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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마이바흐를 본 차우미는 누군가 차에서 내릴 거라 생각하며 물건을 들고 옆으로 비켰다. 그녀가 한쪽으로 가서 서서 택시를 기다리려 할 때 마이바흐 뒷좌석 문이 열렸다. 캐주얼 차림에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 차에서 내려왔다.

양훈이었다.

양훈은 멍해 있는 차우미에게로 다가갔다.

“형수.”

그의 목소리는 차우미가 이전에 들었던 그대로 온기 없이 차가웠다. 그의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그는 마치 설산의 산꼭대기에 핀 매화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는 사람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차우미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양훈 씨, 여기서 뭐해?”

그녀는 이곳에서 양훈을 만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맞은편에서 볼일 보다가 형수를 봐서 왔어.”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맞은편을 보았다. 맞은편에는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중 한 건물이 특히 눈에 띄었다. 서양의 궁전처럼 생긴 건물이 매우 돋보였다.

차우미를 못 봤다면 모르겠지만 보았으니 인사를 하러 온 거였다.

차우미의 눈에 웃음이 피어났다.

“그렇구나.”

양훈이 입을 열었다.

“형수, 어디 가려고? 내가 데려다줄게.”

잠시 망설이던 차우미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난 아직 좀 더 살 게 있어서. 양훈 씨는 가서 일 봐. 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돌아갈 생각이야.”

차우미가 시간을 대략 계산해보니 호텔에 돌아가려면 아마 아홉 시나 열 시쯤 될 것 같았다. 그녀는 택시 기사와 음식점 사장님이 말한 장소들을 모두 둘러보고 싶었다.

양훈의 시선이 차우미가 들고 있는 물건들에 머물렀다.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가느다란 끈에 눌려서 빨갛게 변한 것을 본 양훈이 입을 열었다.

“그럼 상준이한테 전화할게.”

그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들어 나상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멈칫하던 차우미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상준 씨한테 전화할 필요 없어. 상준 씨 아마 바쁠 거야. 나 혼자 괜찮아.”

차우미는 양훈의 마음을 잘 알았다. 양훈은 낯선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차우미가 걱정되어 나상준에게 알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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