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온이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선배.”그녀의 얼굴에 따사로운 웃음과 부드러운 눈빛이 있었다.온이샘은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볼 줄 몰랐어.”“나도 몰랐어.”차우미는 오늘 밤 부가 별장에 온 이유를 말했고 온이샘은 들은 후 말했다.“그렇구나.”차우미가 말했다.“강서흔도 여기 있어?”“응.”온이샘의 얼굴엔 난처함이 보였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상황이 안 좋아.”차우미가 생각하더니 말했다.“나 들어가 봐도 돼?”“당연히 되지.”“너를 보면 더 좋아질 거야.”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고 그제야 온이샘 마음속에 있던 위기감이 가라앉았다. 어떤 일들은 차우미에게 물어볼 수 없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당연히 느낌이 왔고 그걸로 부족하고 증거가 필요하다.누구에게 인증 받을려면 당연히 여가현의 인정이 필요했다.두 사람은 룸에 들어갔고 룸이 바로 차우미 옆방일 줄은 몰랐다. 정말 우연이었다.룸에서 강서흔은 이미 카페트에 앉아 술병을 안고 만취한 상태다.차우미는 들어오자 독한 알코올 냄새를 맡았고 한눈에 카페트 위에 널브러진 술병들을 봤다.와인에 소주에 여러 가지 종류 정말 마시다 죽으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술을 마시다 죽으면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여기 직원한테 해장국 끓여달라고 해. 내가 강서흔이랑 얘기해 볼게.”“그래.”강서흔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주사를 부리지 않는다. 그는 술 버릇이 없기에 온이샘도 차우미랑 그가 단둘이 있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온이샘이 나가고 룸문이 닫혔다. 차우미가 소파에 앉아 강서흔을 조용히 바라봤다.그때 강서흔도 그녀를 봤고 표정이 멍했다.그는 취했지만 모든 것을 다 잊을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 술에 취하지 않아 정신은 멀쩡했다.차우미가 말했다.“강서흔, 가현이랑 어디까지 가고 싶어?”“어디까지......”강서흔은 몇 마디를 반복했고 낯설고 막막했고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물음을 한 적이 없었다.차
차우민는 꽃들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여자들은 남자랑 달라. 여자들은 결국 가정을 원하기 마련이야. 아무리 강한 여자여도 집이 주는 안전함이 필요해.”“그 집은 얼마나 단단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돼. 그저 폭풍우가 몰아칠 때 그녀를 지킬 수 있고 절대 버리지 않는다면 충분해.”“그거면 되.”강서흔은 입술을 깨물며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여가현을 잘 지키지 못했고 자신의 엄마한테 수모를 당하게 했으며 그런 엄마와 따지지 말라고 했다.그 시각 술병은 강서흔 손에서 점점 뜨거워지며 언제든지 부서질 것 같았다.차우미가 돌아서서 그를 보며 말했다.“사랑, 결혼, 가정 그저 간단한 말 같아도 어느 하나를 연결해 놓으면 다 어려운 단어야.”“너도 가흔을 사랑하고 가흔도 너를 사랑해, 이건 축복받은 일이야.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사랑만 갖고 안돼.”“너는 부모님도 있고 부모님이 너를 사랑해서 집안이 맞는 여자를 만났으면 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니야. 가현이도 부모님이 있고 부모님도 가현을 사랑해. 가현 부모님은 가현이 사랑받는 남편한테 시집가길 바라고 시어머니한테 이쁨 받길 바라는 것도 잘못된 거 아니야.”“잘못한 사람 없어.”“그저 너희들 집안 배경이 다를 뿐이고 자란 환경이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생각도 다른 거야. 그래서 오늘 같은 상황이 생긴 거야.”강서흔은 머리를 수그리고 몸이 바짝 긴장했다. 왜냐하면 차우미 말이 맞기 때문이다.이것이 더 잔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차우미는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하지만 난 여전히 모든 일에 절대적인 건 없다고 믿어. 어떤 일들은 바뀔 수 있고 일부 생각들도 바뀔 수 있어.”“사람은 매 단계마다 생각이 다 바뀌게 되여 있고 그 변하는 생각을 받아들이는지 안받아들이는지가 문제야.”“혹은 넌 어떤 결과를 원해?”“그 결과를 위해 노력할 준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강서흔의 마음이 움칠했고 눈이 커졌다. 어떤 결과를 원할까......차우미는 더 이상 얘기하지
