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안.사윤영의 털털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고다정은 그녀와 같이 점심을 하기로 했다.식사할 때도 두 사람은 점점 의기투합하며 우정을 쌓아갔다.그렇게 오랜 시간의 식사를 마치고 고다정이 적극적으로 먼저 요청했다.“점심도 다 먹었고, 제가 주변을 구경시켜 드릴게요.”“괜찮아요? 제가 너무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사윤영은 설레지만 고다정의 몸 상태가 신경이 쓰였다.고다정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웃으면서 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으니까. 어차피 윤영 씨가 오지 않았어도 밖에 나가려고 했어요. 그리고 제 친구도 소개해 드릴게요. 두 사람 성격도 비슷하고 아마 잘 맞을 겁니다.”“그래요. 그럼 잘 부탁해요.”사윤영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방긋 웃으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이날 오후 2시, 고다정과 사윤영의 점심시간이 끝났다.이때, 임은미도 마침 도착했다.아직 거실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문밖에서 그녀의 하이톤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내가 왔다!”“왔네요.”고다정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더니 사윤영에게 웃으며 말했다.빠르게 임은미가 깡충깡충 뛰면서 들어왔다.그녀는 옆 소파에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고다정을 보자마자 투덜거리기 시작했다.“오늘 네가 나한테 전화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오늘도 하루 종일 집에 갇혀있었을 거야. 전 세계 남자들이 다 이런 건지, 여자가 임신했다고 하면 무슨 신줏단지 모시듯이 이것도 하지 말라고 저것도 안된다하고, 심지어 이젠 불량식품도 못 먹게 해, 진짜 짜증 나!”말하다가 그녀는 고다정의 옆에 앉으면서 그녀의 팔을 잡고 다시 말을 이었다.“여 대표님은 이렇게 많이 신경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우리집 사람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 TV도 오래 못 보게 하고 운동하라고 잔소리하고. 하, 임신한 게 이렇게 성가시단 걸 알았다면 애초에...”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끝내는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몰라서 머뭇거렸다.고다정은 일부러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놀렸다.“애초에 뭐?”임은
세 사람은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근처 커피숍에서 쉬기로 했다.그러던 중 고다정이 사윤영에게 대뜸 물었다.“저번에 구영진한테서 두 사람이 약혼했다고 들었는데 왜 여태껏 아무 소식이 없었죠?”“아, 그저 두 집에서 식사하면서 임시 정한 겁니다.”사윤영은 말을 마친 뒤 허탈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다정 씨도 아시다시피 이 약혼도 제가 고집을 피워서 겨우 얻어낸 결과입니다. 저희 엄마 아빠는 제가 구영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결혼 전까지는 미리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만약 중간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때 저한테 피해가 덜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결혼 날짜까지 잡히고 우리 두 사람이 여전히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때 공개하겠죠.”그녀의 말을 듣고 난 뒤에야 고다정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부모님의 심정이 이해가 가네요. 솔직히 저도 윤영 씨랑 구영진이 분명 다른 세계의 사람인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가거든요.”임은미는 이 일에 대해 알지 못하니 그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이때 사윤영이 고다정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무슨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고다정도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사윤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마 저랑 구영진이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을 동경하고 그의 천진함을 지켜주고 싶었나 봐요.”“음... 윤영 씨, 상황이 반대로 된 게 아닐까요?”임은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이런 상황이면 보통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지 않나?하지만 사윤영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해명했다.“은미 씨가 보기에는 저랑 구영진의 상황이 반대로 된 것 같죠. 근데 우리 두 사람은 자라왔던 환경도 서로 반대에요. 똑같이 집안에 자식이 하나뿐이면 보통 부모님들은 남편감을 찾아서 집안의 사업들을 맡기곤 하겠지만 저희 부모님은 아니었어요.”“그들은 항상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한다면서 제가 사업을 이어받기를 바랐습니다. 하여 어려서부터 후계자로 키워주셨죠.
