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모습을 본 하준과 하윤은 머쓱한 듯, 웃으며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하윤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여준재와 안색이 좋지 않은 엄마를 보고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엄마, 아저씨랑 싸우셨어요?”하준도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다정의 손을 잡고 앙탈 부렸다.“엄마, 아저씨랑 싸우지 마세요. 전 아저씨가 정말 좋단 말이에요.”준재를 감싸고 있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니 다정은 씁쓸했다.‘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여준재 편에 섰어.’‘그리고 저 사람 대신 나에게 말하고 있잖아.’순간 다정은 기분이 나빴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를 지켜보는 준재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두 아이와 마주할 때는 숨길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정의 집을 떠났다.이틀이 지나도록 그날의 말다툼 때문인지 준재는 다정의 집을 찾아오지 않았다.다정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해야 할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두 아이는 준재를 무척이나 그리워했다.이날 그들은 참지 못하고 다정에게 다가가 속삭였다.“엄마, 어제 여준재 아저씨가 치료하러 오셨어야 했는데, 안 오셨어요. 우리가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무슨 일인지 물어볼까요?”다정은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을 바라봤고, 그들이 자신과 준재 사이에 화해할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러나 그들 사이의 문제는 몇 마디 마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었다.“그럴 필요 없어. 아저씨가 어린애도 아니고, 알아서 하실 거야.”다정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말에 아이들은 풀이 죽었다.반면 준재의 기분도 나아지지 않았다.어제 그가 일부러 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은 것도, 다정에게 괜찮아질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다정이 먼저 연락이 온다면, 이전의 일이 다 괜찮아진 셈이었다.그는 밤낮으로 다정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휴대폰은 잠잠했다.“정말 너무해!”준재는 잠잠한 휴대폰을 들고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기분은 더
여준재를 만나지 못한 하준과 하윤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막 택시를 잡으려던 순간, 검은색 승용차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하준아, 하윤아, 왜 여기 있어?”여진성은 차창을 내리며 눈앞에 서 있는 어린 두 아이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그를 본 두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여진성 할아버지였네요. 서프라이즈로 아저씨를 만나러 왔는데, 아쉽게도 아저씨가 손님을 만나러 가셔서 못 만났어요.”하윤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여진성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이 말을 들은 여진성은 두 아이가 택시를 타고 돌아가도록 놔둘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오랫동안 손주들을 만나지 못했기에 그들을 데리고 대저택으로 갔다.대저택에 있던 심해영은 남편의 문자를 받고 매우 기뻐했다.“집사, 집사! 셰프한테 요리를 좀 더 하라고 해요. 우리 손주들이 저녁을 먹으러 온다네요!”“이리 와서 마당에 있는 놀이터 청소 좀 해요.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놀아야 하거든요.”“그건 그렇고, 애들 방을 좀 치워야 할 것 같네요.”심해영의 들뜬 목소리가 연이어 거실에 울려 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진성은 두 손주를 데리고 대저택으로 돌아왔다.“하준아, 하윤아, 얼른 이리 오거라. 얼굴 좀 보자.”심해영은 아이들을 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그들을 품에 안았다.한동안 여준재와 고다정 사이가 멀어져, 그들도 아이들을 만나기 어려웠기에 기쁜 이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따뜻한 환대 속에 두 아이는 점차 마음이 놓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놀다 지친 아이들은 이내 노부부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이 상황을 모르고 있던 다정은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앉은 후, 준재가 아이들을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10시가 될 때까지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다정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아예 데려올 생각이 없는 거야?’이 생각에 다정은 얼굴이 일그러졌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차 키를 들고 일어나 아이들을 직접 데리러 갔다.……마운
[하준이랑 하윤이는 놀다가 지쳐 잠들었어요.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재워도 될까요?]심해영은 전화로 고다정의 동의를 구했다.하지만 이 말은 다정에게 위험하게 들렸다.“아니요, 잠시 후에 제가 데리러 갈게요.”그 말을 한 후, 그녀는 심해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다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봤다.너무 화가 난 탓인지, 그녀의 말은 다소 거칠었다.“여 대표님의 거짓말은 날이 갈수록 뻔뻔해지네요. 아이들이 버젓이 부모님 댁에 있는데도 모른다니요? 역시 당신 말은 믿지 말았어야 했어요. 지금 아이들을 데리러 갈 거니까 막을 생각하지 마세요!”이 말을 남긴 후, 다정은 돌아서서 떠났다.이를 본 준재는 재빨리 그녀를 따라나섰다.다정은 그의 행동을 눈치채고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왜 못 가게 막으시려는 거예요?”“오해예요. 전 당신을 말릴 생각이 없어요. 단지 대저택으로 데려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준재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정을 바라봤다.그는 다정이 지금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녀의 귀에는 안 들릴 걸 알아 최대한 말을 아꼈다.그래서 대저택으로 가는 길 내내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대저택에서는 다정이 아이들을 데리러 올 걸 알았기에 노부부는 아쉬운 마음을 무릅쓰고 아이들을 깨웠다.그랬기에 다정이 대저택에 도착했을 때, 돌아갈 준비를 마친 두 아이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두 아이는 표정이 좋지 않은 엄마를 보고 의기소침해졌다.“엄마…….”“얼른 가자.”다정은 차갑게 말한 후, 앞으로 다가가 소파에 있던 아이들을 끌어당겨 집으로 나가려 했다.심해영은 이런 다정의 무례한 행동을 보고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드러냈다.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를 알아차린 준재가 심해영을 제지했다.“엄마,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지금 저 사람이 내 손주들에게 어떻게 하는 지를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말라는 거니?”심해영은 화
