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말을 들은 임초연은 너무 혼란스러웠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니까 아빠 말씀은…….”“그건 좀 더 조사해 봐야 알 거 아니냐?”임광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의 말을 들은 초연은 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조사하라고 할게요.”하지만 신해선은 알 수 없는 두 부녀의 모습을 보며 한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나도 이해가 안 돼요.”“지금은 이해 안 되는 게 당연해. 초연이가 확실히 조사해 보면 당신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임광원은 아내에게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초연은 엄마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챙겨 침울한 얼굴로 방으로 들어갔고, 이 일에 대해 조사할 사람을 찾아 방법을 모색했다.……다음 날 깨어난 고다정은 자기 방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자신을 업고 데려왔을 여준재를 생각하니 마음이 달콤해졌다.간단히 씻은 후, 다정은 가족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나갔다.식사를 준비하는 와중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다정은 문을 열러 갔고, 문밖에 서 있는 준재를 발견했다.매일 마주하는 얼굴이지만 그녀는 완벽한 그의 이목구비에 매료되어 잠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다행히 그녀는 빨리 정신을 차렸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여 대표님, 이렇게 일찍 무슨 일로 오셨어요?”“직접 알려드릴 게 있어서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본 다정은 즉각 그를 집 안으로 데려왔다.하준과 하윤은 준재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아저씨, 오셨네요!”강말숙도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여 대표님, 아침은 드셨어요?”“네, 먹고 왔어요.”준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강말숙과 두 아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다정은 준재에게 물 한 잔을 내어준 뒤, 물었다.“여 대표님, 이제 말씀해 주세요.”“별일 아니에요. 전에 김 변이 다정 씨를 대신해서 임초연을 고소하고 배상을 요구한 적이 있어요.
임초연의 말을 들은 최진희는 깜짝 놀랐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그녀는 사실대로 말했다.“전 사모님과 도련님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 고 선생님의 아이들은 도련님의 아이입니다. 대저택의 분위기가 바뀐 것도 전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죠.”이 말을 들은 초연은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그때 초연의 머릿속엔 한 문장만이 맴돌았다.‘고 선생님의 아이들은 도련님의 아이입니다.’초연은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는지조차 몰랐다.그녀는 차에 타서야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그들은 자기 집안에서 쫓겨난 여자와 대 YS그룹의 대표인 남자다. 게다가 5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 초연은 두 사람의 접점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잠깐, 5년 전이라면…….’‘고다정의 스캔들이 터진 날 아니야?’이를 생각한 초연은 과감한 추측을 내렸지만, 더 확실히 조사할 사람을 찾아야 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부하 직원들에게 전화해 지시를 내렸다.“5년 전, 고씨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해 봐. 특히 고다정이랑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고다정 아이들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봐.”다정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고, 여준재를 보낸 후, 간단히 짐을 싸서 1억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으로 갔다.그녀는 그 돈을 어떤 용도로 쓸지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배상금으로 받은 이상, 어떻게든 사용해야 했다.볼 일을 마친 후, 다정은 차를 몰고 마운시티 별장으로 가서 어제 재배한 약재 중 일부를 신의 약방에 판매하려 했다.다정이 신의 약방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신수 노인이 서 있었다.그녀가 약재를 팔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신수 노인은 버선발로 그녀를 마중 나왔다.신수 노인은 직원들과 함께 약재를 확인하고 있는 다정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이제 약재를 팔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그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다정은 꾸준히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고, 신수 노인이 필요로 하는 약재의 양도 매우 많았기
그날 밤, 여준재는 고다정의 동의 하에 하준과 하윤을 데리러 갔다.그러나 그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땐, 다정이 보이지 않았다.“외증조할머니, 엄마는요?”두 아이는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 있는 강말숙을 바라봤다.강말숙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엄마가 오늘 좀 늦을 거래. 신수 어르신이 저녁을 사 준다고 했거든.”이 말을 들은 준재는 눈썹을 치켜떴다.평소대로라면 신수 노인이 저녁을 살 때, 그를 부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말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수 어르신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중매를 서 문성 어르신의 손자를 소개해 주겠다며 저녁을 산다더라고요.”강말숙은 말을 마친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손을 씻긴 뒤,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준재는 강말숙이 일부러 한 말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준재의 마음이 불편했다는 것이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다정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준재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가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강말숙이 말을 건넸다.“여 대표님, 안 들어오세요? 이미 저녁 준비가 끝났으니 손 씻고 와서 드세요.”“전 안 먹어도 돼요. 할머님, 얼른 저녁 드세요. 전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이 말을 남긴 뒤, 준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1층에 대기하고 있던 구남준은 준재가 굳은 얼굴로 차에 타는 것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러십니까?”“아무것도 아니야.”준재는 무뚝뚝하게 대답한 후,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도 다정에게 건 전화였다.그는 다정이 전화를 받을 거라 믿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현실에 절망을 맛봤다.“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이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기계음에 준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계속해서 연결이 되지 않자, 준재는 전화를 끊고 문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준재 형, 무슨