달빛이 그윽하고 불빛이 영롱한 긴 복도에서 잔잔한 바람에 빛이 일렁인다. 불빛이 파도처럼 흔들리자 복고풍 그림이 눈앞에 나타난다.차우미는 준수하고 백옥처럼 정교한 사람을 보고 있다.입술이 움칠하다 머리를 저으며 말한다.“아니에요, 우리 가자.”그녀는 선배랑 두 사람이 안 맞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그저 친구 같다. 선배도 그녀랑 오래 만나면 그녀 몸에 있는 단점들을 많이 발견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녀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면서 부터 평온해지고 또 그녀가 그 말을 꺼내자, 온이샘이 긴장했던 마음도 평온해졌다.그 시각 온이샘은 손을 펴자 자신의 손이 땀으로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방금 한순간 온이샘은 차우미가 거리를 유지하자라는 말을 할까 봐 겁났다.정말로 겁났다.하지만 다행히 하지 않았다.차우미의 발걸음이 앞으로 향했고 온이샘도 마음속의 불안함을 갈아 앉히고 따라갔다.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고 대문으로 향해 걸었다.금방 대문 밖으로 나오자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앞에 덩치가 큰 사람이 보였다.어두운 밤에 그 사람은 정장을 입고 팔에 외투를 걸치고 진중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풍겼다.이때 그는 폰으로 뭘 보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를 쳐다본다.그는 키가 훤칠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비즈니스를 해온 탓에 카리스마스 있고 한눈에 주의할 수 있을 만큼 눈에 띈다.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말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미 떠난 줄 알았지만 지금 보아하니 떠나지 않았고 의외였다.그러나 남들이 다 갔는데 혼자 있는 거 보면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나상준은 그녀를 기다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차우미는 그가 자신을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필경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이번에 회성에서 흑단 이벤트 진행한다 해도 그건 하 교수와 진 아저씨 담당이다.차우미는 그냥 배치된 것뿐 그가 그녀를 찾아올 일은 없다.차우미는
나상준은 온이샘을 보지 않았고 그를 등지고 있는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그녀 몸에 있었고 마치 그녀 말고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차우미는 멍을 때렸다.나상준의 목소리를 그녀는 한 번에 알았다. 삼 년 아마 십 년이 지나도 그녀는 알 수 있다.근데 나상준은 왜 그녀를 기다리는 걸까?차우미는 매우 의아했고 돌아서서 나상준을 봤다.“당신......”그녀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상준이 기다린 걸 보니 꼭 중요한 일이 있었다.나상준은 아무 일 없이 그녀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차우미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멈췄다.선배가 옆에 있기에 말하기 불편했고 또 다른 일이 생각났다.오늘 밤 룸에서 사람들은 다 그녀와 나상준이 여전히 부부 사이인 줄 안다. 그때는 하 교수님이 자리에 있어 일부러 알려주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이 일로 나상준 측에서 언제까지 속이려고 하는지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차우미는 워낙 남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아 자기 일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괜찮았다.주요하게 나상준 측의 문제라 합리하면 차우미도 말을 맞춰줄 수 있다.때문에 차우미의 말이 잠깐 멈칫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그녀는 돌아서서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선배, 저녁 일찍 쉬어.”말이 끝나고 그녀는 온이샘을 보며 밝게 웃은 뒤 나상준과 같이 떠났다.온이샘은 자리에 서서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자 방금 전에 복도에서 봤던 그림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마음이 아팠고 더 이상 보지 못했다.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핸드폰을 꼭 쥐고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온이샘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차는 이미 멀리 떠났고 어두운 밤에 멀어져 가는 차 불빛만 보였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가현아,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어.”차가 천천히 차도에서 주행하고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이 시간 때 차량이 여전히 많았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괜찮을 듯하다.창문이 닫혀 있고 차 안은 조용하며 차우
