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당신 곁에 남고 싶어 하는 줄 알아요?”이 말을 뱉은 후 고다정은 노기등등해서 병실 문을 쾅 닫고 떠났다.그런데 문을 나서자마자 복도에서 마주 걸어오는 심해영과 쌍둥이를 만난 그녀는 멈칫하며 하마터면 들통날 뻔했다.다행히 이내 정신을 차리고 화난 얼굴로 달려가 심해영의 손에서 쌍둥이를 빼앗았다.“준, 윤, 가자. 지난 5년 동안 여준재가 없이 나 혼자서 너희를 키웠잖아. 헤어진다 해도 여준재가 무슨 자격으로 너희를 빼앗으려 들어?”고다정은 심해영과 쌍둥이에게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재빨리 떠나갔다.심해영은 어안이 벙벙해 그 자리에 서 있었다.이때 구남준이 병실에서 쫓아 나왔다.그는 심해영을 보고 급히 다가와서는 예의를 갖출 겨를도 없이 급히 캐물었다.“사모님, 작은 사모님을 보지 못하셨어요?”거의 이 말과 동시에 병실에서 화가 잔뜩 난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남준, 이리 안 와? 너 그 여자를 쫓아가면 즉시 해고당할 줄 알아!”구남준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병실에 대고 말했다.“대표님, 사모님을 이 정도로 화나게 하시면 어떡해요? 대표님 아이도 가졌는데.”“내가 화나게 한 것이 아니라 그 여자가 내 호의를 무시한 거야!”여준재가 코웃음을 쳤다.심해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끝내 상황을 파악했다.그녀는 방금 들은 말을 생각하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병실에 뛰어 들어왔다.병실은 난장판이 돼 있었다.바닥에는 엎질러진 영양탕과 깨진 물컵이 나뒹굴고, 여준재는 침대 머리에 앉아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심해영은 여준재 앞에 와서 캐물었다.“너 다정이랑 싸웠어? 무엇 때문에?”그러나 여준재는 씩씩거리기만 하고 대답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이 광경을 본 심해영은 갑자기 돌아서서 뒤따라 들어온 구남준을 바라보았다.“구 비서가 얘기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제가요?”깜짝 놀란 구남준이 자기를 가리키며 우물쭈물 여준재를 쳐다보았다.심해영은 짜증 내며 재촉했다.“말하지 않
한편, 고다정은 쌍둥이를 데리고 병원을 떠났다.차에서 쌍둥이는 화가 잔뜩 난 엄마 얼굴을 보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결국 하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랑 싸웠어요?”고다정은 겁에 질리고, 걱정 가득한 쌍둥이의 표정을 보고 마음속으로 미안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화내는 척했다.그녀는 화를 가라앉히려고 애쓰는 듯 깊이 숨을 들이쉰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마가 아빠랑 헤어진다면 너희는 엄마랑 살 거야? 아빠랑 살 거야?”“엄마가 아빠랑 헤어질 거예요? 왜요?”깜짝 놀란 쌍둥이가 의아해하며 고다정을 쳐다보았다.고다정이 대답했다.“너희도 어제 엄마가 아빠를 찔러 상처 입힌 걸 알지? 그 일 때문에 아빠가 엄마를 요양원에 가두려고 해. 위험하다고. 엄마가 동의하지 않으니 헤어지자고 협박해.”“그럴 리 없어요. 아빠가 엄마를 보낼 리 없어요.”쌍둥이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반박했다.그들은 고다정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고다정은 그들의 확고한 표정을 보고 대견하게 생각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화난 표정을 유지하며 나지막이 말했다.“사실상 나는 이미 너희 아빠한테 쫓겨났어. 지금 돌아가면 빌라에서 나가야 해. 너희는 엄마를 따라갈지, 아니면 빌라에 남아 아빠랑 같이 살지 생각해 봐.”쌍둥이는 이 말을 듣고 엄마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아 초조해졌다.특히 하윤은 대번에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엄마, 아빠랑 헤어지지 않으면 안 돼요? 헤어지지 마세요. 엄마랑 아빠가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엄마, 떠나지 않으면 안 돼요? 아빠는 틀림없이 무슨 고충이 있어서 엄마를 쫓아냈을 거예요.”하준도 옆에서 말렸다.그는 이 말을 한 후 자기가 진실을 알아냈다고 생각하고 흥분하며 말했다.“엄마가 아빠를 오해한 게 분명해요. 이전에도 아빠가 이와 비슷한 일을 벌인 적이 있잖아요. 아빠는 틀림없이 엄마를 보호하려고 그러셨을 거예요.”“그만해. 여준재가 무슨 목적이든 나는 절대 요양원에 가지 않을 거야. 너희가 아빠랑 헤어
