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내려놓은 외손녀를 보며 강말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래서 네가 그동안 받은 장난은 다 고다빈 그 여자가 한 거야?”“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계세요?”고다정이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이런 일들을 외할머니에게 말하지 않았다.그러자 그녀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준재 씨가 알려줬어요?”강말숙이 그녀를 쳐다보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준재가 말한 거 맞아. 너는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한마디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외할머니께서 걱정할까 봐 말 안 했어요.”고다정은 화가 난 외할머니를 보며 부드럽게 애교를 부렸지만 안타깝게도 강말숙에게 먹히지 않고 계속 훈계했다.“네가 말하지 않으니 내가 더 걱정하잖아. 앞으로는 다른 일을 숨기면 안 돼.”이런 경고에 고다정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강말숙은 그제야 마음에 드는 듯 다른 것을 물었다.“방금 준재에게서 전화 왔는데 고다빈 일 말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외할머니, 어쩜 그것도 맞췄어요. 준재 씨가 그러는데 고경영과 진씨 집안 쪽에서 고다빈을 풀어주기 위해 우리에게 화해를 청하러 온대요.”고다정은 방금 전화한 내용을 숨기지 않았다.강말숙은 아부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이 일은 결코 화해할 수 없어. 이번에는 협박이지만 다음번에는 고다빈 그 여자가 너를 유괴하려고 할 거야.”화가 난 외할머니를 보며 고다정은 마음이 따뜻해졌고 그녀가 자신을 위해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저도 화해할 생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외출할 때는 반드시 조심해야 해요. 고경영과 진씨 집안 쪽은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그들이 무슨 미친 짓을 저지를지 걱정스러워요.”여기까지 말하고 고다정은 저녁에 여준재가 돌아오면 외할머니에게도 보디가드 한 명을 붙여 주어 외할머니가 평일 나들이를 나갈 때 보호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강말숙은 고다정의 마음을 모르지만 그녀의 말에는 동의했다.“준이 윤이는 평소에 너와 준재가 데
심여진은 말하면 할수록 긴장해서 고경영의 손을 잡고 강경하게 말했다.“안 돼요. 다빈이는 감옥 가면 안 돼요. 안 그러면 평생 망하는 거예요.”“평생은 무슨, 이미 망가졌어!”고경영은 화가 치밀어 심여진에게 쏘아붙였다.“누구를 탓하겠어. 사위가 그렇게 고다정을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해서 이 지경까지 왔잖아. 모두 혼자 자초한 일이야.”심여진은 어깨가 움츠러들 정도로 호통을 맞았고 표정은 무섭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다.“만약 당신이 다빈이를 포기하면 다빈이를 구해줄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어요. 만약 누군가가 다빈이가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고씨 집안이든 진씨 집안이든 모두 영향받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만약 진씨 집안에서 사위와 다빈이를 이혼시키면 어떡게요?”이 말은 사실 그녀가 고의로 고경영에게 들려준 것으로, 회사의 손실과 진씨 집안을 잃을 수도 있다는 핑계로 고다빈을 구할 방법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이 모든 것을 고경영은 일찍이 생각했고, 이 일로 인해 마음이 심란했다.“당신은 나한테 어떻게 하면 좋을지만 물어보잖아. 내가 방법이 있다면 여기서 당신과 쓸데없는 말을 하겠어? 당신도 머리를 굴리며 생각해 봐.”고경영은 심여진에게 고함을 지르며 눈에는 증오가 가득했다.분명히 예전에 이 여자는 눈치도 빠르고 생각이 많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바보가 되었을까.심여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고경영의 성가신 눈빛을 느끼고 이내 찬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이 차가워졌다.그래, 고경영이 할 수 없다면 그녀가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지.그날 저녁, 여준재는 접대를 다 하고 돌아왔다.고다정은 할 말이 있어 책을 보면서 머리맡에 앉아 기다렸다.방에 들어서자 여준재는 이 광경을 보고 냉엄한 얼굴이 순간 부드러워지며 웃었다.“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방금 몸이 회복되었는데 또 아프면 안 돼요.”“제 몸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제가 주의하고 있어서 걱정하지 마세요.”고다정은 침대에
