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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Author: 유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1-16 19:00:00
진장혁 [우미야, 너 언제 시간 있어? 내가 지금 다들 시간 알아보고 동창회 시간을 정하려는데 너 언제 시간 가능해? 내가 적어 놓을게.]

요 며칠 그룹 채팅이 뜨겁고 항상 톡이 100개를 넘었고 차우미는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다.

이 톡은 진장혁이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고 시간을 확인하니 한 시간 전이다. 차우미는 채팅창을 열고 글을 입력했다.

빠르게 진장혁의 답장이 왔다.

진장혁 [이렇게 바빠? 그럼 먼저 일봐 내가 확정되면 얘기해 줄게.]

차우미는 금방 진장혁에게 회성에서 출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확정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그녀의 뜻은 진장혁이 다른 동창들의 시간에 맞게 스케줄을 안배하고 그녀가 시간이 되면 참석하겠다는 말이다.

마지막 톡을 확인하고 차우미가 좋아라고 답장한 후 핸드폰을 내려놓고 오늘의 자료를 정리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이튿날 아침. 하성우는 어제처럼 아침 일찍 차우미를 데리고 아침 먹고 박물관으로 갔다.

금방 저녁이 되었다.

하성우는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

“형수님, 가요!”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어제보다도 더 기뻐하고 흥분했다.

차우미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차에 올라타고 차우미는 오늘 본 물건들과 자료를 생각했고 어제 내용과 정리하자 머릿속에 이미 대체적인 프레임이 짜였다.

그녀는 생각에 잠겨 차가 가고 있는 곳을 주의하지 못했고 하성우가 흥분하고 들떠하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측!

차가 급속하게 장식이 화려한 유리 대문 앞에서 멈췄고 하성우가 차에서 내린 후 젠틀하게 차우미의 문을 열어줬다.

차우미는 이미 시끄러운 차소리에 생각이 끊켰고 주위의 나무, 화초, 계곡에 놀랐고 특히 차 옆의 건물에 멍 때렸다.

“이건......”

차우미가 차에서 내리고 이 아름다운 전통 스타일에 현대감이 보이는 우아한 건물에 넋을 놓았다.

그녀는 이곳이 어딘지 보아 낼 수 없었다.

정원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시선은 문 앞의 판넬에 옮겨졌고 오동나무의 판넬에 이쁜 서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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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는 형제처럼 화동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화동의 말을 이어서 말했다.“맞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대로 식사해야지. 멀리 가지 않고 우리 여기 가계에서 식사하면 돼. 내가 장담하는데 우리 남편 밖에 있는 웬만한 식당의 셰프보다 요리를 더 잘하거든.”온이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차우미도 같이 일어나서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유리와 화동이 식사 초대를 하자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이샘을 보았는데 온이샘도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온이샘이 물었다.“시간이 돼?”온이샘은 마치 모든 것을 아내에게 물어보고 진행하는 남편 같았다.차우미는 온이샘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유리를 보았다.유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서둘러 차우미 옆에 다가가서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시간 되는 거죠? 거절하면 화를 낼 거예요. 그런데 제가 화를 내면 엄청 무서워요.”화동이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맞아요. 유리가 화를 내면 엄청 무서워요.”부부의 반응에 차우미는 웃으며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가 결정해.”워낙 온이샘과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기에 점심을 어디에서 먹든지 그녀는 상관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동의한다는 것을 알고 고마워하며 미소를 지었다.“좋아. 오늘 점심에는 네 남편의 요리를 맛보자. 화동 씨, 부탁해요.”이로서 점심에 화동이가 요리를 하기로 했고 차우미와 온이샘이 아침을 먹는 동안 화동은 직접 장 보러 가기로 했다.유리는 화동에게 무엇을 살지 꼼꼼하게 종이에 적어서 주며 당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화동은 구매 리스트를 들고 떠났다.차우미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요리한다는 게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하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시간이 걸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순간 너무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하지만 온이샘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이샘과 유리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하게 아침을 먹었다.유리는

