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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작가: 유리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비행기는 이미 회성 국제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저희 항공편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무원의 아름다운 소리가 기내를 가득 메웠다.

일등석.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나상준은 슈트 점퍼를 손목에 걸치고, 휴대전화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뒤에서 허영우가 캐리어를 들고 바싹 따라갔다.

그들은 어제 주강시의 업무를 끝냈다. 예전대로라면 그들은 어제 돌아왔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돌아오기는커녕 소영시까지 갔다.

맞다. 소영시.

소영시에는 NS 그룹의 자회사가 있고, 나상준이 소영시에 가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나상준은 이렇게 갑자기 일정을 바꾼 적이 없었고, 소영시에 가기 전에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허영우를 매우 놀라게 했다.

왜냐하면, 나상준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영시에 도착한 후, 나상준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회사 매장에 가서 직접 조사를 했다.

동시에 소영시 자회사의 모든 데이터를 빼내라고 했다.

나상준의 지시를 받고서야 이해했다.

나상준이 일부러 기습 공격을 하려고 했던 거였다.

NS 그룹의 자회사는 소영시에서의 여러 가지 방면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어 안심시킨다.

사람은 항상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 나상준처럼 신중한 사람은 더욱 말이다.

허영우도 나중에는 놀라지 않았다.

그렇게 소영시에서 하루 머물다가 오늘 돌아왔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다.

나상준은 VIP 통로로 나와서 바로 공항을 나와 차에 탔다.

허영우도 짐을 트렁크에 넣고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마자, 허영우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대표님, 지금 시간이 거의 12시인데, 호텔로 바로 가실 건가요? 아니면 사모님께서 점심 드시는 곳으로 먼저 가실 건가요?”

나상준이 차우미를 신경 쓴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허영우는 그녀의 현재 상황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차우미가 회성에서 일하는 업무는 나상준이 투자한 프로젝트입니다.

그 프로젝트도 허영우가 담당했었다. 그는 현재 차우미의 근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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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목소리가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처럼 무심코 나상준의 마음을 흔들었다.지금, 이 순간, 주위의 모든 것이 변했다.더는 담담하지 않고, 차갑지 않다.모든 것이 생기가 돌고 온기가 돈다.나상준은 눈빛이 약간 변하더니, 마음속의 깊은 마음도 변했다.“어디야.”그는 창밖의 하늘을 보고 있는데, 날은 밝고, 빛은 작열하며, 모든 것이 여름이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전화가 온 것을 보고, 그가 회성으로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고 지금 그의 말을 듣고 회성에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시야드 레스토랑.”차우미는 통화하면서 앞을 보는데 다들 이미 멀리 떨어졌다.그런데 직원들 뒤에 있던 양진욱이 차우미가 안 보이자 뒤돌아보니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하는 차우미를 발견했다.차우미는 양진욱을 보고 나상준에게 말했다.“잠깐만 기다려봐.”그러자 차우미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말했다.“아저씨, 먼저 가세요. 저는 이따가 혼자 돌아갈게요.”양진욱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알았어.”양진욱은 더는 말하지 않고 떠났다.차우미는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물었다.“돌아온 거야?”나상준은 휴대전화에서 빠른 소리가 들려오고는 바로 조용해졌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돌려 스위트룸을 나왔다.차우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을 때 그는 이미 복도에 서서 어디로 가는 중이었다.“응.”나지막한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감정 기복도 없어 그의 마음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차우미는 이 목소리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상준의 대답을 얻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잘됐다.”“오늘 오전에 하 교수님이 내일 하루 쉬라고 하셨어. 원래 내일 나연이 보러 가려고 했는데, 네가 돌아왔으니 안 가려고. 내일 언제 시간이 되는지 확인해봐. 우리 내일 예은이 선물을 사러 가자.”나상준은 엘리베이터 앞에 와서 내려가는 버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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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그 여인이 잡은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서너 살짜리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였다.둘은 아주 완벽히 닮았고, 동그란 얼굴에 눈도 아주 컸고 귀여웠다. 아이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차우미는 아이를 매우 좋아한다.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이 두 쌍의 순수한 눈을 보고, 나예은이 생각나서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눈빛이 녹을 것만 같았다.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눈에는 부드러움이 가득하다.여인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이 길을 못 봤다고, 아이랑 상관없다고 말하려고 했다.그러나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그 여인이 마지막에 한 말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다.남자친구...차우미와 나상준은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가 아니다.하지만, 지금 차우미와 나상준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차우미는 잠시 멍해 있다가 나상준의 품에서 물러나 거리를 뒀다.그녀는 자연스럽게 나상준의 품에서 나와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않았다.“아니에요. 제가 길을 안 봐서 그런 거예요. 두 아이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리에 밝아야 한다.이건 서로서로 존중하는 법이다.아이들의 부모도 옳고, 차우미도 옳다.여인은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아닙니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제가 잘 보질 못했어요.”차우미는 부드러운 눈빛을 드러냈다.“한창 뛰어다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나이잖아요. 부모가 항상 곁에서 돌봐줄 수도 없고.”“괜찮아요.”말을 마친 차우미는 얌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두 꼬마를 보고, 마음이 녹은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란성 쌍둥이죠?”예전 같았으면 차우미는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귀여운 두 아이를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이 많아졌다.“네. 장난꾸러기 두 명인데 임신하면서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런데 태어나서 애들을 보는 순간, 모든 고생이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애

