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1화

작가: 김세라
이태민은 듣지 않았다. 그는 안이슬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쌍방은 대치상태에 들어갔는데, 여 경무관이 번뜩 생각이 들어 전화를 받는 척하며 말했다.

“여보세요.”

“아, 수술 끝났어요?”

“괜찮다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이태민은 두 눈이 번쩍였다.

“양 팀장님 수술 끝났어?”

여 경무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이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

안이슬은 손을 내리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안이슬은 갈라 터진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별일 없다니 다행이야.”

“이제 수술하러 가도 되죠?”

이태민이 묻는 말에 안이슬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묵인한 것이다. 안이슬은 수술실로 실려 가서 제왕절개를 진행했다.

이태민이 뒤돌아 가려는데 여 경무관이 그를 잡았다.

“이태민, 나 방금 거짓말했어.”

이태민은 의아하게 그녀를 쳐다보면서 미간이 천천히 찌푸려졌다. 이태민은 서서히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럼 방금 그 전화는...”

“아무도 전화 온 적 없어.”

여 경무관의 말에 이태민은 그래도 칭찬을 했다.

“좋아, 잘했어.”

이러지 않으면 안이슬은 수술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끌다가 둘 다 죽기를 기다리는 건 안 될 일이다. 이태민은 긴 의자에 앉아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으로는 양 팀장과 안이슬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이 부부에게 오늘이 참 험난하네.”

여 경무관의 말에 이태민이 동의했다.

“그러게 말이야.”

“양 팀장님과 형수님의 사이가 이렇게까지 좋을 줄 몰랐어.”

안이슬이 양명섭이 죽으면 자기도 살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태민의 마음속에는 큰 요동이 일렀다. 둘 사이의 감정이 이 정도로 깊을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애절한 두 사람한테 절대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이 넘어 지나고 안이슬은 제왕절개로 여아를 출산했다. 배 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몸에는 여러 군데 멍 자국이 있어서 신생아검사를 하러 보내졌다.

이태민은 감개무량해서 말했다.

“여자애도 좋지.”

적어도 양명섭에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922화

    송연아는 시선을 깔며 눈가의 슬픔을 가렸다.“세헌 씨가 딸을 되게 좋아해요.”안이슬은 잠시 침묵했다.“왜 그렇게 만족을 몰라?”“세헌 씨는 아무 얘기 안 했어요. 제가 세헌 씨한테 딸을 안겨주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거예요.”송연아가 작게 말하자 안이슬이 말했다.“넌 생각이 너무 많아. 세헌 씨가 별말을 안 했는데 왜 스스로 자기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거야?”송연아가 웃었다.“네, 만족을 모르는 건 저예요. 됐어요?”“원래 네가 만족을 잘 모르는 거야. 네가 딸을 낳았으면 아들을 또 갖고 싶었을 거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거지. 그러니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마.”안이슬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연아야, 나는 명섭 씨랑 이렇게 평범하게 여기서 평생을 살고 싶어.”송연아가 말했다.“그럴 거예요. 명섭 씨 수술 성공적으로 아주 잘 끝났어요.”안이슬은 입술을 깨물었고 송연아는 사과를 건넸다. 송연아는 이태민한테서 일의 자초지종을 전해 들었는데 양명섭이 아니었으면 총을 맞은 사람은 송예걸이었다고 한다. 아무쪼록 송예걸이 그들을 번거롭게 만든 것이니 송연아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예걸이가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 몰랐어요.”안이슬이 위로하며 말했다.“아직 어리잖아.”송예걸은 나쁜 길에 들어섰다...송연아가 말했다.“이번 일은 교훈이 너무 커요. 그 애의 평생은 그저 이렇게 망하는 거잖아요?”안이슬은 침묵했다. 송예걸이 공을 세운 건 맞지만 이번 일은 사건이 중대하여 감옥살이하는 건 절대 면치 못할 것이다. 다만 시간이 길고 짧음의 문제인 것이지. 공을 세웠으니 재판에서 정상을 참작할 것이고 감옥에서 모범수로 생활하면 감형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괜찮은 결과인 것이다.송연아도 인정했다. 이러한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본인이 저지른 일은 본인이 감당해야 하고 이번 일을 겪고 그도 성숙해야 한다.“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송연아가 몸을 일으키며 했다. 안이슬도 확실히 좀 배가 고팠다. 제왕절개 수술이라고 해도 6시간

