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준은 대답하지 않고, 차우미가 건넨 떡을 받아 포장을 뜯고 한 입 먹었다.차우미는 그의 무심한 표정이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또 어딘가 조금 달라 보였다.어쩌면 그녀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퍽퍽한 떡이었기에 차우미는 승무원을 불러 따뜻한 물 두 잔을 요구했다.승무원은 응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물 두 잔을 가져왔다.“고마워요”차우미는 물컵을 받아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난 뒤, 한 잔은 나상준에게, 나머지 한 잔은 자신이 마셨다.그녀도 조금 목이 말랐던 것이다.나상준은 아무 말 없이 눈앞의 따뜻한 물잔을 보다가 잔을 들어 마셨다.이렇게 그는 여유롭고 우아하게 떡을 다 먹고, 손을 닦은 뒤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한숨 자려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의 모습에 더 이상 떡을 권하지 않았고, 창밖의 고요해진 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올라 승무원에게 담요 두 개를 요청했다.“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승무원이 나가더니 곧 얇은 담요 두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차우미는 담요를 받아 예의 바르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하나를 펼쳐서 나상준에게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 밤이 쌀쌀해 여름옷 차림으로 잔다면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었던 것이다.나상준은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작게 말해도 두 사람이 가까이 앉아 있어 그의 귀에 잘 들렸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차우미가 담요를 덮어줄 때도 그는 잠든 듯 눈을 뜨지 않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나상준에게 담요를 잘 덮어준 후, 자신도 덮었다.이때 비행기는 이미 이륙 준비를 마쳤고, 기내에서는 승무원이 안내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차우미는 승무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않았다. 그녀는 담요를 덮고 의자에 기대어, 편안한 자세를 찾은 후, 하품을 하고 눈을 감았다.그녀도 이제 피곤했던 것이다.10시 15분,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했다.비행기는 밤하늘을 가르는 굉음과 함
비행기는 한밤중인 자정 12시 20분에 청주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차우미는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에, 잠에서 깼다.그래서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그녀는 짐을 챙기고 휴대폰을 켠 후 나상준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나갔다.짐은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 그들은 출구로 곧장 향했다.차우미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녀와 나상준이 공항 로비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정확히 12시 반이었다. 차우미는 앞서 걷는 그를 보고 두세 걸음 뛰어가서 말했다.“상준 씨, 내일 시간 있어? 시간 있으면 우리 예은이 보러 가.”나상준은 일부러 기다려 주지 않았다. 그는 다리가 길었기에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컸고 차우미는 그를 따라가려면 작은 걸음으로 뛰어야 했다.지금 그의 옆에서 뛰고 있던 차우미는 조금만 속도를 줄여도 곧 그에게 뒤처졌기에 그녀는 계속 작은 걸음으로 따라가야 했다.이렇게 몇 초 만에 그들은 출구에 도착했다.운전기사는 이미 뒷좌석 문을 열고 나상준과 차우미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나상준은 차에 오르지 않고 차 밖에 멈춰 서서 몸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그녀더러 먼저 차에 타라는 것이었다.차우미도 나상준의 발걸음에 맞춰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상준의 눈빛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가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했다.“괜찮아. 데려다 줄 것 없이 나 혼자 택시 타고 호텔로 가면 돼.”그녀는 나상준이 자신을 호텔에 데려다줄 줄 알았다.나상준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보더니 드디어 말했다.“누가 너를 호텔에 데려간다고 했어?”“어?”차우미는 놀라서 나상준을 바라보며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나상준은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집에서 자면 안 돼?”이때야 차우미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는 그녀에게 함께 그의 집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한 것이었다.차우미는 놀라며 곧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안 돼.”“적합하지 않아.”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렇게 서서
그리고 뒤에 있던 차들은 스스로 방향지시등을 켜고 다른 길로 빠졌다.어떤 사람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지금의 나상준이 바로 그런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차우미의 말은 채 꺼내기도 전에 그 불쾌한 말에 끊겼다. 비록 한마디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굳어졌다.그녀는 뒤쪽의 차를 보며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일단 차에 올라서 이야기해.”그녀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말을 마친 차우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몸을 숙여 차에 탔다.나상준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더니 뒤에 있는 차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이 순간, 그의 눈에 방금 나타났던 살기가 사라졌다.그의 눈은 깊고 고요해서 날카로운 기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에 올라 쿵 하고 차 문을 닫았다.차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졌다.깊은 밤 사람들은 모두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청주는 짙은 잠에 빠져 있어 누구도 그것을 깨울 수 없었다.차는 밤 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였고 창밖의 풍경은 빠르게 지나갔다. 거리의 풍경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순식간에 피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화려함을 더했다.