  • 봄날   제6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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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663화

    나상준의 이런 모습은 사무실에 앉아 부하들의 보고를 기다리는 사장과도 흡사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카리스마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게 만든다.차우미는 긴장하지 않았지만, 나상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순간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상사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비서처럼 잡생각도 사라졌다.“지금까지 업무를...”차우미의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에서 천천히 퍼지며, 마치 따뜻한 봄바람처럼 주위의 차가운 공기를 녹였다.나상준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줄곧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눈매를 보고 있는데, 매우 청초하고 뚜렷하여 자세히 보면 눈썹이 짙고 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썹 모양도 매우 단아하여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가까이하고 싶게 한다.눈썹에 이어 눈을 보는데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차우미의 눈은 보통 여자들의 예쁜 형태의 눈이 아니라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형태였다.눈이 좁고 길며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 눈을 들어 올려다볼 때, 눈빛이 맑고 서늘하여 마치 깊은 산속에 있는 샘물처럼 매우 차갑다. 그러나 차우미의 성격은 차가운 눈매와 달리 잘 웃는 사람이다. 그녀가 웃으면 주변의 차가운 기운은 다 사라지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퍼진다.나상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문득 한란이라는 식물이 떠올랐다.맞다. 깊은 산속에 홀로 자라 피어나는 식물체다.남의 시선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자라나서 피어난다.그녀는 누구의 보살핌이 없다고 살 수 없는 사람이 아니다. 혼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다.나상준의 시선이 그녀의 두 눈에 떨어져 있는데, 손에서 천천히 흔들고 있는 찻잔이 점점 더 느려졌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열심히 집중해서 그동안의 업무 진행 과정, 그리고 닥친 어려움을 보고해줬다.그녀는 말하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다.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목소리가 방에 퍼져 더욱 고요해진 것 같았다.유일하게 열린 창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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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 습관이 없지만, 나상준이 직접 접시에 집어줬는데 먹지 않는 게 더 문제다.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디저트를 천천히 음미했다.나씨 집안은 식사 중에 말하는 습관이 없고, 차우미도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 나상준은 더욱 그렇다.그렇게 둘은 소리 없이 식사했다. 나상준은 차우미가 점심을 먹지 않은 것처럼 수시로 음식을 집어줬다.차우미는 처음엔 나상준이 자기가 점심 먹은 줄 몰랐다고 생각해서 음식을 집어줄 때 일부러 설명해주기도 했다.하지만 나상준의 조금만 더 먹으라는 한 마디에 차우미의 입을 닫았다.그는 전에 차우미에 반찬을 집어주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차우미는 평소에 너무 배부르게 먹지 않는다.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불편하므로 나상준이 지금 반찬을 집어줘도 먹을 만했다.나상준도 많이 집지 않고, 적당한 양으로 준다..그래도 다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다.나상준은 돈을 내고 차우미와 함께 식당을 떠났다. 차우미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니 벌써 두 시가 넘었다.식당에서 나와 차우미는 앞서가는 사람을 보고 물었다.“이따가 바빠? 바쁘면 먼저 가서 일 봐. 나도 일하러 갈게. 언제 시간이 되면 다시 이야기하자.”나상준은 차 뒷좌석 문을 열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저녁에.”차우미는 나상준이 저녁에 시간이 있다고 단번에 알았다.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럼 저녁에 다시 얘기하자.”말을 마치고 차우미는 나상준이 차 문을 열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결국 차에 올라탔다.그는 차 문을 열어 놓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인 채 그녀가 차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차우미가 차에 오르자 나상준도 따라 올라탔고, 차는 곧 호텔로 향했다.레스토랑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나서 십여 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차우미는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둘은 차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상준은 차에 오른 후 의자 등받이에 기대 눈을 

