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이렇게나 잔혹하다. 어떤 남자들은 정말 나쁜데, 완전히 나빠서 인간성조차 상실하였다. “윤진 언니, 언니의 그 전남편은 원래부터 좋지 않았어요. 보기에도 착실해 보이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방금 그 남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그는 정말로 깊은 정을 가진 사람 같았어요. 특히 그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나조차 마음이 흔들릴 정도였어요.”잠시 후, 수진이라는 이름의 점원이 약하게 목소리를 내어, 다른 좋은 남자들을 변호했다.그녀는 가게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고, 또한 미래와 사랑에 대해 아름다운 환상을 품고 있는 소녀였다. 그녀는 이 보석 가게에서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지 못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아직 매우 순수하여,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웠다.하지만, 그러한 말은 순간적으로 김윤진과 수아라는 이름의 점원을 자극했다.김윤진이 말을 하기 전에, 수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수아는 냉소하며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수진 씨, 네가 아직 어리고 순진하다는 걸 믿고 싶지 않겠지만, 이런 외모 좋은 남자들은 정말로 노련해. 인정해, 방금 그 남자는 잘생겼고, 스타일도 완벽해. 아우라도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어. 그런데 그의 눈을 못 봤니? 그 눈은 깊이가 있어서, 그가 얼마나 계산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 그는 이미 모든 종류의 상황을 다 경험해 봤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어. 그의 눈은 아주 날카로워.”“나 이수아는 확신할 수 있어. 이 남자는 절대 네가 본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그는 여자를 다루는 데 있어 어떤 연애 고수보다 뛰어날 거야. 방금 그 여자는 이 남자를 이길 수 없을 거야. 비록 지금 이 남자가 그 여자를 신경 쓰고 좋아해서 돈을 쓰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목적은 절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이 남자가 원하는 것은 그저 흔한 바람둥이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를 거야.”수아가 이런 말을
차우미와 나상준은 함께 차에 올랐다.차에 타자마자, 차우미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상가에 들러 지체한 사이, 어느새 시간이 1시 40분이 되었다.20분 후면 다시 일해야 한다.나상준뿐만 아니라 그녀도 일을 해야 했다.예은이에게 줄 선물은 다음에 나상준이 시간이 있을 때 사기로 했다.그렇게 생각하며, 차우미는 다시 자기 손목을 보았다. 그 옥팔찌는 마치 족쇄처럼 그녀의 손목에 감겨 있어, 그녀를 구속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불편했다.하고 싶은 일이나 하고 싶은 말들 모두 무거워져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모두 한 번 더 생각해야 했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나상준과 이야기하고 이 옥팔찌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에게 돌려주고, 그 후의 처리는 그의 문제였다. 그렇게 마음먹고, 차우미는 손을 뻗어 그 옥팔찌를 빼려 했다.그 순간, 따뜻한 큰 손이 그녀의 손을 덮었다. 마치 보석 가게에서처럼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차우미는 멈춰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의 표정은 깊고 냉정해 보였으며, 평소와 다름없었다.그러나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그는 그녀가 팔찌를 빼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차우미는 입술을 움직여 말하려 했지만, 그가 통화를 하는 것을 보고 말을 삼켰다. 그리고 그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렸다.나상준은 차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통화했다. 차우미는 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말했다. “상준 씨, 이 옥팔찌는...”“빼지 마요.”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마침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압박감과 단호함이 가득했다.차우미는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상준 씨, 이 옥팔찌는 정말로 너무 비싸서 받을 수 없어요.”나상준은 눈앞의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의 거절은 굳건했다. 그가 무슨
차우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옥팔찌를 조심스럽게 벗어서 휴지로 여러 겹 감싼 뒤, 손수건으로 다시 한번 감쌌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후, 그녀는 드레스룸으로 가서 여행 가방을 열고 포장된 옥팔찌를 그 안에 넣었다.청주에 가서 그의 집에서 예은이에게 간식을 만들어 줄 때, 시간을 찾아 옥팔찌를 그의 집에 두고 올 생각이었다.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옥팔찌는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다. 너무 귀중한 물건이었다.이 선물은 그녀가 갚을 수 없는 것이었다.일단 이 옥팔찌는 그녀에게 임시로 두고, 청주에 가서 그가 모를 때 그의 집에 두고 올 계획이었다.그러고 그녀가 안평시로 돌아왔을 때는 옥팔찌도 돌려주게 되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옥팔찌를 잘 보관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차우미는 눈썹을 펴고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몇 분 후면 근무 시간이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간단히 정리하고, 차우미는 호텔을 나와 아래층 회의실로 향했다....청주.성북동 빌라.문지영은 탁자 앞에 앉아 가위로 친구가 해외에서 가져다준 희귀한 화초를 직접 손질하고 있었다.그녀는 평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전시회를 열고,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여가를 보내곤 했다. 그 외의 여가 시간은 대부분 화초를 돌보며 보냈다.이것은 그녀의 취미 중 하나였다.가정부는 문지영이 남긴 간식과 과일을 조용히 치우며, 그녀가 화초를 손질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문지영은 차분하고 무던한 성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심하게 대하지만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만 미소를 보이는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했다.그녀의 온기는 오직 그녀가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졌다.가정부가 물건을 치우고 나서 더 이상 방해하지 않자, 거실은 조용해졌다. 오직 가끔 화초 가지를 자르는 작은 소리만이 들렸다.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탁자 위에는 잘린 가지와 잎이 쌓였고, 이 희귀한 화초는 그녀가 원하는 모습으로
