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호텔.달칵.스위트룸의 문이 닫혔다.나상준은 슈트를 소파에 걸치고,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놓았다. 그러고 시계를 떼어내 휴대전화 옆에 두고, 단추를 풀며 욕실로 걸어갔다.그가 막 두 발짝 걸어가는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하성우.화면에 익숙한 이름을 보고, 나상준은 바로 받지 않았다. 몇 초 지나서 시간을 확인하고 받았다.“여보세요.”나상준은 고개를 살짝 들고, 시선은 창밖으로 떨어졌다.지금 시간은 모두 잠을 자야 할 시간이었다. 도시 전체가 조용해지고, 형광등 불빛만이 아른아른 빛이 난다.하성우는 휴대전화 너머로 아무런 기동도 없는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따라서 눈도 빙그레 웃기 시작했다.“일 다 끝났어?”분명 할 얘기가 있는데, 일부러 나상준을 놀리려고, 묻지도 않았던 안부까지 물었다.나상준도 하성우의 목적을 알아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이제 끝났어.”하성우는 이 대답을 듣고 더욱 유쾌하게 웃었다.“내가 딱 맞춰서 전화했네.”나상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그는 휴대전화를 들고,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아무런 불만도 없이 하성우가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하성우는 나상준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나상준이 자기가 이어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을 알았다. 자기가 말하지 않으면, 아마 전화를 끊을 것이다.하성우는 이 사람을 너무 잘 안다.이에 하성우는 몸에 힘을 빼고, 소파에 기대어 팔을 벌린 채, 소파 팔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오늘 형수님이 나연이한테 가셨어.”일단 천천히 입을 열고, 나상준이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했다.나상준은 눈동자가 약간 움직이고,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가서 뭐 했는데?”바로 물었다. 이건 명백한 관심이다.하성우의 예상했던 대로였고,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의 말투에서 하성우는 나상준이 지금 차우미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그와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성우의
하성우는 이렇게 빨리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상준이 정말로 전화를 끊고, 심나연에게 전화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 내가 안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나연이 자고 있어. 방해하지 마. 발도 다쳐서 쉬어야 해.”하성우는 화제를 돌려, 이 전화를 건 목적을 말했다.“형수님이 오늘 나연이를 찾으러 간 건, 네가 예은이한테 선물을 사준다고 얘기하기 위해서야.”“나연이가 그러는데 형수님이 네가 예은이한테 선물을 사줘야 하는데, 가서 고를 시간이 없대. 그래서 미리 가서 찾아보고, 네가 돌아오면 같이 사러 갈 생각이라고 했어.”“근데 형수님이 회성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마침 나연이도 심심해서 형수님을 불러왔어. 형수님도 이걸 계기 삼아 아이 물건을 파는 곳을 물어봤어.”“정말 예은이한테 선물 사주려는 거 아니지? 그냥 핑계로 형수님이랑 쇼핑하러 가고 싶은 거지?”“같이 있으면서, 둘 사이의 감정 회복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하성우도 더 이상 꾸물거리지 않고, 한 번에 설명을 다 했다. 동시에 나상준의 진짜 목적도 폭로했다.그렇다. 목적이다.나예은한테 선물을 사주고 싶은 게 아니라, 차우미랑 같이 있고 싶은 사심이다.아이를 핑계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하성우는 나상준을 알아도 너무 잘 안다.심나연이 하성우에게 차우미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말했을 때, 하성우는 1초 만에 이 사람이 무슨 속셈인지 알았다.하성우의 숨도 안 쉬는 듯한 속도의 말들이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데, 한 글자도 빠짐없이 나상준의 귀에 들어갔다. 나상준은 눈빛에 변화가 생기고, 전화를 끊으려던 손가락을 걷어두고, 다시 전화를 받았다.“심나연이 말했다고?”하성우의 말에 대해 그는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하성우의 말이 사실임이 분명하다.나상준의 평소와 같은 말투와 목소리를 듣는데, 하성우에게 목적을 들켰는데도 침착하고, 조금도 이상함을 감지할 수 없었다.정말 세다.하성우는 비록 나상준이 온이샘과
