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을 보내고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고다정은 재빨리 씻고 다시 여준재의 곁으로 돌아왔다.적막한 공기가 사람을 졸리게 만들었다.고다정은 아기를 임신한 데다 이미 잠이 부족했던 터라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악몽을 꾼 듯 미간을 찌푸린 채 불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바깥 하늘이 서서히 밝아질 무렵, 병실의 정적을 깨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안 돼!”꿈에서 깨어난 고다정은 당황스러운 눈빛이었다. 악몽을 꿨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 있는 여준재를 돌아보다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침대에 누워 있는 여준재의 이마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원래 창백하던 뺨은 비정상적으로 붉어져 있었다.고다정이 손을 뻗어 만져보니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문밖을 나서서 소리쳤다.“의사 선생님, 선생님, 거기 누구 없어요!”너무도 다급한 마음에 병실 안에 비상 호출 벨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다행히 누구도 이 점에 대해 뭐라 하지는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당직 의사가 간호사와 함께 재빨리 찾아왔다.의사는 여준재의 상태를 확인한 후 곧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10여 분 후 의사는 고다정에게 말했다.“상처가 감염된 것은 아니고, 여 대표님 몸의 스트레스 반응인 것 같습니다. 해열제 처방했으니 열이 내릴 겁니다. 그래도 걱정 되시면 물리적인 방법으로 열을 내려도 됩니다. 그러면 열이 빨리 떨어질 겁니다.”“알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의사와 간호사가 떠나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했다.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고다정은 여전히 얼굴이 빨개진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화장실로 가서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나왔다.수건을 적셔 여준재의 이마에 올려놓은 뒤, 다른 수건을 가져와 여준재의 손바닥을 닦아주며 물리적으로 체온을 낮추도록 했다.한 시간 가까이 지나자 마침내 여준재의 열이 내렸다.고다정
“아빠가 조금 다쳐서 어젯밤에 병원에 갔고, 엄마는 병원에서 아빠를 돌보고 있어.”“아빠가 왜 다쳤어요, 심각한 건가요?”심해영의 말을 들은 두 아이는 잔뜩 긴장했고, 심해영은 재빨리 설명했다.“아빠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럼에도 두 아이는 여전히 걱정되어 심해영에게 병원에 있는 아빠를 보러 가자고 재촉했다.한편 병원에서 여준재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강한 빛이 조금 불편한 듯 손을 들어 가려보려다가 몸에 난 상처를 건드려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그때 어젯밤 일이 떠오르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살벌하게 바뀌었다.“구남준.”나지막이 이름을 부르던 여준재는 상처의 아픔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침대 옆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진 고다정과 그녀의 얼굴에 검푸른 흔적을 보며 안타까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고다정은 병원에서 밤새 그를 돌봐준 게 분명했다.여준재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고다정을 침대에 눕혀 쉬게 하려고 했다.그러다 결국 고다정을 건드려서 깨우게 되었다.“준재 씨?”고다정은 꿈인지 현실인지 다소 혼란스러운 듯 졸린 눈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여준재가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내가 깨운 거야?”“아니요.”고다정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눈앞의 남자를 잡았고, 손에 잡히는 단단한 느낌에 얼른 의자에서 일어났다.너무 급히 일어난 탓에 저혈압으로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몸이 비틀거렸다.여준재가 제때 안아주지 않았다면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물론 여준재가 고다정을 일으키면서 상처 부위를 건드렸고, 그 고통에 여준재는 차가운 숨을 훅 들이켰다.“미안해요, 미안해요.”고다정은 숨을 들이켜는 소리를 들었다. 황급히 여준재의 품에서 벗어나자 그녀는 여준재의 가슴에서 붉은 흔적이 스며 나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여준재가 좋은 마음에 자신을 일으켜 세운 것임을 알면서도 그를 나무랐다.