갑작스러운 가정부의 목소리가 문지영의 감상을 방해했다. 문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분명한 불쾌감을 드러냈다.하지만 가정부의 말을 듣고 그녀는 몸을 돌려 탁자 위의 모란꽃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탁자 위에는 또 하나의 화초가 있었고, 그 화초는 바로 주취양비였다. 오늘 주혜민이 문지영을 찾아와 특별히 선물로 가져온 것이다.문지영은 모란꽃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주취양비를 특히 사랑했다. 주혜민이 문지영을 찾아와 그녀가 좋아하는 선물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했다.주혜민은 누구에게 공을 들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지영은 주취양비를 만지지 않았다. 주혜민이 떠난 후, 주취양비는 그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지금, 문지영은 주취양비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그녀의 시선이 거실의 시계로 옮겨졌다. 5시 10분, 그녀가 상준에게 전화를 건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상준은 아직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 순간, 문지영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최근 주영 그룹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 문제로 인해 NS 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된 문지영은 매우 불만스러웠다.문지영은 주혜민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문지영의 마음속에서 상준은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고, 그의 반려자도 그에 걸맞게 뛰어나야 했다. 주혜민의 가문, 배경, 외모, 학력은 상준과 어울리기에 충분했다. 상준이 주혜민을 원한다면 그녀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상준은 가문, 배경, 학력 모두 상준보다 훨씬 못한 사람을 선택했고, 문지영은 만족하지 못했다.그녀는 이 결혼을 막고 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도록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간섭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NS 그룹에서는 시어머니가 말하면 아무도 반대할 수 없었다.문지영도 예외는 아니었다.아무리 그녀가 불만이 많고 원하지 않더라도, 시어머니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렇게 뛰어난 아들이 걸맞지 않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
감정도 있고 하면 어려울 건 없다.우연히 주혜민을 만났는데, 주혜민이 나상준에 대한 마음을 은근슬쩍 전해 들었다. 그리고 나상준과의 오해도 있었는데, 차우미랑도 얘기를 나누었다.차우미가 나씨 집안에 시집온 지 3년이 지났다. 차우미한테 좋지 않게 굴었지만, 문지영은 자기가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했다. 차우미도 당연히 잘 대해줬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차우미가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면, 차우미를 내보낼 것이다.이건 자기 아들을 위한 선택이고 결심이다. 차우미는 더 이상 시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차우미가 불과 한 달 만에 나상준과 이혼했다. 문지영이 감사할 따름이다.차우미가 나씨 집안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상준 곁에 주혜민이 나타나는 게 그녀가 원하는 것이다. 두 사람을 성사해 아들이 마땅한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전의 결혼은 잘못됐다. 주혜민과 결혼을 해야 맞는 선택이다.그래서 차우미가 떠나고, 주혜민이 나타나는 게 문지영의 마음이 놓인다.끼어들지 말라는 이혜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지영은 마음먹은 대로 했다.그리고 주혜민이 나상준과 서로 연락이 없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문지영은 두 사람이 자기가 바라는 방향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었다.문지영은 두 사람의 좋은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영 그룹이 좋지 않은 소문이 나면서 NS 그룹까지 영향을 줄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문지영은 그 전과 같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나상준한테 폐가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주영 그룹이 대기업이긴 하지만, 만약 내리막길을 걸어서 나상준을 이용하려고 하면 문지영은 첫 번째로 싫다고 할 것이다.집안, 학벌, 외모까지 다 좋은 여자애는 많고도 많다. 문지영이 아는 것만 해도 수십 명이 넘는다.문지영이 찜한 사람 모두 차우미보다 낫고, 주혜민보다 나은 사람도 많다. 나상준이 이혼했다고 해도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 자기 주변에 훌륭한 여자애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고 싶
그런데 지금, 주혜민이 나상준에게 시집도 가기 전에 나상준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문지영은 어머니로서 잘 생각해야 했다.그래서 오늘 주혜민이 그녀를 보러 와서 다시 한번 나상준에 대한 감정을 드러났는데, 여전히 예전처럼 다정하게 문지영을 대해줬다. 문지영은 나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상준과 주혜민의 사이를 물어보고 나상준의 진심을 알고 싶어했다.만약 나상준이 또 한 번 주혜민과의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문지영은 주영 그룹, 그리고 주혜민과 거리를 둘 것이다.바로 나상준에게 더 좋은 여자를 찾을 것이다. 나상준이 주혜민과 주영 그룹에 얽매이지 않도록 할 것이다.문지영에게 있어서, 아들의 이익이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다른 것들은 다 부차적이다.그렇게 생각하니 문지영의 시선은 다시 탁자 위에 있는 꽃다발에 떨어졌다. 그녀의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평소에 나상준이 바빠서 문지영은 일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거의 전화하지 않는다.