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밝은 보름달이 하늘에 걸렸다. 환한 가로등 불빛과 별하늘이 어우러져 조용한 안평 도심도 번화 도시처럼 반짝이고 있었다.오두막은 번화가를 조금 벗어난 교외의 명승지에 지어졌다. 고대의 왕궁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는 수많은 여행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해마다 안평에 여행 오는 손님들이 자주 찾는 맛집이었다.게다가 음식도 맛있다고 소문 나서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간 뒤로 안평을 대표하는 명승지가 되었다.차우미와 나상준이 처음 만난 곳이 이곳이었다. 이곳을 기점으로 그들은 결혼까지 가게 되었다.3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다시 찾아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녀는 3년 전과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그에게 미련이 남은 게 아니라 이곳에서 다시 나상준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짙은 회색 정장을 차려 입은 그의 모습은 그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뒷모습이었다.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리라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그는 나무 아래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와 그의 앞머리가 살짝 아래로 드리웠다.주변의 형형색색의 복고풍 가로등과 그의 모습은 조화를 이루어 마치 영화 속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차우미는 3년 전 그와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도 밤이었고 이런 아련한 풍경이었던 것 같았다.“벌써 도착했어? 자,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다른 차를 타고 온 박물관 조각사들이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그들은 전부 이 업계에서 최소 몇십 년을 일한 노장들이었다.담당자가 다가와서 조각사들을 안으로 안내했다.박종욱은 차우미가 멍 때리고 있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우미 씨, 빨리 들어가지 않고 뭐 해?”차우미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서 들어가요.”비록 나상준이 무슨 이유로 여기 나타난 건지는 알 수 없고 왜 하필 이 시간에 그녀와 마주쳤는지도 알 길이 없지만 단순한 우연으로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비서한테 연락 받았는데 그쪽에서 다 도착했다고 하더라고. 넌 어디야? 도착했어?”“내가 괜히 바쁜 사람 불러낸 건 아닌지 모르겠네.”수화기 너머로 자애로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상준은 멀어지는 가녀린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했다.“도착했어요.”“정말? 내가 괜한 약속을 잡은 건 아닌지 모르겠어. 바쁘면 억지로 자리 지킬 필요 없어. 언제든 돌아가도 돼. 다음에는 이런 부탁 안 할 거야.”“아니에요. 이번 이벤트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래. 네가 공예에 관심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잘됐네. 네가 있으니 이번 이벤트 잘될 것 같아.”“문 앞이야? 내가 비서 내보낼게.”“아니요. 이미 들어왔어요.”“그래.”전화를 끊은 뒤, 나상준은 떠들썩한 소리가 사라진 복도 끝 쪽을 잠깐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서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걸음을 옮겨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담당자는 차우미 일행을 룸으로 안내했다.족히 스무 명은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룸이었다.주최측 인원들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섰다.담당자가 진정국을 바라보며 소개했다.“이분은 하 교수님이십니다.”진정국은 곧바로 하 교수라는 노인에게 악수를 청했다.“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평 박물관 관장 진정국입니다. 하 교수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반가워요. 다들 편하게 앉아요.”하 교수는 푸근한 인상을 가진 70대 노인이었다.차우미가 사람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려는데 하 교수가 입을 열었다.“저분이 박물관 최연소 여자 조각사인가 봐요?”오기 전에 이미 안평 박물관에 대해 조사를 끝냈기에 차우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진정국이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제 친구의 외동딸인데 어려서부터 제 친구를 따라 목공예를 익혔죠. 타고난 재능이 남달라서 나이는 어려도 이 일을 몇십 년 동안 해온 선배들 못지 않아요.”말을 마친 진정국은 차우미를 향해 손짓했다.“우미야,
문은 반쯤 열려 있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문밖으로 쏠렸다.하지만 상대는 바로 들어오지 않고 조용히 허락을 기다렸다.차우미가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그리고 문밖에 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이 사람이 여긴 어쩐 일이지?’남자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차우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조금 전에 정원에서 마주쳤을 때만 해도 그냥 우연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와 마주친 건 정말 예상 밖이었다.나상준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는 그녀의 청순한 얼굴을 잠깐 바라보고 하 교수에게 다가갔다.“아까 전화했을 때 다 왔다고 해서 바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좀 늦었네?”하 교수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나상준은 다가가서 하 교수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오랜만이네요, 아저씨.”“마침 잘 왔어. 여기 앉아.”하 교수가 나상준에게 옆자리를 권했고 진정국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나상준에게 쏠려 있었다.다른 직원은 몰라도 진정국은 나상준을 기억하고 있었다.차우미가 결혼하던 날 식에 참석했었기에 그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나상준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는 흔치 않았다.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부류였다.태생이 큰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게 나상준이었다.그래서 차우미와 두 사람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어쨌거나 진정국은 3년이 지난 오늘도 한눈에 나상준을 알아보았다.이 자리에 나온 다른 선배들도 3년 전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었다.기억력이 별로 안 좋은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일부는 보자마자 나상준을 알아봤다.사람들 모두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나상준과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차우미를 번갈아 보았다.여기 오기 전까지는 차우미가 이혼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상황을 보니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선배들의 생각을 전혀 모르