따뜻한 조명 빛 아래, 고다정과 여준재 둘뿐인 룸 안은 긴장감이 맴돌았다.하지만 그들의 눈빛에 드러난 감정은 기대감과 약간의 설렘이 담겨 있었다.준재가 말을 이어 하려던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화면에 뜬 발신자의 이름에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발신자는 그의 어머니였다.“왜 전화하셨어요?”[준재야, 빨리 와야 할 것 같아. 아버지가 아프셔.]휴대폰 너머 심해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준재는 한순간에 얼굴이 굳어졌고, 다정을 바라보며 미안함을 표했다.“죄송해요. 아버지가 편찮으시다고 하셔서 빨리 가 봐야 할 것 같아요.”“그럼 저랑 같이 가는 건 어때요? 제가 아버님 상태를 봐 드릴게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다정은 다소 실망스러웠다.준재는 이를 알 리 없었다.그는 잠시 생각한 후, 다정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 대저택으로 향했다.심해영은 준재가 다정을 데리고 온 모습에 달갑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준재는 어머니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초췌하게 침대에 기대 누워있는 것을 본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병원에 안 가셨어요?”“너희 아버지가 가기 싫다고 하더구나. 병원 소독약 냄새는 맡기도 싫대. 네가 아버지한테 말씀드려 봐.”심해영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여진성은 그런 상황을 보고 준재에게 담담히 말했다.“별일 아니야. 오늘 회식이 길어져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술병이 났을 뿐이야. 너희 엄마는 너무 놀란 마음에 널 부른 것 같구나.”“뭐가 별일이 아니에요, 예전에 의사가 당신이 술을 끊지 않으면 위궤양이 올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남편의 모습에 심해영은 매우 화가 났다.말다툼을 하는 부모님을 보고 있던 준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정에게 눈앞에 일어난 상황은 서로를 걱정하는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준재를 바라보며 물었다.“여 회장님께서 위
돌아오는 길, 차 안은 매우 조용했다.고다정은 운전에 집중하는 여준재를 바라보았고, 누가 그녀의 심장을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그녀는 준재가 식당에서 뭘 말하고 싶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얘기를 꺼내기는 조금 부끄러웠다.결국 그녀는 이 마음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준재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지만, 고백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고, 그렇게 성급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도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억제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없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다 왔어요.”준재는 차를 세우고 적막을 깼다.멍하니 있던 다정은 그의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이 말과 함께 그녀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준재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다정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를 몰고 떠났다.집에 들어온 다정은 실내화로 갈아 신으며 아직 거실에 있는 외할머니를 봤다.“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왜 아직 안 주무세요?”“생각할 일이 있어 잠이 안 오는구나. 이리 와 보렴. 물어볼 게 있어.”기분이 좋아 보이는 강말숙은 다정에게 오라고 손짓하며 말했다.다정은 할머니를 바라보다 무력감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정말 짓궂으신 우리 외할머니, 정말 왜 그러신 걸까?’‘너무 짓궂으셔.’다정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모두 오늘 밤에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그 일은 강말숙도 동조한 것이 분명했다.이 생각과 함께 다정은 강말숙의 옆에 앉았다.다정이 자리에 앉자마자 강말숙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다가왔다.“오늘 밤에 너랑 여 대표는 혹시…….”강말숙은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뭘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다정은 그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오늘 밤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희는 여전히 친구예요.”“아직도 친구라고!?”강말숙은 깜짝 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여 대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야?”강말숙은 불만스러워하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다