그날 저녁 고다정은 빌라에서 나가 잠시 호텔에 묵었고 쌍둥이도 그녀와 함께했다.그들이 짐을 싸서 나간 즉시 이상철은 여준재에게 통지했다.전화기에서 여준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나갔으면 나갔지, 전화는 왜 해요? 고다정이 살았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그 여자가 남기고 간 물건도 죄다 버려요.”“네?!”여준재가 이렇게 나오리라 생각지 못한 이상철은 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여준재는 그에게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때 옆에 앉아 있던 심해영은 여준재의 말을 듣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그리고 거기 다정의 물건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내가 아무리 지나쳐도 고다정만 하겠어요? 어머니는 도대체 누구의 어머니예요?”여준재는 즉시 언짢아하며 반박했다.말문이 막힌 심해영은 아들을 매섭게 쏘아보았다.이 일이 가짜라는 걸 알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열 받아 죽었을 것이다.‘나쁜 자식, 좀 적당히 하지!’‘아니야, 진짜 같지 않으면 사람들을 속일 수 없어.’여준재와 눈이 마주친 심해영은 어쩔 수 없이 협조했다.“됐다, 나 이제 너희들 일에 참견하지 않을 거야!”이 말을 내뱉고 그녀는 돌아서서 재빨리 병실을 떠났다.한편, 고다정은 산하 회사에 YS그룹과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소식을 들은 모든 담당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게 무슨 일이지?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고다정과 여준재가 파혼한다는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사실을 입증하는 사진도 있었다.고다정이 캐리어를 끌고 빌라를 떠나고, 그 후 집사가 고다정의 물건을 전부 버리는 장면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누리꾼들은 이 기사를 보고 삽시간에 왁자지껄 의견이 분분했다.[내가 뭐랬어? 고다정과 여준재 사이에 문제가 있다니까. 역시 내 짐작이 맞았어.][고다정과 여준재가 정말 사이좋다면 고다정이 왜 여준재를 칼로 찔렀겠어?][근데 두 사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보란 듯이 애정행각을 벌이더니.]이
쌍둥이가 육성준에게 전화할 때 임은미도 고다정에게 캐묻고 있었다.“다정아, 너 여 대표님이랑 헤어졌어?”말투로 보아 전혀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전화를 받은 고다정은 진작 예상했던 것처럼 놀라지도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정말 헤어졌어. 난 지금 그 남자 얘기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너 내 친구라면 더 이상 묻지 말아줘.”“...”한 마디도 묻지 말라는 뜻이다.궁금한 것이 많은 임은미는 참지 못하고 떠보듯 물었다.“한 마디도 안 돼?”“안 돼!”고다정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언짢은 말투로 볼 때, 한 마디만 더 물으면 화낼 것 같았다.임은미는 할 수 없이 궁금증을 내려놓고 말머리를 돌려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그럼 너 지금 어디 있어? 묵을 곳은 있어?”“잠시 호텔에 묵고 있어. 집을 찾고 있는데, 마침 너도 좀 알아봐 줘.”고다정이 고충을 털어놓자 임은미는 알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고다정에게서 아무것도 알아낼 것 같지 않아 전화를 끊고 여준재에게 연락했다.여준재는 전화를 받긴 했지만 말투가 냉랭했다.“무슨 일이에요?”화가 잔뜩 나 있던 임은미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위축되어 조심스럽게 물었다.“여 대표님, 다정이랑 정말 헤어졌어요?”“정말 헤어진 게 아니면 가짜로 헤어졌겠어요? 제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요?”여준재는 즉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고, 임은미는 한순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뒤이어 여준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뒤로도 고다정과 여준재를 찾는 친지와 친구들의 전화는 한동안 계속됐다.그들도 임은미와 마찬가지로 믿지 않았다.하지만 전화를 끊은 후에는 모두가 두 사람이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다.성시원이 이 일을 알게 됐을 때는 한밤중이었다.그동안 아무 일도 없이 무사했기 때문에 그는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평소에 고다정을 치료할 때만 실험실에서 나오고 거의 하루 종일 안에 있었다.그는 부하가 전한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너 방금 뭐라 했어?”“어르신, 아가씨가 서방님과 헤어졌다고요.