  • 미친 그날 밤   제923화

    “여보세요?”송연아의 긴장된 목소리가 떨려왔다. 송연아는 안이슬을 보더니 곁으로 물러서서 병실 밖의 벽에 기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세헌 씨 소식이 있나요?”그쪽에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안 좋은 소식이에요.”송연아는 마음이 쿵 내려앉아 그 순간 온몸에 힘이 풀렸다. 송연아는 더 듣기가 두려워지고 듣고 싶지 않았다. 너무 안 좋은 소식을 들을까 봐 무서웠지만, 진원우는 송연아에게 말해야 했다.“강 대표님 행방불명 된 소식이 알려졌어요.”송연아는 이것이 얼마나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지 몰라 물었다.“그럼 지금 제가 무얼 할 수 있나요?”그쪽에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이럴 때는 형수님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제일 좋아요. 형수님은 강 대표님의 합법적인 아내로서 강 대표님의 모든 것을 인수할 권리가 있어요. 하여...”“세헌 씨가 죽은 것도 아닌데, 왜 저한테 법적 인수를 하려고 해요?”송연아도 자신이 지금 흥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원우한테 이렇게 얘기를 하면 안 됐다.“죄송해요.”지금 송연아의 기분은 정말 최악이었다. 송연아는 사람들이 강세헌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꺼렸다. 강세헌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낌새가 보이는 언론에 대해서조차 아주 예민했다.“괜찮아요.”진원우는 송연아의 스트레스가 엄청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들 마찬가지였다. 임지훈과 심재경도 사람을 찾지 못했다. 지금 강세헌은 생사불명이어서 모두 조급했다.“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송연아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물었다. 진원우가 대답했다.“임지훈한테 돌아오라고 했어요. 임지훈도 당시 비행기 안에 있었기에 형수님과 같이 회사에 나타나면 제일 설득력이 있을 거예요.”송연아는 미간을 세게 짚으며 말했다.“그럼, 사람들이 만약 세헌 씨에 관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까요?”“강 대표님 다쳐서 병원에 있다고 하세요.”진원우가 말했다. 일단 인심을 잠재우는 게 우선이기에 송연아는 알겠다며 작게 대답했다. 긴 의자에 앉아 있는 송연아의

  • 미친 그날 밤   제924화

    안이슬은 잠시 의아해하더니 물었다.“내가, 내가 너한테 뭘 숨겨?”“명섭 씨가 수술실에 있을 때 언니는 아이를 안 낳겠다고 했다고 들었는데 왜 그랬어요?”송연아는 돌직구로 물으며 안이슬의 낯빛을 살폈다. 안이슬이 시선을 피하자 송연아는 계속 말했다.“언니 아이, 명섭 씨 아이 맞죠?”송연아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안이슬이 당시에 한 결정은 정말 너무 이상했다. 안이슬은 양명섭을 위해 목숨조차 내놓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의 아이를 포기할 생각을 했다는 게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명백히 논리에 어긋나는 것이었다.“아니에요.”송연아도 일부러 안이슬을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얘기하기 싫으면 더 묻지 않겠어요.”“이 아이는 명섭 씨가 아니었으면 벌써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안이슬은 송연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내가 지금 하는 얘기는 비밀로 지켜줬으면 해.”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아이는... 심재경의 아이야.”안이슬은 덤덤하게 심재경의 이름을 말했다. 안이슬은 딱히 많은 정서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미 다 놓아버렸으니까. 그래서 더 태연할 수 있었다. 이 대답은 송연아에게는 정말 의외였다. 안이슬의 아이가 심재경의 아이라니. 송연아는 자신이 더 일찍 눈치를 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양명섭과 안이슬은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안이슬이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는 게 불가능했다.“명섭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송연아가 말했다. 양명섭은 그녀의 아이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안이슬한테 정말 잘해주었다. 그러니 이 남자의 마음은 얼마나 넓고 얼마나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안이슬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안이슬도 양명섭은 자신이 평생을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남자라고 느꼈다. 안이슬은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나는 앞으로 그 사람한테 엄청나게 잘해줘야 해.”송연아가 웃었다. 이런 사람은 소중히 여겨 마땅하다.“예걸이를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송연아는 여

