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를 본 차우미는 누군가 차에서 내릴 거라 생각하며 물건을 들고 옆으로 비켰다. 그녀가 한쪽으로 가서 서서 택시를 기다리려 할 때 마이바흐 뒷좌석 문이 열렸다. 캐주얼 차림에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 차에서 내려왔다.양훈이었다.양훈은 멍해 있는 차우미에게로 다가갔다. “형수.”그의 목소리는 차우미가 이전에 들었던 그대로 온기 없이 차가웠다. 그의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그는 마치 설산의 산꼭대기에 핀 매화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는 사람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차우미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양훈 씨, 여기서 뭐해?”그녀는 이곳에서 양훈을 만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맞은편에서 볼일 보다가 형수를 봐서 왔어.”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맞은편을 보았다. 맞은편에는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중 한 건물이 특히 눈에 띄었다. 서양의 궁전처럼 생긴 건물이 매우 돋보였다.차우미를 못 봤다면 모르겠지만 보았으니 인사를 하러 온 거였다.차우미의 눈에 웃음이 피어났다. “그렇구나.”양훈이 입을 열었다. “형수, 어디 가려고? 내가 데려다줄게.”잠시 망설이던 차우미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난 아직 좀 더 살 게 있어서. 양훈 씨는 가서 일 봐. 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돌아갈 생각이야.”차우미가 시간을 대략 계산해보니 호텔에 돌아가려면 아마 아홉 시나 열 시쯤 될 것 같았다. 그녀는 택시 기사와 음식점 사장님이 말한 장소들을 모두 둘러보고 싶었다.양훈의 시선이 차우미가 들고 있는 물건들에 머물렀다.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가느다란 끈에 눌려서 빨갛게 변한 것을 본 양훈이 입을 열었다. “그럼 상준이한테 전화할게.”그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들어 나상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멈칫하던 차우미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상준 씨한테 전화할 필요 없어. 상준 씨 아마 바쁠 거야. 나 혼자 괜찮아.”차우미는 양훈의 마음을 잘 알았다. 양훈은 낯선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차우미가 걱정되어 나상준에게 알리려고
양훈은 핸드폰을 들고 나상준에게 톡을 보냈다.톡을 보낸 뒤 그는 앞을 바라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옆에 물건들을 내려놓은 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녀는 여기서부터 달래 길까지 얼마 걸리는지 확인하고는 수첩을 꺼내 택시 기사가 알려준 곳을 핸드폰으로 검색했다.차우미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기에 차 안은 조용했다. 차우미가 수첩을 넘기는 소리와 볼펜을 들고 수첩에 기재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풍경들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밖에는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일을 마친 나상준이 회사를 나온 시간은 다섯 시 반이었다.그는 차를 타고 하종원과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절반쯤 갔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며 카톡이 한 통 날라왔다.핸드폰을 꺼내 톡을 보낸 사람을 확인한 그는 핸드폰 잠금을 열고 톡을 확인했다.[상준아, 애단로 소 씨 회성 특산물 가게 앞에서 형수를 만났어. 지금 형수가 달래 길에 있는 월현에 가서 특산물을 산다고 하기에 데려다주는 길이야.]양훈은 모든 것을 명확하게 설명했다.나상준은 눈을 깜빡이며 기사에게 말했다. “달래길 월현으로 가.”목적지가 갑자기 변경되자 기사는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나상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답장을 보냈다.“네, 대표님.”운전기사는 시선을 거두고 앞에 있는 표지판을 보며 방향 지시등을 켜고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마이바흐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던 양훈의 핸드폰이 윙 하고 울리며 톡이 날라왔다.양훈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응.]한 글자였지만 그 한 글자의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나상준이 올 것이다.톡을 확인한 양훈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양훈의 분위기에 차 안도 겨울처럼 차가웠다.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뒷좌석에 누군가 앉아 있어서인지 아니면 가끔 들려오는 소리 때문인지 차 안의 차가움이 조금은 옅어진 것 같았다.차우미는 양훈이
하선주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화면에 이 이름이 뜨며 카톡 화면이 통화 화면으로 바뀌었다. 차우미의 연락처에는 모든 사람이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호칭은 없었다. 하선주에게 걸려온 전화를 본 차우미의 눈빛이 따뜻하게 변했다.가족은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외국 사람들처럼 사랑이나 걱정을 입에 달고 사는 일은 차우미의 집안엔 없었다.집안 어르신들은 별다른 일이 없으면 차우미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고 차우미도 그들이 전화하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차우미는 청주로 시집온 지 3년이 되었지만 가족과는 명절 때 외에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독립적인 사람이었기에 멀리 시집을 와도 잘 지낼 수 있었다. 차우미는 가족에게 무언가를 사서 보내거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만 전화를 했다. 그녀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차우미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그리워한다는 말을 하거나 몸조심하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딸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를 매우 신뢰했다. 지금 하선주에게서 걸려온 이 전화는 차우미가 회성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온 것이었다. 차우미는 그동안 집에 전화를 걸지 않았다. 부모님이 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선주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본 차우미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족은 항상 특별하다. 단 한 통의 전화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이 전화는 차우미에게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언제든지 의지할 수 지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차우미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부드러운 목소리가 차 안의 냉기를 순식간에 깨뜨렸다. 양훈의 눈빛이 흔들리자 그의 눈동자에 담겨있던 차가움도 따라서 흔들렸다.“우미야, 저녁은 먹었니?”전화기 너머로 하선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활기차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먹었지. 엄마랑 아빠는 드셨어요?”“방금 먹었어. 네 아빠는 설거지하고 계셔.”엄마의 말에