하준은 고다정과 여준재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이 말을 들은 임은미는 말문이 막혔다.‘무슨 애보다 더 유치해.’[걱정하지 마, 우리 강아지. 너희 엄마랑 여준재 아저씨는 그냥 질투심에 사이가 틀어진 거야. 시간 지나면 다 해결될 거야.]“그런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요. 엄마가 아저씨랑 앞으로 안 만날까 봐 두려워요.”옆에 있던 하준도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저랑 하윤이는 엄마랑 아저씨를 화해시키고 싶었는데, 지금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이모, 엄마랑 아저씨를 화해시킬 방법이 있을까요?”[방법?]은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이번 주 주말에 너희 엄마한테 만나자고 할게. 마침 우리 회사에서 가족들이랑 같이 가라고 리조트 티켓을 줬거든. 그때 내가 너희 엄마를 데리고 갈게. 너희는 여준재 아저씨를 리조트로 데려와.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분명 오해가 풀릴 거야.]이 말을 들은 하준과 하윤은 일리가 있다고 느껴 동의했다.그렇게 은미는 다음 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다정의 집을 찾았다.“다정아, 우리 회사에서 수고했다고 리조트 티켓을 줬어. 이번 주 주말에 같이 갈래?”은미는 말과 함께 가방에서 여러 장의 티켓을 꺼내 강말숙에게 건넸다.“할머니도 같이 가요. 경치가 정말 좋대요!”다정은 은미의 말을 듣고 감동했다.그녀는 최근 집에만 있는 것이 너무 지루해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좋아.”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미의 제안을 승낙했다.하지만 강말숙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나는 집에 있을게. 너희들끼리 재밌게 놀다 와.”“할머니, 왜 안 가시려고 하세요. 같이 가요, 네?”은미는 강말숙의 옆에 붙어 애교를 부렸다.강말숙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젊은 사람끼리 놀러 가는데 이 늙은이가 끼여서 쓰나.”이 말을 들은 은미는 더 이상 강말숙을 설득시키기 어려웠고, 다정과 함께 주말에 들고 갈 짐을 싸러 갔다.동시에 다정이 눈치
여준재는 이러한 고다정의 감정 변화를 알아챘다.좋은 기분은 전염되는 건지, 준재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고, 그의 기분도 좋아졌다.임은미와 하준과 하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서로를 바라보며 윙크하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잠시 후, 배가 멈춰 섰다.그들은 짐을 챙겨 독특한 호텔에 가 체크인을 했다.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텔 로비에 모인 그들은 함께 호텔을 나섰다.오래된 마을에 들리는 많은 사람의 북적북적한 소리는 매우 활기 넘쳤다.다정과 준재의 외모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하지만 그들은 주변의 시선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다녔다.반면, 두 아이는 적어도 네댓 사람이 설 수 있는 거리를 띄우고 서 있는 엄마와 아저씨를 보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이모, 엄마랑 아저씨가 서로 말을 안 해요. 그래도 화해할 수 있을까요?”하윤은 은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준도 인상을 지었다.은미는 눈앞의 상황에 한숨이 나왔다.‘내 친구가 멍청한 거야, 아니면 여준재가 기회를 못 잡는 거야?’한동안 은미는 두 사람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다시 상기시켰다.“그럼 이렇게 하자. 잠시 후에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거야, 그럼 두 사람도 서로 이야기하지 않을까?”은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두 아이도 이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곧 다정과 준재가 한눈 판 사이, 그들은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뒤이어 다정이 뒤를 돌아봤을 땐, 그녀의 곁엔 준재만 있을 뿐, 친구와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후였다.“어디 간 거야?”다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걸어온 길을 주시하며 우뚝 서서 주변을 살폈다.하지만 그녀는 많은 사람 속에서 은미와 아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준재는 이 상황을 보고 뭔가 이해한 듯 눈을 번쩍였다.그는 눈앞에 인상을 짓고 주위를 살피는 작은 여자를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말했다.“친구분한테 전화해서 확인하는 게 어때요?”이 말에 다정은 그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여준재는 고다정의 말을 무시하고 전화를 끊고 휴대폰 전원을 껐다.그의 행동을 본 다정은 극도로 화를 냈다.“지금 제정신이에요?!”그녀는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달려가 휴대폰을 낚아챘다.하지만 이번에는 준재가 피하지 않고 다정이 휴대폰을 가져가도록 했다.휴대폰을 다시 손에 넣은 다정은 재빨리 전원을 켰다.그녀의 다급한 움직임은 준재를 오해하게 했고, 이에 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그 남자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뭐라고요?”다정이 준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은 주변의 소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전원을 켠 후,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준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기가 차서 숨을 삼킬 수도, 뱉어낼 수도 없어 매우 답답했다.