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한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보던 강말숙은 즉시 그의 뜻을 이해했다.“아이고. 이놈이.” 그녀는 못 말린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다.물론 그녀가 가리킨 사람은 고다정이다.준재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붉어진 귀가 준재의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강말숙은 발견하지 못하고 그를 향해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고마워요, 여 대표.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 제가 들어가서 옷을 입힐게요.”“네, 감사합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먼저 들어가 볼게요.”준재는 이 말을 끝으로 쫓기듯 줄행랑쳤다.이때 강말숙은 그의 심상치 않은 행동을 보고서야 생각이 들었다.‘여 대표가 다정이를 데리고 나왔으면 전부 다 본 거 아니야?’그러나 강말숙은 최근 여 대표와 손주들의 대화를 떠올린 후 더 이상 그들의 사이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다.자녀와 손자들에게는 각자의 운명이 있을 것이니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동시에 준재는 아파트 단지를 나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신 후에야 몸에 올라왔던 열들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그는 넥타이를 고쳐 매고 고개를 들어 다정의 집이 있는 층수를 올려다보았다.잠시 후, 그는 시선을 돌리고 입구에 대기 중인 차를 향해 걸어갔다.구남준은 자기 대표가 차에 타자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왠지 뒷좌석에 앉아 있는 대표를 보면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확실히 그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대표님, 고 선생님과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준재는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입을 열었다.“운전이나 해.”이 경고를 들은 남준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다정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잤다.잠에서 깨어난 다정은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잠옷을 입고 있는 본인이 의아했지만 별 생각은 하지 않았다.간단히 씻고 방에서 나온 그녀는 이미 일어나신 외할머니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할머니, 어젯밤에 제가 욕실에서 잠든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차 안에 있던 여준재는 확실히 심기가 불편했다.그는 한평생 이런 꿈을 꿔 본 적이 없었지만 고다정이 그것을 깨뜨렸다.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솟아올랐다.이를 가장 뚜렷하게 느낀 사람은 바로 YS그룹의 고위직이었다.“가장 기본적인 상식도 제대로 모르면서 도대체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겁니까? 당신이 학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설마 지금 당신의 직위에 떳떳한 겁니까?”“지난달 프로젝트 예산이 왜 이렇게 초과한 겁니까? 프로젝트 담당자 누구예요! 당장 데려오세요!”“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 놀자고 부른 줄 알아요?”넓고 밝은 사무실과는 상반되게 준재가 꾸짖는 목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구남준은 무표정으로 문밖에 서 있었다.그러나 그의 주변에 있던 다른 고위 간부들은 치를 떨었다.[너무 무서워요. 대표님이 또 호랑이가 되셨어요…….]결국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남준에게 물었다.“구 비서님, 오늘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왜 이렇게 화가 나신 거예요?”이 말이 나오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봤다.남준은 그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실연당한 남자, 당신들이라도 예민하지 않겠어요?”“실연이요?”다른 고위 직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우리 대표님은 아직 솔로 아니야?’‘아니, 세상에서 대표님을 거절할 수 있는 여자가 있다는 거야?’‘그래서 그 여자가 도대체 누군데!?’그러나 그들이 계속 묻기도 전에 남준은 그들을 간파하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여기서 떠들 시간이 있으시면 손에 든 서류를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게 나을 텐데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무실에서 준재의 매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엔지니어링 부서, 들어오세요.”남준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엔지니어링 부서 책임자를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행운을 빕니다.”오전 내내 회사의 모든 부서 팀장들은 준재에게 한마디씩 들어서 그런지 다른 직원들도 긴장하고 초조한 상태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카페에 고다정과 육성준이 마주 앉아 있었다.성준은 긴 팔을 뻗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케이크는?”“네가 몇 살인데 아직도 케이크를 찾아?”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정은 직접 사 온 작은 케이크를 건넸다.성준은 흡족하게 건네받은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 본론을 꺼냈다.“그때 그 변호사의 거처를 알아냈어.”이 말을 듣자 다정의 두 눈이 반짝였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그 사람은 산청으로 돌아가서 요양했지만, 최근 건강이 다시 악화되어서 병원에 있다고 들었어. 아마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성준은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말했다.다정은 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잠시 놀랬지만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든 없든 상관없어. 그래도 난 만나보고 싶어, 내가 가면 돼.”“그래, 마침 내일 일 때문에 산청을 가는데, 내 차로 같이 가자.”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끈질긴 끈기를 본 성준은 동행을 제안했다.다정은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어쨌든 성준이 동행을 제안했고, 혼자 낯선 곳에서 과거의 사람을 찾는 것보다는 나았다.이 대화가 끝나자 성준은 다시 건들건들한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의자에 등을 기댄 후 턱을 괴고 인정하라는 눈빛으로 다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내가 널 위해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밥이라도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 말을 듣자 다정은 고맙다는 말이 절로 들어갔지만 결국 그녀는 밥을 샀다.식사를 마친 다정과 성준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후 헤어졌다.다정은 약재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마운시티에 있는 약밭으로 향했다.집사는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고 선생님 오셨군요.”“네, 약재 상태를 확인하려고 왔어요. 요즘 약밭은 어떤가요?”다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집사는 사실대로 보고했다.“고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약밭은 괜찮습니다, 모두 밭에 있는 약재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성껏 돌보고 있었어요.”
