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눈은 빛나고 조금은 들뜬 모습이었다.“그럼 아저씨가 우리 엄마한테 고백하는 거예요?”“만약 그런 거라면 저희는 대찬성이에요! 전 아저씨를 우리 아빠로 삼을 수 있어요.”그들은 각자 기대를 품고 임은미를 바라보았다.은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분명해요, 전 이모의 직감을 믿어요.”“저희는 이모를 믿어요!”아이들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러다 그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런데 아저씨는 언제쯤 엄마에게 고백할까요?”“글쎄, 이거 너희들에게 달려있어.”은미는 무슨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눈을 굴리며 웃었다.“여준재 아저씨가 하루라도 빨리 아빠가 되기를 원한다면 너희가 사랑의 큐피드가 되어서 아저씨가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돼.”“큐피드가 뭐예요?”하윤은 망설임 없이 물었다.하준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은미는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세 사람이 모여서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속삭이는 모습을 본 강말숙은 실소를 터뜨리면서도 막지 않았다.여준재와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강말숙은 여 대표의 인품을 매우 좋게 보고 있었다.‘만약 여 대표가 우리 손녀사위가 된다면 문제가 될 건 없지.’이때 다정은 음식을 다 준비한 다음 주방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들과 친구가 속닥거리는 장면을 보았다.그녀는 다소 의심스러웠지만 묻지 않고 말을 꺼냈다.“밥 먹으러 와, 은미는 하준, 하윤이를 데리고 손 좀 씻기고 와줘.”“알겠어.”은미는 대답했고, 세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손을 씻으러 갔다.식사하는 동안 그들은 웃고 떠들며 매우 훈훈했다.특히 두 아이의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밥을 다 먹은 후, 은미는 집으로 돌아갔다.두 아이는 거실에서 유난히 진지했다.하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레고를 가지고 놀았고,하준은 뭘 하는지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설거지를 마치고 나온 다정은 이 모습에 게임을 하는 줄 알고 당부했다.“하준아, 게임 너무 오래 하지 마, 눈에 안 좋아.”“알아요, 엄마.”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 여준재는 회사 일로 많이 바빴다.어느 날은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가기도 했다.이 때문에 그는 고다정과 아이들을 보러 갈 시간이 없었다.마침내 B시에서 돌아온 준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쉬지 않고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집에서 수학 경시 대회 공부를 하고 있었다.육성준도 그들의 옆에 있었다.다정은 스승이 남긴 의술 노트를 읽고 있었다.잠시 후,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내가 나가 볼 게, 너희는 할 일 하거라.”강말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갔다.하지만 현관 앞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는 그를 보고 매우 놀라며 물었다.“여 대표가 어떻게 오셨어요?”“아이들을 보러 왔어요.”준재는 말과 동시에 집안을 살펴보았고, 거실에서 다정과 한 남자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았다.그 남자는 바로 그가 만났던 LU그룹의 부회장, 육성준이었다.게다가 두 아이는 성준의 옆에서 행복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다정과 두 아이는 준재가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하준은 자기가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들고 성준에게 물었다.“삼촌,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해요?”“한번 볼게.”성준이 몸을 기울이고 문제를 확인하자 그의 표정은 얼어붙기 시작했다.하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기대에 찬 눈을 깜박였다.그러나 다정은 그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하준아, 삼촌을 난처하게 하지 마. 삼촌이 모든 문제를 다 아는 건 아니야. 삼촌은 예전에 배운 내용을 까먹었을 거야.”이 말을 들은 성준은 아이들 앞에서 쌓아 올린 이미지가 망가진 것 같았다.그는 즉각 불만을 표시했다.“누가 모른대? 난 까먹은 게 아니야.”그 순간 다정은 그의 말을 한마디로 잘라냈다.“애써 발버둥 치지 마,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가 널 모르겠니? 초등학생 때 넌 여자를 꼬시느라 바빴고,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잖아. 커서는 여자 친구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바빴고. 만약 너희 할아버지가 널 압박하지 않았으면 넌 대학도 못 갔을 거야.”