5년 전, 사고가 일어난 밤 고다정이 묵었던 객실은 여준재의 전용 객실이었다.임초연은 모든 정보를 읽은 후, 눈을 가늘게 뜨며 의자에 기대앉아 생각에 잠겼다.그녀가 알고 있는 준재와, 준재가 하준과 하윤에게 대하는 태도를 놓고 보면, 그녀는 친아빠라는 것을 100% 확신했다.‘분명 고다정은 이 사실을 모를 거야.’‘준재 씨가 이 사실을 숨긴 걸 보면, 말하고 싶지 않았겠지.’‘그때 고다정의 평판은 바닥을 쳤고, 심지어 걔 친엄마도 자살을 택하셨잖아…….’초연은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그날 오후, 고급 프라이빗 카페.다정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VIP룸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있는 초연이 보였다.그녀는 냉랭한 얼굴로 들어와 초연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녀들은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동안의 일 때문에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다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임초연 씨가 우리 아이들의 아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요?”“이걸 보고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초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서류 봉투를 꺼냈다.다정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 서류 봉투를 건네받았고, DNA 검사 결과지라는 걸 발견했다.종이에 적힌 내용을 본 다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돌변했다.“말도 안 돼!”다정은 충격에 빠져 결과지를 내려놓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연을 바라봤다.테이블 위에 올라온 그녀의 손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초연의 갈색 눈동자에는 점차 조롱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당신이 믿지 않을까 봐, 다른 정보도 가져왔어요.”초연은 말과 함께 또 다른 문서를 건네주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고다정 씨는 그 일이 일어난 호텔이 YS그룹 소유의 호텔이라는 걸 몰랐을 거예요. 맞아요, 당신이 그날 묵었던 그 방은 판매하지 않는 객실이고, 여준재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전용 객실이에요.”이 말을 들은 다정은 혼란스러운
아늑한 방 안에 여준재는 상의를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의 등은 가시로 뒤덮인 고슴도치 같았다.마지막 침을 놓은 고다정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일어나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무심코 말했다.“참, 제가 한동안 신경을 못 썼네요. 예전에 제가 찾아달라고 했던 사람은 소식이 있나요?”말을 건넨 후 다정은 준재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어쩌면 그녀가 너무 진지한 탓인지 준재의 몸은 경직이 되었다.다정은 손끝이 하얗게 변할 만큼 물 잔을 꽉 쥐었다.준재는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이미 다 알고 계시구나…….’이미 다 드러났다는 것을 알지 못한 준재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죄송해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른지 몰랐어요. 아직 그 사람에 대해서는 찾지 못했어요.”‘거짓말!’그의 말을 들은 순간 다정의 첫 반응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준재에게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한 시간 반 뒤, 다정은 침을 뽑은 후, 차갑게 말했다.“늦었어요. 얼른 돌아가세요.”이 말을 한 후, 그녀는 준재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에도 개의치 않았고, 돌아서 거실로 나가며 방문을 닫았다.준재는 다정의 떠나간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눈살을 찌푸렸다.‘기분이 안 좋은가?’하지만 그는 다정이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마음속에 피어나는 의심을 뒤로하고 준재는 다정을 건드리지 않았다.그러나 준재는 집을 나서기 전, 하준과 하윤에게 부탁했다.“엄마한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알려줘.”“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알려드릴게요.”하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그를 배웅했다.그러나 강말숙은 떠나는 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다정의 방으로 갔다.강말숙은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다정아, 들어가도 되니?”“들어오세요.”다정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왔다.그녀는 외할머니가 들어오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고다정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강말숙은 집에 돌아온 손녀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아침 일찍 어디 갔다 오는 길이니?”“생각 좀 정리하느라 산책하고 왔어요.”다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핑계를 댔다.그 말에 강말숙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이전에도 다정은 약재에 문제가 생기면 종종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강말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아침에 여 대표가 너를 만나러 왔다 갔어. 네가 늦게 올 것 같아서 아이들도 데려다주셨단다. 저녁에 다시 찾아올 것 같아.”다정은 순간 깜짝 놀랐다.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다정은 준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원망이라면, 5년 전, 그는 그녀의 순결을 빼앗았고, 다정의 인생을 망쳐놨으며 그녀의 어머니를 간접적으로 죽였다.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 일은 다정에게 점차 잊혀 갔고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모든 불행이 모두 준재의 탓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어머니의 죽음은 그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고, 인간쓰레기를 좋은 사람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물론 이 일은 다정에게 적잖이 충격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람이 바로 여준재였다.그날 저녁, 강말숙이 말한 대로 준재는 다시 다정의 집으로 왔다.다정이 준재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로봇처럼 삐그덕거렸고 말을 더듬거렸다.다정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들킬까 봐 주먹을 꼭 쥐고 침착하게 말했다.“오늘은 치료도 없는데 왜 오셨어요?”“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요.”이렇게 말하면서도 준재의 시선은 다정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왠지 모르겠지만, 다정 씨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그러나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말했다.“그럼 전 약을 만들게요. 아이들이랑 놀고 계세요.”그 말을 한 뒤, 다정은 작업실로 향했다.준재는 별 생각없이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줬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