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가 다쳤어요.”나상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로 쏠렸다.하 교수는 화들짝 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어쩌다 다쳤어? 심각해?”나상준은 담담한 얼굴로 간략해서 설명했다.“사람을 구하다가 손을 다쳤는데 지금은 아물고 있는 단계예요.”그 말로 박물관 사람들은 그들이 이혼한 게 아니라고 확신했다.차우미가 왜 갑자기 돌아왔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상준이 그녀의 지금 상황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건 둘이 아직 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차우미가 먼저 말하려고 했지만 나상준이 그녀보다 빨랐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어떻게 내 현재 상황까지 세세하게 다 알고 있지?’“그랬구나. 정말 참하고 선량한 처자네.”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우미를 찬양하기 시작했다.“우미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잘 도와줬어요. 그래서 박물관 식구들도 다들 우미를 좋아해요.”“그래요. 말수는 적지만 가장 세심하고 부지런한 직원이죠.”“전에 진상 손님이 찾아온 적 있었는데 우미가 나서서 해결했어요.”“저렇게 얌전해 보여도 일할 때는 아주 결단력 있어요.”사람들의 칭찬에 차우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한 번도 자신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오히려 미지근한 성격과 반응이 느리고 고집스러운 성격이 고치기 어려운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그녀의 그런 특징은 오히려 단점이 아닌 배울 점으로 들렸다.나상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길쭉하고 하얀 손가락이 눈앞에 보이자 차우미는 잠깐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찻잔에서 따뜻한 김이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더 몽환적으로 보였다.오늘은 어쩐 일인지 자꾸만 옛날 일이 떠오르고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나상준은 한 번도 이렇게 자상하게 그녀에게 차를 따라준 적 없었다.메뉴가 계속 올라오고 사람들은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차우미는 천천히 반찬을 음미하고 있었고 옆에 앉은
고기를 삼킨 뒤에도 그녀는 어딘가 불편한지 찻잔에 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고기가 질겼나?’힘겹게 고기를 삼킨 뒤, 그녀는 접시에 반이나 남은 갈비를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이 한 토막을 다 먹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음식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안 먹으면 음식을 낭비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차우미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갈비로 젓가락을 가져갔다.그런데 이때, 옆자리에서 젓가락이 다가오더니 그녀가 먹다 만 갈비를 가져갔다.차우미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조용히 갈비를 자신의 접시에 내려놓고 야채를 그녀의 접시에 담아주었다.차우미는 그의 접시에 담긴 자신이 먹다만 갈비찜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나상준을 보니 그는 평상시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만약 그가 냉담한 성격이 아니고 그의 마음에 주혜민을 담고 있다는 걸 몰랐더라면 오늘 그가 보인 이상 행보는 아직 전처인 자신에게 미련이 남았다고 오해하기 충분했다.하지만 아닌 걸 알기에 그녀는 흔들리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단지 오늘 밤 보여준 그의 모습은 예전과 너무도 달랐기에 의아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다.차우미는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계속해서 식사에 집중했다.그는 부지런히 반찬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날라주고 있었다.평소에도 그녀는 야채를 즐겨 먹었던 것 같았다.나상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워진 그녀의 접시를 보고 그녀의 음식 취향에 대해 대략 알 것 같았다.‘육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그 뒤로 그는 그녀가 먹는 속도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을 집어 그녀에게 챙겨주었다.그렇게 묘한 분위기 속에 식사가 드디어 끝이 났다.“진 관장,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내일 직접 박물관에 한번 방문하겠네. 내일 가서 디테일한 부분을 의논하자고.”