하준과 하윤은 두 남자의 얼굴에 나타난 이상한 표정을 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이어 그들은 반갑게 여준재에게 인사했다.“여준재 아저씨, 오셨네요!”반갑게 말했지만, 그들은 평소처럼 준재에게 달려가지 않았다.준재는 평소답지 않은 아이들을 모습을 보며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구남준은 옆에서 지켜보며 이제 끝났다고 마음속으로 울먹였다.반면 고다정은 준재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녀는 미소를 거두고 준재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예요?”“출장 다녀온 김에 들렸어요.”준재는 담담히 말을 꺼냈다.남준은 귀를 기울이고 마음속으로 논쟁을 벌였다.‘대표님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오셨는데.’다정은 남준의 생각을 몰랐다.하지만 준재의 말을 들은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몸이 안 좋으세요? 손 좀 줘봐요, 제가 맥을 봐 드릴게요.”그녀는 말을 마친 후 손을 뻗어 준재의 손을 잡았지만 그는 손을 피했다.“여 대표님?”다정은 고개를 들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준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아직 밥을 안 먹었어요.”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다정은 눈을 깜빡이며 잠시 멍해졌다.“그럼……, 음식 좀 드릴까요?”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다정은 그의 모습을 보고 돌아서서 부엌으로 갔다.육성준이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렸고 그의 눈은 장난기가 그득했다.준재는 이런 성준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준재는 다정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여전히 마음속으로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다.다정과 성준은 가볍게 장난치고 떠들 수 있는데, 자기 자신은 병에 대한 얘기뿐이었다.이를 생각한 준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성준을 사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앞으로는 육성준 씨가 손, 발을 쓰지 않고 장난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한테 좋지 않아요.”이 말을 남긴 후 준재는 잡고 있던 성준의 팔을 놓았다.성준은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세요? 전 이미
육성준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다.“퇴근하고 왔습니다.”여준재는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이때 하윤이 자랑하듯 입을 열었다.“요즘 삼촌이 매일같이 오셔서 오빠랑 저에게 재미있는 장난감을 많이 사주셨어요. 삼촌이랑 노니까 너무 재밌었어요!”“그래?”준재는 미소로 대답하고 성준을 다시 쌀쌀맞게 바라보았다.성준은 이런 준재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더욱 등골이 서늘해지고 소름 끼쳤다.‘이 사람 눈빛으로 사람도 잡아먹겠어!’‘내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 그렇겠지?’이 순간 준재는 정말 불쾌했다.겨우 며칠 동안 찾아오지 않았다고 자신의 두 자녀의 태도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내가 며칠 더 늦게 돌아오면 아빠라고 부를 기세야.’이 생각에 준재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구남준은 옆에서 바라보며 준재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정말 보통이 아닌 사람이야, 감히 우리 대표님의 약점을 파고들었어.’하준도 이런 그들의 모습에 그의 방법이 매우 유용한 방법인 것 같아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현재 상황을 더 자극해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까 봐 걱정했다.이어 준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천진난만한 눈으로 말했다.“아저씨,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해요?”준재는 하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성준을 놓아주고 어린 소년에게 시선을 돌린 뒤, 문제를 들여다봤다.“이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방정식을 사용해야 해…….”그는 다시 문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성준은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내쉬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피에 굶주린 짐승의 표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하지만 다정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다정은 집에 소고기가 남아있어, 소고기 국수를 끓여 주었다.잠시 후, 그녀는 국그릇을 들고나오며 말했다.“여 대표님, 식사하세요.”“갈게요.”준재는 대답한 뒤, 하준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시킨 후 주방으로 향했다.자리에 앉은 후, 식탁 위에 놓인 눈과 코가 즐거운 소고기 국수를 보니 우울했던 기분이 순식
방에 들어간 여준재는 곧바로 옷을 벗고 고다정의 침대에 누웠다.이를 본 다정은 재빨리 잡생각을 버리고 치료하기 위해 나섰다. 침술은 온 정신을 기울여야 하므로 그녀는 문밖에서 누군가가 엿보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준재도 마음을 놓고 치료를 받았기에 문밖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하준과 하윤은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살짝 열린 문 틈새로 훔쳐보며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우리 계획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하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하윤도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여준재 아저씨가 육성준 삼촌을 여러 번 째려보는 걸 봤어.”이 말을 들은 하준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쇠뿔도 단김에 빼야 해.”“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속해서 아저씨를 자극해야 해?”하윤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하준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 이 전략은 가끔씩 써야 효과가 있어.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거야.”“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글쎄, 우선 이모한테 물어보자, 이모는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야.”하준은 이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달려갔다.하윤도 그런 그의 모습에 황급히 뒤를 따랐다.통화는 짧은 시간에 연결되었고, 하준은 곧바로 전화한 목적을 밝혔다.그 후, 하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여준재 아저씨랑 엄마의 사이가 더 가까워질까요?”“이건 쉽지 않은데, 우선 내가 가르쳐 줄게…….”임은미는 전화기 너머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줬다.두 아이는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그리고 잠시 후, 아이들은 다시 침실 문 앞에 다가가 기웃거리며 안을 들여다보았다.침을 다 놓은 다정은 자연히 문밖에서 인기척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거기 서서 뭐 해?”“엄마 기다리고 있어요.”아이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다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왜 기다리고 있어?”“방금 이모가 전화 와서 영화표가 많다고 영
