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옥팔찌를 조심스럽게 벗어서 휴지로 여러 겹 감싼 뒤, 손수건으로 다시 한번 감쌌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후, 그녀는 드레스룸으로 가서 여행 가방을 열고 포장된 옥팔찌를 그 안에 넣었다.청주에 가서 그의 집에서 예은이에게 간식을 만들어 줄 때, 시간을 찾아 옥팔찌를 그의 집에 두고 올 생각이었다.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옥팔찌는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다. 너무 귀중한 물건이었다.이 선물은 그녀가 갚을 수 없는 것이었다.일단 이 옥팔찌는 그녀에게 임시로 두고, 청주에 가서 그가 모를 때 그의 집에 두고 올 계획이었다.그러고 그녀가 안평시로 돌아왔을 때는 옥팔찌도 돌려주게 되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옥팔찌를 잘 보관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차우미는 눈썹을 펴고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몇 분 후면 근무 시간이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간단히 정리하고, 차우미는 호텔을 나와 아래층 회의실로 향했다....청주.성북동 빌라.문지영은 탁자 앞에 앉아 가위로 친구가 해외에서 가져다준 희귀한 화초를 직접 손질하고 있었다.그녀는 평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전시회를 열고,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여가를 보내곤 했다. 그 외의 여가 시간은 대부분 화초를 돌보며 보냈다.이것은 그녀의 취미 중 하나였다.가정부는 문지영이 남긴 간식과 과일을 조용히 치우며, 그녀가 화초를 손질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문지영은 차분하고 무던한 성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심하게 대하지만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만 미소를 보이는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했다.그녀의 온기는 오직 그녀가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졌다.가정부가 물건을 치우고 나서 더 이상 방해하지 않자, 거실은 조용해졌다. 오직 가끔 화초 가지를 자르는 작은 소리만이 들렸다.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탁자 위에는 잘린 가지와 잎이 쌓였고, 이 희귀한 화초는 그녀가 원하는 모습으로
갑작스러운 가정부의 목소리가 문지영의 감상을 방해했다. 문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분명한 불쾌감을 드러냈다.하지만 가정부의 말을 듣고 그녀는 몸을 돌려 탁자 위의 모란꽃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탁자 위에는 또 하나의 화초가 있었고, 그 화초는 바로 주취양비였다. 오늘 주혜민이 문지영을 찾아와 특별히 선물로 가져온 것이다.문지영은 모란꽃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주취양비를 특히 사랑했다. 주혜민이 문지영을 찾아와 그녀가 좋아하는 선물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했다.주혜민은 누구에게 공을 들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지영은 주취양비를 만지지 않았다. 주혜민이 떠난 후, 주취양비는 그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지금, 문지영은 주취양비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그녀의 시선이 거실의 시계로 옮겨졌다. 5시 10분, 그녀가 상준에게 전화를 건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상준은 아직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 순간, 문지영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최근 주영 그룹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 문제로 인해 NS 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된 문지영은 매우 불만스러웠다.문지영은 주혜민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문지영의 마음속에서 상준은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고, 그의 반려자도 그에 걸맞게 뛰어나야 했다. 주혜민의 가문, 배경, 외모, 학력은 상준과 어울리기에 충분했다. 상준이 주혜민을 원한다면 그녀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상준은 가문, 배경, 학력 모두 상준보다 훨씬 못한 사람을 선택했고, 문지영은 만족하지 못했다.그녀는 이 결혼을 막고 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도록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간섭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NS 그룹에서는 시어머니가 말하면 아무도 반대할 수 없었다.문지영도 예외는 아니었다.아무리 그녀가 불만이 많고 원하지 않더라도, 시어머니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렇게 뛰어난 아들이 걸맞지 않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