  • 봄날   제900화

    “우미 씨는 고향이 어디예요?”귀 가까이에 들리는 말소리에 차우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리가 자기의 옆에 앉아 있었다.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흥미진진하게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유리를 보며 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안평 사람이에요.”“아~ 안평 사람이었네요.”유리는 온이샘을 힐끔 봤는데 그의 시선은 다시 차우미에게로 돌아가 있었다.그 표정은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었는데 얼굴에 차우미를 좋아한다고 적나라하게 써놓은 것 같았다.유리는 온이샘의 이와 같은 모습을 처음 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유리는 온이샘을 제대로 놀려주고 싶었다.“우미 씨, 그러면 우리 외할아버지가 만드는 아침 메뉴가 무조건 입에 맞을 거예요. 안평시와 노주시의 음식이 비슷하잖아요. 모두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매운맛과 단맛의 조합도 있고 매운맛과 신맛의 조합은 정말로 사람을 매혹하죠. 우리 이샘 학생도 그런 맛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예전에는 청주 사람이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그 원인을 알 것 같아요. 옆에 있는 친구 때문에 따라서 좋아하게 된 거네요.”온이샘이 차우미를 좋아한다고 그대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 뜻을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아무리 감정에 반응이 느린 차우미라고 해도 이런 직설적인 표현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차우미는 유리가 이렇게까지 솔직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온이샘은 순식간에 귀가 빨개지며 차우미를 보고 나서 약간 심각한 얼굴로 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그만해.”온이샘의 눈에는 더 이상 따뜻함이 아니라 차가움이 가득했다.해서는 안 되는 농담이 있는데 특히 자기도 아직 차우미에게 하지 않은 말은 더더욱 안 된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목소리 변화를 느끼고 바라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평소와 너무 달랐고 또 엄숙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유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뭘 그만해? 내가 무슨 못할 말을 했어? 그럼, 우미 씨 덕분에 이런 음식을 좋아하게 된 거 아니야?”

  • 봄날   제899화

    온이샘은 차우미의 호기심 어린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할아버지는 청주 사람이 아니야. 할아버지는 노주 사람이고 할머니가 청주 사람이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청주시에서 가게를 하시는구나.”할머니의 고향에 정착한 것이다.“그래.”두 사람이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유리가 김치가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걸어왔다.김치 위에 설탕, 고춧가루, 깨소금을 살짝 뿌려서 가져왔다.유리가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우미 씨, 이샘이는 청주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우리집 김치를 엄청 좋아해요. 매번 올 때마다 꼭 이 김치를 찾아요. 이 맛을 잊을 수 없나 봐요.”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저도 김치를 좋아해요.”“그래요? 이런 우연도 있네요. 역시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옛말이 틀린 거 없네요.”차우미는 자기도 김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더니 순간 머릿속에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대학 다닐 때, 차우미는 학교 식당의 요리가 입에 맞지 않아서 가끔 고향의 음식이 생각났는데 그때마다 부모님이 우편으로 보내주곤 했다.그중에서도 김치는 빼놓지 않았던 음식이다.특히 차우미의 어머니 하선주가 만든 김치는 일품이었는데 매번 김치가 올 때마다 여가현도 같이 먹었다.나중에 여가현과 강서흔이 연애하고 서로 익숙해진 후, 같이 소풍을 갈 때 차우미는 하선주가 만든 김치를 가져가기도 했다.여가현의 말에 따르면 하선주의 김치는 식탁의 영혼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고 했다.강서흔과 온이샘은 모두 김치가 뭔지도 모르고 먹어 본 적도 없었는데 차우미가 가져온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여가현은 차우미가 김치를 꺼내자마자 무를 집어 강서흔의 입어 넣었는데 강서흔은 순식간에 독약을 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맛을 보더니 음미하기 시작했다.반면 온이샘은 스스로 무를 입에 넣고 맛을 느꼈다.필경 고향 음식이기도 하고 또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차우미는 친구들도 모두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때문에 온이샘이 스스로 집어 들자, 반응이 어

