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의 회의실.해가 지기 시작하고, 밝은 하늘빛이 점점 막을 올리고, 곧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안주는 회성과 잇닿아 있는 연해 도시였다. 내륙 도시보다 일찍 밤이 찾아오고, 내륙보다 일찍 해가 떴다.6시가 갓 넘은 시간이었으나 창밖의 하늘은 어느새 모래 빛으로 뒤덮였다. 아까보다 확실히 어두워졌다.회의가 끝나자마자, 나상준은 회의실에서 나왔다. 허 비서가 그의 뒤를 따르며 다음 스케줄에 대해 얘기했다.휴대폰 진동 소리가 울렸고 허영우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나상준이 휴대폰을 들었다.발신자는 하성우다.스크린에 찍힌 하성우의 이름을 잠시 바라보던 나상준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하성우가 몸을 비스듬히 소파에 기댄 채 한 손은 휴대폰에, 다른 한 손은 소파에 아무렇게나 걸치고 다리를 꼬았다. 휴대폰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언제 올 거야?"어제 분노에 찼던 사람 같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따가 형수님이랑 같이 로앤에 갈려고 하는데, 지금 돌아오면..."하성우는 손을 들어 시계를 확인하더니 눈웃음을 간드러지게 지으며 말했다. "늦지 않을 거야.""안 올 거면 그만 두고, 어차피 형수님은 너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할 일 해, 내가 괜히 바쁜 사람 붙잡았네, 끊을게~"자기 할 말만 하고 하성우는 전화를 끊었다.나상준은 끊긴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진 스크린은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다.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나상준이 물었다. "우리 몇 시 티켓이야?"허영우가 바로 대답했다. "오늘 저녁 9시 5분입니다."나상준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앞당겨."하성우는 어두워진 휴대폰을 바라보며 실눈을 뜨고 웃었다. 그리고 다시 차 한 모금을 마셨다.차를 마시는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오늘 밤 벌어질 일을 진심으로 기대하는 눈치였다.차우미는 전에 피부관리를 받은 적 있었다. 나상준과 결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하늘도 점차 어둠이 찾아왔다.8시가 거의 되도록 차우미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몰랐다.하지만 전신 관리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했다.차우미는 바깥 하늘을 바라보았다. 등불이 반짝반짝 빛났고 어둠이 소리 없이 찾아와 회성을 뒤덮었다.휴대폰을 가방에 넣은 차우미는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다시 호텔로 돌아가 업무 좀 하다가 쉬면 될 것 같았다.차우미는 파우더룸으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때마침 혜진이 무언가를 들고 왔다. "아가씨께서 입을 옷이에요."차우미는 담시 당황하더니 그녀가 들고 온 연그린 드레스를 바라보았다.가지런하게 포개진 옷은 버클이 있었고 옷깃에는 자수가 놓여 있었다. 눈살을 살짝 찌푸린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제가 입을 거라고요?""네."차우미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자, 혜진이 또다시 말했다. "도련님께서 분부한 겁니다."다만 그녀가 왜 이 드레스를 입어야 할지 몰랐다.차우미는 드레스를 좋아했다, 하지만 자주 입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이유도 있었고, 드레스는 특정 장소에서만 입을 수 있는 특별한 옷이다.나상준과 결혼 한 3년 동안 그녀는 한 번도 드레스를 입은 적 없었다.차우미는 하성우가 무슨 생각으로 이 옷을 입어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워낙 생동감 넘치는 컬러와 자수가 너무 단아했던 탓에 데일리룩은 아니어도, 격식이 필요한 장소에는 나쁘지 않은 옷이다.순간, 나상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기의 친구를 만나자고 했었다. 이틀 간, 하성우는 줄곧 그녀를 데리고 박물관에 가서 대신 해설관을 해줬다. 나상준은 너무 바쁜 일정 탓에 회성에 없었다. 그래서 하성우가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오늘 밤 어떤 행사에 참가하는 눈치다. 이 행사가 그녀의 목각 행사와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차우미는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하성우가 그녀를 이
하성우의 곁에 어떤 여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하성우는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우리 아가, 밤도 점점 어두워지는데, 여자가 혼자 밤에 돌아다니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오빠가 사람 불러서 너 집까지 데려가라고 했으니까 얼른 타고 가. 가자마자 씻고 자, 밤새지도 말고, 휴대폰도 놀지 말고, 피부 안 좋아져. 말 들어, 알겠지?"하성우는 자기 팔에 붙어 있는 여자를 거칠게 밀어내며 말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는 얼른 자기 몸에서 떠낸 여자를 거칠게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 문을 걸치게 닫은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차 안에 불쑥 튀어나온 여자가 하성우를 끌어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게다가 두 다리로 거의 꼬아 안고, 두 팔로 그의 목에 둘렀다.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모든 것을 해탈한 것 같았다.멍하게 서서 두 손을 힘없이 늘어뜨린 하성우는 옆에서 꼼짝하지 않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운전기사를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왜 자기를 돕지 않는지, 왜 멍하니 서 있는지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운전기사는 그의 시선을 받고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운전기사는 돕지 않는 게 아니라, 도울 수 없다.하성우의 몸에 달라붙은 여자는 아무나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운전기사가 쭈뼛대 이자, 하성우는 분노가 차올랐다. 그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인내심 있게 타일렀다. "나연아, 너 여기서 자꾸 오빠 조르면 보기 안 좋아. 그리고 오빠는 진짜 할 일이 있어, 아주 많아. 네가 이러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일 보러 가니?""너 말 잘 듣잖아, 얼른 오빠 말 들어. 얼른 내려놓고 집에 가자...""싫어!""안 갈래!"그의 몸에 붙어서 여자는 소리쳤고, 하성우의 얼굴로 여자의 침이 마구 튀었다. 하성우는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하성우의 몸에 매달린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세등등해서 말했다. "할 일이 뭔데? 여자들이랑 노는 것