“그냥 침대에 누워 있지 왜 일어났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건 고다정과 여준재였다.두 사람은 재빨리 떨어졌다.수줍어하던 고다정은 불쑥 들어온 사람이 유라라는 것을 확인하자, 수줍던 표정이 금세 굳어지며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유라 씨, 들어오기 전에 노크하라고 안 배웠어요?”고다정의 불만 가득한 표정을 마주한 유라는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는 질투를 억누를 수 없었다.그러나 다행히도 그녀의 이성이 여준재가 아직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하고 있었다.“준재가 깼다는 소식을 듣고 급한 마음에 막 들어왔네요.”그녀는 변명을 하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봤다. “준재야, 몸은 좀 어때?” 고다정은 말끝마다 준재라고 다정하게 부르는 소리가 거슬려 표정을 굳혔다.“유라 씨, 제 약혼자와 그쪽은 사이가 안 좋은 걸로 아는데요. 앞으로 여 대표님, 혹은 여준재 씨라고 부르고 혹시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호칭으로는 부르지 마세요.”“오해의 소지가 있는 호칭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 그리고 어딜 봐서 내가 준재랑 사이가 안 좋다는 거예요?”유라는 짜증이 폭발했고, 여준재가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다정과 맞섰다.고다정은 화가 난 그녀의 표정에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았다.그 위험한 눈빛의 의미는 분명했다.이를 본 여준재는 자연스럽게 고다정의 말에 동조하며 유라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내 약혼녀 말이 맞아. 과거의 친분은 중요하지 않아. 여 대표님이나 내 이름 세 글자로 불러.”그 말에 유라의 얼굴에 드리워진 분노가 슬픔으로 뒤바뀌었다.“준... 꼭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굴어야겠어? 널 다치게 한 사람 때문에 10년 가까이 쌓아온 우정을 무너뜨려?”유라는 계속 준재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여준재의 차가운 눈빛에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여준재는 냉정하게 말했다.“우정을 무너뜨린 건 너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유라는 그 말에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후회가 밀려왔다.여준재가 이렇게 자
심해영은 두 아이와 함께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그녀는 조용히 고다정과 여준재를 살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준재 깨어났네. 몸은 좀 어때?”이때 두 어린아이도 병상 옆으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준재를 바라보았다.“아빠, 괜찮아요?”그들의 걱정에 여준재는 곧바로 표정이 풀렸다.“난 괜찮아. 너희는 왜 왔어? 오늘 주말 아니지 않아?”이 말을 들은 심해영이 대신 답했다.“어제 사건이 인터넷에 기사로 났어. 준이, 윤이가 학교에 가면 다른 애들이 하는 말이라도 들을까 봐 하루 쉬게 했어.”그러자 두 아이도 오는 길에 찾아봤던 인터넷 정보를 떠올리고 엄마,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두 아이의 눈빛에 고다정과 여준재도 자연스럽게 눈치를 챘다.여준재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걱정하지 마. 아빠랑 엄마 안 싸웠어.”“우리도 아빠와 엄마가 싸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빠랑 엄마는 정말 사랑하잖아요.”두 아이는 한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고다정과 여준재가 서로를 마주 보자 다소 불쾌했던 분위기가 사라졌다.유라가 매달리는 걸 여준재 탓으로 돌릴 수도 없었다.여준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그럼에도 굳이 찾아오는 건 유라였다.그 생각에 고다정은 앞으로 다가가 하윤이의 볼을 꼬집으며 웃음을 터뜨렸다.“너희는 사랑한다는 게 뭔지 알아?”“당연히 알죠.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는 거랑 같은 거죠.”하윤은 앳된 목소리로 말하며 고다정을 바라봤다.고다정은 그런 아이의 귀엽고 말랑한 모습에 마음이 녹아내려 입꼬리가 싱긋 올라갔다.이를 본 여준재도 고다정의 화가 풀렸다는 걸 알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고다정을 달래야 할지 몰랐다.이윽고 그는 고다정의 눈가에 푸른색으로 그늘진 모습을 보며 애틋하게 말했다.“엄마랑 준이, 윤이 왔으니까 다정 씨는 집에 가서 쉬어요. 임신한 몸으로 밤까지 지샜는데 그러다 몸 망가져요.”이 말을 들은 심해영도 고다정이 임