여준재가 맞았다는 소식은 성시원이 떠나자마자 유라의 귀에 들어갔다.그녀는 가슴 아프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원래 그녀는 고다정과 여준재가 정말 헤어졌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도 갑작스러운 소식이라.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점차 두 사람이 정말 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특히 성시원이 나타나면서 그녀는 이 일을 철저히 믿었다.시간만 허락된다면 그녀는 정말 지금 바로 병원에 달려가서 여준재를 제대로 위로하고 싶었다.‘안 돼. 그만 생각해야 해. 지금 푹 쉬어야 내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여준재 앞에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이번 기회에 여준재를 손에 넣어야 해!’여준재는 이런 걸 모르고 있었다.그는 의사와 간호사를 보낸 후 휴대폰을 꺼내 고다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당신 스승님이 와서 저를 한바탕 팼어요. 지금 온몸이 아파 죽겠어요. 이게 다 당신이 낸 아이디어 때문이에요.][고생했어요. 일이 해결되면 충분히 보상해 줄게요!]고다정이 이내 답장을 보내왔다.여준재는 내용을 확인한 후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왜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고 있어요?][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시끄럽게 해서 깼어요.]곧이어 고다정은 또 하나의 메시지를 보내왔다.[조만간 또 한 번 맞을지도 몰라요.][?][저의 죽마고우라는 육성준이 방금 전화에서 당신을 30분 동안 욕했어요.]고다정이 여준재의 의문을 풀어주었다.오랜만에 이 이름을 들은 여준재는 한참 후에야 누군지 생각났다.하지만 그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 자식이 내 상대나 돼요? 누가 누굴 때릴지 몰라요.”육성준은 고다정의 손윗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감히 도발한다면 그도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고다정은 여준재가 보내온 메시지를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뒤이어 그녀는 휴대폰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재촉했다.“됐어요. 시간이 늦었으니 메시지를 지우고 쉬세요. 내일도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잖아요.”여준재는 마지막에 자기 어머니와 성시원이 그들의 작전을 눈치챘다고 말한
쌍둥이의 간곡한 부탁에 성시원은 눈이 번쩍 뜨였다.쌍둥이는 아직 아빠와 엄마가 가짜로 헤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이 일은 다른 사람이 설득해서는 소용없고, 너희 아빠와 엄마가 스스로 갈등을 풀어야 해.”성시원은 잠시 멈추더니 여준재의 잘못을 부풀려 말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스스로 갈등을 풀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너희 아빠가 엄마와 외증조할머니의 물건을 빌라 밖에 내던지는 짓까지 했으니 말이야. 이건 정말 너희 엄마 체면을 짓밟는 일이었어.”이 말을 들은 쌍둥이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도 이 일을 알지만 아빠와 엄마의 결합을 위해서는 무시할 수 있다.한순간 그들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성시원은 침묵하는 쌍둥이를 보고 미소를 짓더니 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됐어. 너무 걱정하지 마. 이건 어른들의 일이니까 어른들이 알아서 해결할 거야.”쌍둥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은 채 여전히 말이 없었다.조금 뒤, 호텔 직원이 조식을 가져왔다.세 사람과 성시원은 식사를 마친 후 호텔을 떠났다.다만 그들은 문을 나서자마자 남아 있던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고다정 씨, 여준재 씨와 헤어졌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정말 애정이 식은 건가요?”“고다정 씨, 그저께 저녁에는 왜 여준재 씨를 칼로 찔렀나요? 여준재 씨가 잘못한 일이 있나요?”“여준재 씨가 고다정 씨 물건을 버렸다고 하던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요?”“고다정 씨가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난 것은 여준재 씨와 여씨 가문에서 두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인가요?”한껏 흥분된 표정을 지은 기자들이 예리한 질문을 쏟아냈다.쌍둥이는 이 장면에 깜짝 놀랐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들은 잔뜩 성이 나서 방금 아빠가 그들을 버렸냐고 물은 기자를 노려보며 씩씩거렸다.“아빠는 우리를 버리지 않고, 엄마와 헤어지지도 않아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아니면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할 거예요.”이 말이 나오기 바쁘게 고다정의 호통이 떨어졌다.“하윤,