차우미가 멍해졌다.하성우는 키가 크고 평소에 운동해 몸이 다부졌다. 게다가 그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뒷모습만 봐도 누군지 알아볼 정도였다. 차우미도 하성우를 단박에 알아봤다.하지만...하성우의 몸에 매달려 있는 사람은 긴 머리의 여자였다. 하성우을 꼭 끌어안은 여자는 하성우의 품을 더욱 파고들었다.하성우는 여자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지만 그럴수록 심나연은 더욱 하성우에게 달라붙었다.두 사람은 지구력 테스트라고 하는 중인지 누구 하나 질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차우미는 하성우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몸짓으로 그가 골치 아파하는 모양새를 눈치챘다.차우미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성우 씨."스파샵은 도시 외곽에 있었고 게다가 근처에 아무도 없어 매우 조용했다.차우미의 평온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고 껌처럼 달라붙었던 두 사람은 순간 굳었다.하성우는 눈을 번쩍 뜨고 자기를 구원하러 온 구원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바로 몸을 돌렸다. "형수님!"한껏 격앙한 그는 손을 잡아당기는 심나연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차우미에게 뻗었다.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드디어 누군가 그를 구하러 왔다!조금만 더 늦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차우미는 하성우의 감동을 눈치채고 그의 앞에 멈춰 섰다.바로 이때, 하성우의 몸에 매달려 있던 심나연도 스르르 내려왔다.하지만 하성우가 도망칠 게 걱정되었던 심나연은 두 손으로 하성우의 팔을 품에 꼭 껴안았다. 하성우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눈썹을 찡그리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다만 미간이 더욱 찌푸려지고 얼굴이 보기 흉하게 변했다."형수?""오빠 나한테 거짓말한 것 없어?"심나연은 말을 하면서 하성우를 바라보았다. 예쁘고 날렵한 두 눈망울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하성우는 심나연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힘껏 뿌리치려 했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상준 오빠도 알고 있는 거야?""이 분이 상준이 아내야!""얼른 형수님한테 인사드려!"하
차우미는 하성우를 도우려다가 되려 곤경에 처했다.활발하고 명랑한 여자를 바라보며 차우미가 말했다. "바빠서요.""그렇군요, 상준 오빠가 바쁘긴 하죠. 남자들은 죄다 사업이...'' 심나연은 하성우를 째려보더니 매우 사납게 말했다. "성우 오빠는 제외하고요!""성우 오빠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몹시 나쁜 놈이에요!"한숨을 돌린 하성우는 심나연이 차우미에게 매달리는 것을 보자 머리가 아팠다.차우미에게 매달리는 건, 그에게 매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있으면 그가 오늘 밤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심나연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을 바라보았다. 화가 났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심나연의 모습과,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하성우을 번갈아 보며 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갈까?"차우미의 말에 하성우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구원자가 틀림없었다.심나연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의아한 듯 물었다. "간다고요? 어디를 가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간다는 거예요?"다른 여자였으면 심나연도 의심했을 테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은 꼬리가 붙는 사이고 그래서 차우미와 하성우 관계를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궁금했을 뿐이다.하성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일 있어, 그게 아니었으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뭐 하겠어?"진지한 그의 얼굴은 드디어 억울한 누명을 벗은 표정 같았다.심나연은 순간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더니 하성우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진짜 다른 일이 있는 거예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녀는 하성우를 도우려고 한 말이 아니다.하성우와 정말로 할 일이 있었다.심나연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진짜 일이 있었구나...""내가 오빠를 오해했구나..." "아..."자책하는 듯 축 늘어진 머리와 붉어진 눈시울은 보는 사람마저
심나연은 자신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하성우는 오른쪽 관자놀이를 만지며 심나연을 차 안으로 밀어 넣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도착해서 연락해."운전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차가 출발하려 하자, 심나연은 창을 내리고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 "언니, 연락처 알려주세요!"하지만 그녀가 말을 함과 동시에 차가 출발했다.차우미는 멍하니 서서 시야에서 사라진 차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보았다.하성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드디어 저 귀신 같은 애를 보냈네요."지옥을 탈출한 듯한 그의 모습에 차우미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9시인데, 지금 출발할까?"하성우가 말했다. "지금 가요!"하성우는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활기차졌다.차우미가 차에 올라탔고, 곧 차가 출발했다. 그는 나상준에게 전화해 로엔으로 간다는 말을 남겼다.