자리에서 일어선 하 교수가 진정국에게 말했다.진정국은 흔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박물관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상준이 걸음을 멈추었다.차우미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온이샘이었다.‘서흔 씨 만난다더니 여기서 만난 거였어?’복도 전방에 핸드폰을 들고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온이샘이 보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박물관 식구들도 걸음을 멈추고 온이샘을 바라보았다.그날 온이샘이 박물관으로 찾아왔을 때, 적지 않은 작업자들이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복잡한 시선으로 나상준의 눈치를 살폈다.예전에 차우미가 이혼했다고 추측했던 이유도 온이샘의 출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일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것 같았다.나상준의 옆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기에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표정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온이샘을 오늘 처음 보는 진정국은 그가 바로 직원들이 입에 마르게 칭찬하던 남자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진정국은 저도 모르게 나상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속을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온이샘의 출현은 뜻밖이었지만 만났으니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차우미는 하 교수에게 양해를 구했다.“교수님, 아는 선배가 저기 있는데 인사만 하고 올게요. 먼저 가세요.”하 교수를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남자들은 평균적으로 차우미보다 나이가 많았다.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안다고 온이샘이 차우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일반 후배들을 보는 눈빛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하 교수는 나상준을 힐끗 바라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어서 가봐.”사람들이 자리를 뜨자 차우미는 나상준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온이샘에게 다가갔다.온이샘은 전방에 우뚝 서서 가만히 있는 남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는 전화를 받으러 잠깐 나오는 길이었다. 강서흔은 이미 취했는데도 계속 술병을 끌어안고 있었고 말려도 듣지 않을 걸 알기에 가만히 자리만 지켜주고 있었다.그때 전화가 걸려와서 밖으로 나왔는데 하필 식사를 마치고
차우미는 온이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선배.”그녀의 얼굴에 따사로운 웃음과 부드러운 눈빛이 있었다.온이샘은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볼 줄 몰랐어.”“나도 몰랐어.”차우미는 오늘 밤 부가 별장에 온 이유를 말했고 온이샘은 들은 후 말했다.“그렇구나.”차우미가 말했다.“강서흔도 여기 있어?”“응.”온이샘의 얼굴엔 난처함이 보였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상황이 안 좋아.”차우미가 생각하더니 말했다.“나 들어가 봐도 돼?”“당연히 되지.”“너를 보면 더 좋아질 거야.”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고 그제야 온이샘 마음속에 있던 위기감이 가라앉았다. 어떤 일들은 차우미에게 물어볼 수 없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당연히 느낌이 왔고 그걸로 부족하고 증거가 필요하다.누구에게 인증 받을려면 당연히 여가현의 인정이 필요했다.두 사람은 룸에 들어갔고 룸이 바로 차우미 옆방일 줄은 몰랐다. 정말 우연이었다.룸에서 강서흔은 이미 카페트에 앉아 술병을 안고 만취한 상태다.차우미는 들어오자 독한 알코올 냄새를 맡았고 한눈에 카페트 위에 널브러진 술병들을 봤다.와인에 소주에 여러 가지 종류 정말 마시다 죽으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술을 마시다 죽으면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여기 직원한테 해장국 끓여달라고 해. 내가 강서흔이랑 얘기해 볼게.”“그래.”강서흔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주사를 부리지 않는다. 그는 술 버릇이 없기에 온이샘도 차우미랑 그가 단둘이 있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온이샘이 나가고 룸문이 닫혔다. 차우미가 소파에 앉아 강서흔을 조용히 바라봤다.그때 강서흔도 그녀를 봤고 표정이 멍했다.그는 취했지만 모든 것을 다 잊을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 술에 취하지 않아 정신은 멀쩡했다.차우미가 말했다.“강서흔, 가현이랑 어디까지 가고 싶어?”“어디까지......”강서흔은 몇 마디를 반복했고 낯설고 막막했고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물음을 한 적이 없었다.차
