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받아보니 확실히 주식양도서가 맞았다. 이제 고다정이 여기에 사인만 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다정은 눈을 반짝이다가 그걸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고경영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이것으로 준재 씨가 당신 회사를 그만 놔두는 데는 문제 없겠네요.”“무슨 말이야, 그게?”고경영은 경계하며 그녀를 보았다.고다정은 가볍게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말 그대로예요. 고 대표님께서 그 정도도 못 알아듣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고경영은 말문이 막혔다가 곧 불만을 터뜨렸다.“다시 말하지만, 난 이 주식 갖고 GS그룹의 안정을 바꾸려는 거야. 그리고 다빈이도.” “저도 방금 말씀드렸죠? 이 정도 갖고는 회사만 지킬 수 있어요. 그리고 고다빈은, 제가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누구나 자신이 한 짓에 대해 책임져야 하니깐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강력한 눈빛을 쏘면서 고경영을 봤다.그 까맣고 단단한 눈동자를 지켜보는 고경영은 잠시나마 여준재를 마주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고,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한껏 성난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넌 왜 애가 정이 하나도 없느냐? 어쨌든 다빈이가 네 동생 아니냐?!”“동생이요?”고다정은 차갑게 비웃으며 고경영을 쳐다봤다.“엄마는 나한테 동생 같은 건 낳아주지 않았는데, 개나 소나 다 내 동생이에요?”이 말을 들은 고경영은 다시 화가 잔뜩 치밀어 올라 흥분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소리쳤다.“고다정!”그러나 거의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원래부터 그를 경계하고 있었던 소담과 소민 두 자매가 즉시 앞으로 나서서 고다정의 양옆을 지켰다.만만치 않아 보이는 그 두 자매를 보자, 발작하려던 분노가 삽시에 사그라든 고경영은 다시 침착함을 찾았다. 그는 고다정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눈 밑에는 계산적인 심산이 스쳐 가더니 주식양도서를 다시 거둬들이며 허세를 부렸다. “네가 내 조건에 동의 안 하면, 이번 거래는 없었던 걸로 하자.”
교장은 고다정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다시 한번 자신이 신중을 기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그렇다면 바깥 저 사람은 가짜라는 말인데, 혹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교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한 고다정은 동의했다.“신고하세요.”사실 그녀는 학교에 찾아와 두 아이를 찾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뻔뻔스럽게 두 아이의 외할머니라고 자처할 수 있는 사람은 심여진 말고는 없다.심여진이 두 아이를 찾아간 이유는 물론 그 두 아이를 볼모로 고다빈을 풀어달라고 하려는 거겠지...전화를 끊고 나서, 자신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경비원한테 교장이 분부했다.“밖에 있는 사람이 도련님과 아가씨에게 해코지할 수도 있으니, 작은 사모님이 경찰에 신고하라 하시네요. 어떻게 해서든 붙잡고 있으세요, 도망가지 못하게요.”“알겠습니다.”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갔다.그는 다시 학교 정문 어귀로 돌아와서, 심여진이 대문밖에 서서 강의동을 향해 좌우로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경각심을 더 높였다.그와 동시, 심여진은 경비가 애들 없이 혼자 돌아오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 외손주들은요?”“방금 들어가서 알렸는데요, 선생님께서 지금은 수업 시간이라, 만나려면 수업 시간이 끝난 후에 만나라고 하셨어요.”경비원은 미리 생각해 놓은 핑계를 댔다.그에 심여진도 역시 의심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끝나려면 얼마 남았나요?”경비원은 손목의 시계를 보면서 대답했다.“이제 수업 시작한 지 겨우 20분 됐거든요. 아직 20분 남았어요. 경비실에 잠깐 앉아 기다리실래요?”경비원은 이 여자가 너무 오래 기다리기 싫어 도망갈까 봐 그녀를 잡아두려고 이렇게 말했다.심여진은 수업이 아직 20분이나 더 남아있다는 말에, 하이힐을 신고 밖에 서 기다리는 게 생각만 해도 너무 지쳐, 경비원을 따라 경비실로 들어갔다.경비실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뒤에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심