  • 미친 그날 밤   제925화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송연아는 걱정이 태산이어서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유 원장이 물었다.“환자를 무사히 살렸는데 왜 기분이 아직 안 좋으세요?”송연아는 정신을 차리고 유 주임을 한번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요.”유 원장은 수긍하고 더는 송연아를 방해하지 않았다. 송연아가 말했다.“이번 일은 정말 고마워요.”유 원장이 대답했다.“별말씀을요.”원래도 별 큰일은 아니다. 요긴한 일이 아니라면 송연아도 이렇게 급하게 부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송연아가 없었다면 그도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유 주임은 배경이 없는 사람이기에 전적으로 자기만 믿어야 했다. 하여 그는 이번 생에는 여기서 그칠 줄 알았는데 이런 기회가 올 줄 전혀 예상 못 했다.송연아가 물었다.“일은 잘돼 가나요?”아무래도 송연아가 금방 원장이 되었을 때도 그리 순조롭지는 않았었다. 유 원장은 송연아가 왜 이렇게 묻는지 이유를 알고 있다. 왜냐하면, 송연아가 금방 원장의 자리에 앉았을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하여 이렇게 말했다.“저는 연아 씨랑 달랐어요. 사람들이 처음에 연아 씨를 받아주지 않은 이유가 첫째는 나이가 어렸고 둘째는 낙하산이랑 다름없었으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사람들이 불만이 많았겠죠. 저는 그럴 일 없죠. 센터에 오래 있은 사람이잖아요.”송연아는 생각을 해보더니 수긍하였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임지훈이 공항에 마중 나왔다. 유원장과 헤어지고 차에 탄 송연아는 창문에 기대서 무거운 눈꺼풀을 하고 물었다.“저희 지금 뭐하러 가요?”“연아 씨 쉴 수 있게 데려다줄게요.”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원우 씨가 저랑 임 비서님이 함께 회사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어요?”“회사 한 곳만 가는 게 아니어서 아마 하루를 비워놔야 할 겁니다. 오느라 힘드셨을 텐데 먼저 휴식을 취하시는 게...”“힘들지 않아요.”송연아가 말했다.“누워 있어도 잠이 안 올 거예요. 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빨리해야 할

  • 미친 그날 밤   제926화

    「강세헌은 내 손에 있다. 사람을 구하고 싶으면 강호를 나에게 넘겨. 내가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당신이 강세헌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임지훈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진원우한테 전화를 하겠습니다.”이 일에 대해서는 그들과 상의해야 했다. 송연아는 임지훈이 전화를 걸려는 손을 막고 물었다.“강호라는 게 전에 임 비서님이 얘기한 저가 인수했다던 강호 전자 맞죠?”임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회사에 많이 중요해요?”송연아가 물었다. 송연아가 보기에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강세헌보다는 아니었다. 임지훈은 바로 송연아의 뜻을 알고 잠시 침묵하더니 진지하게 그녀에게 얘기했다.“강호 전자를 인수하기 위해 회사에서 확실히 불합리한 행동을 했었어요.”임지훈의 말은 아주 두루뭉술했다. 이건 상업상의 암묵적인 룰이기도 했다. 강호 전자는 당연히 회사에 아주 중요하다. 이후의 상업 배치는 모두 스마트칩의 제조, 개발 및 연구에 중점을 둘 것이다. 애초에 강호 전자에 눈독을 들인 이유도 강호 전자 내부의 핵심인재 집단을 노린 것이다. 브리언트 레이블에는 많은 산업이 있었는데 강세헌은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런 회사를 처음부터 세우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에 돈 낭비와 시간 낭비였다. 하여 인수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당시 강호 전자는 자금난에 시달렸다. 자금이 빠듯한 데는 인위적인 이유가 반드시 있었고 원래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하여 강호 전자는 어쩔 수 없이 자금유치를 통해 회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강호 전자에서 필요한 자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자금유치의 경로도 많았지만, 거액의 자금을 획득할 수 있는 항목이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 주식과 채권을 통한 자금유치가 제일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었다. 민호준은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주식과 채권을 통해 모금했다. 브리언트는 산하의 회사가 강호 전자에게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대량의 강호