다음 날 이른 아침, 고다정과 가족들이 함께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육성준이 찾아왔다.그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성준은 강말숙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할머니, 할머니 뵈러 왔어요. 하준, 하윤! 삼촌 보고 싶었어?”그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을 향해 그는 장난기 어린 윙크를 했다.아이들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기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보고 싶었어요.”서로 인사를 나눈 후, 다정은 성준을 따라 나갔다.그들이 떠나자마자 여준재와 임은미가 달려왔다.두 사람은 아파트 1층에서 만났다.은미는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여 대표님이 왜 여기 계세요?”“오늘 고 선생님이 일이 있어서 집을 비운다고 해서 아이들이 걱정되어서 좀 보러 왔어요.”준재가 담담히 대답한 그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그는 층수를 누른 후 은미를 바라보았다.은미는 그의 모습에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탔다.옆에 있는 닿을 수 없는 남자를 은밀히 바라볼 수밖에 없던 그녀는 의심의 눈길을 숨길 수 없었다.‘비록 다정이가 여 대표랑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다정이가 떠난다는 소식에 아이들이랑 할머니가 걱정되어서 여기 온 거잖아?’준재도 자신을 엿보는 시선을 느꼈지만 마음에 두지 않았다.‘땡’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두 사람은 차례로 내렸다.집에 있던 하준과 하윤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소리를 듣고 문을 열며 밝게 소리쳤다.“이모! 어, 여준재 아저씨?”눈앞에 있는 우월한 남자를 본 아이들은 벙쩠다.다행히 그들은 곧바로 상황을 인지하고 웃으며 그들을 에워쌌다.“아저씨, 왜 오셨어요?”“엄마 보러 왔어요?”아이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강말숙도 현관으로 가 문밖의 준재를 보고 다소 놀랐다.“여 대표, 여긴 어쩐 일이세요? 다정이 찾으러 오셨나요?”“아니요, 할머니.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러 왔어요.”준재는 자신이 온 목적을 설명했다.강말숙은 순간 벙쪄 무의식적으로 은미를 바라보았다.‘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건 어제 우리 손녀가 은미에게
오전 10시, 고다정과 육성준은 산청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가장 먼저 병원에 갔다.병원에 도착한 다정은 차에서 내렸고, 성준은 차 창문을 열며 당부했다.“난 널 따라가지 않을 거야. 나는 볼일을 보고 올 테니까 끝나면 전화해. 데리러 올게.”“응, 나중에 봐.”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성준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곧 그녀는 홀로 남겨져 있었다.다정은 곧바로 병원에 들어가지 않고 근처 마트에 들러 꽃과 과일 바구니를 사서 병원으로 향했다.‘똑똑.’다정은 그 변호사가 있는 병실로 와서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늙은 변호사 외에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겉모습을 보아하니 그 남자와 여자는 변호사의 아들과 며느리처럼 보였다.늙은 변호사는 다정을 보는 순간 감정이 격해졌다.“너는…….”그는 쉰 목소리로 말하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정을 가리켰다.옆에 있던 아들과 며느리는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어리둥절했다.‘무슨 일이야, 아버지가 저 범상치 않은 여자를 알고 있는 거야?’그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다정은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꽃과 과일 바구니를 침대 옆에 가져다 놓았다.“방 변호사님, 아직도 절 기억하시는군요.”다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방재도 변호사는 겨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지난 몇 년 동안 당신이 여기에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어머니 일로 오셨죠?”이 말을 들은 다정은 부인하지 않았다.그녀는 방재도를 침착하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요. 유언장이 있다는데 사실인가요?”방재도는 아랫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갑자기 심장박동이 심각하게 비정상적이었고 얼굴색이 나빠졌다.다정은 그의 모습을 보며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물었다.이 문제는 이미 그녀를 5년 동안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그녀는 진상을 알고 싶었다.“저희 어머니는 항상 강하신 분이셨어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을 때도 어머니는
고다정은 방재도의 아들과 연락처를 교환한 뒤 떠나려 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더 부탁할 순 없어.’ ‘게다가 아들 분도 이미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여기 있을 이유도 없잖아.’병원을 나선 다정은 화창한 햇살을 바라보았지만 기분은 왠지 모르게 우울했다.그녀는 사람을 찾으면 일이 순탄하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다정은 한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고 육성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빠르게 연결됐고, 곧바로 성준의 목소리가 들렸다.[다 물어봤어?]“못 물어봤어.”다정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성준은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재빨리 물었다.[왜? 무슨 일 있었어?]“방 변호사님께서 과거 일을 들으시자마자 감정이 너무 격해지셔서 기절하셨어.”[그렇게 병세가 심각하신 거야?]성준은 다정의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다정은 가볍게 대답한 후 말을 이어 나갔다.“응, 난 이제 돌아가려고 하는데, 일은 다 끝났어?”