드넓은 사무실에는 지금 무섭고 살벌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다.특히나 여준재의 주변 공기는 살벌하다 못해 가까이 다가가면 칼부림이라도 맞을 것 같이 살 떨리고 공포스러웠다.“고씨 집안에서 감히 내 경고를 귓등으로 들은 모양이구나. 반드시 뼈에 새기도록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겠어. 누굴 건드려도 되고 누굴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지 똑똑히 알게 말이야!”“네!”구남준은 명령을 받고 돌아서서 바로 착수하러 나갔다. 그도 마음속으로 눈치 없이 날뛰는 고씨 집안의 의문스러운 행보에 대해 어이가 없었다.한편, 고경영은 신우하이테크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심여진의 전화를 받고 급급히 경찰서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 거야, 당신 왜 여기 잡혀있어?”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고경영은 의자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앉아있는 심여진을 보고 기가 막힌 듯 다가가서 퉁명스럽게 물었다.심여진은 노기등등한 제 남편을 보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때 한 경찰관이 다가와 고경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여기 이분과 어떻게 되는 사이십니까?”“제가 남편인데,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여기 이렇게 잡혀있어요?”고경영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 경찰을 조마조마하게 쳐다봤다.경찰이 바로 그한테 얘기해줬다.“당신 부인이 한 유치원에 찾아가서 남의 아이 학부모 행세를 하다가, 유치원 직원이 발견하고 이분을 유괴범으로 의심해서 경찰에 신고했어요. 마침 잘 오셨어요, 방금 상황을 물었는데 아무 말도 안 하네요. 당신이 설명 좀 해주세요.”말을 마치자, 그는 종이와 펜을 꺼내 들고 고경영한테 묻기 시작했다.한바탕 질문을 받고 나서야 고경영은 심여진이 대체 왜 경찰서로 끌려왔는지 알았다.그는 겨우 해명하여 오해를 풀었고, 그들이 유괴범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경찰서에서 나오게 되었다.나오자마자 그는 심여진을 노려보며 화가 치밀어 덜덜 떠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호통쳤다.“당신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녀? 어딜 감히 그 금덩어리들을 건드려 건드리
그다음 날부터 과연 여준재의 말대로, 고경영이든 심여진이든, 아니면 진시목이든 전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연회 날짜가 점점 다가오며 심해영은 매일 같이 빌라에 드나들었다. 두 손자를 보기 위함도 있었고, 주로는 고다정에게 여씨 집안의 복잡한 친인척과 지인 관계를 파악해 주기 위해서였다.고다정이 너무 복잡하여 기억하지 못할까 봐, 그녀는 특별히 그것을 프린트하여, 그중의 상호 간에 얽힌 이익 관계를 조리 있게 설명해 주었다.물론 고다정도 심해영의 속마음을 잘 알고, 그녀가 설명할 때마다 매우 열심히 듣고 새겼다.“관계망은 이 정도면 됐어. 나머지는 다 그리 중요하지 않아, 그냥 서로 체면만 유지하면 돼.”심해영은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다 설명하고 요약을 지었다.고다정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잘 새길게요.”진지하게 대하는 고다정의 표정을 보고 심해영은 마음이 흐뭇해 웃으면서 말했다.“조급해할 거 없어. 나중에 이 안에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하면 자료 내용을 저절로 다 알게 될 거야. 자, 이제 우리 여씨 가문 친인척에 대해 얘기해 보자.” 그녀는 고다정한테 소화할 틈을 주기라도 하는 듯이 일부러 잠깐 말을 멈추었다.고다정은 그녀한테 따로 자료가 없는 것을 보고, 도우미를 불러 종이와 펜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도우미가 그걸 가져오자, 심해영은 여씨 집안 친척과 지인에 대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우리 여씨 집안은 큰집과 작은 집이 있어.”“큰 집에는 네 아버지와 네가 만났던 고모네 두 아이만 있고, 다른 친척은 없어. 작은 집에도 사람은 많지 않아. 다섯 형제자매가 있는데 다 해외에서 산업을 맡고 있는데, 너도 알다시피 해외에는 좀 어지러운 곳들이 많잖니. 자리를 비우면 안 되니까, 이번에는 한 사람만 대표로 오기로 했어. 촌수를 따지면 네 큰 외삼촌이 되겠구나. 나머지는 네가 나중에 만나면 내가 다시 소개해 주마.”고다정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말한 정보들을 노트에 자세히 기록했다.
