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회는 계속 진행 중이다.모든 기자는 잇달아 스크린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이윽고 구남준이 계속하여 말했다.“모두 다 보고서에서 보았다시피, 사망자는 알 수 없는 독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독은 사망자의 시체가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맨눈으로 보이지도 않고요.”“그렇다면 유족이 초심연구소를 의도적으로 음해한 것인가요?”한 기자가 묻자, 구남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굉장히 좋은 질문입니다. 다음은 형사님이 여러분께 사건에 대해 설명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이크를 여준재 옆에 있는 형사에게 건네주었다.“이 사건에 관하여 유족의 자백에 의하면, 그들은 사망자의 사주를 받아 사망자가 죽은 후에 초심연구소를 고발하여 배상금을 요구하게 했습니다.”형사님이 대개 적으로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기자들은 이를 듣고 의구심을 품으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그러면 사망자는 왜 초심연구소를 모함하는 건가요? 사모님과 사망자 사이에 원한이라도 있나요?”“사망자와 관련해서 저는 모르는 사이입니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물었는데, 다들 사망자를 모른다고 했고요.”고다정이 테이블 위의 마이크를 집어 들며 간단하게 답했다.하지만 기자들은 그 답안에 만족하지 못했고, 다시금 이어 물었다.“사모님은 진짜로 사망자와 모르는 사이인가요? 만약 진짜 모르는 사이라면, 사망자는 왜 아무 이유 없이 자기 죽음으로 사모님을 모함하는 거죠?”“…”그 질문을 들은 고다정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만약 배후에서 누가 지시했다고 하면, 기자들은 배후의 그가 누구인지, 증거는 어디 있는지 계속 물을 것이다.이 질문이야말로 그녀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한참 동안 아무런 답이 없는 고다정을 본 기자들은 그걸 핑계로 따져 묻기 시작했다.“왜 조금 전 질문에 대해 답을 해주지 않는 거죠?”“이유에 대해 찾지 못한 건가요?”“조금 전 사모님이 답한 건 거짓인가요? 사실 사모님과 사망자는 서로 아는 사이인 거죠?”그들 질문
한동안 인터넷에는 전부 고다정에 대한 사과뿐이었다. 심지어 이 일로 인해 하락하였던 여씨 그룹 주식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상황이 좋게 역전된 걸 본 구남준은 이 소식을 얼른 여준재와 고다정에게 알려주었다.이윽고 구남준이 웃으며 말했다.“인터넷에서 어떤 사람들은 사모님네 연구소에 장식 재료를 보내주겠대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공짜로 사모님네 연구소를 장식해 주겠다는 분들도 있고요. 사모님이 계속하여 연구소를 하면서 더욱 가성비도 좋은 약을 만들어 달래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다소 혼란스러웠다.전에 그녀를 욕한 것도 이 네티즌들이었고, 현재 지지하는 것도 그 네티즌들이니 말이다.진짜 말 그대로 아주 변덕스럽기 그지없다.그런 고다정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여준재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네티즌들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냥 다정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네, 저도 알아요.”고다정은 여준재를 향해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여준재와 고다정이 옆에 있는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뽐내자, 구남준은 두 사람만 남겨두고 사무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다만 그가 나가기도 전에 갑자기 채성휘가 깨어났다는 병원에서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전화를 끊고 얼른 그 소식을 고다정에게 알려줬다.“사모님, 금방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채성휘가 깨어났대요.”“진짜요?”고다정은 기쁜 마음으로 그를 쳐다봤다.그녀는 구남준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여준재에게 말했다.“나 병원 좀 갔다 올게요. 가서 채 선생님께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묻고요.”“그럼 나도 같이 가요.”고다정의 말에 여준재는 바로 같이 가주겠다고 답했다.비록 고다정이 채성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걸 알고는 있어도, 채성휘가 고다정의 관심에 괜히 마음이 생길까 봐 겁이 났다.하지만 고다정은 그의 생각은 눈치채지 못한 채 머뭇거리며 답했다.“나랑 같이 가면 회사 쪽 일은 어쩌려고요?”“괜찮아요. 구 비서가 있는데요, 뭘.”