  • 봄날   제898화

    “할아버지, 말씀하신 물건을 모두 사 왔어요. 그리고 마침 친구를 만났는데 특별히 할아버지가 만드신 아침을 먹으러 왔대요.”가게 안에는 머리가 백발이고 체구가 날씬하며 기운이 넘치는 할아버지가 국수를 건지고 있었다.유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더니 유리 뒤에 있는 온이샘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샘이 왔구나. 얼른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이게 얼마 만이야.”온이샘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가게에 아침 먹으러 다녀갔기에 유리의 할아버지는 온이샘을 한 번에 알아보았다.온이샘도 진작에 유리가 결혼해서 일남일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을 알고 있었다.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들어가서 할아버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할아버지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온이샘이 데리고 온 차우미를 보더니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샘아, 너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거야? 너무 예쁘구나. 두 사람 잘 어울려.”온이샘이 여러 차례 아침 먹으러 다녀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자를 데리고 왔기에 할아버지는 여자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다.할아버지의 말에 온이샘이 서둘러 해명하려고 할 때 유리가 먼저 말했다.“할아버지, 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래요. 우미 씨가 쑥스러워하니까 그런 오해는 하지 마세요.”원래는 괜찮았는데 유리의 말을 듣자, 차우미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얼굴이 얇았다.“어? 아니야? 이샘이가 처음으로 데리고 온 여자 아이니까 나는 그런 줄 알았지.”“그만 보시고 면이나 마저 하세요. 계속 얘기하시다가 우미 씨가 도망이라도 가면 이샘 학생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요.”말하면서도 유리의 손은 멈추지 않았는데 온이샘과 차우미에게 수저를 준비해 주고 또 육수 두 그릇을 가져왔다.“얼른 앉아. 이건 육수인데 따뜻하게 우선 마시고 있어.”육수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유리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차우미의 약간 붉어진 얼굴을 보는 온이샘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 찼다.

  • 봄날   제897화

    ”그래.”차우미는 가방과 양산을 온이샘에게 넘겨주고 바닥에 물기가 없을 때까지 열심히 닦은 다음 더러워진 휴지를 들고 쓰레기통을 찾았다.그때 줄곧 앞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여인이 말했다.“쓰레기는 우리 집에 가서 버려요.”차우미가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는 온이샘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온이샘, 가자. 우리 외할아버지 가게 기억하지?”그 여인은 온이샘이 바로 그때 자기를 도와주었던 혈기 왕성한 소년 중의 한 명임을 알아봤다.온이샘도 그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누구인지 알아봤다.바로 그때 도와줬던 유리였다.유리가 웃는 걸 보고 온이샘도 웃었다.“당연히 기억하지.”이어서 차우미를 보며 소개했다.“이 친구가 바로 조금 전에 내가 말했던 유리야.”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유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차우미라고 해요.”유리는 차우미의 부드러운 얼굴과 선명한 눈매, 그리고 입가의 매력적인 미소를 보더니 너무 얌전해 보여서 막 괴롭히고 싶었다.유리는 즉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온이샘의 중학교 동창이고 유리라고 해요.”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이제야 여자 친구를 보여주는 거야. 네 여자 친구 얼굴 보기 쉽지 않네.””온이샘은 차우미의 반응을 의식하며 즉시 해명했다.“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야.”이런 일은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차우미에 대해서는 더더욱 한치의 오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유리는 온이샘이 차우미를 마치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하고 긴장하며 보호한다는 것을 느꼈다.이런 온이샘은 유리도 좀처럼 본 적이 없다.유리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온이샘을 보더니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으며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그냥 친구였구나. 나는 또 여자 친구인 줄 알았잖아. 하긴 넌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들 곁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 친구들은 네가 지금까지도 여자 친구는 물론이고 여성

  • 봄날   제896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온이샘이 눈을 뜨고 있었다.그는 자기 품 안에 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분명 그녀의 눈에서 걱정과 불안함을 보았고 또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의 모습도 명확히 볼 수 있었다.너무 선명하고 유일무이했다.온이샘의 심장은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진동이 심했다.차우미는 맑은 샘물에 빠진 것 같았는데 샘이 어찌나 맑은지 그 안에 있는 수초, 돌덩이, 작은 물고기들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는 온이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마음속의 깊은 사랑이 모두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이 모두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고 그녀를 향해 솟구쳤다.차우미의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의 두 눈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렸다. 온이샘의 두 눈에 그녀가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되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시선을 돌리면서 주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색다른 기운에 의식도 되찾았다. 그때 서야 그녀는 자기가 아직도 온이샘의 품에 있고 온이샘의 팔이 자기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차우미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차우미가 움직이려고 할 때 뒤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그 목소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는데 그 외 예상치 못한 충격도 포함되어 있었다.차우미가 돌아서서 뒤에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나이는 자기보다 조금 많아 30대로 보이고 어깨까지오는 생머리에 옅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는데 소년 같은 외모를 가진 소탈한 성격의 소녀 같았다.순식간에 차우미의 머릿속에 조금 전 온이샘의 이야기 속에 있던 친구 유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여인은 차우미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 온이샘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더니 마지막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온이샘의 팔에 시선을 멈췄다.그러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차우미는 여인이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고 서둘러 온이샘을 밀어냈다.그제야 온이샘은

