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우는 차우미에게 앞에서 걷게 했고, 그는 뒤에서 차우미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하성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찍은 사진을 누군가에게 전송했다.하성우는 매우 만족스러운 듯 휴대폰을 주머니 넣고 빠르게 차우미를 따라갔다."형수님, 가요. 제가 안내할게요."차우미는 하성우의 행동을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매우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멍해졌다.그녀는 이곳에서 파티나 행사를 하는 줄 알았다. 호텔 라운지 바 같은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들어선 곳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있었다.유리를 통해 안에 풍경이 선명하게 들어왔다.정원에는 화초가 심어져 있었고 안에는 산, 개울, 흐르는 물 그리고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듯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매우 조화롭고 고상했다.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들이 안에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셨다.다만 이 연회는 기존의 파티가 느낌이 달랐다.차우미는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는 손의 술이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행사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다.하성우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수님, 저기로 가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유리는 부채형이지만,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유리로 이어진 긴 복도 같았다. 이 복도를 걸으면 바깥의 경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차우미는 조용히 걸으며 소리 없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성우에게 왜 이곳에 오는지 묻지 않았다.하성우에게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위층으로 향했다.한편, 공항.VIP 통로로 나상준이 안에서 걸어나왔다. 허 비서는 그의 뒤에서 캐리어를 끌고 따라왔다.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메시지가 도착했다.나상준은 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그가 걸음을 멈추었다.뒤를 따르던 허영우는 나상준과 거리를 두고 걸었으나, 나상준이 돌연 걸음을 멈추는 바람에 덩달아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허영우는 발걸음을 멈
로엔.눈부시게 빛나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은 행사가 막 시작된 것 같았다.차우미는 하성우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 회전식 계단으로 올라가 맨 위층인 루프탑까지 올라갔다.루프탑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투명한 온실 구조였고, 회성 전체를 볼 수 있는 모든 각도, 막힘없이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면 바로 볼 수 있었다.매우 아름답고 고상하고 화려했다. 차우미는 유리 밖으로 불빛이 찬란한 도시를 바라보았다. 다시 독립된 투명한 룸을 바라보았다. 룸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전문 바텐더가 그들에게 술을 따랐다. 직원들은 각종 술, 간식, 음식을 들고 서빙하고 있었다.차우미는 룸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술잔을 들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미소를 띠고 유혹적인 분위기다. 순간, 차우미는 이곳은 행사장이 아니라 술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순간 차우미가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시선을 돌려 앞서 가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하성우는 그녀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즐거운 것 같았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하성우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는 그제야 차우미가 움직이지 않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성우가 어리둥절해서 다가왔다. "형수님, 왜요?"차우미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여기 왜 온 거야?"그녀는 참았던 질문을 내뱉었다.하성우는 눈을 번쩍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빛을 한 차우미를 바라보며 하성우는 그녀가 이곳에 공적인 일을 하기 왔다고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그게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그녀다.그래서 차우미가 협조하지 않는 것이다.하성우는 차우미의 변화에 눈을 깜빡이더니 실눈으로 웃었다. "술 마시러 왔어요."하성우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차우미는 하성우의 솔직함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하러 온 거 아닌가?"하성우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가 술은 못 마신다며 당장 돌아가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녀의 질문에 되려 당황했
하성우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며칠 동안 형수님이 매우 바빠잖아요. 휴식할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재미없는 곳에 가서 노는 것보다, 이렇게 노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을 것 같아서요."그는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차우미가 그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자 약간 억울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성우의 실망한 기색을 본 차우미가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고마워. 마음은 받겠으나...""술을 안 마시는 거면, 음료수를 마시면 되겠네요? 이 음료수도 맛이 좋아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맛이에요. 음료수가 싫으면 과일 주스는 어때요? 설마 주스도 싫다고 할 건 아니죠? 그날 주스는 마셨던 것 같았는데..."차우미가 대답하기 전에 하성우가 먼저 말했다. "형수님,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마시지 않으려고요? 정말 이대로 돌아가려고요? 내가 막 아쉬워요,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여기 경치도 좋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잖아요. 저 밤하늘 봐요, 얼마나 예뻐요."