사실 여준재의 말대로 옷은 아주 잘 맞았다.눈앞의 훤칠한 몸매의 남자를 보고 고다정은 두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제가 이 옷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한테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제 안목이 틀림없었네요.”그녀의 말을 듣고 여준재는 참다못해 말을 내뱉었다.“이런 식으로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여기 있잖아요.”고다정은 눈을 찡긋거리며 웃더니 갑자기 생각나는 일에 대해 물었다.“오늘 구영진이 당신네 회사로 찾아가서 시합에 관해 말했죠? 하겠다고 했어요?”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그래서 시간을 다음 주 수요일로 정했어요.”그의 말을 듣고 고다정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이길 자신 있어요? 제가 예전에 들은 바로는 구영진이 몇 년 동안 자동차 레이스에 대해 많이 연구했고 해외 대회에도 참가했대요.”“왜요? 제가 못 미덥나요?”여준재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그의 모습에 고다정은 이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그럴 리가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그녀의 어색해 보이는 웃음을 보고 여준재도 더 이상 따져 들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합의 날이 돌아왔다.그동안 구영진이 소문낸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여준재와 무릉 시 구영진이 레이스 시합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 때문에 현장에는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왔다.박재경 등 그 무리도 왔다.그들도 여준재가 오늘 다른 사람과 시합한다고 해서 특별히 시간을 내서 왔다.“준재 형, 구영진이 누구야? 왜 그 사람과 시합하겠다고 했어?”“그것도 자동차 레이스라니. 형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했잖아.”“준재 형, 우리한테 숨기는 일이 있지?”세 사람은 한마디씩 앞다투어 묻기 시작했다.고다정은 옆에 서서 그 세 사람을 바라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역시나 훌륭한 사람의 곁에는 친구들조차 모두 훌륭했다.이 세 사람은 비록 외모는 여준재에 비해 약간 떨어지지만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빠르게 그녀의 호기심 어린 눈
대회 현장에는 여준재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평소 장난기 많은 구영진의 친구들도 함께했다.멀리서부터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여준재를 보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자식, 진짜 여준재랑 시합하네.”“그게 뭐, 이래도 내가 장난하는 것 같아?”구영진이 자랑스럽게 턱을 들어 올렸다.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중 몇몇은 호기심에 물었다.“어떻게 여 대표와 경기하게 된 거야?”“그래, 여대표님과는 어떻게 만났는지 말해봐.”다른 사람들도 거들었다.구영진은 하나같이 호기심 어린 그들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하는지 뻔히 들여다보고는 비밀스러운 척 말했다.“그건 비밀이니 묻지 말고 조금 있다가 지켜보기나 해. 이번에는 내가 여준재를 꼭 이길 테니 그때 가서 응원이나 하라고!”“당연하지. 너 아니면 우리가 누구를 응원하겠어?”사건의 내막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들 웃으며 구영진에게 맞춰주었다.한편 유라 역시 여준재에게 다가갔다.캐주얼한 차림에 평소보다 조금 더 나른한 모습의 남자를 보자 유라의 눈빛이 요동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시합에 동의할 줄은 몰랐어. 전에는 안 그랬잖아.”“전에는 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지.”여준재는 덤덤하게 대꾸하다가 고다정이 그다지 밝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는 곧바로 앞으로 다가가 고다정을 붙잡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누가 다정 씨를 화나게 했어요?”고다정은 사실 옆에 유라가 있는 것을 눈치챘지만 못 본 척하며 절친한 친구가 꽁냥거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알려주었다.“준재 씨가 거기 있었다면 나도 복수하는 건데.”고다정은 잔뜩 씩씩거리며 말했다.장난기 가득한 그녀의 모습이 여준재는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그러나 그 모습이 유라의 눈에는 가식처럼 보여 순간 참지 못하고 조롱했다.“고다정 씨 기억을 잃었다더니 성격이 전과 많이 달라지셨네요.”“제 성격이 달라진 게 그쪽과 무슨 상관이죠?”고다정이 덤덤하게 되물었다.마치 유라에게 당신은 누구고, 무슨 자격으로 참견하
총소리와 함께 레드와 블랙 차량이 시위가 당겨진 활처럼 출발선 밖으로 전광석화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지금 선두는 여 대표님이 타고 있는 블랙 사이클론이고, 구영진 도련님의 붉은 적토마가 백 미터 뒤에서 쫓고 있습니다.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데요!”사회자는 흥분한 표정으로 무대에 서서 내레이션을 진행했다.그의 리드 하에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구영진을 응원하기 시작했다.“구영진, 속도 올려!”“달려, 추월하라고. 가속 페달을 밟아!”“더 빨리, 더 빨리, 거의 다 왔어!”구영진은 관중들의 함성을 들었는지 눈앞의 검은색 레이싱 카를 응시하며 가속페달을 밟았고, 마침내 코너를 빠져나오자마자 여준재를 추월했다.이를 본 사윤영은 너무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구영진, 잘했어. 가속해. 계속 그렇게 하면 이길 거야!”두 손을 나팔처럼 입가에 가져간 그녀의 목소리는 신기하게도 옆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압도했다.고다정과 임은미도 그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특히 임은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윤영 씨 조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렇게 방방 뛰는 모습도 있을 줄은 몰랐네.”“우리가 사윤영 씨를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야. 약혼자를 응원하는 건 당연하지!”고다정은 사윤영을 흘깃 쳐다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녀의 담담한 모습을 보며 임은미는 이렇게 물었다.“넌 여 대표님 전혀 걱정 안 되나 봐. 질까 봐 걱정 안 돼?”“준재 씨가 질 리 없잖아.”고다정은 경기장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준재의 블랙 사이클론이 구영진의 붉은 적토마보다 뒤처져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둘 사이의 거리가 100미터 이내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한마디로 여준재는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이를 모르는 임은미는 절친의 확신에 찬 표정을 보며 여준재에 대한 믿음이 조금 더 확고해졌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가고, 트랙 위에서 구영진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뒤에서 바짝 따라붙는 검은색 차를 바라보았다.그는 두 손으로 핸들을 꽉