이 말을 들은 유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상관없어. 까짓 두 아이쯤이야. 꼬맹이들이 말을 잘 들으면 떠맡을 의향도 있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 사고나 내서 해결할 수 있어. 아이 목숨은 취약하니까.”디카프리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보고했다.“성시원이 고다정을 데려갔어요. 고다정의 기를 살려주려는 모양이에요.”“기를 살려주든 뭘 하든 그 여자가 다시 여준재를 찾아오지만 않으면 돼. 그 여자를 계속 감시해.”유라가 나지막이 말했다.그녀는 고다정과 여준재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믿었지만 마음속으로 여전히 불안했다.디카프리도는 알았다고 대답했다.잠시 후, 차는 병원 앞에 멈춰 섰다.유라는 치마에 구겨진 부분을 가볍게 정리한 후에야 천천히 차에서 내려 부하가 사 온 아침을 들고 느릿느릿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몇 분 후, 그녀는 여준재의 병실에 도착해 노크했다.“준재야, 나 들어와도 돼?”말만 그렇게 했지, 실제 그녀는 직접 문을 밀고 들어갔다.그녀를 본 여준재는 냉랭한 얼굴에 더욱 언짢은 기색을 띠며 따져 물었다.“누가 들어와도 된다고 했어?”유라는 짐짓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들어오지 말라는 소리를 못 들어서 들어와도 되는 줄 알았어.”그녀는 정성스럽게 도시락통을 들고 침대 옆에 오더니 보물을 바치듯 넘겨주었다.“인터넷 기사를 보고 너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서 특별히 맛있는 걸 사 왔어.”“내가 기분이 좋든 나쁘든 너랑 상관없으니까 물건을 가지고 나가.”여준재는 여전히 유라를 곱게 보지 않으며 직접 축객령을 내렸다.이 말을 들은 유라는 하마터면 얼굴에 미소를 유지하지 못할 뻔했다.그녀는 억울한 눈빛을 지었다.“준재야, 내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이전? 이전에는 내가 눈이 멀었었지!”여준재는 우습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뒤이어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유라를 바라보더니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내가 고다정과 헤어졌으니 너한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럼 아니야?유라는 이
거의 10시가 됐을 때 여준재가 끝내 구남준과 함께 병원에서 나왔다.그를 본 유라가 즉시 꽃다발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환하게 웃으며 손에 든 꽃다발을 건넸다.“준재야, 퇴원 축하해.”여준재는 그녀를 보고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꽃도 받지 않았다.그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유라는 얼굴에 미소를 가까스로 유지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이어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귓가에 분노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망할 놈, 헤어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새 애인이 생겼어!”육성준이 여준재와 유라를 노려보며 울분을 토했다.방금 반응이 한 박자 늦었을 뿐인데 이렇게 화딱지 나는 화면을 보게 될 줄이야.당초 여준재가 좋은 놈인 줄 알고 스스로 물러나 고다정을 양보했더니, 이 남자가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니! 젠장!“여준재, 정말 잘하는 짓이야!”육성준은 선글라스를 벗어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여준재에게 달려들어 때리려 했다.하지만 여준재가 가만히 서서 맞을 사람인가? 그는 육성준이 휘두른 주먹을 잡은 후 힘껏 밀치고, 지극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구남준도 옆에서 육성준을 말렸다.“육 대표님, 우리 대표님이 기분이 안 좋으니까 여기서 소란을 피우지 마세요. 서로 치고받고 체면을 구길 필요 없잖아요.”“허! 기분이 안 좋다고? 새 애인이 품에 있는데, 기분이 안 좋을 게 뭐가 있어?”육성준은 비꼬는 말투로 여준재를 비난하면서 방금 몸싸움으로 흐트러진 옷을 바로잡았다.뒤이어 그는 눈에 쌍불을 켜고 여준재를 노려보았다.“내가 오늘 대중들 앞에서 당신이 처자식을 버린 일을 까발리고 한바탕 패 줄 거야.”그는 뒤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명령을 받은 경호원들이 즉시 여준재와 유라 등을 둘러쌌다.그들을 둘러본 여준재는 안색이 어두웠다.유라도 안색이 안 좋았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육성준이 일을 크게 만들어 모든 사람이 그녀를 여준재의 새 애인으로 오해했으면 좋겠다.구남준은 주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