  • 봄날   제895화

    차우미는 이런 인간미가 넘치는 거리는 오랜만이라 너무나도 활기차고 북적이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안전하게 미끄러운 골목을 벗어나자, 그때에야 손을 거두었다.그때 그녀가 멍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온이샘은 차우미만 옆에 있으면 웃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너무 평온하고 행복했다그는 너무 행복했고 지금 순간에 만족했다.“어때? 이런 곳은 오랜만이지?”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그러게,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어.”결혼 생활 3년 동안 그녀는 혼자서도 많이 다녔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여가현과 같이 또 가끔은 서혜지와 같이 돌아다녔지만, 이곳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특히 이렇게 인간미가 넘치고 너무나도 평범한 백성들이 사는 곳은 정말 처음이다.“잘됐네. 네가 와 봤다면 재미없을 거잖아.”온이샘은 차우미가 가보지 못한 곳을 데려가고 싶었다.“아침 식사 가게가 저기 앞에 있으니 얼른 가자.”“알았어.”온이샘은 앞에서 걸으며 길을 안내했고 차우미는 여전히 양산을 쓰고 뒤를 따라갔다.다만 미끄러운 골목길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여 길에만 주의하지 않고 양쪽의 가게들을 구경하며 온이샘이 말한 아침 식사 가게가 어디일지 생각했다.차우미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는 나무 간판을 봤는데 그 위에는 주가반점이라고 씌여 있었다.차우미가 말했다.“혹시 저기 주가반...”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양산도 따라 기울었다.온이샘은 비록 앞에서 걷고 있었지만 줄곧 차우미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넘어질 무렵 신속하게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조심해!”그는 차우미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자 차우미가 손에 들고 있던 양산도 온이샘 쪽으로 기울렀는데 순간 양산이 바깥쪽으로 넘어가더니 우산 뼈의 끝이 순식간에 온이샘의 이마를 찔렀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까지 감았다.차우미는

  • 봄날   제894화

    온이샘은 차우미의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가 이제야 자기가 누군가와 싸웠다는 걸 믿어주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차우미는 자기의 질문이 어디가 잘못돼서 온이샘이 웃는지 생각하며 의아해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멍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다.그가 싸웠다는 말에 이토록 진지한 표정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온이샘은 그런 차우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래. 같은 반 친구를 도와야 해서 싸운 거야.”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선배도 싸울 줄 아네.”차우미의 눈에 온이샘은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며 이성을 가지고 말로 사람을 설득하지 절대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말했다.“왜, 놀랐어?”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놀란 건 아니고 조금 의외여서. 나는 선배가 절대 싸움질 하는 사람 같지 않았거든.”온이샘이 웃었다.“그때는 어렸고 지금과는 상황도 다르잖아.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모두 뛰어갔고 게다가 상대가 모두 우리보다 커서 친구를 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상황이었구나.”“그래, 상황이 상황인 것만큼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어.”온이샘의 설명을 듣고 차우미는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긴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때 당시 모두 나이가 어렸고 청소년이니 많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차우미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길을 살피며 걸어갔다.“그다음은 어떻게 됐어?”온이샘은 차우미가 평정심을 회복하자 눈을 지그시 뜨고 뒤를 따랐는데 여전히 조금 전과 같이 팔을 벌려서 차우미를 보호하며 걸었다.“혈기 왕성했던 우리가 미세한 차이로 이겼어. 비록 모두 부상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기뻐하며 골목에 앉아 같이 웃었어. 우리가 도와준 친구의 이름이 유리였는데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골목길 맨 끝에서 아침 식사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거든. 유리는 우리를 거기로 데리고 가서 상처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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