하성우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가리키며 차우미가 마음을 바꿔주길 기대했다.하성우는 차우미의 말을 끊고 한마디 했다. 하성우의 진심이 느껴졌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이곳에 그녀가 머물길 바라는 것이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하성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정성 있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머물러 준다면 그녀가 하는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것처럼 간절해 보였다.차우미는 며칠 동안 하성우가 자기의 해설원 역을 해준 게 고마웠다. 은인 같은 사람이 하는 부탁을 거절하는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주스 한 잔 줘."하성우는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 "와, 현명한 선택이세요. 상준이가 어떻게 형수님 같은 분을 만났는지! 전생에 무슨 공덕을 베풀었길래 형수님을 만났는지! 진짜 복에 겨웠다니까요! 형수님이 술 싫어하면, 술 강요하지 않을게요. 여기서 주스를 마시면서 음악 듣고 풍경 보면서 편하게 쉬어요."말을 마친 하성우가
하성우의 눈이 미묘하게 빛나더니 그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하지만 전화가 온 사람은 뜻밖에도 나상준이었다.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라 실망을 한 하성우가 차우미에게 말했다. "형수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차우미가 가방을 옆에 올려두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하성우의 말처럼,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고 음악과 함께 들으니 편안했다.차우미가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하성우가 환하게 웃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차우미는 두리번 거리며 안을 둘러보았다.그녀는 이곳에 30분 정도 머문 것 같았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녀를 불편하게 하거나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차우미가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고 어느새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은 차우미는 다른 룸에서 술을 마시며 떠드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질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차우미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녀가 바라본 곳에 누군가 있었다.대각선 반대편 가장 안쪽에 있는 룸에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20대 여자들은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예쁘게 있었다. 남자들도 정장은 아니었지만 정갈하게 입고 있었다. 게다가 전부 명품이다.그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사람들 눈에 띄는 차림을 한 사람이었다. 옷차림이 매우 자유분방했다, 꾸미지 않은 소탈한 모습이었다.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하지만 분위기에 맞지 않는 차림을 한 그녀에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유독 눈에 띈 탓인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들러리처럼 보였다.그녀는 임상희였다.임상희도 회성에 있었다.차우미는 이런 곳에서 임상희를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임상희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줄곧 술을 들이켰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술을 계속 마셨다. 반항심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차우미가 눈을 살짝 돌려 바깥
"쟤는 진짜 연상 킬러라니까.""하하, 저 누나도 미인이네.""허! 아무리 예뻐 봤자 늙은이야, 젊은 우리랑 비교되겠어?""너희가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 많은 여자가 가지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고.""쯧쯧, 얘 말하는 것 좀 봐!""이게 현실이야!"룸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차우미에게 다가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임상희만 흥미 없다는 듯, 술을 들이켰다.사람들은 임상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녀가 하겠다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차우미는 누군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완전히 넋을 잃었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인기척에 차우미는 잡념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쪽을 바라보았다. 유리문은 깨끗하고 환해 외부 사람들도 안을 뚜렷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도 밖에 있는 사람들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있는 룸으로 다가온 남자는 키가 큰 훈남이었다.그녀가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남자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움츠러든 것 같지 않았다.차우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남자는 그녀가 다가오자 얼굴이 달아올랐고 귀도 빨갛게 변했다. "전 전민수예요."'전민수?'그녀의 기억 속에 없는 이름이다. 맑고 깨끗한 눈을 가진 수줍은 얼굴로 변한 훈남을 바라보며 차우미가 말했다. "저희가 아는 사이였나요?"그녀가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던 전민수는 잠시 당황했다.낯선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 상황에서 차우미처럼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차우미는 전민수가 당황한 것을 보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요. 제 기억 속에는 없는 분인데 누구시죠?"전민수는 차우미의 진지한 표정에, 먼저 말을 걸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전민수가 잠시 놀라더니, 두 눈을 밝히며 대담하게 말했다."저희는 모르는 사이예요. 혼자 있는 것 같