“그쪽이랑 준재의 결혼 생활에 대한 소문 때문에 오늘 YS그룹이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알아요? 프로젝트는 말할 것도 없고 주식으로 수십억이 날아갔어요. 정말 준재를 사랑한다면 지금 당장 준재한테서 떨어져요.”유라의 허무맹랑한 말을 들은 고다정은 곧바로 조롱하듯 큰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경멸에 찬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꾸했다.“조금 전에 나보고 속셈 있다고 하더니 이젠 내가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줘야겠네요. 방금 유라 씨가 한 말의 목적은 결국 마지막 한마디였어요. 날 준재 씨 곁에서 떠나보내고 그 틈을 타서 준재 씨에게 접근하려는 것.”상대가 단번에 목적을 짚어내자 유라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인정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렇다면요? 그쪽이랑 만나는 건 준재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끝없는 골칫거리만 생길 뿐이에요. 난 달라요. 난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마투린 가문을 책임지고 있고, 준재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주는 현명한 조력자가 될 수 있어요.”“안타깝지만 그쪽은 원할지 몰라도 준재 씨는 아니에요. 그쪽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해도 눈길 한 번 안 주잖아요. 그건 내 문제가 아니죠.”고다정은 차가운 어투로 유라를 공격했다.이윽고 그녀는 유라의 일그러진 얼굴도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난 질투가 많아요. 다음 번에 또다시 내 약혼자에게 준재준재거리면서 이름 부르면, 그땐 가루 정도로 안 끝납니다.”그 말의 뜻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유라는 몸이 근질거렸고, 손으로 긁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고다정을 노려보았다.“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그냥 가려움증 유발하는 가루에요. 한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없어질 겁니다!”말을 마친 고다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라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경고했다.“명심해요. 더 이상 약혼자에게 매달리는 꼴 내 눈에 보이지 마요.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이 말을 끝으로 그녀는 곧장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유라는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
“당신이 기억 못하겠지만 성시원 어르신과 채성휘 선생한테 들었을 거예요. 당신이 그분들과 함께 개발한 특효약이 지금 임상시험 단계에 있고 일단 약효가 증명되면 공개할 거잖아요. 그러면 당신과 어르신, 채성휘 선생은 정부와 전체 사회의 찬사를 받게 되겠죠. 특효약 외에도 당신은 저렴하고 효능이 좋은 약품을 많이 개발했어요.”“그러니까 당신은 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요. 걱정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저예요. 이렇게 출중한 당신을 언젠가는 따라잡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여준재는 진심을 담아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다.이전의 고다정은 여건이 안 되는 데다 고씨 집안의 억압 때문에 재능을 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YS그룹을 제외하더라도 고다정의 뒤에는 일류 가문을 능가하는 은둔 가문이 있다.그러므로 고다정의 미래 성과는 더 크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고다정은 그런 걸 모르지만 여준재가 방금 한 말에 기분이 달짝지근해져 전화기를 든 채로 이내 잠들어버렸다.여준재는 전화기에서 전해지는 고르로운 숨소리를 들으며 사랑 가득한 눈빛을 지었다.그는 전화를 끊기 싫었지만 처리할 일이 있어 결국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시끄러워 고다정이 깨면 안 되니까.사실 여준재는 소담한테 보고받아 유라가 찾아왔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고다정에게 말하지 않았다.그 소식을 듣고 구남준을 불러다 유라를 좀 혼내주라고 지시하려는 찰나에 고다정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전화를 끊은 후 여준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구남준에게 지시했다.“유라가 최근 몇 개 부지를 임차해 공사를 시작하려나 봐. 애들을 보내서 예정대로 착공하지 못하게 방해해. 신분을 숨길 필요는 없어.”그가 한 일이라는 것을 유라가 알게 하고, 이게 바로 그를 건드린 결과라는 것을 명백히 알려주려는 것이다.구남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준재가 말머리를 돌렸다.“손건우한테서는 뭔가 알아낸 게 있어?”심해영이 와서 어젯밤에 그가 쓰러진 후 발생한 일을 여준재에게 대충 말해주
