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떤 것들은 기다릴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온이샘은 여가현에게 천천히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원래 차우미보다 몇 살 위였고, 자연스럽게 졸업도 먼저 했다.이것도 한 가지 이유였고, 각종 업무에 공부까지도 해야 한다. 또 차우미는 아예 온이샘한테 이성적인 감정이 없었다. 온이샘은 취업 문제에 더욱 중시해야 했고, 차우미 역시 여전히 아무런 마음이 없었다.온이샘의 생각과 행동은 나무랄 것 없다. 안정된 직장과 수입이 있어야 앞으로의 삶이 더욱 안정된다.이렇게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신경 쓰는 사람도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그렇게 온이샘은 몇 년 동안 바쁘게 살았다. 모든 것이 안정되고 나서 차우미도 졸업하고 안평시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같은 곳에서 노력하고,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그가 차우미를 향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함께 미래를 꾸밀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차우미의 결혼 소식이 들여왔다.맞다. 모든 것이 준비되고, 차우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내려고 하자, 차우미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갑작스럽고, 의외였다.하지만 사실이 그렇다.차우미와 나상준이 소개팅을 보고, 결혼까지 확정돼서 여가현에게 청첩장을 주고 나서야 차우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만약 여가현이 차우미가 다른 남자와 소개팅을 본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바로 온이샘에게 먼저 한 방을 보내라고 얘기했을 것이다.그런데 차우미가 여가현마저 속이고 있으니, 그 누구도 몰랐다.모두가 알았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고통스럽기도 하고,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어쩌겠는가.온이샘과 차우미는 인연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연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헛되게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그러고 차우미가 결혼하면서, 온이샘의 짝사랑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게 되었다.차우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이샘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 몰랐다. 아는 사람은 여가현과 강서흔뿐이었다.그래서 차우미가 이혼한 후, 여가현은 바로
강서흔이 말을 끊었는데, 여가현이 눈썹을 찌푸리고 불쾌함을 느꼈다.전화 한쪽에 온이샘도 강서흔의 말을 듣고, 난처함을 알아챘다.맞다. 난처한 상황이다.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온이샘은 눈동자를 굴리며,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왜 그래?”강서흔은 자기 때문에 여가현이 기분 나빠하는 표정을 짓는 걸 봤다. 그러나 쫄지는 않았다. 여가현의 책상 앞에 와서 몸을 굽히고, 팔을 책상에 기대면서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들이댔다.“뭐. 나는 괜찮은데,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없어서. 알잖아. 나도 지금 어디 갈 때 보고 해야 할 사람이 있잖아.”“어디 가도 우리 자기 허락을 받아야 해서. 우리 자기 허락 안 해도, 나도 허락 못 해.”“...”“...”온이샘과 여가현 둘 다 말이 없었다.강서흔의 능청스러운 웃음에 여가현은 어이가 없었다.그러자 온이샘은 잠시 멈칫하고, 이마를 짚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아주 그냥 깨가 쏟는다.그러나 강서흔은 자기가 한 말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여가현의 어이없는 얼굴을 보며, 더욱 능청스럽게 웃었다.“자기야, 맞지.”여가현은 강서흔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를 노려보며 손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스피커폰을 껐다.“선배, 갈게.”“시간은 선배가 정하는 거지?”휴대전화에서 여가현의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대답에 온이샘의 부러움을 달래줬다.“응. 내가 정할게.”“내가 안평시에서 주로 일을 많이 해서. 우미도 회성에 있고, 시간을 못 내.”“내 뜻은 우미가 회성에 돌아오면, 시간 잡는다고.”“내가 지금 알려주는 것도 미리 알려두라고 하는 거야. 미리 알면, 일정도 잡을 수 있잖아.”여가현은 온이샘의 말을 알겠다.“그럼 선배, 우리 어디 가? 며칠 동안 놀아?”온이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이어 말했다.“선배, 진도 빨리 나가야겠는데?”“선배랑 우미 둘 다 너무 더딘 거 같아. 근데 우미도 그런 성격이 아니라 나도 이해해. 특히 이번 영소시에서 우미랑 좀 더 가까