어른의 말을 절대 끊는 법이 없는 나상준이었기에 하 교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나상준에게로 쏠리고 차우미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나상준이 말했다.“저와 우미 결혼할 때 아저씨도 왔었잖아요.”차우미도 당황하고 자리에 있던 하 교수도 당황했다.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가관이었다.갑자기 방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해가 갈 듯하면서도 이해가 잘 안 가는 상황이었다.차우미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기억에 결혼식에서 하 교수를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았다.하 교수는 차우미와 나상준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보자마자 마음에 들더라니 예전에 한번 만난 적 있었구나! 내가 요즘 자꾸 기억이 깜빡깜빡해. 나도 늙은 거지….”하 교수가 한숨을 내쉬는 사이 나상준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당신도 잊었어?”차우미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칠흑 같은 눈동자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에게 뭐라도 말해야 하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의 질문에 뭔가 문제가 있는데 꼭 집어 뭐가 문제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이런, 우미도 작품에만 열중하느라 깜빡했나 보네. 이 얘기는 그만하고 이미 다 아는 사이이니까 소개는 생략하자. 앉아, 앉아.”하 교수의 말에 나상준은 그의 옆자리에 앉았고 차우미는 어디로 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 가만히 서 있었다.지금 박종욱의 옆에 앉으려니 뭔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이혼한 사이인데 그와 옆자리에 앉고 싶지도 않았다.나상준은 마치 그들이 이혼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그제야 차우미는 어디가 문제인지 깨달았다.그는 아직 대외적으로 그들이 이혼한 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것이다.차우미는 저도 모르게 다시 나상준에게로 시선이 갔다. 그는 외투를 벗어 종업원에게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차분하고 대범한 표정으로 하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
“우미가 다쳤어요.”나상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로 쏠렸다.하 교수는 화들짝 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어쩌다 다쳤어? 심각해?”나상준은 담담한 얼굴로 간략해서 설명했다.“사람을 구하다가 손을 다쳤는데 지금은 아물고 있는 단계예요.”그 말로 박물관 사람들은 그들이 이혼한 게 아니라고 확신했다.차우미가 왜 갑자기 돌아왔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상준이 그녀의 지금 상황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건 둘이 아직 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차우미가 먼저 말하려고 했지만 나상준이 그녀보다 빨랐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어떻게 내 현재 상황까지 세세하게 다 알고 있지?’“그랬구나. 정말 참하고 선량한 처자네.”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우미를 찬양하기 시작했다.“우미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잘 도와줬어요. 그래서 박물관 식구들도 다들 우미를 좋아해요.”“그래요. 말수는 적지만 가장 세심하고 부지런한 직원이죠.”“전에 진상 손님이 찾아온 적 있었는데 우미가 나서서 해결했어요.”“저렇게 얌전해 보여도 일할 때는 아주 결단력 있어요.”사람들의 칭찬에 차우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한 번도 자신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오히려 미지근한 성격과 반응이 느리고 고집스러운 성격이 고치기 어려운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그녀의 그런 특징은 오히려 단점이 아닌 배울 점으로 들렸다.나상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길쭉하고 하얀 손가락이 눈앞에 보이자 차우미는 잠깐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찻잔에서 따뜻한 김이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더 몽환적으로 보였다.오늘은 어쩐 일인지 자꾸만 옛날 일이 떠오르고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나상준은 한 번도 이렇게 자상하게 그녀에게 차를 따라준 적 없었다.메뉴가 계속 올라오고 사람들은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차우미는 천천히 반찬을 음미하고 있었고 옆에 앉은