누가 봐도 대답을 회피하고 있는듯한 친구를 보며 고다정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조금 전 임은미가 물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하여 캐물었다.“은미야,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내가 도울 거라도 있어?”그 말에 임은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다시 무언가가 생각난 듯 어색한 모습으로 괜찮은 척 웃어 보였다.“내가 뭔 일이 있겠어. 나 진짜 아무런 일도 없으니까, 나보다는 너를 더 걱정하는 건 어때? 할머니한테서 들어보니 이번 일은 배후에서 누가 지시한 거라며? 그 배후는 찾았어?”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친구를 보며 고다정은 그녀가 무언가는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어쨌든 누구한테나 말 못 할 비밀은 있는 거니 말이다.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고다정이 그녀의 말에 답했다.“그거 관련해서는 경찰 측에서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어. 찾기 어려운가 봐.”이미 며칠이나 지났지만, 경찰서에서는 어떠한 단서도 없었기에 그녀는 이미 희망 따위는 품고 있지 않았다.그 말에 임은미가 깜짝 놀라 하며 물었다.“여준재 씨 쪽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거야?”“없어.”고다정이 고개를 저으며 답하자, 임은미가 혀를 끌끌 찼다.“여준재 씨도 거기에 대해 단서를 찾지 못한 거면, 상대 쪽도 여준재 씨와 막상막하 아니야? 너 앞으로 조심해, 아니면 그 연구소 일은 멈추는 거 어때? 전에 보니 네가 개발한 그 약들이 너무 좋은 정도까지는 아니더구먼. 그러니 이제는 할머니와 두 아이한테 더 신경 쓰는 건 어때? ”그녀가 이 말을 하는 이유 또한 고다정의 안전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임은미가 봤을 때, 여준재도 찾아내지 못한 배후면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닐 거 같았다. 그녀는 자기 친구가 어렵게 얻은 좋은 생활을 망치지 않았으면 했다. 고다정 또한 그녀의 뜻에 대해 잘 알고 있다.사실 임은미가 조금 전 말했던 일은 고다정도 생각을 해봤던 일이다. 다만 달갑지 않을 뿐이다.연구소는 비록 스승님이 그녀더러 관리해달라고 부탁한
그렇게 고다정은 거의 저녁까지 바쁘게 움직이며 자료들을 정리했다.그 시각, 여준재가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한 가족이 온화하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고다정은 두 아이와 조금 놀아주었다.전에 연구소 일 때문에 두 아이와 별로 놀아주지 못한지라, 이번 기회를 빌려 그걸 다 채워줄 셈이었다. 다행히 두 아이는 그녀에 대해 불만 없이 아주 얌전했다.빨간 석양 아래 정원을 걷고 있는 한 가족은 그림 속의 화면처럼 아름다웠다.두 아이는 손을 잡은 채 뛰어다니며 고다정과 여준재를 향해 말했다.“아빠, 엄마. 우리 숨바꼭질해요.”그들은 아이들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한참 뒤, 정원에서는 두 아이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해가 진 후에야 사라졌다.고다정은 두 아이를 씻기고 잠들기 전 이야기도 해준 뒤에야 아이들 방을 나갔다.아이들 방에서 나온 그녀는 안방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서재로 갔다.서재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책상 앞에 앉은 여준재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여기 있을 줄 알았어요.”“아이들은 자요?”여준재가 부드럽게 고개를 들어 그녀를 향해 물었다.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답했다.“네, 자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대화 주제를 돌리며 재차 입을 열었다.“내일 채 선생님이 퇴원하는데 저 가보려고요. 준재 씨도 저랑 같이 갈래요?”고다정이 그렇게 물은 이유는 여준재가 또 알 수 없는 질투심에 불탈까 봐 걱정돼서이다.하지만 그 제안을 동의할 줄 알았던 여준재가 예상외로 거절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저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같이 가줄 수 없어요.”여준재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현실이 그걸 허락해 주는 건 아녔다.고다정도 의외이긴 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일이 중요하니 말이다.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에 연구소가 겨냥당한 일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경찰 측에서는 아무런 단서가 없어요. 제 생각에는 단서를 못 찾을 것 같아요. 혹