차우민는 꽃들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여자들은 남자랑 달라. 여자들은 결국 가정을 원하기 마련이야. 아무리 강한 여자여도 집이 주는 안전함이 필요해.”“그 집은 얼마나 단단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돼. 그저 폭풍우가 몰아칠 때 그녀를 지킬 수 있고 절대 버리지 않는다면 충분해.”“그거면 되.”강서흔은 입술을 깨물며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여가현을 잘 지키지 못했고 자신의 엄마한테 수모를 당하게 했으며 그런 엄마와 따지지 말라고 했다.그 시각 술병은 강서흔 손에서 점점 뜨거워지며 언제든지 부서질 것 같았다.차우미가 돌아서서 그를 보며 말했다.“사랑, 결혼, 가정 그저 간단한 말 같아도 어느 하나를 연결해 놓으면 다 어려운 단어야.”“너도 가흔을 사랑하고 가흔도 너를 사랑해, 이건 축복받은 일이야.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사랑만 갖고 안돼.”“너는 부모님도 있고 부모님이 너를 사랑해서 집안이 맞는 여자를 만났으면 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니야. 가현이도 부모님이 있고 부모님도 가현을 사랑해. 가현 부모님은 가현이 사랑받는 남편한테 시집가길 바라고 시어머니한테 이쁨 받길 바라는 것도 잘못된 거 아니야.”“잘못한 사람 없어.”“그저 너희들 집안 배경이 다를 뿐이고 자란 환경이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생각도 다른 거야. 그래서 오늘 같은 상황이 생긴 거야.”강서흔은 머리를 수그리고 몸이 바짝 긴장했다. 왜냐하면 차우미 말이 맞기 때문이다.이것이 더 잔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차우미는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하지만 난 여전히 모든 일에 절대적인 건 없다고 믿어. 어떤 일들은 바뀔 수 있고 일부 생각들도 바뀔 수 있어.”“사람은 매 단계마다 생각이 다 바뀌게 되여 있고 그 변하는 생각을 받아들이는지 안받아들이는지가 문제야.”“혹은 넌 어떤 결과를 원해?”“그 결과를 위해 노력할 준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강서흔의 마음이 움칠했고 눈이 커졌다. 어떤 결과를 원할까......차우미는 더 이상 얘기하지
달빛이 그윽하고 불빛이 영롱한 긴 복도에서 잔잔한 바람에 빛이 일렁인다. 불빛이 파도처럼 흔들리자 복고풍 그림이 눈앞에 나타난다.차우미는 준수하고 백옥처럼 정교한 사람을 보고 있다.입술이 움칠하다 머리를 저으며 말한다.“아니에요, 우리 가자.”그녀는 선배랑 두 사람이 안 맞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그저 친구 같다. 선배도 그녀랑 오래 만나면 그녀 몸에 있는 단점들을 많이 발견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녀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면서 부터 평온해지고 또 그녀가 그 말을 꺼내자, 온이샘이 긴장했던 마음도 평온해졌다.그 시각 온이샘은 손을 펴자 자신의 손이 땀으로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방금 한순간 온이샘은 차우미가 거리를 유지하자라는 말을 할까 봐 겁났다.정말로 겁났다.하지만 다행히 하지 않았다.차우미의 발걸음이 앞으로 향했고 온이샘도 마음속의 불안함을 갈아 앉히고 따라갔다.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고 대문으로 향해 걸었다.금방 대문 밖으로 나오자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앞에 덩치가 큰 사람이 보였다.어두운 밤에 그 사람은 정장을 입고 팔에 외투를 걸치고 진중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풍겼다.이때 그는 폰으로 뭘 보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를 쳐다본다.그는 키가 훤칠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비즈니스를 해온 탓에 카리스마스 있고 한눈에 주의할 수 있을 만큼 눈에 띈다.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말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미 떠난 줄 알았지만 지금 보아하니 떠나지 않았고 의외였다.그러나 남들이 다 갔는데 혼자 있는 거 보면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나상준은 그녀를 기다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차우미는 그가 자신을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필경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이번에 회성에서 흑단 이벤트 진행한다 해도 그건 하 교수와 진 아저씨 담당이다.차우미는 그냥 배치된 것뿐 그가 그녀를 찾아올 일은 없다.차우미는