감정도 있고 하면 어려울 건 없다.우연히 주혜민을 만났는데, 주혜민이 나상준에 대한 마음을 은근슬쩍 전해 들었다. 그리고 나상준과의 오해도 있었는데, 차우미랑도 얘기를 나누었다.차우미가 나씨 집안에 시집온 지 3년이 지났다. 차우미한테 좋지 않게 굴었지만, 문지영은 자기가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했다. 차우미도 당연히 잘 대해줬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차우미가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면, 차우미를 내보낼 것이다.이건 자기 아들을 위한 선택이고 결심이다. 차우미는 더 이상 시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차우미가 불과 한 달 만에 나상준과 이혼했다. 문지영이 감사할 따름이다.차우미가 나씨 집안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상준 곁에 주혜민이 나타나는 게 그녀가 원하는 것이다. 두 사람을 성사해 아들이 마땅한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전의 결혼은 잘못됐다. 주혜민과 결혼을 해야 맞는 선택이다.그래서 차우미가 떠나고, 주혜민이 나타나는 게 문지영의 마음이 놓인다.끼어들지 말라는 이혜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지영은 마음먹은 대로 했다.그리고 주혜민이 나상준과 서로 연락이 없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문지영은 두 사람이 자기가 바라는 방향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었다.문지영은 두 사람의 좋은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영 그룹이 좋지 않은 소문이 나면서 NS 그룹까지 영향을 줄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문지영은 그 전과 같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나상준한테 폐가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주영 그룹이 대기업이긴 하지만, 만약 내리막길을 걸어서 나상준을 이용하려고 하면 문지영은 첫 번째로 싫다고 할 것이다.집안, 학벌, 외모까지 다 좋은 여자애는 많고도 많다. 문지영이 아는 것만 해도 수십 명이 넘는다.문지영이 찜한 사람 모두 차우미보다 낫고, 주혜민보다 나은 사람도 많다. 나상준이 이혼했다고 해도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 자기 주변에 훌륭한 여자애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고 싶
그런데 지금, 주혜민이 나상준에게 시집도 가기 전에 나상준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문지영은 어머니로서 잘 생각해야 했다.그래서 오늘 주혜민이 그녀를 보러 와서 다시 한번 나상준에 대한 감정을 드러났는데, 여전히 예전처럼 다정하게 문지영을 대해줬다. 문지영은 나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상준과 주혜민의 사이를 물어보고 나상준의 진심을 알고 싶어했다.만약 나상준이 또 한 번 주혜민과의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문지영은 주영 그룹, 그리고 주혜민과 거리를 둘 것이다.바로 나상준에게 더 좋은 여자를 찾을 것이다. 나상준이 주혜민과 주영 그룹에 얽매이지 않도록 할 것이다.문지영에게 있어서, 아들의 이익이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다른 것들은 다 부차적이다.그렇게 생각하니 문지영의 시선은 다시 탁자 위에 있는 꽃다발에 떨어졌다. 그녀의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평소에 나상준이 바빠서 문지영은 일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거의 전화하지 않는다.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하지 않는다.그리고 나상준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면 문지영은 다시 전화하지 않는다.왜냐하면 그녀는 나상준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나상준이 일이 끝나면 부재중을 보고 바로 전화를 할 것이다.그것은 오랫동안 그들 모자간의 무언의 약속과 같았다.지금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상준이 문지영에게 전화하지 않는 걸 보니, 분명 바쁜 게 확실하다.주영 그룹 때문에 NS 그룹도 영향을 받아서 나상준은 지금 매우 바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이러는데 문지영이 어떻게 주혜민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예전에 좋아했던 감정들은 사라지고, 남은 건 혐오감밖에 없다.“버려.”문지영의 말에 가사도우미는 어리둥절했다.그녀는 평상시에 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오전에 꽃다발이 배달왔을 때 문지영은 아주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몇 시간 만에 버린다고 한다.그러니 가사도우미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문지영의 안색을 살피는데 가사도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문지영의 말을 들었