물론 여가현도 차우미가 온이샘을 인정하고 존경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만약 차우미가 온이샘이 별로였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여가현의 말을 듣고, 온이샘의 마음이 놓였다.“나도 오래 가고 싶긴 한데, 그래도 우미 상황을 봐서 결정해야지. 얼마 쉴 수 있는지 봐야지.”“가능하다면 사나흘 정도 가고 싶어.”여가현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그건 내가 우미랑 얘기할게. 사나흘 정도는 문제없을걸.”“나한테 맡겨. 선배는 어디 갈지 정해. 한 3, 4일은 우미랑 잘 얘기하면 가능할 수도 있어. 우리는 걱정하지 마. 언제든 시간 되니까.”여가현이 스피커폰을 끄고, 강서흔은 온이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듣고, 여가현 목소리만 들린다.그리고 여가현이 한 말에서 온이샘이 무슨 말을 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물론 그를 가장 기쁘게 한 것은, 여가현이 계속 둘을 우리라고 말한 것이다.마치 강서흔과 여가현이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평생 묶여 있으며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라는 단어로도 강서흔을 매우 기쁘게 했다.강서흔은 참지 못하고, 여가현에게 다가가 안고, 뽀뽀하고 비벼댔다.여가현은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자기한테 다가와서 뽀뽀하고 안기는데, 여가현이 통화하고 있다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 화가 난 여가현은 바로 강서흔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밀 수 없었다.여가현은 화가 나서 강서흔을 노려봤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전혀 없고, 계속 뽀뽀하려고 했다.이는 여가현을 더욱 화나게 했다. 강서흔을 한 방 때리고, 탁하는 소리에 강서흔은 움직이지 않고, 억울한 얼굴을 지으며 여가현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여가현은 강서흔을 가리키며 눈으로 협박했다. 또 함부로 굴면 자기를 만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듯했다.“...”강서흔은 묵묵히 머리를 숙였다.그리고 여가현을 안고, 얼굴을 몸에 기대고 움직이지 않았다.여가현은 강서흔이 말을 듣지 않을 거로 생각해서, 정말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런데 강서흔이 정말 꼼짝도 움직이지 않
온이샘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온이샘은 앞 가로등에 물든 야경을 바라보며, 기분이 이상했다.그는 시동을 걸고 학교를 떠났다.열심히 걸음을 빨리하고, 진도를 나갈 것이다.이미 차우미를 3년이나 놓쳤는데, 더 이상 놓칠 수 없다.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려오자, 여가현은 바로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내버렸다. 화를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어, 강서흔을 냅다 밀어내며 소리쳤다.“강서흔! 내가 통화할 때 하지 말라고...”“왜 너한테 전화해? 그냥 나한테 전화하면 되잖아.”“방금 온이샘이 나한테 전화한 것처럼, 그냥 나한테 얘기하면 되지.”“네가 다른 남자랑 통화하는 거 싫어. 내 친구도 안 돼!”여가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고개를 들어 잡고 말을 끊었다. 마치 자신의 영역이 침략당하는 듯한 불쾌함을 느꼈다.“...”여가현은 강서흔의 질투하고 난리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여가현 마음속에 누가 제일 일 순위인지 그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그 한마디에 여가현과 싸우려고 하니, 정말 유치했다.여가현은 강서흔을 상대하기 귀찮아하며 말했다.“저리 가. 아직 일도 안 끝났어.”여가현은 평소에 남자를 만날 일도 많고, 전화도 많이 하는데, 그녀가 어떻게 일일이 전화를 걸지 못하게 할 수 있겠는가.강서흔이 할 일이 없어서, 일부러 여가현에게 존재감을 찾는 거다.그러니 이럴 때 더욱 상대하기 싫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뻤다.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를 신경 쓰니, 여가현은 당연히 기쁘다.강서흔은 여가현이 자기 말을 듣지 않자 초조해졌다. 그녀를 더 꽉 껴안고, 책상 위에 있는 서류와 노트들을 다 덮었다. 그리고, 여가현에게 뽀뽀하면서 말했다.“약속해!”“약속 안 해주면, 가만히 안 둘 거야.”“...”지금 강서흔이 여가현과 한 판 붙으려고 하는 거다. 여가현은 자기가 위협적인 말을 하지 않으면, 강서흔이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았다.여가현도 더 이상 강서흔을 밀어내지 않고, 뽀뽀하라고 내버려뒀다.
