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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비서한테 연락 받았는데 그쪽에서 다 도착했다고 하더라고. 넌 어디야? 도착했어?”

“내가 괜히 바쁜 사람 불러낸 건 아닌지 모르겠네.”

수화기 너머로 자애로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상준은 멀어지는 가녀린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했다.

“도착했어요.”

“정말? 내가 괜한 약속을 잡은 건 아닌지 모르겠어. 바쁘면 억지로 자리 지킬 필요 없어. 언제든 돌아가도 돼. 다음에는 이런 부탁 안 할 거야.”

“아니에요. 이번 이벤트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네가 공예에 관심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잘됐네. 네가 있으니 이번 이벤트 잘될 것 같아.”

“문 앞이야? 내가 비서 내보낼게.”

“아니요. 이미 들어왔어요.”

“그래.”

전화를 끊은 뒤, 나상준은 떠들썩한 소리가 사라진 복도 끝 쪽을 잠깐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서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걸음을 옮겨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담당자는 차우미 일행을 룸으로 안내했다.

족히 스무 명은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룸이었다.

주최측 인원들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담당자가 진정국을 바라보며 소개했다.

“이분은 하 교수님이십니다.”

진정국은 곧바로 하 교수라는 노인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평 박물관 관장 진정국입니다. 하 교수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가워요. 다들 편하게 앉아요.”

하 교수는 푸근한 인상을 가진 70대 노인이었다.

차우미가 사람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려는데 하 교수가 입을 열었다.

“저분이 박물관 최연소 여자 조각사인가 봐요?”

오기 전에 이미 안평 박물관에 대해 조사를 끝냈기에 차우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진정국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제 친구의 외동딸인데 어려서부터 제 친구를 따라 목공예를 익혔죠. 타고난 재능이 남달라서 나이는 어려도 이 일을 몇십 년 동안 해온 선배들 못지 않아요.”

말을 마친 진정국은 차우미를 향해 손짓했다.

“우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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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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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나상준.. 차우미 보러 온 거 같은 느낌인데? 가뜩이나 회사일도 바쁜 사람이.. 공예에 관심이 있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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