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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날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밝은 보름달이 하늘에 걸렸다. 환한 가로등 불빛과 별하늘이 어우러져 조용한 안평 도심도 번화 도시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오두막은 번화가를 조금 벗어난 교외의 명승지에 지어졌다. 고대의 왕궁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는 수많은 여행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해마다 안평에 여행 오는 손님들이 자주 찾는 맛집이었다.

게다가 음식도 맛있다고 소문 나서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간 뒤로 안평을 대표하는 명승지가 되었다.

차우미와 나상준이 처음 만난 곳이 이곳이었다. 이곳을 기점으로 그들은 결혼까지 가게 되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다시 찾아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녀는 3년 전과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그에게 미련이 남은 게 아니라 이곳에서 다시 나상준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짙은 회색 정장을 차려 입은 그의 모습은 그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리라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는 나무 아래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와 그의 앞머리가 살짝 아래로 드리웠다.

주변의 형형색색의 복고풍 가로등과 그의 모습은 조화를 이루어 마치 영화 속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차우미는 3년 전 그와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도 밤이었고 이런 아련한 풍경이었던 것 같았다.

“벌써 도착했어? 자,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차를 타고 온 박물관 조각사들이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들은 전부 이 업계에서 최소 몇십 년을 일한 노장들이었다.

담당자가 다가와서 조각사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박종욱은 차우미가 멍 때리고 있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우미 씨, 빨리 들어가지 않고 뭐 해?”

차우미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서 들어가요.”

비록 나상준이 무슨 이유로 여기 나타난 건지는 알 수 없고 왜 하필 이 시간에 그녀와 마주쳤는지도 알 길이 없지만 단순한 우연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차우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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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태림
벌써부터.. 이혼 후회하는 거 같지? 그러게 옆에 있을때 잘하지 그랬어?? 떠나고 나니깐..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나보다.. 자꾸 차우미 근처 맴도는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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