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가 멍해졌다.하성우는 키가 크고 평소에 운동해 몸이 다부졌다. 게다가 그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뒷모습만 봐도 누군지 알아볼 정도였다. 차우미도 하성우를 단박에 알아봤다.하지만...하성우의 몸에 매달려 있는 사람은 긴 머리의 여자였다. 하성우을 꼭 끌어안은 여자는 하성우의 품을 더욱 파고들었다.하성우는 여자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지만 그럴수록 심나연은 더욱 하성우에게 달라붙었다.두 사람은 지구력 테스트라고 하는 중인지 누구 하나 질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차우미는 하성우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몸짓으로 그가 골치 아파하는 모양새를 눈치챘다.차우미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성우 씨."스파샵은 도시 외곽에 있었고 게다가 근처에 아무도 없어 매우 조용했다.차우미의 평온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고 껌처럼 달라붙었던 두 사람은 순간 굳었다.하성우는 눈을 번쩍 뜨고 자기를 구원하러 온 구원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바로 몸을 돌렸다. "형수님!"한껏 격앙한 그는 손을 잡아당기는 심나연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차우미에게 뻗었다.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드디어 누군가 그를 구하러 왔다!조금만 더 늦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차우미는 하성우의 감동을 눈치채고 그의 앞에 멈춰 섰다.바로 이때, 하성우의 몸에 매달려 있던 심나연도 스르르 내려왔다.하지만 하성우가 도망칠 게 걱정되었던 심나연은 두 손으로 하성우의 팔을 품에 꼭 껴안았다. 하성우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눈썹을 찡그리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다만 미간이 더욱 찌푸려지고 얼굴이 보기 흉하게 변했다."형수?""오빠 나한테 거짓말한 것 없어?"심나연은 말을 하면서 하성우를 바라보았다. 예쁘고 날렵한 두 눈망울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하성우는 심나연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힘껏 뿌리치려 했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상준 오빠도 알고 있는 거야?""이 분이 상준이 아내야!""얼른 형수님한테 인사드려!"하
차우미는 하성우를 도우려다가 되려 곤경에 처했다.활발하고 명랑한 여자를 바라보며 차우미가 말했다. "바빠서요.""그렇군요, 상준 오빠가 바쁘긴 하죠. 남자들은 죄다 사업이...'' 심나연은 하성우를 째려보더니 매우 사납게 말했다. "성우 오빠는 제외하고요!""성우 오빠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몹시 나쁜 놈이에요!"한숨을 돌린 하성우는 심나연이 차우미에게 매달리는 것을 보자 머리가 아팠다.차우미에게 매달리는 건, 그에게 매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있으면 그가 오늘 밤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심나연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을 바라보았다. 화가 났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심나연의 모습과,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하성우을 번갈아 보며 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갈까?"차우미의 말에 하성우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구원자가 틀림없었다.심나연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의아한 듯 물었다. "간다고요? 어디를 가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간다는 거예요?"다른 여자였으면 심나연도 의심했을 테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은 꼬리가 붙는 사이고 그래서 차우미와 하성우 관계를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궁금했을 뿐이다.하성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일 있어, 그게 아니었으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뭐 하겠어?"진지한 그의 얼굴은 드디어 억울한 누명을 벗은 표정 같았다.심나연은 순간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더니 하성우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진짜 다른 일이 있는 거예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녀는 하성우를 도우려고 한 말이 아니다.하성우와 정말로 할 일이 있었다.심나연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진짜 일이 있었구나...""내가 오빠를 오해했구나..." "아..."자책하는 듯 축 늘어진 머리와 붉어진 눈시울은 보는 사람마저
심나연은 자신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하성우는 오른쪽 관자놀이를 만지며 심나연을 차 안으로 밀어 넣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도착해서 연락해."운전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차가 출발하려 하자, 심나연은 창을 내리고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 "언니, 연락처 알려주세요!"하지만 그녀가 말을 함과 동시에 차가 출발했다.차우미는 멍하니 서서 시야에서 사라진 차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보았다.하성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드디어 저 귀신 같은 애를 보냈네요."지옥을 탈출한 듯한 그의 모습에 차우미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9시인데, 지금 출발할까?"하성우가 말했다. "지금 가요!"하성우는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활기차졌다.차우미가 차에 올라탔고, 곧 차가 출발했다. 그는 나상준에게 전화해 로엔으로 간다는 말을 남겼다.하성우는 단지 그녀에게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했고, 그녀는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하성우는 방금 그녀가 본 일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나연이가 너무 달라붙어요, 나쁜 의도는 아닌데 애가 워낙 단순해서 사람한테 너무 달라붙어요.""다 큰 남자가 매일 저런 꼬맹이를 뒤에 달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며칠간 그녀를 피해 다녔는데, 마침 형수님이 나타난 바람에 떼어놓을 수 있게 됐어요.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잡혀 있었을 거예요.""근데, 분명 학교 행사 있다고 나간다고 했는데, 왜 돌아온 거지? 참 이상해요."하성우는 말을 하다가 화제를 빗나갔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한편, 차우미는 하성우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었다.매우 평범하면서도 구구절절 사랑인 듯 방임인듯한 말을 듣던 중,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보았다.하성우는 한 손은 운전대에 한 손은 눈썹을 긁적이며 난감해 했다.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차우미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어떤 일은 자신은 모르나 옆 사람은 알아차릴 수 있는 게