한동안 인터넷 곳곳에는 고씨, 진씨 집안에 대한 배척과 불만이 가득했고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진씨 집안은 일이 발각되는 것을 줄곧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준비하여 사건 직후에 공고를 올려 그나마 괜찮았다.대체로 고다빈이 한 일을 부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피해자에게 보상할 것이니 너그러이 봐달라는 뜻이다.동시에 그들은 진씨 집안이 최근 몇 년간 사회에 기부한 총액이 수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게시하여 네티즌들이 겨우 그들을 용서하게 하였다.JS그룹이 위기에 쉽게 넘어가는 것에 비하면 GS그룹은 상당히 힘들었다.가뜩이나 GS그룹의 자금은 부족했고 주식도 반쯤 죽은 상태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주식이 그대로 빨갛게 곤두박질쳤다.그리고 회사가 원래 가지고 있던 프로젝트들도 협력 업체에 의해 줄줄이 중단되었다.반나절도 되지 않아 고경영은 십 년은 늙은 것 같았다.동시에 그는 이 배후에 YS그룹의 푸시가 없었다면 사태가 이렇게 빨리 전개되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그는 자기가 왜 고다정이 태어났을 때 이 계집애를 목 졸라 죽이지 않았는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원망하면서 고다정이 정말 자기를 괴롭히려고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경영이 아무리 원망해도 그는 마음속으로 고씨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고다정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를 생각하며 그는 강수지가 애초 갖고 있던 지분양도서를 들고 마지못해 신우하이테크를 찾았다.사무실에서 고다정이 지선우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고경영이 저를 만나서 어머니의 물건을 돌려주려고 한다고요?”“그 사람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지선우는 고다정과 고경영 사이의 앙금을 알고 있어 존칭을 쓰지 않았다.고다정은 그의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럼 올라오게 하세요.”여준재가 어머니의 지분으로 신우하이테크를 되돌려 받았지만, 그녀는 기회가 된다면 어머니의 물건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되찾고 싶어 했다.그리
서류를 받아보니 확실히 주식양도서가 맞았다. 이제 고다정이 여기에 사인만 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다정은 눈을 반짝이다가 그걸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고경영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이것으로 준재 씨가 당신 회사를 그만 놔두는 데는 문제 없겠네요.”“무슨 말이야, 그게?”고경영은 경계하며 그녀를 보았다.고다정은 가볍게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말 그대로예요. 고 대표님께서 그 정도도 못 알아듣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고경영은 말문이 막혔다가 곧 불만을 터뜨렸다.“다시 말하지만, 난 이 주식 갖고 GS그룹의 안정을 바꾸려는 거야. 그리고 다빈이도.” “저도 방금 말씀드렸죠? 이 정도 갖고는 회사만 지킬 수 있어요. 그리고 고다빈은, 제가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누구나 자신이 한 짓에 대해 책임져야 하니깐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강력한 눈빛을 쏘면서 고경영을 봤다.그 까맣고 단단한 눈동자를 지켜보는 고경영은 잠시나마 여준재를 마주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고,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한껏 성난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넌 왜 애가 정이 하나도 없느냐? 어쨌든 다빈이가 네 동생 아니냐?!”“동생이요?”고다정은 차갑게 비웃으며 고경영을 쳐다봤다.“엄마는 나한테 동생 같은 건 낳아주지 않았는데, 개나 소나 다 내 동생이에요?”이 말을 들은 고경영은 다시 화가 잔뜩 치밀어 올라 흥분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소리쳤다.“고다정!”그러나 거의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원래부터 그를 경계하고 있었던 소담과 소민 두 자매가 즉시 앞으로 나서서 고다정의 양옆을 지켰다.만만치 않아 보이는 그 두 자매를 보자, 발작하려던 분노가 삽시에 사그라든 고경영은 다시 침착함을 찾았다. 그는 고다정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눈 밑에는 계산적인 심산이 스쳐 가더니 주식양도서를 다시 거둬들이며 허세를 부렸다. “네가 내 조건에 동의 안 하면, 이번 거래는 없었던 걸로 하자.”
