석과 시만자는 의사당으로 돌아왔다.전에는 대체로 서재에서 일을 의논하였지만, 사숙이 온 뒤로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만 의사당으로 향했다.사숙은 하루 종일 의사당에 머물었고, 사여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이면 담판은 이미 끝났고 내일의 일정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것이다.송석석은 이날 조사한 일들을 사숙에게 보고했고 사숙은 모두가 예상한 결론을 내렸다."사람을 죽여 증거를 인멸하거라." 그러자 심청화가 물었다."사숙, 혹 처음부터 이방이 서경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면요? 누군가가 이미 오래전에 서경과 내통하여 소대장군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듣고 있던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허나, 회왕은 이미 도망친 터라 수란석이 그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심청화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회왕과 수란석이 아니라면? 회왕과 수란석은 너를 겨냥한 것이나, 연왕은 수년을 준비하였으니,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혹여 이 속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소대장군일지도 모르느니라." 사형의 면밀한 분석에 송석석은 그러한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왕은 참으로 노련하고 계략에 능하였다.또한, 이방이 일찍부터 도망칠 경로를 계획한 듯했다. 아마 오래전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가 사람을 배치하여 계속 그녀를 감시하였으니, 그녀 또한 이를 알고 있을 게 틀림 없었다. 더군다나, 장군부를 떠나면 다시 암살당할까 쉬이 움직일 수 없었기에 장군부에서 기회를 엿보며 버텨왔고, 그렇게 결국 형부에 체포된 것이다.이방은 아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소대장군을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기회이기에 형부에서 전북망의 진술도 받으면서 그녀는 부득불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래야만 전북망은 끌어들이지 않을 수 있다.그녀 말대로 소대장군이 죄가 있다면 행동대장인 전북망의 죄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기에 하여 즉시 말을 바꿔 자신이 일시적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1화

    영인은 하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조사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최 씨가 노부인의 제사 전날 고향 사람과 차를 마신 일에 대해 물어보고 나서야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날 함께 차를 마신 것은 림씨 가문에서 시녀로 있는 저의 동생이옵니다. 잠깐 고향으로 돌아간다하여 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사옵고, 함께 선물을 고르자고 권하였사..."너무 많은 말을 했던 탓에 피곤했던 최 씨는 단번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날 이방에게 전하라는 말은 없었더냐?" 잠시 생각하던 영인이 답했다. "…있었사옵니다. 림 낭자께서도 노부인의 제사에 갈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이방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라고는 하지 않았느냐?" "한약재 한 꾸러미를 전해주라 하였사옵니다." "그 한약재가 무엇이었느냐?" "생지황이었사옵니다." "거기에 쪽지는 끼워져 있지 않았더냐?" 그러자 영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거기까진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제가 말을 전하기 바쁘게 이 부인께서 물러가라 고 하셨습니다." 말끝을 흐리던 그녀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아, 뭔가 틀림없이 있었던 것 같사옵니다! 소인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바닥에 잿더미가 조금 있었는데, 뭔가를 태운 것 같았사옵니다." 최 씨는 혹시나 빼먹은 것은 없는지 다시 물었고 그 말에 한참을 생각하던 영인은 더는 없다고 말하자 영인에게 떠날 채비를 하라고 명했다.벌써 여러 번 편전에 왔던 왕청여는 최 씨가 하인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마침 영인을 데려간다는 말에 대뜸 물었다."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에게 자세하게 말씀하시지 않은 것입니까? 형님 때문이 집안은 난장판이고 하인들이 죄다 숨어서 게으름만 피우고 있습니다. 차 한 잔 내오라 해도 없고, 이 시간이 되도록 저녁 식사조차 차리지 않고 있사옵니다." 최 씨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0화

    송석석은 곧바로 평서백부로 가서 최씨를 찾아 상황을 전달했다. 최씨는 단호히 한 마디만 했다."소 대장군과 관련된 일이니 지체할 수 없군요. 당장 나서겠습니다."전북망이 형부로 끌려간 이후 왕청여는 줄곧 불안에 떨었다.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돌아가 보기도 했지만 최씨는 그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이건 두 나라의 중대한 문제입니다. 당신 같은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겁니까?"그렇다고 최씨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을 보내 전북망의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전북망이 형부에 갇혀 있지만 특별 대우를 받고 있으며 고생하거나 고문당하지는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최씨는 왕청여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왕청여는 눈물을 머금으며 하소연했다."겨우 현철위 지휘사가 되었는데 이제 이방 일 때문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목씨 부인이 이런 혼사를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께서도 허락하지 않으셨겠지요!”최씨는 그 말을 듣고 꾸짖었다."일이 생길 때마다 원망만 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질 생각을 좀 하십시오!"형수의 꾸짖음에 왕청여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떠났다. 그녀는 결국 장군부로 돌아갔지만 안채의 일을 모두 시아버지 전기에게 맡기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일로 장군부 안에서 왕청여에 대한 뒷말이 돌기도 했다.최씨는 장군부에 도착하자마자 왕청여에게 말했다."모든 하인들의 노비문서를 가져오게 하세요."왕청여가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단호히 답했다."전북망을 구할 방법을 찾으려는 겁니다."왕청여는 자세히 물어보려 했지만 최씨가 초조한 기색으로 말을 잘랐다."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시키는 대로 당장 실행하세요."결국 왕청여는 노비문서를 찾아와 그녀에게 건넨 후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최씨는 노비문서를 확인한 뒤 집안 관리인을 불러 하인들의 신원을 물었다. 특히나 이방을 보좌했던 하인들을 주목했다.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후 최씨는 다시 문지기를 불러다 물었다.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9화

    서경 사신들이 홍려사를 떠나 회동관으로 돌아간 뒤에도 상국 측 협상 담당자들은 홍려사에 남아 다음 협상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목 승상 역시 논의에 참여했다. "곡물을 배상해야 한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많은 양은 안 됩니다. 그들은 지난해 흉작으로 군량이 부족한 상황인데 우리가 삼십만 석의 곡물을 배상한다는 건 그들의 군량을 채워주는 꼴입니다. 따라서 곡물 배상을 한사코 물고 늘어지다 하더라도 삼만 석을 넘겨서는 안됩니다."목 승상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덧붙였다."또한 황제께서는 국경선 문제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셨습니다."이 두 가지를 말한 후 그는 자리를 떴다. 북명왕의 협상 진행 방식에 대해 목 승상은 꽤 안심하는 듯했다.한편, 형부에서는 전북망이 이택을 만나겠다는 요청을 했다.어젯밤 이방과 대화를 나눈 뒤, 전북망은 이방이 서경이 소 대장군을 데려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 점이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아무리 고민해도 이방이 어떤 방법으로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게 할 수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이택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그녀가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이택이 직접 전북망을 찾아와 서둘러 그에게 질문했다."그럼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도 말했습니까?"전북망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말하지 않았습니다. 물어봐도 답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도망칠 경로를 계획해 둔 걸 보면 서경 사신들을 설득해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이택은 아직 협상 결과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소 대장군이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것은 분명했다. 만약 상국 측이 협상 중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그렇다면 협상이 끝난 뒤에는 과연 서경이 어떤 수단으로 상국의 손에서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인가?그런데 이방은 어떻게 서경 사신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걸까?"그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