전화기 너머로의 소리가 너무 다급했던지라 고다정은 무의식적으로 답을 했다.“자료는 아직 있어요. 그때 시간이 아직 남은 것 같아서 몰래 사무실에 돌아가 중요한 자료는 전부 빼 왔어요.”“자료가 아직 있으면 됐어.”그 말에 고다정의 스승 성시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고다정도 그제야 뭔가를 깨우친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선생님의 말씀은 우리 연구실의 사람들을 모함한 게 특효약 자료를 위해서라는 건가요?”그 말을 들은 성시원은 한참을 침묵했다. 그 모습에 고다정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그녀는 스승님이 꼭 자신한테 답변을 줄 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한참의 침묵 끝에, 성시원은 결정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미안하다, 다정아. 내가 너한테 이렇게 폐를 끼칠 줄 몰랐어.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괜히 저랑 소원해 보이잖아요.”고다정은 다소 불만족스러운 듯 답했다.그러자 성시원은 한숨을 내쉬더니, 오히려 대화 주제를 돌리며 다시금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그리고 내 신분에 대해서도 널 속였어. 너 은둔 가문이라고 들어봤니?”“네, 들어봤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은둔 가문의 사람이란 말씀이시죠?”비록 그렇게 묻긴 했지만, 그녀는 사실 그 답에 대해 알고 있다.곧이어 성시원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난 은둔 가문 성씨 집안의 주인 성시원이야.”말을 마친 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금 자책감에 빠졌다.“이번 일은 내가 널 끌어들인 것이다. 원래는 너까지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는데 이 특효약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거라… 난 이미 해외 세력과 기타 은둔 가문에게 찍혔어. 그래서 사적으로 연구를 할 방법이 없어 널 부른 거야. 만약… 겁이 난다면 여기서 발 빼도 돼. 너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이 일은 없던 일로 하고 연구소도 해산시켜. 특효약에 대해서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까.”“선생님, 이 제자를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닌가요?!”그녀는 성시원이 자신을 일부
전화를 끊은 뒤, 고다정은 한 절반 멍해진 상태였다.한 통의 전화를 하는 사이에 갑자기 신분이 하나 더 생겨날 줄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스승님이 그녀를 제자의 신분으로 인정 해줬을 뿐만 아니라, 귀국 후 정식으로 선포하겠다고 한 말이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여준재는 그런 고다정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대체 선생님이랑 어떤 이야기를 했기에 표정이 이렇게 복잡해 보여요?”“선생님이 절 정식 제자로 받아주셨어요.”고다정은 신나서 그 사실을 여준재에게 공유했다.그러자 여준재는 미간을 살짝 펴 보였다.“연구소 일 때문에요?”“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가로 저어 보였다.스승님이 본인과의 대화는 여준재에게 알려줘도 된다고 했기에, 그녀는 여준재가 묻기도 전에 적극적으로 그 일에 관해 설명했다.“지금까지 저를 정식 제자로 삼을지 말지 고민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번 연구소에서 발생한 일 때문에, 제 몸에서 강인함과 두려움 없는 모습을 보았대요. 그래서 저를 정식 제자로 삼아 후계자로 만들 예정이래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다정 씨 스승님 신분에 대해서는 물어봤어요?”“네, 물어봤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님의 정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선생님은 은둔 가문의 성씨 집안 가주래요. 성함은 성시원 이고요.”그 이름을 들은 여준재는 깜짝 놀라 물었다.“그 사람이라고요?!”“왜요? 제 스승님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요?”고다정은 여준재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며 눈을 깜빡이며 바라봤다.그 말을 들은 여준재도 고다정을 바라보며 눈빛에는 복잡함이 가득했다.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힘들게 찾던 신의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다정 씨네 스승님 이름은 국내에서도 모르는 사람 몇 없을걸요.”“아, 선생님이 그렇게나 대단해요?”고다정이 깜짝 놀라 묻자, 여준재는 바보 같은 그녀의 모습에 웃어 보였다.