저녁에 고다정이 영화관에 도착했을 때, 자신과 여준재 단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준재는 놀라며 물었다.“왜 혼자세요? 친구분이랑 아이들은요?”“저도 모르겠어요. 은미가 일찍 퇴근한다고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길래 전 집에서 바로 출발했거든요.”다정은 약간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준재는 눈을 깜박이며 제안했다.“친구한테 전화해 보시는 게 어때요?”“네, 전화해 볼게요.”준재의 말을 들은 다정은 문득 이 방법이 생각났다.그녀는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절친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서너 번 울린 후 연결이 되었고, 휴대폰에서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은미야, 너 어디야? 나랑 여 대표님은 영화관에 도착했어.”다정이 먼저 물었다.은미의 목소리가 들렸다.[나 하준이랑 하윤이 데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보고 있어. 여 대표님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우리끼리 들어왔어. 넌 여 대표랑 다른 영화를 보러 가. 이따가 영화표 링크를 보내줄 게.]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다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준재는 그녀의 표정을 눈여겨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뭐라고 하셨어요?”“여 대표님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안 좋아할 것 같아서 하준이랑 하윤이를 데리고 먼저 들어갔대요. 저희는 다른 영화를 골라 봐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다정은 은미가 보낸 영화표 링크를 받았다.준재도 그것을 보았고 그에게 이상한 느낌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그럼 저희도 보러 가요.”다정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준재를 따라 매표소로 향해 영화를 골랐다. 두 사람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영화를 선택했다.그동안 준재는 영화관 직원에게 팝콘과 음료수를 주문했다.“여기요.”그는 다정에게 팝콘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이게 영화 볼 때 제일 기본이래요.”다정은 그런 준재의 모습에 의아했다가 우스갯소리를 했다.“여 대표님이 이걸 알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저도 사람인 걸요.”준재는 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자리에 앉았고, 고다정과 여준재는 떠날 수 없었다.그러자 레스토랑 직원이 두 사람의 주문을 받으러 오더니 먼저 요리를 추천해 줬다.“두 분께는 이번 주 저희 가게 테마인 커플 패키지를 추천 드립니다. 할인이 들어가서 한 분은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레스토랑 1주년 행사로 진행되는 메뉴입니다.”“이건…….” 커플 패키지라는 말에 다정은 망설여졌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준재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는 메뉴판을 직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그럼 방금 말씀하신 메뉴로 주세요.”“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서서 떠났다.다정은 떠나는 직원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웃겼다.‘분명 나랑 여 대표는 커플이 아니지만, 이미 커플이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 같아.’‘예전엔 다른 사람이랑 이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정의 마음속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올랐고, 낯설었지만 싫지는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사라져 버린 줄만 알았던 은미가 아이들을 데리고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각도 때문인지 다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알고 보니 은미는 아이들을 데리고 조용히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이때 다정과 준재가 마주 앉아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여느 커플처럼 보였다.“역시, 데이트처럼 움직여야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어. 얼마나 아름답니?”은미는 감탄했다.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엄마랑 아저씨는 정말 잘 어울려요.”“엄마랑 아저씨가 이대로 결혼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제가 아빠라고 부를 수 있잖아요.”하윤이 말했다.하윤은 작은 얼굴을 들고 밝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가 힘을 내서 빨리 여준재 아저씨에게 결혼하길 바랄 뿐이다.이 때문에 세 사람은 다정과 준재가 언제 만날 것인지 토론하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준재는 마치 다정과 대화하는 척하며 그들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분명 그는
이 말을 들은 임은미와 두 아이의 두 눈이 반짝였다.“무슨 생각이냐니, 다정아 그게 무슨 소리야?” 은미는 이해하지 못한 척 하하 웃었다.아이들도 쳐다보며 말했다.“저도 엄마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다정은 똑같은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기분 나쁜 듯 콧방귀를 뀌었다.“너희는 참 쿵짝이 잘 맞구나?”이 말이 나오자 은미와 아이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다정은 그들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너희가 의도적으로 내가 여 대표님이랑 있도록 했다는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그리고 너희 생각을 내가 모를 거란 착각도 하지 말고.”다정이 화를 내려는 것을 본 은미는 재빨리 앞으로 나가 아이들 앞을 막아섰다.“이 일은 하준, 하윤이랑 아무 상관없어. 다 나 혼자서 꾸민 일이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해. 난 단지 널 아껴주고 지켜줄 사람을 찾고 싶었을 뿐이야.”“…….”다정은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다.뭐가 됐든, 은미는 그녀를 위해 한 행동이었다.끝내 다정은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은미야, 네가 날 위한다는 건 알지만, 난 이렇게 다른 사람한테 조종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알겠어, 네가 싫으면 앞으로 안 그럴게.”‘참 이상해.’은미는 마음속으로 그것을 부인했다.다정은 그녀의 생각을 몰랐지만 친구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바로잡는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그녀를 돌려보냈다.그리고 거실에는 그녀와 두 아이만 남았다.다정은 더 이상 친구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아이들과는 제대로 대화하고 싶었다.어떻게 아이들이 어른들의 일에 끼어들 수 있겠는가?하지만 두 아이는 엄마의 옆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소심한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엄마의 진지한 말을 두려워하며 각각 다정의 다리를 안았다.“엄마, 우리한테 화내지 않으시면 안 돼요?”“저희도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아저씨가 너무 좋았을 뿐이에요.”다정은 그들의 말을 듣고 아무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