“큰 외삼촌, 안녕하세요.”여준재가 귀띔을 해준 대로 고다정은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다.두 아이도 덩달아 앙증맞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넛할아버지, 안녕하세요.”“응, 그래, 그래. 너희들도 잘 있었니?”여건영은 매우 반가워하며 고다정과 두 아이를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세 개의 정교한 선물함을 꺼냈다.“너희들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이건 내 와이프한테 부탁해서 고르라고 한 건데,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고다정은 자연스레 여준재한테 눈길을 돌려 그의 의견을 소리 없이 물었다.“받아요. 큰외삼촌의 성의니까.”고다정의 생각을 읽은 여준재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낮게 말했다.그제야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물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두 아이도 얌전하게 따라서 고맙다고 인사했다.이어 모든 사람은 거실에 앉아 잡담을 나누다가, 집사가 와서 점심 식사 준비를 마쳤다고 하자, 다시 다이닝룸으로 자리를 옮겼다.식사 분위기는 매우 훈훈하고 조화로웠다.특히 두 아이는 깜찍한 발언으로 모두를 싱글벙글 웃게 했다. 모든 사람이 두 아이에 대한 총애와 애착도 눈에 띄게 깊어졌다. 두 아이의 앞에 산처럼 쌓인 음식 접시가 바로 그 증거였다. 먹을 것을 얼마나 많이 담아주었는지 두 아이의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연회는 저녁에 진행되므로, 더 좋은 컨디션으로 연회를 맞이하기 위해 식사 후 모든 사람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였다.오후 세 시쯤 되자, 저택 전체가 움직이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여아린은 자신이 대동한 스타일리스트들을 시켜 고다정을 꾸미기 바빴다. 얼굴 마사지부터 스킨케어, 메이크업을 마치고 또 드레스, 헤어스타일까지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마치는 데 거의 3시간이 걸렸다.화려하고 완벽한 여신의 자태를 드러내는 고다정을 여아린은 놀라움과 자부심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보며 감탄을 퍼부었다.“다정아, 넌 정말 매 순간 나에게 놀라움을 주는구나. 오늘 밤 넌 분명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끄
육 회장의 개입으로 여준재와 육성준의 눈빛 대결은 잠정 중단되었다.육성준은 얻어맞은 뒤통수를 감싸 쥐고 약간 불만스럽게 육 회장을 쳐다보았다.“왜 때려요, 아버지?”“난 네 아비야. 때리고 싶으면 때리는 거지.”육 회장은 육성준을 노려보고는 곧바로 웃는 얼굴로 여준재를 향해 사죄의 뜻을 표했다.“여 대표님, 제가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해서 애가 좀 버릇이 없어요. 무례를 범했다면 양해를 바랍니다.”여준재는 육 회장의 말에 웃을락 말락 하는 표정을 짓고 육성준을 보았다. 육성준은 얄밉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화를 벌컥 냈다.“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아버지! 여 대표랑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인데 무례는 무슨 무례에요. 모르면 말하지 마시라고요.”“너, 여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야?”육 회장이 깜짝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것보다 여준재 앞에서 창피하게 구구절절 얘기하는 게 싫은 육성준은 대충 둘러댔다.“그 얘기는 기니깐 나중에 할게요. 우리 먼저 들어가요, 아버지.”육 회장이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육성준은 그를 연회장으로 끌고 들어갔다.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물끄러미 보다가 여준재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시선을 거둬 다른 하객들을 계속하여 접대했다.그의 미소 짓는 표정에 하객들은 좀 의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오늘 밤에 발표될 사안을 생각하니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이미 두 아이에 관한 일은 인터넷에서 발칵 뒤집혔는지라 그들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여 대표님, 득남하신 걸 축하드립니다.”“어디 득남뿐이에요? 공주님도 있어요. 너무 부러워요, 여 대표님. 아직 이렇게 젊으신데 아들딸 다 갖췄네요.”“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같은 늙다리들이 다 부러워 죽겠어요.”사람들은 하하 호호 웃으며 여준재를 축하해줬다.한편, 임은미는 도우미의 안내를 받고 위층으로 올라가 문 앞에 이르렀는데 방안에서 들려오는 감탄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와, 엄마, 하늘의 선녀 같아요. 너무 예뻐서 말이 안 나와