고다정도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걸 느끼고는 괜히 찔려서 물었다.“화났어요?”“다정 씨가 봤을 때는요?”여준재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자, 고다정이 답했다.“이건 그냥 가짜에 불과해요. 내가 특효약을 개발 완료하고, 이 위기만 넘기면 우리 다시 합치면 되는 거잖아요.”여준재는 끝까지 헤어진 척하자며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더욱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단숨에 고다정의 손목을 잡아 품으로 끌며 강압적으로 그녀가 자신을 보게 했다. 그러고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그녀에게 말해줬다.“그게 가짜라 할지언정, 그래도 안 돼요!”그녀는 그제야 여준재가 화났다는 것을 느끼며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 “저도 모든 사람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요.”“그렇게 약혼자에게 자신이 없어요? 내가 한 가족도 지키지 못할 것 같냐고요?”여준재가 답하자 고다정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준재 씨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에요. 그리고 준재 씨가 저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요. 하지만 준재 씨만 저를 위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도 준재 씨를 위해 생각하고 전체 여씨 그룹을 위해 생각하는 거라고요. 특히 이번은 상대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도 우리는 모르고 있잖아요. 우린 이미 다른 사람의 계략에 말려든 거라고요. ”그 말에 여준재는 감동하였다.이윽고 그는 고다정의 두 손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그러니 우리 더욱더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요. 그리고 혹시나 헤어진 척했다가 다정 씨한테 일이라도 생겨봐요. 제가 그걸 처리해 줄 수도 없잖아요? 제가 도와주면 그 배후의 능력으로 단번에 우리가 헤어진 척 연기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이게 의미가 없잖아요.”그 말에 고다정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왜냐하면, 여준재가 한 말이 너무도 정확한 말이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그녀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말에 답했다.“그래요, 그 말은 제가 안 한 거로 해요.”그 모습을 본 여준재는 화가 나기도 하며 웃기기도 했다.하지만 그래
이튿날 아침, 예외 없이 고다정은 늦게 일어났다.일어나보니 여준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다정은 일어나 침대에 앉았고, 온몸은 차 바퀴에 깔린 듯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 났다.“젠장——”그녀는 허리를 어루만지며 여준재의 베개를 한번 쳐다보더니, 그 베개가 여준재 인 것처럼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그렇게 잠시 화를 표출한 후, 무심결에 침대 옆의 알람 시계를 보니 거의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채성휘의 퇴원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그녀는 얼른 다급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를 보고 강말숙이 친절하게 물었다.“일어났어? 네 밥 남겨뒀다.”“할머니, 저 밥은 안 먹을래요. 이미 채 선생님 퇴원하는 거 도와주기로 해서 지금 빨리 가봐야 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얼른 현관으로 달려가 신발을 바꿔 신고 가방을 든 채 집을 떠났다.그렇게 병원에 도착하니 시간이 이미 반 시간 뒤였다.그래도 채성휘가 짐을 정리한 채 아직 병원은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늦게 도착한 고다정을 본 채성휘가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저는 다정 씨가 오늘 안 오는 건 줄 알았어요.”“어제저녁 늦게 자서 오늘 알람 소리를 못 들었어요.”고다정은 진실 반 거짓 반으로 답하며 곧바로 되물었다.“지금 갈까요?”그러자 채성휘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잠시만요. 병원에서 아침에 저보고 검사 좀 받아보라고 해서요. 그 검사결과가 나와야 갈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소파에 가서 휴식을 취하려 했다.눈 밑이 다크서클로 검게 된 그녀를 보고 채성휘가 걱정스레 말했다.“연구소 일도 중요하지만, 다정 씨 건강도 중요해요. 너무 무리하지 마요.”“걱정해 줘서 고마워요.”별로 좋지 않은 그녀의 얼굴색 때문에 채성휘가 오해를 한듯하다.하지만 그녀는 더는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이때 채성휘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연구소 쪽은 지금 어때요?”“아직도 인테리어중에 있어요. 연구원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다 재택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