[아직, 한동안은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아니면 일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래?]성준이 주동적으로 물었다.하지만 다정은 더 이상 그에게 신세 지고 싶지는 않았다.“아니야, 그냥 택시 타고 갈게.”[안 돼, 너 혼자 돌아가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성준은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나도 이제 다 큰 어른인데 설마 길을 잃어버리겠니? 아니면 택시보다 더 안전하게 기차 타고 갈게.”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들고 기차표를 보기 시작했다.그리고 시간은 정오에 가까워졌다.다정은 제일 빠른 기차표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하나같이 다 늦어?”[왜?]성준은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걱정스럽게 물었다.다정은 숨김없이 말했다.“지금 기차표를 보고 있는데 가장 빠른 시간이 4시야. 3시간이 걸리는데 집에 도착하면 날도 많이 어두워질 거야.”[그럼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성준이 다시 제안했다.다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럼 4시 안에 일을 끝
여준재는 정말 아이들과 함께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었다.두 아이는 그 사실에 행복하기만 했다.외증조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후, 그들은 준재를 따라왔다.별장에 있던 집사는 미리 준재의 분부를 받고 많은 레고와 인형을 준비해 두었다.준재는 사람을 시켜 아이들이 입을 옷을 사 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다정이 도착했을 때, 이미 귀여운 공룡 잠옷을 입고 거실에 앉아 레고를 가지고 놀고 있는 두 아이를 보았다.그들의 행복한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여긴 이렇게 하는 게 아니야, 하윤아 내 말 좀 들어 봐.”“아니야, 여기에 넣어야 해.” 아이들이 다시 다투려고 하는 것을 본 준재는 얼른 입을 열어 그들을 중재시켰다.“하준아 동생이 하게 놔둬 봐, 그래도 안 되면 그때 하윤이에게 가르쳐주면서 이해시켜 줘.”이 말을 들은 하준은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 하윤의 방식대로 조립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결과는 당연히 하윤의 생각이 틀렸다.준재는 아이들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집사는 이 광경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이렇게 다정한 도련님의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아.’이때, 이상철 집사는 현관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놀라며 입을 열었다.“고 선생님?”준재와 아이들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그곳을 바라봤다.“엄마, 오셨네요!”아이들은 엄마라는 것을 확인한 후 기뻐하며 달려가 각자 한쪽 다리씩 꼭 껴안았다.다정은 그들을 껴안고 손을 들어 그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준재는 평소에 입던 검은 정장을 벗고 회색 트레이닝 복을 입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도 사뭇 달라 보였다.이때 준재는 일할 때의 날카롭고 강인한 기질이 줄어들고, 다소 나른하고 온화해져서 마치 소탈한 귀공자처럼 보였다.다정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귓가에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내일 밤에 돌아오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일에
여준재는 창피함을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한 뒤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오늘은 아이들을 여기서 재우는 걸로 해요.”“아니에요, 또 신세를 질 순 없죠. 그냥 돌아갈게요.” 다정은 이를 거절하고 고개를 숙인 후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얼른 옷을 갈아입어, 엄마랑 집에 가자.”하지만 두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엄마, 저희는 오늘 아저씨랑 같이 있고 싶어요.”하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보석을 박아 놓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로 다정을 바라봤다.하준도 얼른 말을 덧붙였다.“엄마, 오늘 딱 하룻밤만 여기서 묵어요, 네? 하룻밤만요.”다정이 막 거절하려고 했을 때, 준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아이들 모두 여기서 자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냥 자고 가세요. 이미 저 방에 잘 준비를 해놨으니, 그렇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아요.”이 말을 들은 다정은 망설여졌다.준재가 방까지 준비했는데 만약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다면 그의 호의를 저버리는 것이었다.그러나 그들이 이곳에서 자는 건 좀 이상했다.준재도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또, 저는 고 선생님께 치료받기 위해서라도 남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왠지 모르게 오늘 일을 할 때 무기력하더라고요.”“몸이 안 좋으신데 왜 미리 말하지 않으셨어요.”다정은 즉시 다른 것을 돌볼 겨를없이 다가가 준재의 손을 잡고 맥을 짚었다.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고, 단지 피곤해서 일어난 일이라 비난의 눈초리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요 며칠 제대로 쉬지 못하셨나요? 위장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불규칙적으로 식사하셨어요?”“그게…….”준재가 설명하려 한 마디를 내뱉자마자 다정이 말을 끊었다.“전 여 대표님 보다 구 비서님께서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다정은 구남준을 바라보았다.이를 본 남준은 동시에 자기 대표에게 눈빛을 받았지만, 대표의 바람대로 대답할 생각은 없었다.그러자 그는 각종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고 선생님, 대표님께서는 고 선생님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