두 아이도 너무 오글거려 이상한 소리를 꽥꽥 질렀다.여준재는 여전히 그들 셋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사르르 녹아들듯 한 부드러운 말투로 고다정한테 말했다.“괜찮아요. 뭐 남도 아닌데 어때요. 그리고 이제 다 갈 거예요.”“가요? 어딜?”고다정이 어리둥절해하자, 여준재는 고개를 살짝 까딱하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이제 아래층에서 연회가 곧 시작되는데 할아버지가 직접 하준이와 하윤이를 소개하기로 했거든요.”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도우미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연회가 곧 시작됩니다. 어르신께서 도련님이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알겠어요.”여준재는 대답하고 나서 임은미한테 말했다.“아이들을 데려가서 집사한테 맡겨주시겠어요? 저랑 다정 씨는 좀 이따 내려갈게요.”눈치가 빠른 임은미는 그 두 사람을 야유하는 눈빛으로 한번 훑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내가 애들을 데리고 내려갈게요. 근데 조심 좀 해요, 오늘 중요한 날이잖아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다정은 임은미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절친의 뜻이 뭔지 깨닫고 얼굴이 빨개지며 여준재를 나무랐다.“아, 이것 봐요. 쟤가 오해했잖아요. 나중에 날 또 뭐라고 놀려먹겠어요.”그녀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준재를 빤히 노려봤다.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고개를 수그리며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한테 살포시 다가갔다.“사실, 친구가 오해한 건 아닌데...”점점 가까워지는 남자의 숨결이 느껴졌다. 비록 이미 여러 번 친밀한 관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고다정은 여전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하지 마요.”그녀는 손바닥으로 여준재의 가슴을 밀었지만, 그 정도의 힘으론 눈앞의 남자를 막을 수 없었다.환하게 비치는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박수갈채가 끝난 후, 여씨 집안 큰 어르신은 손을 들어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자 장내가 금세 조용해졌다.어르신은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우리 큰아들이 얘기했듯이, 오늘 연회는 이 두 아이가 우리 여씨 집안에 입적시키는 걸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준아, 하윤아, 모두한테 인사를 드리렴.”그는 말하면서 가볍게 아이를 앞으로 밀었다.두 아이도 겁먹지 않고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제 이름은 여하준이라고 합니다. 오빠고요, 올해 다섯 살 반 됐어요”“제 이름은 여하윤이고요, 동생입니다. 저도 올해 다섯 살 반입니다.”가문에 입적했기 때문에 두 아이도 이젠 여준재를 따라 여씨 성을 가지게 되었다.두 아이의 앙증맞고 귀여운 자아 소개가 무대 아래 많은 여사님의 마음을 제대로 녹여버렸다. “아이고, 귀여워라...”“여 대표님이 운도 좋으시네. 저렇게 냉랭한 남자가 어찌 저런 얌전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낳았을까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아이가 저렇게 귀여운 건 다 애 엄마 덕분 아닐까요?”화제가 여기로 몰리자 적지 않은 사람들은 두 애의 엄마한테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누군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이 두 아이의 엄마가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요?”“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요.”“그동안 인터넷에도 두 아이만 노출됐을 뿐, 아이 엄마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어요.”“오늘 이렇게 중요한 날인데 아이 엄마도 왔겠죠?”이 말과 함께 많은 사람이 좌우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그들이 찾는 사람은 지금 위층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한창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때 어르신과 잘 알고 지내는 옛 친구들은 호기심이 나 큰 소리로 물어봤다.“이보게, 여 영감. 애들만 보여주나? 손주며느리도 좀 만나봐야 하지 않겠나?”“에라, 이 사람아. 내 손주며느리 볼 선물은 톡톡히 챙겨오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큰 어르신은 웃으면서 그들을 욕했다.다만 그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