고기를 삼킨 뒤에도 그녀는 어딘가 불편한지 찻잔에 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고기가 질겼나?’힘겹게 고기를 삼킨 뒤, 그녀는 접시에 반이나 남은 갈비를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이 한 토막을 다 먹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음식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안 먹으면 음식을 낭비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차우미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갈비로 젓가락을 가져갔다.그런데 이때, 옆자리에서 젓가락이 다가오더니 그녀가 먹다 만 갈비를 가져갔다.차우미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조용히 갈비를 자신의 접시에 내려놓고 야채를 그녀의 접시에 담아주었다.차우미는 그의 접시에 담긴 자신이 먹다만 갈비찜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나상준을 보니 그는 평상시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만약 그가 냉담한 성격이 아니고 그의 마음에 주혜민을 담고 있다는 걸 몰랐더라면 오늘 그가 보인 이상 행보는 아직 전처인 자신에게 미련이 남았다고 오해하기 충분했다.하지만 아닌 걸 알기에 그녀는 흔들리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단지 오늘 밤 보여준 그의 모습은 예전과 너무도 달랐기에 의아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다.차우미는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계속해서 식사에 집중했다.그는 부지런히 반찬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날라주고 있었다.평소에도 그녀는 야채를 즐겨 먹었던 것 같았다.나상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워진 그녀의 접시를 보고 그녀의 음식 취향에 대해 대략 알 것 같았다.‘육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그 뒤로 그는 그녀가 먹는 속도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을 집어 그녀에게 챙겨주었다.그렇게 묘한 분위기 속에 식사가 드디어 끝이 났다.“진 관장,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내일 직접 박물관에 한번 방문하겠네. 내일 가서 디테일한 부분을 의논하자고.”자리에서 일어선 하 교수가 진정국에게 말했다.진정국은 흔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박물관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상준이 걸음을 멈추었다.차우미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온이샘이었다.‘서흔 씨 만난다더니 여기서 만난 거였어?’복도 전방에 핸드폰을 들고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온이샘이 보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박물관 식구들도 걸음을 멈추고 온이샘을 바라보았다.그날 온이샘이 박물관으로 찾아왔을 때, 적지 않은 작업자들이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복잡한 시선으로 나상준의 눈치를 살폈다.예전에 차우미가 이혼했다고 추측했던 이유도 온이샘의 출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일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것 같았다.나상준의 옆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기에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표정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온이샘을 오늘 처음 보는 진정국은 그가 바로 직원들이 입에 마르게 칭찬하던 남자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진정국은 저도 모르게 나상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속을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온이샘의 출현은 뜻밖이었지만 만났으니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차우미는 하 교수에게 양해를 구했다.“교수님, 아는 선배가 저기 있는데 인사만 하고 올게요. 먼저 가세요.”하 교수를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남자들은 평균적으로 차우미보다 나이가 많았다.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안다고 온이샘이 차우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일반 후배들을 보는 눈빛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하 교수는 나상준을 힐끗 바라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어서 가봐.”사람들이 자리를 뜨자 차우미는 나상준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온이샘에게 다가갔다.온이샘은 전방에 우뚝 서서 가만히 있는 남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는 전화를 받으러 잠깐 나오는 길이었다. 강서흔은 이미 취했는데도 계속 술병을 끌어안고 있었고 말려도 듣지 않을 걸 알기에 가만히 자리만 지켜주고 있었다.그때 전화가 걸려와서 밖으로 나왔는데 하필 식사를 마치고
차우미는 온이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선배.”그녀의 얼굴에 따사로운 웃음과 부드러운 눈빛이 있었다.온이샘은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볼 줄 몰랐어.”“나도 몰랐어.”차우미는 오늘 밤 부가 별장에 온 이유를 말했고 온이샘은 들은 후 말했다.“그렇구나.”차우미가 말했다.“강서흔도 여기 있어?”“응.”온이샘의 얼굴엔 난처함이 보였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상황이 안 좋아.”차우미가 생각하더니 말했다.“나 들어가 봐도 돼?”“당연히 되지.”“너를 보면 더 좋아질 거야.”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고 그제야 온이샘 마음속에 있던 위기감이 가라앉았다. 어떤 일들은 차우미에게 물어볼 수 없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당연히 느낌이 왔고 그걸로 부족하고 증거가 필요하다.누구에게 인증 받을려면 당연히 여가현의 인정이 필요했다.두 사람은 룸에 들어갔고 룸이 바로 차우미 옆방일 줄은 몰랐다. 정말 우연이었다.룸에서 강서흔은 이미 카페트에 앉아 술병을 안고 만취한 상태다.차우미는 들어오자 독한 알코올 냄새를 맡았고 한눈에 카페트 위에 널브러진 술병들을 봤다.와인에 소주에 여러 가지 종류 정말 마시다 죽으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술을 마시다 죽으면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여기 직원한테 해장국 끓여달라고 해. 내가 강서흔이랑 얘기해 볼게.”“그래.”강서흔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주사를 부리지 않는다. 그는 술 버릇이 없기에 온이샘도 차우미랑 그가 단둘이 있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온이샘이 나가고 룸문이 닫혔다. 차우미가 소파에 앉아 강서흔을 조용히 바라봤다.그때 강서흔도 그녀를 봤고 표정이 멍했다.그는 취했지만 모든 것을 다 잊을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 술에 취하지 않아 정신은 멀쩡했다.차우미가 말했다.“강서흔, 가현이랑 어디까지 가고 싶어?”“어디까지......”강서흔은 몇 마디를 반복했고 낯설고 막막했고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물음을 한 적이 없었다.차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