아침 8시 30분. 사우스 호텔.회의실 안.“오늘은 잠시 멈추고, 최근에 나간 진도를 정리해 봅시다.”아침 일찍 회의실에 도착하자 하종원이 말했다.하종원의 말을 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하종원은 차우미를 보고 웃었다.“우미야. 네가 정리한 거 얘기해 봐.”차우미는 매일 꼼꼼하게 메모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일과를 정리한다. 차우미의 수첩에는 그동안의 업무 진행 상황, 그리고 매일 회의 요점과 결과를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후속 작업이랑 그녀의 생각도 모두 적어뒀다.그리고 바로 어제 오후, 일이 끝나고 하종원은 차우미에게 최근에 업무 진도를 정리했느냐고 물었는데, 정리했다고 대답했다.하종원이 보려고 하시자, 차우미는 자신의 수첩을 건냈다. 다 보고 매우 만족해하며, 웃으면서 내일 아침에 직원들에게 말해서 업무 진도를 정리하라고 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리고 오늘 아침, 차우미는 일찍 일어나 업무를 정리했다. 그녀의 수첩에는 이때까지 모든 과정과 후속 작업 계획이 깔끔하게 기록되어 있다.“네.”차우미는 하종원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장을 열어 가장 최신에 정리된 페이지를 펼치고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박물관 전체의 스타일 디자인을 확정했었는데, 일곱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즉 일곱 개의 구역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첫 번째 구역은 오목의 기원, 오목의 문화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나머지 여섯 개 구역은 오목을 주체로 하여, 우리 역사와 문화를 조각된 형식으로 전 세계에 보여주는 목적입니다.”“그리고 이 여섯 개의 구역을 구분하자면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신화를 주제로 하는 것입니다. 회성 현지에 알리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과 신화 이야기로 조각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세상 만물에 대한 존경을 가지게 하는 겁니다. 둘째, 오목을 비롯하여 불교문화를 널리 알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불교문화로 인해 깊은 영향을 미치는데, 빠질 수 없는 한 가지입니다. 셋째, 역사적인
하종원은 차우미의 발표를 듣고, 얼굴에 웃음이 더 짙어져서 매우 만족해했다.직원들의 얼굴을 살피는데 모두 긴장을 풀린 얼굴이었다.하종원은 비록 나이가 많지만, 몸도 건강하고 사람의 마음도 잘 헤아린다. 요즘 회성에서 잔뜩 긴장하면서 일을 했다.그리고 차우미를 제외하고는 다들 나이가 적지 않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밖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하종원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그는 웃으며 말했다.“거의 끝자락에 달려가고 있으니 다들 조금만 버팁시다.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내일 여러분께 휴가를 낼 예정입니다. 푹 쉬도록 하세요.”“회성에 온 뒤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휴가도 없지 않았습니까.”“내일 하루 시간 내서 다들 일할 생각 마시고, 가고 싶은 데로 가서 쉬세요.”“오늘 업무 끝나면, 내일은 휴가입니다. 휴가 끝나면 이어서 후속 작업 들어가서 잘 마무리될 때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다들 가정이 있고 자녀도 있는 사람들이다. 회성에 온 뒤 확실히 제대로 구경을 한 적이 없었다. 자녀들이 무엇을 사 오라고 해도 어디로 가서 사야 할지 모른다..하종원의 말을 듣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고 진정국을 쳐다봤다.어쨌든 관장인 진정국의 말을 따라야 했다.진정국도 직원들의 마음을 알고 있어 하종원의 말을 듣고, 전혀 놀라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하 교수님의 말씀을 따르세요.”휴가에 관한 일은 하종원이 전에 진정국에 말한 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시간을 말하지 않아서 그도 묻지 않았다.지금 하종원의 말을 듣고, 그도 승낙했다.회성에 오면 모든 것은 하종원의 말에 따랐다.진정국이 이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교수님 말씀 듣겠습니다.”하종원이 웃었다.“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죠.”그러고 직원들은 계속 일을 하는데, 오직 차우미만이 하루 쉰다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이것은 그녀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일이 끝날 때까지 쉬지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비행기는 이미 회성 국제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저희 항공편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승무원의 아름다운 소리가 기내를 가득 메웠다.