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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당신 뜻에 따를게요

솔직히 그녀의 마지막 말이 여준재의 마음에 확 와닿았다. 확실히 고다정한테 어제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지금으로서는 부윤솔을 제외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유라의 의료진뿐이었다.

여준재가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챈 유라는 눈빛이 교활하게 변하였다.

이내 그녀는 고다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다정 씨, 날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요. 나한테 폐 끼치는 것도 싫겠죠. 하지만 다정 씨도 알다시피 나랑 준재는 사업 파트너예요. 만약 준재한테 무슨 일이 있다면 난 가만두고 볼 수가 없어요. 그러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안심하고 여기서 지내요.”

그녀의 이 말은 고다정에게 제멋대로 굴지 말고 여준재를 난처하게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다만 여자들의 이런 속셈을 모르는 여준재는 그녀의 뜻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러나 고다정은 달랐다.

고다정은 유라가 자신에게 제멋대로 군다는 뜻도 알아들었고 자신을 경멸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챘다. 유라는 그녀한테 그녀의 존재는 여준재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폐만 끼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고다정은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이성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잡아당겼다.

지금 반박한다면 유라가 한 말이 사실이 되어버리게 되니까.

그녀는 유라한테 자신은 제멋대로인 여자가 아니고 여준재한테 짐이 되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유라 씨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대해주는데 우리가 계속 떠나겠다고 하면 그건 도리가 아닌 것 같네요.”

고다정은 유라를 쳐다보고는 이내 여준재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준재 씨, 유라 씨가 이렇게 진심으로 우리를 붙잡는데 우리 그냥 이곳에서 지내요.”

고개를 살짝 숙인 여준재는 눈앞의 여인이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몰래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앉아 있는 유라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 뜻대로 해요. 난 당신 뜻에 따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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