구영진의 말에도 여준재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는 눈썹을 위로 치켜올리며 무심하게 말했다.“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격차 한번 좁히지 못하면서 다음번에 진지하게 임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구영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사실 구영진은 자신이 여준재를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여준재가 봐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하지만 여준재의 솔직한 말을 듣고 나니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에게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 않고 여준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귓가에 울렸다.“우리 약속 기억하죠?”구영진은 침묵했다.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이에 여준재는 만족한 듯 고다정을 향해 걸어갔다.이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었고, 곧 여준재는 거침없이 고다정에게 다가왔다.고다정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한편 여준재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고다정을 향해 다정하게 말했다.“나 이겼는데 약속한 보상은요?”옆에서 이 소리를 들은 박재경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더니 옆에서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키스해, 길게!”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깔깔 웃었다.하지만 그 순간 사고가 일어났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고다정이 갑자기 고개를 들면서 동시에 소매 속에 숨겨둔 과도를 번쩍 들고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여준재의 가슴을 무섭게 찔렀다.여준재의 웃던 얼굴이 그대로 굳어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가슴에 꽂힌 과도를 내려다보았다.깔깔대며 웃던 주변 사람들도 이 돌발 상황에 깜짝 놀라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잠시 후 드디어 정신을 차린 누군가 소리쳤다.“여 대표님, 괜찮으세요?”“119에 빨리 전화해!”누군가는 다급하게 묻고,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병원에 연락했다. 또 누군가는 여준재와 고다정을 떼어놓으려는데,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여준재가 그들을 멈춰 세웠다.“오지 마세요.”여준재는 이미 고다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다정 씨, 정신 차려요.”여준재는
유라의 말에 고다정은 충격을 받았다.자신이 여준재를 죽이려고 했다니, 그럴 리가?“그게 무슨 헛소리에요?!”고다정은 즉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유라는 무슨 일인지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고다정을 보면서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두 눈을 번뜩이며 정의로운 척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고, 당신의 몸에 준재의 피까지 묻어있는데 그래도 변명할 생각인가요?”“난...”고다정은 자신이 언제 변명했냐며 캐물으려 했다.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신의 몸, 심지어 손에도 검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바보가 아니었던 그녀는 방금 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을 떠올리며 눈앞의 여자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그 생각에 고다정은 당황스러움과 걱정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준재 씨는요?”“대표님은 병원에 실려 가셨고, 구 비서님께서 아가씨 모시고 오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어요.”이때 정신을 차린 소담이 재빨리 고다정에게 다가가며 한편으로 유라를 경계했다.고다정은 그녀의 움직임도 눈치채지 못한 채 돌려보낸다는 말만 듣고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난 돌아가지 않을 테니 준재 씨가 간 병원으로 데려다줘요.”“나도 갈래요!”박재경 일행도 서둘러 말했다.이를 본 소담은 고다정의 결연한 표정을 보고 거절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관람석을 떠났다.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던 사람들이 의견이 분분했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여 대표님하고 약혼녀는 서로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어? 약혼녀가 왜 그런 짓을 한 거지?”“아까 그 외국 여자 때문이 아닐까?”급하게 도착한 사윤영과 임은미는 이 말을 듣자마자 그들을 나무랐다.“당신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다정이는 여준재 씨를 해칠 리 없어요. 분명 뭔가 숨겨진 내막이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유라는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이며 사람들 틈에서
구남준은 여러 사람의 불안한 표정을 보며 서둘러 대답했다.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모릅니다. 의사가 안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있어요.”이 말에 고다정과 여진성 내외의 표정에는 걱정이 더욱 짙어졌다.고다정 역시 점점 더 자책하며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어떻게 이런 일이, 왜 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다정아, 이러지 마!”여진성 내외는 고다정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심해영은 곧바로 고다정을 말리기 위해 앞으로 나서며 다정하게 말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거 아니까 그만해. 이러다 너까지 다쳐.”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말할수록 고다정은 더욱 자책했다.여진성 역시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아내의 말을 거들었다.“다정아, 이번 일은 우리도 다 알아. 네 잘못이 아니라 뒤에서 너를 계략으로 밀어 넣은 사람 잘못이지. 결국 우리가 방심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고다정은 이 말을 들을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를 본 여진성 역시 솔직하게 말했다.“넌 기억을 잃기 전 누군가의 계략에 당했고, 그 사람은 너에게 정신적으로 세뇌시켜서 널 조종하려 했어. 그 사람을 잡긴 했는데, 나중에 여러 일들이 생기고 네가 임신하면서 아이를 낳은 뒤에 세뇌한 걸 지우려고 했지. 그러다가 또다시 누군가가 네 정신을 조종한 거고.”이 말을 들은 고다정의 표정은 금세 심각해졌다.“전 왜 이런 걸 하나도 모르죠?”“대표님께서는 범인이 잡혔기에 사모님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사모님은 기억까지 잃었으니 더 걱정시키기 싫었던 겁니다.”구남준이 여준재를 대신해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만감이 교차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한편 여진성은 구남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 배후에 있는 사람까지 잡혔는데도 다정이 정신을 조종하는 사람이 있는 거니? 그때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았어?”구남준은 이런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여 회장님, 저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