일등석.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나상준은 슈트 점퍼를 손목에 걸치고, 휴대전화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뒤에서 허영우가 캐리어를 들고 바싹 따라갔다.그들은 어제 주강시의 업무를 끝냈다. 예전대로라면 그들은 어제 돌아왔어야 했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돌아오기는커녕 소영시까지 갔다.맞다. 소영시.소영시에는 NS 그룹의 자회사가 있고, 나상준이 소영시에 가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그러나 나상준은 이렇게 갑자기 일정을 바꾼 적이 없었고, 소영시에 가기 전에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허영우를 매우 놀라게 했다.왜냐하면, 나상준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소영시에 도착한 후, 나상준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회사 매장에 가서 직접 조사를 했다.동시에 소영시 자회사의 모든 데이터를 빼내라고 했다.나상준의 지시를 받고서야 이해했다.나상준이 일부러 기습 공격을 하려고 했던 거였다.NS 그룹의 자회사는 소영시에서의 여러 가지 방면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어 안심시킨다.사람은 항상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 나상준처럼 신중한 사람은 더욱 말이다.허영우도 나중에는 놀라지 않았다.그렇게 소영시에서 하루 머물다가 오늘 돌아왔다.모든 것이 평소와 같다.나상준은 VIP 통로로 나와서 바로 공항을 나와 차에 탔다.허영우도 짐을 트렁크에 넣고 차에 올라탔다.차에 오르자마자, 허영우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대표님, 지금 시간이 거의 12시인데, 호텔로 바로 가실 건가요? 아니면 사모님께서 점심 드시는 곳으로 먼저 가실 건가요?”나상준이 차우미를 신경 쓴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허영우는 그녀의 현재 상황을 더 잘 알게 되었다.차우미가 회성에서 일하는 업무는 나상준이 투자한 프로젝트입니다.그 프로젝트도 허영우가 담당했었다. 그는 현재 차우미의 근무 시
부드러운 목소리가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처럼 무심코 나상준의 마음을 흔들었다.지금, 이 순간, 주위의 모든 것이 변했다.더는 담담하지 않고, 차갑지 않다.모든 것이 생기가 돌고 온기가 돈다.나상준은 눈빛이 약간 변하더니, 마음속의 깊은 마음도 변했다.“어디야.”그는 창밖의 하늘을 보고 있는데, 날은 밝고, 빛은 작열하며, 모든 것이 여름이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전화가 온 것을 보고, 그가 회성으로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고 지금 그의 말을 듣고 회성에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시야드 레스토랑.”차우미는 통화하면서 앞을 보는데 다들 이미 멀리 떨어졌다.그런데 직원들 뒤에 있던 양진욱이 차우미가 안 보이자 뒤돌아보니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하는 차우미를 발견했다.차우미는 양진욱을 보고 나상준에게 말했다.“잠깐만 기다려봐.”그러자 차우미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말했다.“아저씨, 먼저 가세요. 저는 이따가 혼자 돌아갈게요.”양진욱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알았어.”양진욱은 더는 말하지 않고 떠났다.차우미는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물었다.“돌아온 거야?”나상준은 휴대전화에서 빠른 소리가 들려오고는 바로 조용해졌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돌려 스위트룸을 나왔다.차우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을 때 그는 이미 복도에 서서 어디로 가는 중이었다.“응.”나지막한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감정 기복도 없어 그의 마음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차우미는 이 목소리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상준의 대답을 얻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잘됐다.”“오늘 오전에 하 교수님이 내일 하루 쉬라고 하셨어. 원래 내일 나연이 보러 가려고 했는데, 네가 돌아왔으니 안 가려고. 내일 언제 시간이 되는지 확인해봐. 우리 내일 예은이 선물을 사러 가자.”나상준은 엘리베이터 앞에 와서 내려가는 버튼을