나상준은 온이샘을 보지 않았고 그를 등지고 있는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그녀 몸에 있었고 마치 그녀 말고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차우미는 멍을 때렸다.나상준의 목소리를 그녀는 한 번에 알았다. 삼 년 아마 십 년이 지나도 그녀는 알 수 있다.근데 나상준은 왜 그녀를 기다리는 걸까?차우미는 매우 의아했고 돌아서서 나상준을 봤다.“당신......”그녀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상준이 기다린 걸 보니 꼭 중요한 일이 있었다.나상준은 아무 일 없이 그녀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차우미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멈췄다.선배가 옆에 있기에 말하기 불편했고 또 다른 일이 생각났다.오늘 밤 룸에서 사람들은 다 그녀와 나상준이 여전히 부부 사이인 줄 안다. 그때는 하 교수님이 자리에 있어 일부러 알려주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이 일로 나상준 측에서 언제까지 속이려고 하는지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차우미는 워낙 남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아 자기 일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괜찮았다.주요하게 나상준 측의 문제라 합리하면 차우미도 말을 맞춰줄 수 있다.때문에 차우미의 말이 잠깐 멈칫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그녀는 돌아서서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선배, 저녁 일찍 쉬어.”말이 끝나고 그녀는 온이샘을 보며 밝게 웃은 뒤 나상준과 같이 떠났다.온이샘은 자리에 서서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자 방금 전에 복도에서 봤던 그림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마음이 아팠고 더 이상 보지 못했다.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핸드폰을 꼭 쥐고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온이샘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차는 이미 멀리 떠났고 어두운 밤에 멀어져 가는 차 불빛만 보였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가현아,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어.”차가 천천히 차도에서 주행하고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이 시간 때 차량이 여전히 많았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괜찮을 듯하다.창문이 닫혀 있고 차 안은 조용하며 차우
차는 일정한 속도로 인행 도로를 지나 계속 앞으로 향해 달리고 있고 전혀 멈추려는 뜻이 없었다.차우미가 멈칫하며 운전석의 사람을 쳐다봤다.저녁은 고요하고 잘 개발되지 않은 도시의 밤이 더 깊어져 간다. 양옆의 풍경 수들이 얼마 전 도시 계획으로 인해 가지가 다 잘렸고 나무 기둥만 남았으나 가로등이 비치자 더 선명해졌다.도시의 불빛이 일찍 밝았고 조용해진 도시에 가로등은 여신처럼 청아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차 창문은 여전히 닫혀있고 바람 한 점 새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창밖의 불빛은 조용히 비춰 들어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나상준의 원래 깊은 눈매가 이 순간 더 깊어졌다.차우미는 눈빛이 흔들렸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고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그는 아마 할 말이 있겠지.차가 한 골목으로 들어가 어느 동네로 들어왔고 천천히 주차장에서 멈췄다.나상준은 파킹에 세우고 가이드를 내린 후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차우미는 그가 차에서 할 말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나상준이 차에서 내려버렸다.그녀는 멈칫하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나상준이 밖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차우미는 따라갔다. 근데 그는 계단으로 바로 올라갔다.마치 집에 도착해 두 사람이 같이 집으로 가는 것 같았다.그러자 차우미가 넋이 나갔다.나상준은 몇 발자국을 걸다가 뒤에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돌아섰다. 그리고 달빛 아래에 조용히 서있는 사람을 보고 말했다.“안가?”마친 전과 다를 게 없는 똑같은 말이다.차우미는 의아했다.그녀는 시선 속의 사람을 봤다. 달빛 아래에서 그의 눈매가 더 깊어졌고 몸에도 짙은 외투를 입은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전과 같이 훤칠하고 차분하다.그러나 나상준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나상준은 그녀랑 같이 집을 오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나야 맞다.그래, 나상준 지금의 뜻은 같이 집에 가자는 거다.차우미는 고민하고 그에게로 다가갔다.“우리 엄마 아빠한테 할 말 있는 거야?”그녀는 그런 줄 알았고 혹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