그의 목소리가 워낙 빨랐던 탓에 차우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왜?"하성우는 차우미를 훑어보았다, 마치 전시물을 보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시선을 따라, 자기의 몸을 훑어보았다.드레스는 완벽했다. 치수가 그녀의 몸에 꼭 맞았다.차우미는 드레스 사이즈가 안 맞을까 봐 걱정이었으나, 찰떡같이 어울려서 오히려 놀랐다. 아무도 그녀의 사이즈를 몰랐기에.하지만 여자를 여러번 만나본 하성우에게 여자 사이즈를 알아내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그녀의 목에는 둥근 진주 목걸이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는 같은 진주 귀걸이가 있었다. 심플하지만 단아했다.평소 머리를 뒤로 가볍게 묶었던 그녀는, 오늘 머리를 걷어 올렸고, 흰 옥비녀로 고정했다. 하이힐까지 신은 그녀는 흰 진주가 박힌 작은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신발도 깨끗했고 드레스도 매끄러웠다. 구김 하나 없었다. 어디에도 문제가 없었다.차우미가 물었다. "어디 잘못됐어?"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고전적이면서 단아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곳 같은 여자가 너무 아름다워 현실감이 없었다.조금의 과장도 없었다.그는 차우미에게 자기가 여자를 잘 다룬다고 얘기했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는 각양각색의 여자와 만났고,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를 만나봤었다.더는 외적인 것에 끌리는 나이가 아니었다, 이제는 내적인 것을 볼 때다.특히 여자는 몸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중요했다.그러나 차우미는 여자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아우라가 있었다. 편안하면서도 클래식한, 그러면서도 맑고 청아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누가봐도 좋은 여자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매우 희귀했다.그녀는 아름다웠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다.아까는 하성우가 심나연에게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던 탓에 차우미에게 신경을 못 썼던 탓도 있었다. 지금에야 차우미를 마주한 그는 차우미의 진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이
하성우는 차우미에게 앞에서 걷게 했고, 그는 뒤에서 차우미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하성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찍은 사진을 누군가에게 전송했다.하성우는 매우 만족스러운 듯 휴대폰을 주머니 넣고 빠르게 차우미를 따라갔다."형수님, 가요. 제가 안내할게요."차우미는 하성우의 행동을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매우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멍해졌다.그녀는 이곳에서 파티나 행사를 하는 줄 알았다. 호텔 라운지 바 같은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들어선 곳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있었다.유리를 통해 안에 풍경이 선명하게 들어왔다.정원에는 화초가 심어져 있었고 안에는 산, 개울, 흐르는 물 그리고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듯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매우 조화롭고 고상했다.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들이 안에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셨다.다만 이 연회는 기존의 파티가 느낌이 달랐다.차우미는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는 손의 술이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행사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다.하성우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수님, 저기로 가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유리는 부채형이지만,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유리로 이어진 긴 복도 같았다. 이 복도를 걸으면 바깥의 경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차우미는 조용히 걸으며 소리 없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성우에게 왜 이곳에 오는지 묻지 않았다.하성우에게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위층으로 향했다.한편, 공항.VIP 통로로 나상준이 안에서 걸어나왔다. 허 비서는 그의 뒤에서 캐리어를 끌고 따라왔다.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메시지가 도착했다.나상준은 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그가 걸음을 멈추었다.뒤를 따르던 허영우는 나상준과 거리를 두고 걸었으나, 나상준이 돌연 걸음을 멈추는 바람에 덩달아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허영우는 발걸음을 멈
로엔.눈부시게 빛나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은 행사가 막 시작된 것 같았다.차우미는 하성우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 회전식 계단으로 올라가 맨 위층인 루프탑까지 올라갔다.루프탑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투명한 온실 구조였고, 회성 전체를 볼 수 있는 모든 각도, 막힘없이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면 바로 볼 수 있었다.매우 아름답고 고상하고 화려했다. 차우미는 유리 밖으로 불빛이 찬란한 도시를 바라보았다. 다시 독립된 투명한 룸을 바라보았다. 룸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전문 바텐더가 그들에게 술을 따랐다. 직원들은 각종 술, 간식, 음식을 들고 서빙하고 있었다.차우미는 룸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술잔을 들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미소를 띠고 유혹적인 분위기다. 