하성우는 단지 그녀에게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했고, 그녀는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하성우는 방금 그녀가 본 일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나연이가 너무 달라붙어요, 나쁜 의도는 아닌데 애가 워낙 단순해서 사람한테 너무 달라붙어요.""다 큰 남자가 매일 저런 꼬맹이를 뒤에 달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며칠간 그녀를 피해 다녔는데, 마침 형수님이 나타난 바람에 떼어놓을 수 있게 됐어요.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잡혀 있었을 거예요.""근데, 분명 학교 행사 있다고 나간다고 했는데, 왜 돌아온 거지? 참 이상해요."하성우는 말을 하다가 화제를 빗나갔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한편, 차우미는 하성우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었다.매우 평범하면서도 구구절절 사랑인 듯 방임인듯한 말을 듣던 중,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보았다.하성우는 한 손은 운전대에 한 손은 눈썹을 긁적이며 난감해 했다.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차우미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어떤 일은 자신은 모르나 옆 사람은 알아차릴 수 있는 게
그의 목소리가 워낙 빨랐던 탓에 차우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왜?"하성우는 차우미를 훑어보았다, 마치 전시물을 보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시선을 따라, 자기의 몸을 훑어보았다.드레스는 완벽했다. 치수가 그녀의 몸에 꼭 맞았다.차우미는 드레스 사이즈가 안 맞을까 봐 걱정이었으나, 찰떡같이 어울려서 오히려 놀랐다. 아무도 그녀의 사이즈를 몰랐기에.하지만 여자를 여러번 만나본 하성우에게 여자 사이즈를 알아내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그녀의 목에는 둥근 진주 목걸이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는 같은 진주 귀걸이가 있었다. 심플하지만 단아했다.평소 머리를 뒤로 가볍게 묶었던 그녀는, 오늘 머리를 걷어 올렸고, 흰 옥비녀로 고정했다. 하이힐까지 신은 그녀는 흰 진주가 박힌 작은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신발도 깨끗했고 드레스도 매끄러웠다. 구김 하나 없었다. 어디에도 문제가 없었다.차우미가 물었다. "어디 잘못됐어?"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고전적이면서 단아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곳 같은 여자가 너무 아름다워 현실감이 없었다.조금의 과장도 없었다.그는 차우미에게 자기가 여자를 잘 다룬다고 얘기했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는 각양각색의 여자와 만났고,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를 만나봤었다.더는 외적인 것에 끌리는 나이가 아니었다, 이제는 내적인 것을 볼 때다.특히 여자는 몸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중요했다.그러나 차우미는 여자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아우라가 있었다. 편안하면서도 클래식한, 그러면서도 맑고 청아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누가봐도 좋은 여자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매우 희귀했다.그녀는 아름다웠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다.아까는 하성우가 심나연에게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던 탓에 차우미에게 신경을 못 썼던 탓도 있었다. 지금에야 차우미를 마주한 그는 차우미의 진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이
하성우는 차우미에게 앞에서 걷게 했고, 그는 뒤에서 차우미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하성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찍은 사진을 누군가에게 전송했다.하성우는 매우 만족스러운 듯 휴대폰을 주머니 넣고 빠르게 차우미를 따라갔다."형수님, 가요. 제가 안내할게요."차우미는 하성우의 행동을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매우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멍해졌다.그녀는 이곳에서 파티나 행사를 하는 줄 알았다. 호텔 라운지 바 같은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들어선 곳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있었다.유리를 통해 안에 풍경이 선명하게 들어왔다.정원에는 화초가 심어져 있었고 안에는 산, 개울, 흐르는 물 그리고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듯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매우 조화롭고 고상했다.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들이 안에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셨다.다만 이 연회는 기존의 파티가 느낌이 달랐다.차우미는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는 손의 술이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행사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다.하성우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수님, 저기로 가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유리는 부채형이지만,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유리로 이어진 긴 복도 같았다. 이 복도를 걸으면 바깥의 경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차우미는 조용히 걸으며 소리 없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성우에게 왜 이곳에 오는지 묻지 않았다.하성우에게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위층으로 향했다.한편, 공항.VIP 통로로 나상준이 안에서 걸어나왔다. 허 비서는 그의 뒤에서 캐리어를 끌고 따라왔다.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메시지가 도착했다.나상준은 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그가 걸음을 멈추었다.뒤를 따르던 허영우는 나상준과 거리를 두고 걸었으나, 나상준이 돌연 걸음을 멈추는 바람에 덩달아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허영우는 발걸음을 멈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