남자로서 강서흔은 나상준이 문제가 있다고 의심한다.백 퍼센트.그렇지 않으면, 결혼을 왜 했는가.털끝도 건드리지 않고.문제가 있는 거다.강서흔은 여가현이 걱정하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시 여가현을 끌어안고 비위를 맞춰갔다.“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차우미는 네가 가장 아끼는 친구이고, 온이샘은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야. 우리 둘 다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잖아. 이번에는 내가 어떻게 해서든 내 친구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거야.”여가현은 가볍게 대응하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온이샘 부모님.차우미는 이번에 결혼하면 두 번째다. 비록 모두가 차우미의 몸은 아직 처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재혼은 결국 재혼이고, 듣기 좋지 않다.온이샘의 집안은 여가현도 잘 알고 있다. 여가현이 이 바닥에서 일한 세월이 있고, 청주에도 오랜 시간 동안 있었는데, 명문은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다.온이샘의 집안은 나상준보다 뒤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온이샘의 부모님이 차우미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여러 가지 생각하는데, 여가현은 미간을 찌푸렸다.강서흔은 자기가 이렇게 말하면, 여가현이 안심할 줄 알고,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안심은커녕 오히려 더 걱정했다.강서흔도 따라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여가현은 강서흔의 걱정을 듣고, 생각을 접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샘 선배 집안은 어때? 아니다. 이샘 선배 부모님 어떤 분이셔? 당신 부모님이랑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어려워?”이 말에 강서흔은 가슴이 찔렀다.여가현도 말을 꺼내고,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다. 둘은 이미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특히 강서흔 부모님 이야기는 더욱 안 하기로 했다.여가현은 강서흔의 선명한 안색 변화를 보고, 마음에 가시가 찌르는 듯했다.비록 강서흔의 보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 강서흔이 보모 이야기에 달라진 얼굴을 보며, 마음
여가현은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게 알려진 변호사가 되었지만, 결코 부잣집 출신이 아니다. 그녀는 온이샘 부모님과 나상준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그리고 딱 봐도 비교가 된다. 온이샘의 성격은 뭐라 말 할 것 없이 좋고, 나상준보다 훨씬 낫다.자연스럽게 온이샘 부모님의 성격도 나상준 부모님보다 나을 거다.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여가현의 추측일 뿐이야.확인하려면, 강서흔이 필요하다.여가현은 자나 깨나 차우미만 생각하고 있다. 전의 가슴 찌르는 아픔도 사라지고, 모든 것이 예전과 같이 회복됐다.강서흔도 여가현의 변화를 알아챘다. 더 이상 옛날 일에 고민할 필요가 없고,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강서흔의 안색도 좋아지면서 입을 열었다.“어머님, 아버님 둘 다 좋은 분이셔. 성격도 좋으시고, 마음도 따뜻하셔. 온이샘 성격이 아버님 닮아서 그래. 온이샘만 봐도 아버님 성격 알 수 있어. 별 차이 없어. 어머님도 밝고 친절하셔. 말도 예쁘게 하시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야.”“어머님, 아버님 둘 다 온이샘을 믿고, 마음이 놓이신 데. 자기 자식을 대신해 뭘 결정할 분들이 아니야. 그리고, 자녀가 자기 뜻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부모님도 아니야. 자식을 아주 존중해. 그래서 온이샘이 그동안 연애 한 번 못 해봐도, 두 분은 걱정도 안 하시고, 급하지도 않아.”강서흔의 부모님처럼 자식 일에 간섭하고, 스트레스를 주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지 않다.심지어 강서흔의 부모님은 자식의 허락 없이 다른 여자랑 소개팅도 시켜준다. 강서흔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부모님과 여가현과 결혼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그들도 이처럼 간섭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었다.무슨 일만 일으키지 않는 이상, 다른 건 다 괜찮다.하지만, 강서흔이 여가현과 약혼하고, 결혼할 거라는 말을 꺼내자, 여가현의 집안에 관해 물어보고, 완전히 달라졌다.180도로 천지 차이가 난다.그들은 강서흔이 자기 집안이랑 맞지 않는 사람이랑 연애는 할 수