교장은 고다정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다시 한번 자신이 신중을 기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그렇다면 바깥 저 사람은 가짜라는 말인데, 혹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교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한 고다정은 동의했다.“신고하세요.”사실 그녀는 학교에 찾아와 두 아이를 찾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뻔뻔스럽게 두 아이의 외할머니라고 자처할 수 있는 사람은 심여진 말고는 없다.심여진이 두 아이를 찾아간 이유는 물론 그 두 아이를 볼모로 고다빈을 풀어달라고 하려는 거겠지...전화를 끊고 나서, 자신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경비원한테 교장이 분부했다.“밖에 있는 사람이 도련님과 아가씨에게 해코지할 수도 있으니, 작은 사모님이 경찰에 신고하라 하시네요. 어떻게 해서든 붙잡고 있으세요, 도망가지 못하게요.”“알겠습니다.”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갔다.그는 다시 학교 정문 어귀로 돌아와서, 심여진이 대문밖에 서서 강의동을 향해 좌우로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경각심을 더 높였다.그와 동시, 심여진은 경비가 애들 없이 혼자 돌아오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 외손주들은요?”“방금 들어가서 알렸는데요, 선생님께서 지금은 수업 시간이라, 만나려면 수업 시간이 끝난 후에 만나라고 하셨어요.”경비원은 미리 생각해 놓은 핑계를 댔다.그에 심여진도 역시 의심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끝나려면 얼마 남았나요?”경비원은 손목의 시계를 보면서 대답했다.“이제 수업 시작한 지 겨우 20분 됐거든요. 아직 20분 남았어요. 경비실에 잠깐 앉아 기다리실래요?”경비원은 이 여자가 너무 오래 기다리기 싫어 도망갈까 봐 그녀를 잡아두려고 이렇게 말했다.심여진은 수업이 아직 20분이나 더 남아있다는 말에, 하이힐을 신고 밖에 서 기다리는 게 생각만 해도 너무 지쳐, 경비원을 따라 경비실로 들어갔다.경비실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뒤에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심
드넓은 사무실에는 지금 무섭고 살벌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다.특히나 여준재의 주변 공기는 살벌하다 못해 가까이 다가가면 칼부림이라도 맞을 것 같이 살 떨리고 공포스러웠다.“고씨 집안에서 감히 내 경고를 귓등으로 들은 모양이구나. 반드시 뼈에 새기도록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겠어. 누굴 건드려도 되고 누굴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지 똑똑히 알게 말이야!”“네!”구남준은 명령을 받고 돌아서서 바로 착수하러 나갔다. 그도 마음속으로 눈치 없이 날뛰는 고씨 집안의 의문스러운 행보에 대해 어이가 없었다.한편, 고경영은 신우하이테크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심여진의 전화를 받고 급급히 경찰서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 거야, 당신 왜 여기 잡혀있어?”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고경영은 의자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앉아있는 심여진을 보고 기가 막힌 듯 다가가서 퉁명스럽게 물었다.심여진은 노기등등한 제 남편을 보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때 한 경찰관이 다가와 고경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여기 이분과 어떻게 되는 사이십니까?”“제가 남편인데,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여기 이렇게 잡혀있어요?”고경영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 경찰을 조마조마하게 쳐다봤다.경찰이 바로 그한테 얘기해줬다.“당신 부인이 한 유치원에 찾아가서 남의 아이 학부모 행세를 하다가, 유치원 직원이 발견하고 이분을 유괴범으로 의심해서 경찰에 신고했어요. 마침 잘 오셨어요, 방금 상황을 물었는데 아무 말도 안 하네요. 당신이 설명 좀 해주세요.”말을 마치자, 그는 종이와 펜을 꺼내 들고 고경영한테 묻기 시작했다.한바탕 질문을 받고 나서야 고경영은 심여진이 대체 왜 경찰서로 끌려왔는지 알았다.그는 겨우 해명하여 오해를 풀었고, 그들이 유괴범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경찰서에서 나오게 되었다.나오자마자 그는 심여진을 노려보며 화가 치밀어 덜덜 떠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호통쳤다.“당신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녀? 어딜 감히 그 금덩어리들을 건드려 건드리