순간, 차우미는 이곳은 행사장이 아니라 술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순간 차우미가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시선을 돌려 앞서 가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하성우는 그녀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즐거운 것 같았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하성우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는 그제야 차우미가 움직이지 않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성우가 어리둥절해서 다가왔다. "형수님, 왜요?"차우미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여기 왜 온 거야?"그녀는 참았던 질문을 내뱉었다.하성우는 눈을 번쩍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빛을 한 차우미를 바라보며 하성우는 그녀가 이곳에 공적인 일을 하기 왔다고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그게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그녀다.그래서 차우미가 협조하지 않는 것이다.하성우는 차우미의 변화에 눈을 깜빡이더니 실눈으로 웃었다. "술 마시러 왔어요."하성우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차우미는 하성우의 솔직함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하러 온 거 아닌가?"하성우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가 술은 못 마신다며 당장 돌아가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녀의 질문에 되려 당황했
하성우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며칠 동안 형수님이 매우 바빠잖아요. 휴식할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재미없는 곳에 가서 노는 것보다, 이렇게 노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을 것 같아서요."그는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차우미가 그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자 약간 억울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성우의 실망한 기색을 본 차우미가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고마워. 마음은 받겠으나...""술을 안 마시는 거면, 음료수를 마시면 되겠네요? 이 음료수도 맛이 좋아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맛이에요. 음료수가 싫으면 과일 주스는 어때요? 설마 주스도 싫다고 할 건 아니죠? 그날 주스는 마셨던 것 같았는데..."차우미가 대답하기 전에 하성우가 먼저 말했다. "형수님,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마시지 않으려고요? 정말 이대로 돌아가려고요? 내가 막 아쉬워요,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여기 경치도 좋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잖아요. 저 밤하늘 봐요, 얼마나 예뻐요."하성우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가리키며 차우미가 마음을 바꿔주길 기대했다.하성우는 차우미의 말을 끊고 한마디 했다. 하성우의 진심이 느껴졌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이곳에 그녀가 머물길 바라는 것이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하성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정성 있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머물러 준다면 그녀가 하는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것처럼 간절해 보였다.차우미는 며칠 동안 하성우가 자기의 해설원 역을 해준 게 고마웠다. 은인 같은 사람이 하는 부탁을 거절하는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주스 한 잔 줘."하성우는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 "와, 현명한 선택이세요. 상준이가 어떻게 형수님 같은 분을 만났는지! 전생에 무슨 공덕을 베풀었길래 형수님을 만났는지! 진짜 복에 겨웠다니까요! 형수님이 술 싫어하면, 술 강요하지 않을게요. 여기서 주스를 마시면서 음악 듣고 풍경 보면서 편하게 쉬어요."말을 마친 하성우가
하성우의 눈이 미묘하게 빛나더니 그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하지만 전화가 온 사람은 뜻밖에도 나상준이었다.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라 실망을 한 하성우가 차우미에게 말했다. "형수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차우미가 가방을 옆에 올려두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하성우의 말처럼,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고 음악과 함께 들으니 편안했다.차우미가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하성우가 환하게 웃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차우미는 두리번 거리며 안을 둘러보았다.그녀는 이곳에 30분 정도 머문 것 같았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녀를 불편하게 하거나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차우미가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고 어느새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은 차우미는 다른 룸에서 술을 마시며 떠드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질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차우미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녀가 바라본 곳에 누군가 있었다.대각선 반대편 가장 안쪽에 있는 룸에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20대 여자들은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예쁘게 있었다. 남자들도 정장은 아니었지만 정갈하게 입고 있었다. 게다가 전부 명품이다.그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사람들 눈에 띄는 차림을 한 사람이었다. 옷차림이 매우 자유분방했다, 꾸미지 않은 소탈한 모습이었다.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하지만 분위기에 맞지 않는 차림을 한 그녀에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유독 눈에 띈 탓인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들러리처럼 보였다.그녀는 임상희였다.임상희도 회성에 있었다.차우미는 이런 곳에서 임상희를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임상희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줄곧 술을 들이켰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술을 계속 마셨다. 반항심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차우미가 눈을 살짝 돌려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