차는 일정한 속도로 인행 도로를 지나 계속 앞으로 향해 달리고 있고 전혀 멈추려는 뜻이 없었다.차우미가 멈칫하며 운전석의 사람을 쳐다봤다.저녁은 고요하고 잘 개발되지 않은 도시의 밤이 더 깊어져 간다. 양옆의 풍경 수들이 얼마 전 도시 계획으로 인해 가지가 다 잘렸고 나무 기둥만 남았으나 가로등이 비치자 더 선명해졌다.도시의 불빛이 일찍 밝았고 조용해진 도시에 가로등은 여신처럼 청아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차 창문은 여전히 닫혀있고 바람 한 점 새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창밖의 불빛은 조용히 비춰 들어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나상준의 원래 깊은 눈매가 이 순간 더 깊어졌다.차우미는 눈빛이 흔들렸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고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그는 아마 할 말이 있겠지.차가 한 골목으로 들어가 어느 동네로 들어왔고 천천히 주차장에서 멈췄다.나상준은 파킹에 세우고 가이드를 내린 후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차우미는 그가 차에서 할 말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나상준이 차에서 내려버렸다.그녀는 멈칫하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나상준이 밖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차우미는 따라갔다. 근데 그는 계단으로 바로 올라갔다.마치 집에 도착해 두 사람이 같이 집으로 가는 것 같았다.그러자 차우미가 넋이 나갔다.나상준은 몇 발자국을 걸다가 뒤에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돌아섰다. 그리고 달빛 아래에 조용히 서있는 사람을 보고 말했다.“안가?”마친 전과 다를 게 없는 똑같은 말이다.차우미는 의아했다.그녀는 시선 속의 사람을 봤다. 달빛 아래에서 그의 눈매가 더 깊어졌고 몸에도 짙은 외투를 입은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전과 같이 훤칠하고 차분하다.그러나 나상준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나상준은 그녀랑 같이 집을 오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나야 맞다.그래, 나상준 지금의 뜻은 같이 집에 가자는 거다.차우미는 고민하고 그에게로 다가갔다.“우리 엄마 아빠한테 할 말 있는 거야?”그녀는 그런 줄 알았고 혹은 나
차우미가 이마 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상준의 단추에 입술을 박았고 순간 고통이 느껴졌다.그 고통에 그녀는 자신이 나상준의 품에 꼬옥 안겨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나상준은 차우미의 긴장을 눈치채고 머리를 숙여 품속의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이 빨개졌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내려놓고 그녀의 턱을 올렸다.어두운 불빛 아래 담담하던 얼굴에 고통이 가득했고 분홍색 입술이 꼭 담고 있었고 빨간 피가 입가에서 흘러내렸다.나상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허리를 잡은 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차우미의 입술을 닦아줬다.차우미는 아직 아픔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입술에 따뜻하고 낯서면서도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느끼는 기운에 그녀의 몸이 굳어져 버렸고 눈앞에 사람을 의아하게 쳐다봤다.나상준은 그녀의 입술을 보고 있었고 손수건으로 그녀의 다친 입술을 눌러 주고 있었다. 눈빛이 너무 지긋하고 처진 속눈썹에 눈빛이 가려져 눈매가 더욱 깊어 보이고 두려워 난다.차우미의 가슴이 철렁했고 반응하고 바로 그를 밀어버렸다.“나...... 나 괜찮아.”뒤로 물러섰으나 자신이 계단에 있는 것을 까먹고 또 발을 헛딛었다.몸은 뒤로 떨어지고 차우미의 눈에 황급함이 보였으며 무의식적으로 나상준의 셔츠를 잡았다하지만 나상준은 팔을 내밀고 차우미의 허리를 잡아 차우미는 뒤로 떨어지다가 나상준 몸에 붙었다.방금의 여운으로 차우미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정말 떨어졌다면 큰일 날뻔했다.나상준은 손수건을 넣고 허리를 꼭 잡으며 품속에서 놀란 그녀를 보고 말했다.“나도 같이 떨어졌으면 좋겠어?’차우미가 머리를 저었다.“아니. 나는......”무의식적으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의 시선과 마주한 순간 차우미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의 말은 탓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눈매처럼 깊으며 무언가에 눌리는 것 같고 무슨 의도를 표시하는 것 같지만 그녀는 또 알 수 없었다.나상준은