회성.사우스 호텔.허영우가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허영우가 문을 열고 나상준이 들어갔다.나상준의 뒤를 따라 허영우도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허영우는 곧장 옷방으로 가서 안에 정리된 캐리어를 꺼냈다.나상준이 출장을 간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나상준은 거실에 서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깨끗한 방안을 보고 있었다.휴대폰을 들고 방안을 꼼꼼히 보는 데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 문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나상준의 목소리에 문지영의 표정이 풀렸다.문지영이 물었다.“지금 막 끝났어?”“네. 방금 호텔에 돌아와서 출장 준비하는 중이에요.”그 말을 들은 문지영은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이 아팠다.아들은 쉴 새 없이 이곳저곳 날아다니고, 하루 종일 고생이 많지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문지영이 잘하는 영역은 나상준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들의 사업을 응원하고 맘껏 하라고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이렇게 바쁜데 긴말 안 할게. 요즘 주혜민이랑 어떻게 되고 있니?”문지영은 나상준의 시간을 빼앗지 않으려고 긴말하지 않고, 짧고 굵게 그냥 물었다.문지영은 이제 주혜민의 이름을 혜민이 아닌 풀네임으로 부른다. 주혜민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나상준은 문지영의 태도 변화에 살짝 멍해졌다.“주혜민이랑은 지금까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 어떤 감정적인 관계도 없었어요.”나상준의 말 한마디로 그와 주혜민의 관계를 똑똑히 밝혔다. 이제 오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문지영도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치고 웃음꽃이 피었다.“그렇다고 하니 엄마도 안심이다.”“그래. 일 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놓였다.문지영은 자기 아들을 잘 알고 있다.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하는 거고, 싫다면 싫다는 거다.문지영은 아들이 자기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문지영에게 있어서 나상준은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다니는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할
허영우는 캐리어를 들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나갔다.나상준은 홀로 거실에 서 있는데, 전화가 끊은 소리를 듣고 나서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방안에는 나상준 혼자만 있었다.예전에 방안에서 바삐 움직이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지극히 고요했다.나상준은 시선을 테이블에 남은 약 붕투에 떨어졌다. 오늘 점심에 차우미가 그에게 약을 먹인 후 남은 약 봉투이다.안에는 아직 남은 약이 있었다. 많지 않지만, 비닐봉지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그 옆에는 체온계가 나란히 놓여 있다.이 두 가지 물건은 점심에 차우미가 어떻게 놓았으면, 지금도 그렇게 놓여있어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차우미는 그저 잠시 떠났을 뿐, 다시 돌아올 것 같았다.방안의 고요함도 잠시이고, 차우미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회복될 것이다.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보내고 돌아서서 떠났다.이 시각, 회의실 안.모두가 진지하게 업무를 토론하고 있고, 차우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수시로 노트에 뭘 적기도 했다.그때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차우미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두지 않고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녀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하고 전화가 와도 모른다.지금처럼 메세지가 왔는데 진동만 하고 소리는 하나도 안 난다.차우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그에 따라 의견을 발표한다.그녀는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 다른 일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차는 호텔 입구에 세워져 있었고 짐은 이미 트렁크에 넣었다.허영우는 밖에서 전화하고 있는데 호텔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고 바로 뒷좌석 차 문을 열었다.나상준은 호텔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 곧바로 차에 올랐다.허영우는 문을 닫고 조수석에 뒤따라 탔다. 차는 곧 호텔을 떠났다.“대표님. 주영 그룹 쪽에서 저희 조건을 따른다고 합니다. 대표님 지시대로 추가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허영우가 전화를 받고 나서 백미러를 보며 나상준에게 말했다.나상준은 손에는