차 안에서 차우미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말했다.“상준 씨...”“우미 씨, 다시 말하지만, 예은의 일은 내가 시간을 내서 당신을 돕고 있는 거야.”“사실 이 일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어.”나상준은 원래 앞을 보고 있었지만, 마지막 말을 하며, 눈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하지만 당신 때문에 나는 지금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해야 해.”이 순간, 그는 마치 무자비한 판관처럼 철저한 사실을 차우미 앞에 내놓고 무척 냉정하게 말했다.차우미의 말은 꺼내자마자 끊겼지만, 그의 말은 매우 명확했고 불필요한 말 한마디 없이 그녀에게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차우미는 손을 꽉 쥐고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나상준이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이 일은 그가 시
차우미는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해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어떻게... 갑자기 선배 얘기로 이어진 거야?’아까 비행기에서 차우미가 무심코 온이샘을 언급했을 때, 그녀는 나상준이 온이샘 얘기를 하면서 그녀를 난처하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심지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그런데 지금,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나예은의 일인데 그는 오히려 온이샘 이야기를 꺼냈다.차우미는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상준이 왜 갑자기 상관없는 사람을 언급했는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나상준은 차우미의 표정을 보지 못한 것처럼 말을 이었다.“온이샘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나와 이렇게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가 뭐야?”“당신도 싱글이고, 나도 싱글인데 난 당신 곁에 나타나면 안 되고 당신에게 가까이 가면 안 되는 거야?”“아니면 온이샘만 가까이 할 수 있는 거야? 온이샘 빼고 다른 남자들은 가까이할 수 없는 거야?”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마치 돌처럼 그녀의 마음에 떨어지면서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이제야 그녀는 나상준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차우미는 입술을 달싹이며, 말하려 했지만, 나상준의 말이 다시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가까이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직장의 남성 동료, 하성우, 그리고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돼.”“유일하게 나만.”“나 나상준만 안되는 거지.”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좁은 차 안의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그의 숨결이 따뜻하게 다가왔다가 차가워지면서 그녀의 마음은 더 긴장됐다.그리고 이 순간 그의 차갑고 무미건조한 말에 차우미의 마음은 더 움츠러들었다.차우미는 눈썹을 찡그리며 곧바로 말했다.“아니야, 난...”“우미 씨, 왜 나에게 이러는지 말해줘 봐.”“내가 뭘 했길래 나를 이렇게 뱀이나 전갈처럼 피하는
나상준이 갑자기 차우미의 말을 끊었다. 그의 시선은 한순간에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그는 말을 이었다.“우린 3년간 부부였고, 한방에서 지내고 같은 침대에서 잤어. 그런데도 우리 3년간의 부부 감정이 다른 남자들과 비교될 수 있다고 생각해?”“온이샘이 감히 비교할 수 있겠어?”차우미: “...”나상준이 그녀의 말을 끊자, 차우미는 멍해졌다.그런데 나상준의 이어지는 말을 듣는 순간, 입이 떡 벌어져 더더욱 말문이 막혔다.차우미는 믿을 수 없다는 의아한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원래는 아주 간단하게 풀리는 일이었지만 나상준 앞에서는 왜 순식간에 꼬이고 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마치 실타래가 뒤얽힌 것처럼, 말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처음에 차우미는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풀리지 않는 상황이 돼버렸다.그녀는 이제는 나상준과는 소통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나상준은 그의 말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눈에 있던 차가운 기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그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혼자고, 나도 혼자고, 온이샘도 혼자야. 온이샘이 당신 옆에 있을 수 있다면, 나 역시 그럴 수 있어.”“다른 남자가 당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면, 나도 마찬가지로 가까이 갈 수 있어.”“이건 내 자유고, 당신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온이샘이 당신과 친구라면 난 당신과 3년간의 부부정이 있지. 설령 우리가 이혼했다고 해도, 우린 여전히 엮여 있어.”“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은 우리가 이혼했다고 해서 관계를 끊을 수는 없고, 나도 당신과 이혼했다고 해서 완전히 인연을 끊을 수는 없으니까.”“우미 씨, 나는 당신과 아무런 원한이 없고 결혼 생활에서 당신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 우리 이혼도 평화롭게 끝났으니 원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잖아. 그래서 우리는 온이샘보다 더 가까운 사이여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어떤 일은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안 되는 건 정말 안 되는 거다.차우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나상준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차 안은 순간적으로 너무 조용해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았고 숨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것 같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차우미는 시선을 돌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봤다.불과 몇 달 전에 이 도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3년 동안 살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처음 온 것처럼 낯설었다.어느새 차우미의 마음속엔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고, 머릿속엔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그 장면들은 모두 그녀가 청주에서의 기억들이었다.