차우미의 엄마는 종종 젊었을 때의 감정과 결혼 생활, 그리고 삶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곤 했다. 덕분에 차우미는 많은 것을 일찍 깨달을 수 있었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종종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차우미는 부모님에게 매우 감사해했다. 그들이 그녀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차우미는 평온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원래는 네가 돌아오면 말하려고 했는데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지금 미리 말할게.”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하선주의 목소리에 차우미는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큰일은 아니고 지유가 갑자기 남자친구를 데려오더니 결혼한다고 하네. 결혼 날짜도 잡혔어. 다음 달 중순이야.”“오늘 지유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우리에게 말하면서 청첩장과 기념 사탕도 가지고 왔지 뭐야.”하선주는 차탁 위의 청첩장을 들고 시간과 장소를 확인하며 말했다. “다음 달 음력 26일에 안평 하르텔 호텔에서 결혼식 올려.”차우미는 마음이 설레며 머릿속에 흐릿하게 얼굴이 떠올랐다.지유 언니는 큰외삼촌의 딸로 외조부모 쪽에서는 집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차우미보다도 몇 살 더 많았기에 지금은 아마 서른이 넘었을 것이다.차우미의 기억 속에서 지유 언니는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 후에는 유학을 떠났었다. 차우미가 결혼할 때쯤 지유는 이미 몇 년째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유가 너무 바빴기 때문에 차우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었다.지유에 대한 차우미의 기억을 고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차우미가 대학 입학시험을 마치고 외조부를 보러 갔을 때 지유도 마침 돌아왔었다. 그때 지유는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다.1년 내내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던 지유가 우연히 돌아온 그때의 만남을 끝으로 거의 만나지 못했다.대학에 입학한 차우미가 명절 때 큰외삼촌의 집에 가면 큰외숙모가 지유
“형부는 외국 사람이야, 아니면 국내 사람이야?”차우미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만약 지유 언니가 정말로 외국인을 만난다면 큰이모는 아마도 기절할 것이다.차우미의 질문에 하선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국내 사람이야. 너의 지유 언니처럼 해외에 살고 있어. 그런데 그 사람은 너의 지유 언니보다 몇 살 더 어려.”“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 ‘몇 살 더 어리다니?’하선주는 딸의 놀란 목소리를 들으며 더욱 즐거워했다. “그 사람은 아마 너와 나이와 비슷할 거야. 아마 너보다 조금 더 많을 거야. 얼굴도 못생기지 않았어.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단정해. 너의 지유 언니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그래도 성격 활발하고 말도 많고 웃음도 많아. 밝고 명랑해. 엄마가 보기에 그 사람은 너의 지유 언니를 아주 많이 아끼는 것 같아. 늘 너의 지유 언니를 웃게 만들더라.”엄마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웃음을 지었다.결혼에서 어떤 사람은 사랑을 원하고 어떤 사람은 평범함을 원하며 또 어떤 사람은 행복을 원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단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결혼을 하기도 한다.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유 언니가 선택한 이 사람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다음 달엔 아마 안평으로 돌아갈 것 같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지유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 거야.”지금은 다음 달 중순까지 아직 반 달 넘게 남아있으니 차우미는 그동안 안평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하하, 오늘 지유 언니도 너에 대해 이야기했어. 네가 결혼할 때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번에는 꼭 제대로 사과할 거야.”차우미가 이혼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하선주가 기뻐하며 말했다. 하선주는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우미야, 엄마가...”하선주는
“응. 그럴게.”차우미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엄마, 나 할 말 있어.”막 전화를 끊으려던 하선주는 차우미의 말을 듣고 바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엄마가 듣고 있으니 말해.”하선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차우미의 말을 기다렸다.차우미는 눈을 깜빡이며 앞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힐끗 바라봤다.차에 타고 난 뒤로 양훈은 그녀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원래 잘 알지 못했고 양훈은 활발하고 활동적인 성격의 하성우와는 다르게 말을 잘 하지 않았다.양훈은 미동도 없이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차우미는 시선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마, 나한테 발생한 일을 삼촌네 가족들에게도 알려야 할 것 같은데.”“지유 언니가 결혼할 때까지 다들 모르고 있다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야.”전에 말하지 않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말해야 했다.나중에 계속 오해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면 지금 회성에 있는 하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와 나상준이 이미 이혼한 사실을 모르기에 사람들을 만나면 매우 불편했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하선주가 자책하며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지유가 우리에게 청첩장을 줄 때 아버지와 내가 기회를 봐서 모두에게 이야기할지 논의했었어.”