다 강서흔의 잘못이다.그가 틀린 거다.지금 이 순간, 강서흔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후회와 용서를 빌고 있다. 여가현을 바라보며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만 느꼈다.자기가 그런 나쁜 놈인데, 여가현을 그렇게 대했는데도 함께 있고 싶어 한다니, 강서흔은 자기가 여가현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 그는 오늘부터 여가현에게 무조건 잘해 줄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여가현의 말을 들을 것이다.여가현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앞으로 여가현에게 매달리고, 떠나지 않을 거다.강서흔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데, 애정 어린 두 눈으로 여가현을 바라보았다. 정말 자신을 온전히 여가현에게 맡기고, 하라는 대로 한다는 눈빛이었다.그러나 여가현은 강서흔의 눈빛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차우미와 온이샘 생각뿐이었다.강서흔이 온이샘 부모님의 성격을 말하고 나서, 여가현도 마음이 좀 놓이고, 걱정이 덜해졌다.성격이 좋은 부모는 막 나가지 않을 거고, 자식을 간섭하지도 않는다.그들은 자식의 선택이 제한되지 않도록 이해할 줄 안다.제한돼도 소통의 여지가 있다.여유가 있으면 기회도 있는 법이다.좋다. 아주 좋다.여가현은 잘 나가는 집안에 있는 보편적인 문제를 안다. 그것도 어디 출신인지, 어떤 집안인지를 제일 따진다.아무리 인성이 좋아도 이혼녀를 다 받아주지는 않는다.여가현은 이 일을 온이샘이랑 잘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강서흔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상준 부모님은?”강서흔은 온이샘 부모 얘기만 했지, 나상준 부모님 얘기는 하지 않았다.차우미도 나씨 집안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나상준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할 수 있다.영소시에서 차우미가 몇 마디 얘기하고, 그때 나상준 어머니가 차우미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다는 걸 알았다.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여가현은 나상준 어머니가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여가현은 질문하고, 강서흔의 눈빛 변화를
“나상준 아버지는 뵌 적이 있는데, 말수가 적으신 분이야. 하지만 아주 의젓한 느낌을 주셨는데, 딱 봐도 옛날에 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다 하는 신하 같은 사람이야. 좋은 분이셔.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을 분이신 거 같아.”“나상준 어머니도 만나봤는데, 내가 느끼는 바로는 그렇게 살가운 성격은 아닌 거 같아. 되게 도도하고 차가우셔. 모르는 사람한테는 겉으로만 예의 바르고, 진심이 와닿지 않아.”“좀 멀리서만 있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내가 보는데, 나상준은 딱 두 사람 성격을 반반씩 가지고 있어. 침착하고, 말수도 적어. 몸에 부모님의 문학가 성향이 가득 차 있어. 아버지의 침착함, 그리고 어머니의 담담함을 가지고 있어. 부모의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셈이지.”강서흔은 말하면서 방금 죄송스러운 눈빛은 사라지고, 웃음을 터뜨렸다. 되려 구경꾼으로서 구경하는 듯했다.강서흔은 나씨 가문과 나상준을 존경한다.젊은 나이에 벌써 이와 같은 신분과 지위를 가지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하지만 자기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상준에게 시집간 후로는 그런 느낌이 사라졌다.특히 나상준이 차우미랑 3년 동안 결혼했는데,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다니, 그는 나상준이라는 사람은 괜찮은데, 병이 있다고 생각했다.하나님이 나상준이 태어났을 때, 다른 문은 다 열어줬는데, 한 가지 문만 닫혔다.하느님은 공평하다. 아주 좋은 면도 줬지만, 또 다른 흠집 있는 면을 주기도 한다.좋다. 아주 좋아!여가현은 강서흔의 말을 듣고, 이전의 불쾌함도 따라 사라졌다.하지만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강서흔이 나씨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차우미가 지난 3년 동안 나씨 집안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알겠다.마음이 아팠다.그래도 지금은 지옥에서 벗어났으니 다행이다.다 좋아질 것이다.여가현은 눈에서 굳은 의지가 보였다. 나씨 집안에 비하면, 온씨 집안은 정말 괜찮다.적어도 온기가 있다.그녀는 차우미의 행복은 온이샘에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