하선주는 잠에서 깼지만 완전히 꿈을 깨지 못 했다. 그러나 차우미를 따라 들어온 사람을 봤을 때 완전히 잠이 깨버렸고 졸음이 싹 사라졌다.“너......”하선주는 나상준을 가리키며 멍을 때렸고 자신이 환각이 생긴 줄 알았다.차우미는 하선주 소리에 일어섰고 엄마의 놀란 표정을 보며 말했다.“엄마, 이 사람 엄마랑 아빠 보러 왔어.”하선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딸을 보고 입술을 움찔했지만 말을 꺼내지 않았다.왜 보러 왔지?잘 살고 있는데 왜 전 사위가 보러 올 필요가 있지?하선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선주가 더 생각하기도 전에 나상준은 신을 벗고 차우미가 준 남성 슬리퍼를 신고 들어왔다.“어머님.”“.......”하선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무슨 어머님야?이미 이혼했는데 왜 그러지?차우미는 자신이 처음에 받아들이지 못 했던 것처럼 하선주도 당분간 나상준을 받아주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그러나 나상준이 이미 왔다. 그런 이상 주인 예의를 갖춰야 한다.차우미가 말했다.“먼저 앉아, 차를 갖고 올게.”하선주도 차우미와 나상준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차를 내오겠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우미와 하상준은 이미 이혼했고 지금 곁에 우수한 남자도 있다. 그런 이상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건 불편하다.하선주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차우미가 주방으로 향했고 하선주가 나상준을 봐라 봤다. 키가 훤칠한 사람이 서있으니 넓어 보이던 거실도 좁아 보였다.하선주가 말했다.“앉아.”“네.”하선주가 먼저 앉자 나상준도 앉았다.하선주는 정장을 입고 정중한 나상준을 보고 마음속에 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손님이 예의를 갖춰 방문했기에 눈치 주기도 애매했다.“우미 아빠 이미 잠들었어. 내일 아침 일찍 가게 나가 봐야 해서 깨우지 말지.”지금 온 사람이 온이샘이라면 하선주는 무조건 차동수를 깨운다. 하지만 나상준이라 불편한 것이다.나상준이 하선주의 뜻을 모를 리가 없다.“네, 아버님은 쉬게 하는게 좋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차우미도 내일 말하려고 했던 일을 오늘에 말할 수밖에 없다.하선주는 차우미가 꼭 나상준의 편을 들 거라는 성격을 알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딸이 이성적이라 예의상 나상준을 손님으로 대접하는 것을 알지만 엄마로서 마음이 아프다.필경 차우미를 슬프게 한 일이다.차우미는 시종 자상하게 말하며 눈가에 조금의 슬픔도 보이지 않았다. 하선주는 방법없이 응했다.“그래, 그럼 얘기해. 얘기하고 일찍 쉬어 알았지?”“알았어.”하선주도 나상준에게 딱히 할 말이 없어 방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앞에 무덤덤하게 앉아 있는 사람을 봤다.“우리...... 나가서 얘기할까?”“응.”나상준은 찻잔을 내려놓았고 눈빛은 여전히 고요했고 어떤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나갔고 두 사람은 밖에 복도에서 있었다. 어두운 불빛이 두 사람을 감쌌고 웜톤의 빛과 정적이 두 사람 사이에서 흘러갔고 마치 칠팔십 년대의 낡은 옛 사진처럼 길고 멀게 느껴졌다.차우미는 눈앞의 사람을 봤고 나상준은 그녀보다 많이 큰 관계로 항상 올려다봐야 했다. 그 이유로 그녀는 항상 그의 진한 눈빛을 볼 수 있었고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일사불란할 것이라는 눈빛이다.나상준과 함께한 삼 년은 차우미는 불안한 적이 없었고 마음속으로 주혜민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라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차우미는 그가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차분하고 이성적이고 침착한 나상준은 절대로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차우미는 웃으며 낮게 말했다.“엄마가 우리 이혼한 거에 대해 편견이 있어서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그녀의 눈매는 다정했다. 빛 때문이 아니라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항상 차분하다.나상준은 그녀의 차분함을 지긋이 바라봤다.“괜찮아.”그 대답은 예상대로였고 나상준도 정말 괜찮은 것이다.나상준은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차우미는 편하게 말했다.“오늘 밤 룸에서 상준 씨가 하 교서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