빌라에서 고다정은 오후 1시까지 쭉 자고 전화벨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고다정의 잠긴 목소리를 듣고 다소 의외인 듯했다.“자고 있었어? 나 때문에 깬 거야?”“괜찮아. 무슨 일로 전화했어?”고다정은 물으면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뒤이어 임은미의 관심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별일 없어. 그냥 여 대표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서. 그리고 어제 너와 여 대표님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한테 가려고 했는데, 얄미운 채성휘 씨가 나를 침대에서 못 내려오게 해.”“어제 까불다가 하마터면 아이가 떨어질 뻔했잖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일주일간 누워있고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어요.”채성휘의 언짢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어쩌다 애가 떨어질 뻔했어?”“어... 채성휘 씨가 헛소리한 거야. 사실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너랑 여 대표님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봐. 네가 여준재 씨를 죽이려 했다고 사람들이 떠들고 있어.”마지막 한마디에서 임은미의 무거운 마음이 느껴졌다.고다정은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에 기댄 후 되물었다.“너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 최면에 걸렸던 걸 알지?”그녀는 임은미가 무슨 말이든지 다 하는 절친이니 그 일에 대해 자기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임은미가 놀라 소리쳤다.“설마 누군가가 또 너한테 최면을 걸었어?”말하고 나서 그녀는 고다정이 입을 열기 전에 한마디 덧붙였다.“잠깐만, 아닌데. 너한테 최면을 걸었던 범인은 여 대표님이 잡지 않았어?”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나지막이 말했다.“범인이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잖아?”“그렇다면 나도 잘 모르겠어. 이 일에 대해서는 들은 게 많지 않아.”이쯤 되자 임은미는 고다정이 자기한테서 정보를 캐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개의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법까지 알려주었다.“이 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면 여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준재 씨와 부모님은 절 원망하지 않았어요.”고다정은 어제와 오늘 여준재와 여진성 부부가 보여준 태도를 떠올리며 강말숙을 안심시켰다.강말숙은 이 말을 듣고 걱정이 거의 다 사라졌다.그녀는 고다정에게 몇 마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이번에는 휴대폰이 철저히 잠잠해졌다.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간단히 씻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 있던 이상철은 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와 인사했다.“작은 사모님, 일어나셨어요? 식사하실래요? 주방에 점심을 데워두라고 했어요.”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밥을 먹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주방에서 끓여준 영양탕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병실에는 여준재와 구남준만 있었다.고다정은 한 번 빙 둘러봤지만 심해영과 쌍둥이가 보이지 않아 물었다.“어머님과 준, 윤은요?”그녀는 협탁 옆으로 가서 도시락통을 열고 맛깔나 보이는 영양탕을 그릇에 쏟았다.여준재는 그녀의 동작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머니한테 준, 윤을 데리고 산책하라 했어요. 애들이 오전 내내 병실에만 있어서 심심해하는 것 같아서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여준재 옆에 앉아 그에게 영양탕을 먹여주려 했다.이 광경을 본 구남준이 눈치 빠르게 말했다.“대표님, 저 먼저 볼일 보고 나중에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시했다.그도 고다정과 같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이 싫다.그런데 이때 고다정이 구남준을 불러세웠다.“잠깐만요.”“작은 사모님, 무슨 분부라도 있으신가요?”구남준이 공손하게 물었다.고다정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어젯밤에 나한테 최면을 건 범인을 심문하러 갔었죠?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이 말을 들은 구남준은 무의식적으로 여준재를 쳐다보았다.여준재는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말해도 된다는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구남준이 그 뜻을 이해하고 사실대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