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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나상준이 걸음을 멈추었다.

차우미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온이샘이었다.

‘서흔 씨 만난다더니 여기서 만난 거였어?’

복도 전방에 핸드폰을 들고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온이샘이 보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박물관 식구들도 걸음을 멈추고 온이샘을 바라보았다.

그날 온이샘이 박물관으로 찾아왔을 때, 적지 않은 작업자들이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복잡한 시선으로 나상준의 눈치를 살폈다.

예전에 차우미가 이혼했다고 추측했던 이유도 온이샘의 출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일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것 같았다.

나상준의 옆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기에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표정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온이샘을 오늘 처음 보는 진정국은 그가 바로 직원들이 입에 마르게 칭찬하던 남자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진정국은 저도 모르게 나상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속을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이샘의 출현은 뜻밖이었지만 만났으니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차우미는 하 교수에게 양해를 구했다.

“교수님, 아는 선배가 저기 있는데 인사만 하고 올게요. 먼저 가세요.”

하 교수를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남자들은 평균적으로 차우미보다 나이가 많았다.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안다고 온이샘이 차우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일반 후배들을 보는 눈빛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하 교수는 나상준을 힐끗 바라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가봐.”

사람들이 자리를 뜨자 차우미는 나상준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온이샘에게 다가갔다.

온이샘은 전방에 우뚝 서서 가만히 있는 남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전화를 받으러 잠깐 나오는 길이었다. 강서흔은 이미 취했는데도 계속 술병을 끌어안고 있었고 말려도 듣지 않을 걸 알기에 가만히 자리만 지켜주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와서 밖으로 나왔는데 하필 식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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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태림
상준과 우미.. 외형적으로 잘 어울리는지 지금 알았네 ㅎㅎㅎ 이혼후 상준도 느낀봐가 있어서 밥 먹을때 우미 신경 쓰면서 챙겨준건지.. 아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부행세를 그냥 유지 안건지 알수가 없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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