순간 발걸음을 멈춘 차우미는 자기를 뒤따라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용기가 가상했다. "연상연하 커플이 유행이잖아요. 연하 좋아하지 않아요? 난 어리고 잘생겼잖아요, 누나랑 시간 많이 보낼 수 있고, 활력도 가져다줄 수 있어요. 그리고..."순간 멈칫하고 말을 멈춘 전민수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그 맑은 눈으로 차우미를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말을 멈춘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차우미는 파고들고 싶지도 않았다. 남자의 말뜻을 그녀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와 연애를 하고 싶어했다.하지만 차우미는 모르는 사람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는 서로 알아가고, 천천히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나상준과 결혼했을 때도, 그녀가 첫눈에 반하기는 했지만, 갑작스러운 결혼이 아니었다. 한동안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에야 결혼한 것이다.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을 배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게다가 연하와 연애하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차우미가 수줍음으로 가득 찬 남자를 바라보았다. 쑥스러워했지만 자기 마음을 아주 꿋꿋하고 뜨겁게 전달하는 남자다. "감정이라는 건, 만난다고 생기는 게 아니에요. 게다가 내 나이쯤 되면 고려하는 것도 많고 결혼 생각도 해야 하거든요. 가벼운 연애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에요.""우리도...""결혼할 수 있잖아요!"차우미는 차마 단도직입으로 상대를 거절할 수 없어 돌려서 말한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빠르게 말했다. "우리도 결혼할 수 있잖아요. 2년만 지나면 결혼할 수 있어요. 날 2년만 기다려줘요. 2년 뒤에 꼭 결혼할게요!"차우미는 넋이 나갔다.아무리 요즘 청년들이 열혈 청준이라고 하지만, 아직 세상의 많은 것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하지만 첫 만남에 결혼을 하자고 말하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이다.터무니없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전민수는 차우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변명했다. "누나한테 첫눈에 반했어
임상희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오직 술만 마실 뿐이다. 그녀 혼자 테이블 위의 술을 많이 마셨다.차우미는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그들에게 시선이 꽂힌 것을 전혀 몰랐다. 그녀는 나상준이 갑자기 등장한 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나상준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게다가 이곳을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차우미가 자리에 굳어버렸다.전민수는 차우미와 달랐다.전민수는 나상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자기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였고, 어쩌면 자기보다 더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외모였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190㎝ 는 되어 보이는 키에 어깨도 넓었다.나상준이 입고 온 정장은 밖에서 파는 싸구려 옷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값비싼 수제 맞춤 정장이었다. 특히 나상준이 풍기는 카리스마에 전민수도 압도되었다.전민수는 움찔하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나상준의 시선은 전민수가 아닌, 미동도 없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차우미에게 향했다.차우미가 나상준을 의아하고 경악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나상준은 순간, 답답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올랐다.손가락으로 옷을 살짝 누른 뒤, 그는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의 분위기는 나상준의 움직임에 따라 변했다.그러나 절대 가볍지 않았다.전민수는 처음으로 뭉개지는 느낌을 받았다.자기를 쳐다보지도 않는 남자에게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은 미묘하게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다.입 밖으로 무슨 말을 내뱉어야 할지 감 잡히지 않았다.나상준은 전민수를 지나쳐 차우미의 앞에 멈춰 섰다.차우미는 갑자기 나타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이 왜 이러는지 그녀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매달리는 남자를 대신 떨어내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당신..."순간, 차우미의 손목을 잡은 나상준이 그녀를 끌었다.강제로 손목이 잡힌 차우미가 힘없이 나상준에게 휘둘렸다.놀랐지만 고민할
어두운 밤하늘 아래, 가로등이 잔잔하게 빛났다. 어두운 그림자 속, 훤칠한 키의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데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무거운 발걸음과 차가운 분위기로 주변 공기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 고요하고 적막했다.이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술잔을 내려놓고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임상희는 키가 큰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순간 공포를 느낀 임상희는 얼이 빠졌다.'삼촌? 작은삼촌이 왜 여기…? 내가 잘못 본 건가?'임상희는 자기가 술을 너무 마셨던 탓에 헛것을 봤다고 여겼다. 어쩌면 비슷한 사람을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늘 바쁜 삼촌이 이곳에 나타날 리 없었기 때문이다.사방이 조용했다. 음악 소리가 허공에서 튕겨 나간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하성우가 밖에서 통화하다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하성우의 곁에는 양훈도 있었다. 하지만 양훈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람을 응시했다. 낮은 소리가 그의 귀로 들려왔다. "너 큰일 날 것 같은데.""큰일은 무슨, 쟤 좀 봐. 얼마나 신경 쓰였으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쯧쯧, 그걸 모르다니.""쌤통이지. 형수님 좀 봐, 얼마나 좋은 사람이야. 착하지, 마음 여리지, 성품 훌륭하지. 게다가 얼마나 사려 깊은지 몰라! 아름다운 분이 성품도 훌륭하니, 저런 여자를 어디 가서 또 만나겠어? 나상준 정도 되어야 형수님 같은 분을 담을 수 있어. 하느님이 점 찍어둔 두 사람인데, 그걸 자기 발로 뻥 차버리다니!"하성우는 자기 행동이 절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남자는 때론 과격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나상준처럼 항상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모든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양훈은 하성우를 상대하기 귀찮았다. "나 갈게."양훈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하성우가 차우미를 데리고 그것도 옆에 다른 사람도 없이 단둘이 온 것을 보고 의아해서 따라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