청주를 떠나면서 그 기억들도 봉인되었는데, 오늘 그녀가 돌아오자 조용히 풀려나듯 다시 떠올랐다.차우미의 생각은 점점 멀어졌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나상준과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잊어버렸다.시간은 소리 없이 흘렀지만, 이곳은 정지된 것 같았다.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옆 사람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소.”차우미는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나상준은 이미 눈을 떴고, 앞의 짙은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마치 끝없는 바다 같아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차우미는 마음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꺼내 자신이 예약한 호텔을 찾으며 말했다.“금난 호텔이야.”나상준이 입을 열었다.“금난 호텔로 가주세요.”“알겠습니다, 대표님.”곧이어, 운전기사는 방향 지시등을 켜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차우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옆의 남자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고마워.”그가 자신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그녀의 뜻을 존중해줬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차우미의 눈에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차가운 성격이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밤이 끝없이 내려앉아 도시 전체가 깊은 어둠에 덮였다. 마치 혼돈의 시작처럼,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호텔을 떠나 차는 약 20분 정도를 달려서 별장 앞에 멈췄다.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짐을 내려놓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짐을 나상준의 방에 옮겼다.하지만 짐을 다 옮기고 나와 보니, 나상준은 계단 앞에 서서 불이 켜진 저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의 눈빛은 깊고 고요했다.운전기사는 호텔 앞에서 차우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상준의 모습을 보다가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대표님께서 저녁 식사를 안 하셨다고 사모님께서 말씀하시던데. 식사를 시킬까요? 아니면 사람을 불러 준비해 드릴까요?”운전기사는 나상준을 오랫동안 모셨다. 차우미가 결혼하기 전부터 나상준을 모셨고 두 사람이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도 모두 지켜보았다.운전기사의 눈에 두 사람은 그냥 평범한 부부였다. 서로 예의를 지키며, 다투지도 않고 특별히 달콤하거나 로맨틱한 순간도 없었다. 그저 평온하고 아주 평범한 부부 생활이었다. 다만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운전기사는 잘 알지 못했다.하지만 오랫동안 나상준의 곁에 있으면서 그는 차우미 외에 다른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차우미가 이 집의 안주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비록 두 사람이 이혼했어도 차우미는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나 오늘 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운전기사는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도 얘기는 나누었지만 이렇게 작은 일로 오랫동안 논쟁을 벌인 적은 없었다. 특히 나상준은 이런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았다.물론, 운전기사는 남자로서 나상준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나상준은 오늘 밤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단 한 번도 없었다.이혼하기 전, 두 사람은 같이 차에 앉아도 거의 대화가 없었고, 말이 있어도 딱 필요한 말만 하고 금방 끝냈을 뿐 오늘처럼 오랫동안 다투는 일은 없었다.과
거의 열한 시이다.그녀가 이렇게 오래 자는 건 드문 일이었다.차우미는 휴대폰에 읽지 않은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 협탁에 놓은 뒤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나상준은 막 청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먼저 연락하기가 좀 그랬다.그녀는 그가 먼저 연락해 주길 기다렸다.하지만 차우미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녀는 이따가 준비를 마치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제과를 만들 재료를 살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나상준이 그녀에게 연락해 시간을 확정하면, 그녀는 그 재료를 들고 그의 집에 가서 만들어 놓고, 바로 나예은을 보러 갈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우미는 금세 세수와 단장을 끝냈고, 가방과 휴대폰을 챙긴 후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호텔을 나섰다.청주는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기후가 안평과 비슷했다. 모두 정상적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큰 일교차는 없었다.다만 청주는 해안가에 가까워서 여름철에는 안평보다 해가 더 일찍 뜨고 더 일찍 졌다.그리고 청주는 발달한 도시로 도시의 모습이나 지리적 환경 모두 자연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어 이곳의 발전은 안평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차우미는 청주를 떠난 지 몇 달 되었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이 이곳을 변하게 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여전히 그녀가 익숙한 청주였다. 그래서 차우미가 호텔을 나서자 익숙한 공기가 그녀를 맞이하였고,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고 이 햇빛 아래 만개한 풍경을 바라보았다.어젯밤 청주에 도착했을 때, 차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속에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햇빛 아래 서서 밤의 어둠이 걷히고 흐릿했던 풍경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그 낯선 느낌이 어느새 사라진 것을 느꼈다.완전히 사라졌다.차우미는 눈앞에 펼쳐진 익숙한 거리와 햇살에 반짝이는 상점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드물게 감회에 잠겼다.청주에 다시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적은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