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하지 않는다.그리고 나상준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면 문지영은 다시 전화하지 않는다.왜냐하면 그녀는 나상준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나상준이 일이 끝나면 부재중을 보고 바로 전화를 할 것이다.그것은 오랫동안 그들 모자간의 무언의 약속과 같았다.지금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상준이 문지영에게 전화하지 않는 걸 보니, 분명 바쁜 게 확실하다.주영 그룹 때문에 NS 그룹도 영향을 받아서 나상준은 지금 매우 바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이러는데 문지영이 어떻게 주혜민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예전에 좋아했던 감정들은 사라지고, 남은 건 혐오감밖에 없다.“버려.”문지영의 말에 가사도우미는 어리둥절했다.그녀는 평상시에 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오전에 꽃다발이 배달왔을 때 문지영은 아주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몇 시간 만에 버린다고 한다.그러니 가사도우미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문지영의 안색을 살피는데 가사도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문지영의 말을 들었
회성.사우스 호텔.허영우가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허영우가 문을 열고 나상준이 들어갔다.나상준의 뒤를 따라 허영우도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허영우는 곧장 옷방으로 가서 안에 정리된 캐리어를 꺼냈다.나상준이 출장을 간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나상준은 거실에 서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깨끗한 방안을 보고 있었다.휴대폰을 들고 방안을 꼼꼼히 보는 데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 문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나상준의 목소리에 문지영의 표정이 풀렸다.문지영이 물었다.“지금 막 끝났어?”“네. 방금 호텔에 돌아와서 출장 준비하는 중이에요.”그 말을 들은 문지영은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이 아팠다.아들은 쉴 새 없이 이곳저곳 날아다니고, 하루 종일 고생이 많지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문지영이 잘하는 영역은 나상준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들의 사업을 응원하고 맘껏 하라고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이렇게 바쁜데 긴말 안 할게. 요즘 주혜민이랑 어떻게 되고 있니?”문지영은 나상준의 시간을 빼앗지 않으려고 긴말하지 않고, 짧고 굵게 그냥 물었다.문지영은 이제 주혜민의 이름을 혜민이 아닌 풀네임으로 부른다. 주혜민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나상준은 문지영의 태도 변화에 살짝 멍해졌다.“주혜민이랑은 지금까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 어떤 감정적인 관계도 없었어요.”나상준의 말 한마디로 그와 주혜민의 관계를 똑똑히 밝혔다. 이제 오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문지영도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치고 웃음꽃이 피었다.“그렇다고 하니 엄마도 안심이다.”“그래. 일 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놓였다.문지영은 자기 아들을 잘 알고 있다.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하는 거고, 싫다면 싫다는 거다.문지영은 아들이 자기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문지영에게 있어서 나상준은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다니는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할
허영우는 캐리어를 들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나갔다.나상준은 홀로 거실에 서 있는데, 전화가 끊은 소리를 듣고 나서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방안에는 나상준 혼자만 있었다.예전에 방안에서 바삐 움직이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지극히 고요했다.나상준은 시선을 테이블에 남은 약 붕투에 떨어졌다. 오늘 점심에 차우미가 그에게 약을 먹인 후 남은 약 봉투이다.안에는 아직 남은 약이 있었다. 많지 않지만, 비닐봉지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그 옆에는 체온계가 나란히 놓여 있다.이 두 가지 물건은 점심에 차우미가 어떻게 놓았으면, 지금도 그렇게 놓여있어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차우미는 그저 잠시 떠났을 뿐, 다시 돌아올 것 같았다.방안의 고요함도 잠시이고, 차우미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회복될 것이다.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보내고 돌아서서 떠났다.이 시각, 회의실 안.모두가 진지하게 업무를 토론하고 있고, 차우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수시로 노트에 뭘 적기도 했다.그때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차우미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두지 않고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녀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하고 전화가 와도 모른다.지금처럼 메세지가 왔는데 진동만 하고 소리는 하나도 안 난다.차우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그에 따라 의견을 발표한다.그녀는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 다른 일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차는 호텔 입구에 세워져 있었고 짐은 이미 트렁크에 넣었다.허영우는 밖에서 전화하고 있는데 호텔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고 바로 뒷좌석 차 문을 열었다.나상준은 호텔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 곧바로 차에 올랐다.허영우는 문을 닫고 조수석에 뒤따라 탔다. 차는 곧 호텔을 떠났다.“대표님. 주영 그룹 쪽에서 저희 조건을 따른다고 합니다. 대표님 지시대로 추가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허영우가 전화를 받고 나서 백미러를 보며 나상준에게 말했다.나상준은 손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