차우미는 바로 그 차를 알아봤다.회성에 온 후로부터 나상준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하게 된다.차우미 앞에 차가 멈췄는데 한눈에 나상준의 차임을 알아챘다.그녀는 오가는 차량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벤츠의 뒷좌석으로 향해 바라보았다.딸깍, 뒷좌석 문이 열린다.장인의 손길을 곁들인 검정색 구두에 수트를 입고 길쭉한 다리를 뽐내며 차에서 내려왔다. 탁월한 몸매와 차가운데 잘생긴 얼굴이 숨김없이 햇빛에 드러냈다.나상준의 눈부신 외모에 시선이 저절로 그에게로 쏠린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나상준이 일을 다보고 메시지를 보면 답장할거라고 생각했지만, 바빠서 지금까지도 답장을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그런데 나상준이 자기 눈앞에 나타났다.차우미가 물었다.“바쁘지?”나상준이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자기 앞에 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자신의 궁금증을 물었다.궁금증이라고 하지만 거의 확실했다. 그냥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말을 해야 했다.나상준은 햇빛에 그을린 얼굴이 발그레한 차우미를 보는데, 예전처럼 하얗지 않고 홍조가 가득해서 해빛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았다.뜨거운 햇살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숱도 많고 긴 속눈썹안에 빛을 드러내는 눈이 아무리 덥고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부드럽고 살가웠다.“왜 밖에 있어.”의문문이었지만 입 밖에 내뱉는 게 사실을 진술하는 거였다.차우미가 방금 무슨 말을 해야 하듯이 나상준도 지금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그녀는 나상준이 대답하기를 기다렸지만, 그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차우미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난 직원들이랑 밥 다 먹었어. 직원들은 이미 갔고. 나도 밥을 다 먹었는데 계속 안에 있을 순 없어서 나와서 기다렸어.”“근데 괜찮아. 맞다. 하 교수님한테 할 말 있어?”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어 말했다.“교수님도 이미 가신 지 좀 됐어. 지금쯤 호텔에
차우미는 그 여인이 잡은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서너 살짜리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였다.둘은 아주 완벽히 닮았고, 동그란 얼굴에 눈도 아주 컸고 귀여웠다. 아이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차우미는 아이를 매우 좋아한다.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이 두 쌍의 순수한 눈을 보고, 나예은이 생각나서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눈빛이 녹을 것만 같았다.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눈에는 부드러움이 가득하다.여인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이 길을 못 봤다고, 아이랑 상관없다고 말하려고 했다.그러나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그 여인이 마지막에 한 말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다.남자친구...차우미와 나상준은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가 아니다.하지만, 지금 차우미와 나상준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차우미는 잠시 멍해 있다가 나상준의 품에서 물러나 거리를 뒀다.그녀는 자연스럽게 나상준의 품에서 나와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않았다.“아니에요. 제가 길을 안 봐서 그런 거예요. 두 아이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리에 밝아야 한다.이건 서로서로 존중하는 법이다.아이들의 부모도 옳고, 차우미도 옳다.여인은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아닙니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제가 잘 보질 못했어요.”차우미는 부드러운 눈빛을 드러냈다.“한창 뛰어다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나이잖아요. 부모가 항상 곁에서 돌봐줄 수도 없고.”“괜찮아요.”말을 마친 차우미는 얌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두 꼬마를 보고, 마음이 녹은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란성 쌍둥이죠?”예전 같았으면 차우미는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귀여운 두 아이를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이 많아졌다.“네. 장난꾸러기 두 명인데 임신하면서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런데 태어나서 애들을 보는 순간, 모든 고생이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