그다음 날부터 과연 여준재의 말대로, 고경영이든 심여진이든, 아니면 진시목이든 전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연회 날짜가 점점 다가오며 심해영은 매일 같이 빌라에 드나들었다. 두 손자를 보기 위함도 있었고, 주로는 고다정에게 여씨 집안의 복잡한 친인척과 지인 관계를 파악해 주기 위해서였다.고다정이 너무 복잡하여 기억하지 못할까 봐, 그녀는 특별히 그것을 프린트하여, 그중의 상호 간에 얽힌 이익 관계를 조리 있게 설명해 주었다.물론 고다정도 심해영의 속마음을 잘 알고, 그녀가 설명할 때마다 매우 열심히 듣고 새겼다.“관계망은 이 정도면 됐어. 나머지는 다 그리 중요하지 않아, 그냥 서로 체면만 유지하면 돼.”심해영은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다 설명하고 요약을 지었다.고다정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잘 새길게요.”진지하게 대하는 고다정의 표정을 보고 심해영은 마음이 흐뭇해 웃으면서 말했다.“조급해할 거 없어. 나중에 이 안에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하면 자료 내용을 저절로 다 알게 될 거야. 자, 이제 우리 여씨 가문 친인척에 대해 얘기해 보자.” 그녀는 고다정한테 소화할 틈을 주기라도 하는 듯이 일부러 잠깐 말을 멈추었다.고다정은 그녀한테 따로 자료가 없는 것을 보고, 도우미를 불러 종이와 펜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도우미가 그걸 가져오자, 심해영은 여씨 집안 친척과 지인에 대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우리 여씨 집안은 큰집과 작은 집이 있어.”“큰 집에는 네 아버지와 네가 만났던 고모네 두 아이만 있고, 다른 친척은 없어. 작은 집에도 사람은 많지 않아. 다섯 형제자매가 있는데 다 해외에서 산업을 맡고 있는데, 너도 알다시피 해외에는 좀 어지러운 곳들이 많잖니. 자리를 비우면 안 되니까, 이번에는 한 사람만 대표로 오기로 했어. 촌수를 따지면 네 큰 외삼촌이 되겠구나. 나머지는 네가 나중에 만나면 내가 다시 소개해 주마.”고다정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말한 정보들을 노트에 자세히 기록했다.
“큰 외삼촌, 안녕하세요.”여준재가 귀띔을 해준 대로 고다정은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다.두 아이도 덩달아 앙증맞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넛할아버지, 안녕하세요.”“응, 그래, 그래. 너희들도 잘 있었니?”여건영은 매우 반가워하며 고다정과 두 아이를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세 개의 정교한 선물함을 꺼냈다.“너희들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이건 내 와이프한테 부탁해서 고르라고 한 건데,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고다정은 자연스레 여준재한테 눈길을 돌려 그의 의견을 소리 없이 물었다.“받아요. 큰외삼촌의 성의니까.”고다정의 생각을 읽은 여준재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낮게 말했다.그제야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물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두 아이도 얌전하게 따라서 고맙다고 인사했다.이어 모든 사람은 거실에 앉아 잡담을 나누다가, 집사가 와서 점심 식사 준비를 마쳤다고 하자, 다시 다이닝룸으로 자리를 옮겼다.식사 분위기는 매우 훈훈하고 조화로웠다.특히 두 아이는 깜찍한 발언으로 모두를 싱글벙글 웃게 했다. 모든 사람이 두 아이에 대한 총애와 애착도 눈에 띄게 깊어졌다. 두 아이의 앞에 산처럼 쌓인 음식 접시가 바로 그 증거였다. 먹을 것을 얼마나 많이 담아주었는지 두 아이의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연회는 저녁에 진행되므로, 더 좋은 컨디션으로 연회를 맞이하기 위해 식사 후 모든 사람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였다.오후 세 시쯤 되자, 저택 전체가 움직이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여아린은 자신이 대동한 스타일리스트들을 시켜 고다정을 꾸미기 바빴다. 얼굴 마사지부터 스킨케어, 메이크업을 마치고 또 드레스, 헤어스타일까지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마치는 데 거의 3시간이 걸렸다.화려하고 완벽한 여신의 자태를 드러내는 고다정을 여아린은 놀라움과 자부심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보며 감탄을 퍼부었다.“다정아, 넌 정말 매 순간 나에게 놀라움을 주는구나. 오늘 밤 넌 분명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