마침내 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다정 씨가 다른 남자랑 이렇게 히히덕거리는 게 맞아요? 아이들의 입장은 생각해 보셨어요? 아이들한테 이 사람을 아빠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물어봤냐고요!”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정은 헛웃음이 나왔다.“아이들이 받아들이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좋으면 그만 아닌가요?”다정은 화가 난 상태로 준재를 바라봤다.준재의 얼굴은 삽시간에 굳어졌다.“제가 싫다면요?”“여 대표님이 무슨 능력으로 싫고 말고를 운운하세요? 아이들의 친아빠라는 걸로 지금 이러시는 거예요?”준재는 이를 악물고 다정을 바라보며 걱정 섞인 말을 건넸다.“전 아이들이 불행해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건 더더욱 원하지 않고요!”이 말을 들은 다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잠시 후, 그녀의 검은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한테 아빠라고 부를 일 없게 할게요. 그럼 됐죠?”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곧바로 돌아서서 떠났다.준재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미간은 찌푸려졌고, 눈동자에는 짜증스러움은 번쩍였다.분명 그는 다정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
한참이 지난 후, 고다정은 하루 종일 범진 마을 중심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 탓에 온몸이 피곤하고 배가 고팠다.하지만 아직도 익숙한 건물은 찾지 못했다.먹구름이 드리우자 다정은 어쩔 수 없이 비를 피할만한 곳을 찾았다.한편, 여준재와 다른 일행들은 호텔로 돌아왔다.그들은 호텔 로비에서 만났으나, 다정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여 대표님, 다정이는 어디 갔어요?”“은미 씨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준재도 놀라 물었다.두 사람 모두 다정이 상대와 함께 있었다고 생각했다.임은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늘 아침에 헤어진 이후로 다정이를 만난 적 없어요.”“엄마가 길을 잃은 건 아닐까요?”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준재도 하준의 말에 걱정이 됐다.“제가 전화해 볼게요.”그러나 그가 전화를 걸자,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 음성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은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뭐래요?”“다정 씨 핸드폰이 꺼져있어요.”준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은미는 그것에 대해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다.“배터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잠시 기다려 봐요. 그래도 안 오면 나가서 찾아봐요.” 하지만 준재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깥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럼 이렇게 해요. 은미 씨는 여기서 아이들이랑 다정 씨를 기다리고 계세요. 저랑 구 비서가 다정 씨를 찾으러 나가볼게요.”그는 이 말을 남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을 나섰다.그런 준재를 본 구남준은 호텔에서 준 우산을 가지고 재빨리 그를 쫓아갔다.준재는 그를 바라보며 명령했다.“구 비서는 관광지 순찰 지구대에 가서 사람을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해.”“예.”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지시를 받았고, 동시에 준재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준재는 낮에 다정이 떠나간 방향을 따라 꼼꼼히 주위를 살폈다.하지만 오래된 마을에는 관광객이 없을뿐더러 주변 상점이 모두 문을 닫은
호텔에 있던 하준과 하윤은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매우 영리하게 울지 않았다.“오빠, 아저씨가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하윤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하준은 눈을 과장되게 깜박이며 눈물을 참았다.‘내가 우리 가족 중에 유일한 남잔데, 지금은 울면 안 돼.’그는 무뚝뚝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아저씨는 반드시 엄마를 찾으실 거야.”임은미는 옆에 서서 다정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으면서도 꾹 참는 것을 보고 그들이 철이 일찍 든 것 같아 안타까웠다.‘여준재 그 남자가 이렇게 미덥지 않은 사람이란 걸 알았더라면, 애초에 도와주지도 않았지!’만약 다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그녀는 평생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은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안해졌고, 준재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직접 나가려 했다.“하준아, 하윤아, 방에서 나오지 마. 이모가 엄마 찾아올게.”그녀는 말을 마친 후, 호텔에서 준 우산을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은미가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호텔로 돌아온 구남준과 마주쳤다.남준은 은미를 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은미 씨, 어디 가세요?”“다정이 찾으러요. 남준 씨 대표만 믿고 있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요.”은미는 준재에 대한 혐오감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남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러다 그는 은미가 떠나려 하자 재빨리 말렸다.“은미 씨, 이제 안 찾으셔도 돼요. 이미 대표님께서 고 선생님을 찾아 같이 오시는 길입니다. 호텔로 돌아가서 따뜻한 생강 수프 두 개를 주문하시고, 고 선생님을 위해 목욕물은 받아 놓는 게 더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대표님께서 고 선생님이 비에 맞으셔서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셨거든요.”“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어요!”은미는 화가 나 몸을 돌려 황급히 호텔로 돌아갔다.두 아이는 다시 돌아온 이모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이모, 구남준 아저씨가 뭐라 하셨어요? 엄마를 찾았대요?”“응, 엄마를 찾았는데, 지금 몸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