차우미의 업무는 오후 5시 반까지이다. 오늘 이틀 동안의 업무를 조금 정리해서 정확하게 분리했다. 앞으로 더 쉽게 일을 하기 위해 반 시간 정도 시간이 더 들었다.일이 끝나고 하종원이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차우미는 정리 해서 회의실을 나갔다.나가면서 휴대폰을 꺼내 부재중이나 읽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했다.나상준이 보내온 메시지를 보았다.이 익숙한 이름을 보고, 차우미는 약간 멈칫하고는 메시지를 확인했다.【주강시에 출장 갈 거야. 한 이틀 뒤에 돌아올 거야.】지극히 평범한 메시지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차우미는 보고 약간 어리둥절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무슨 일이 있어서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렇지 않았다.메시지가 너무 평범해서 차우미가 보기에 뭘 알려주려고 하는 메시지는 아니었다.그냥 자기의 스케줄을 차우미에게 알리는데, 어디로 가는지 뭘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었다. 전에 출장을 갈 때처럼 차우미에게 알리는 것처럼 말이다.맞다. 그냥 알려주는 거다.차우미가 알도록 말이다.그녀는 나상준이 어디로 가는지 뭘 하는지를 자기에게 알려주는 게 약간 의심했다. 이제 부부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없다. 아마 차우미에게 알려줘서 시간을 잡고 나예은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맞다. 아직 나예은 선물을 사지 않았다.차우미는 비록 시간이 나상준에 비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녀도 일을 해야 한다.나상준이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차우미에게 그의 스케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차우미 보고도 미리 일정을 잡으라고 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상준이 돌아왔는데 차우미가 시간이 없을 수 있다.이 순간, 차우미는 다 알겠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답장했다.【네.】차우미는 시간을 잘 배치할 것이다.“우미야?”메시지를 막 보냈는데, 앞에서 진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가 고개를 들어 보니, 다들 앞에서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우미가 방금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늦었다. 그녀는 잠시 멈추다가 달려가 사과했다.
특산물을 부치고 아직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우미야.”소리가 네 번 울린 후에 연결되었고, 하선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딸이 전화 와서 기쁜가 보다.차우미도 웃으며 답했다.“엄마. 오늘 내가 회성에 있는 특산품 사서 보냈거든? 한 내일모레쯤 도착할 거야. 엄마 번호로 적었으니까 도착하면 전화할 거야.”“회성에 있는 특산물? 우미야. 회성에 있는 일이 끝나가는 거니?”차우미가 특산품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하선주는 딸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차우미의 이번 출장은 의외로 길었다. 게다가 전에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 하선주가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아니. 근데 얼마 안 남았어. 요 며칠 시간이 좀 남아서 미리 사서 보내려고. 좀 많아. 도착하면 엄마 거도 남겨놓고, 남은 것들은 시간 되면 친척들한테 보내줘.”하선주는 딸이 예의도 밝고, 인정사정도 잘 알고 있어서, 차우미의 말을 듣고 바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알았어. 도착하면 시간 내서 할아버지, 삼촌들한테 다 보낼게.”“응.”“그리고 한 가지 더. 나 아마 그렇게 빨리 못 돌아갈지도 몰라. 여기 일 끝나고 또 다른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며칠 늦을 거야. 돌아갈 때 미리 연락할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알았어. 네가 이렇게 말했는데 엄마도 알지. 그래, 일 봐. 우리 신경 쓰지 말고.”하선주랑 차동수는 딸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딸의 선택을 존중하며 힘들 때 도움을 주는 아주 현명한 부모이다.딸에게 짐이 아니고 든든한 버팀목이다.하선주와 통화를 끝낸 차우미는 미소가 가득했고 마음도 따뜻했다.가족이 있기에 그녀는 항상 마음이 편안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가족을 능가할 만한 것이 없다.전화를 끊자 온이샘의 메시지가 왔다.차우미의 눈빛은 부드러워져서 메시지를 확인했다.【지금 전화 가능해?】차우미가 전에 보낸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고 바로 전화해도 되냐고 물어본 것으로 보아 차우미가 전화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바로 전화를 걸었을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