  • 봄날   제665화

    나상준의 시간이 귀하다는 것을 알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밤을 새워서 일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차우미 역시 낮에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물론 나상준이 동의하지 않으면 올라가서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어쨌든 회사에서는 나상준이 상사이고 차우미는 직원이다.대표님의 말을 감히 듣지 않을 수 없다.전화가 고는 중이다.차우미는 휴대전화를 들고 나상준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잠시 연결이 되지 않사오니 잠시 후 다시 걸어주세요...”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인공 목소리에 차우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의아해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는 걸까?차우미는 생각해보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옷방에 가서 외투를 입고 나와 39층으로 갔다.늦은 시간이라 호텔 안은 아주 조용했고, 긴 복도에는 차우미가 자신의 발소리가 들릴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나상준의 방을 찾아서 문을 두드리려 했으나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닫혀 있지 않았다.마치 그녀를 위해 일부러 문을 열어 준 것 같았다.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문을 두드렸다.“나상준?”“...”응답이 없고 조용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바쁜지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대답이 없어서 문을 열고 그냥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거실은 평소와 같았다. 재킷은 소파에 버려져 있었고, 탁자 위에는 그의 휴대전화와 손목시계가 놓여 있었다.이를 본 차우미는 바로 알아챘다.나상준은 목욕하러 갔다.차우미는 소파에 앉아 나상준이 다 씻고 나오기를 기다렸다.그때 욕실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는 창밖을 보고,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보니 5분 안 돼서 10시였다.전화로 나상준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올라왔다.차우미는 앉아서 마치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조용히 앞만 보고 기다렸다.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탁자 위의 휴대전화에서 띵 하는 소리가 들렸다.메시지가 왔다.차우

  • 봄날   제666화

    나상준은 두 발짝 떨어진 차우미를 바라보며 안색을 살폈다. 특히 그녀의 맑고 청량한 두 눈을 보는데 거절이라고 또렷이 적혀 있는 듯했다.물을 따르든 업무 이야기하든 모두 거절했다.조금 전까지도 가까웠던 사람이 갑자기 멀어져 그동안 쌓은 정이 다 무너진 것 같았다.나상준은 말을 하지 않고, 눈동자도 그대로 멈춰 섰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차우미를 쳐다보는데,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압박감이 너무 강한 눈빛이었다.차우미는 시선을 살짝 거두고는 다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일찍 쉬고 낮에 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몸도 덜 상하고.”이번에는 말투가 방금보다 아주 부드러워졌다. 마치 나상준과 상의하려고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나상준과 잘 소통하기를 바랐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안색 변화를 보고, 그녀가 방금 한 말에 마치 낮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과 같이 얼굴에서 거리감이 덜 느껴졌다. 나상준은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돌아가 봐.”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승낙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 눈빛에서 조금의 승낙도 보이지 않고, 압박감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은 몰랐다.차우미의 안색이 바로 회복되고 웃음을 지었다.“그래, 너도 일찍 쉬어. 내일 시간 되면 다시 업무 얘기하자.”차우미는 더는 머물지 않고 스위트룸을 떠났다.가기 전에 열려 있던 문을 닫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보지 않고 손에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방안은 다시 정적으로 돌아갔다.차우미가 왔었음을 증명하는 그녀의 숨결만이 방안에 감돌고 있었다.나상준은 움직이지 않고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차우미가 떠나면서 이곳 온도는 다시 차갑게 변했다.그 온도는 마치 나상준의 눈동자에서 발산하는 차가운 시선처럼 낮았다.꽤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방안의 온기가 다 차가워져서야 수건을 소파에 걸치고, 바에 가서 술 한 

최신 챕터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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