“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중에...”하선주는 말을 멈췄다. 차우미는 어머니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차우미의 이혼 사실이 알려진다면 많은 사람이 그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분명했기에 부모님은 차우미가 혹시라도 상처받진 않을까 걱정했다.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상처였다.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자책하는 말을 듣고 있던 차우미가 다정하게 말했다. “엄마, 괜찮아.”“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야. 난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을 거야. 과거에 머물러 살 수는 없잖아.”“그러니까 걱정하지마.”차우미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있던 하선주는 눈물을 참
멈칫하던 차우미가 고개를 들었다.차는 도로변 주차 구역에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창문 밖을 보니 밤하늘 아래 월현이라는 간판이 한눈에 보였다.정말 일찍 도착했다.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에 앉아 있는 양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양훈 씨, 고마워.”말을 마친 그녀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었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양훈이 입을 열었다.“고맙긴.”양훈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가 앉아 있는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이때 마이바흐 앞쪽으로 벤츠 한 대가 다가와 멈춰 섰다.양훈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벤츠 뒷좌석 문이 열리며 셔츠와 정장을 입고 있는 차분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양훈은 차 문에서 손을 떼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온 것을 알 리 없었던 차우미는 양훈을 바라볼 새도 없이 상자들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차우미는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자신 앞에 서 있는 양훈을 보며 입을 열었다.“양훈 씨, 고마워. 이젠 가봐도 돼.”양훈이 차우미 앞에 서 있었기에 차우미는 다가오는 나상준을 보지 못했다. 양훈은 나상준과 비슷한 키로 차우미보다 훨씬 컸다.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양훈은 몸을 돌려 “응.” 이라고 대답했다.양훈은 차우미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뒷좌석에 앉았고 마이바흐는 이내 출발했다.향훈이 차에 타자 차우미는 그제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했다.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밤하늘 아래,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그 사람은 낮에 봤던 모습처럼 멋있었다.“상준 씨가... 여기엔 어떻게 왔어?”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차우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나상준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 그와 그녀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반걸음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가로등 아래, 뽀얀 그녀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오늘 점심에 갔던 작음 음식점에서처럼 말이다.그녀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는 듯했다.나상준의 시선
양훈이 떠났으니 그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나상준은 손에 있던 상자들을 모두 운전 기사에게 넘겨줬다. 차우미의 말을 들은 그는 몸을 돌려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아직 더 살게 남았어?”대답 대신 그는 명확하게 자신의 의도를 표현했다.그는 일을 하러 가지 않고 그녀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가려 했다.나상준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 너무 의외였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진지했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살 게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상준 씨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상준은 월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차우미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나상준이 월현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며 잠시 멍해 있었다.나상준은 몇 걸음 걷다가 그녀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느끼고 멈춰서서 말했다. “안 사?”달빛 아래, 그의 눈은 깊고 어두웠다. 가로등 빛이 그의 눈은 비출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까지는 비추지 못했다.차우미는 그가 진심으로 자신과 함께 사러 가려고 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차우미는 여전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나상준의 눈빛을 보고는 더 이상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잠시 멈춰 서 있던 차우미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야지.”오늘 어렵게 시간을 내어 나왔기에 계획을 바꿀 수 없었다. 그녀는 사려고 했던 것을 모두 사야 했기에 나상준의 등장으로 인해 계획을 바꿀 수 없었다.두 사람은 월현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줄을 설 필요는 없었다. 차우미와 나상준이 도착했을 때 앞 사람들은 이미 물건을 구매한 상태였다.차우미는 자신이 필요한 것과 선물용이라는 것을 말했다. 그녀는 곧바로 물건과 개수를 확인한 뒤 지갑을 꺼내 계산하려고 했다.차우미가 지갑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얼마예요?”“잠시만요, 계산해 드릴게요.”“네.”사장님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었다. “선물 포장도 같이하실 거죠?”“네, 맞아요.”“네, 총 127400원입니다.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