  • 미친 그날 밤   제927화

    차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추고 임지훈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가서 송연아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송연아는 몸을 숙이고 차에서 내려 빌딩 앞에 서서 몸을 곧게 폈다. 서툴지만 송연아는 최대한 자신이 기세가 세 보이게 하려고 했다. 송연아는 안다. 지금 강세헌이 없는 마당에 송연아까지 연약하게 보인다면 회사는 반드시 난리가 일어날 것이다. 하여 그녀는 반드시 척하는 것이어도 자신이 세게 보이게 해야 했다. 임지훈은 송연아가 잘할 수 있을지 몰라서 조금 걱정되었다. 하지만 송연아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업무 구역에 도착해서도 두려운 기색이 보이지 않아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번에 송연아는 저번처럼 부드러운 분위기가 아니라 내내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였고 임지훈한테 사람들을 모으라고 했다. 이번에는 회의실로 가지 않았는데 송연아는 전체 회사 사람의 앞에서 얘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 모이고 임지훈은 사무실로 가서 송연아를 불렀다.“사모님...”임지훈은 송연아가 책상에 앉아 마우스로 회사를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것을 보았다.“...”‘벼락치기라도 할 예정인가?’송연아는 확실히 공부를 좀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송연아는 이 분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에 강세헌이 돌아오면 비즈니스 학원에 다닐까 고민 중이었다. 아니면 강세헌이 하는 일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송연아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서며 말했다.“그저 한번 구경해봤어요. 이건 단번에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임지훈이 말했다.“맞아요.”송연아는 임지훈을 보며 말했다.“제가 배워내지 못할 것 같아요?”임지훈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다만...”“다만 뭐가요?”“연아 씨는 그냥 의술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임지훈은 송연아가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전공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지 않는 건 아쉬운 일이다. 송연아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도 이 직업을 열애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세헌에게 시

  • 미친 그날 밤   제928화

    송연아는 옅은 미소를 띠고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를 했는데 그 내용은 다정하지 않았다.“저는 제 남편에 대해 그 어떤 저주의 말도 들리는 것을 원치 않아요. 만약 그 얘기가 제 귀에 들어온다면 죄송하지만, 회사에서 나가주셔야 할 거예요.”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전에 사람들은 모두 이 얘기를 했었지만, 누구도 이렇게 복지가 좋은 회사에서 해고당하기 싫었다. 이때, 임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임지훈은 사전에 진원우와 짜고 일부러 이때 전화를 걸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일부러 진원우의 이름을 강 대표님으로 바꿨었다. 전화가 울리고 그는 일부러 화면이 보이게 핸드폰을 들어 받은 후 얘기했다.“사모님 제 옆에 있습니다. 바로 바꿔드릴게요.”송연아도 맞춰서 작게 속삭였다.“얼른 들어갈게요.”이렇게 사람들이 강세헌이 전화를 걸었다고 여기게 했다. 이후에 송연아는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이런 수법을 썼다. 국내의 일이 끝나고 송연아는 바로 프랑스로 넘어갔다. 심재경도 돌아와서 그들은 브리언트 본사의 회의실에 모였다. 저녁이어서 회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회의실의 불만 켜져 있었다. 모두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송연아의 생각대로 간다면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 강세헌 사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다시 벌면 되는 것이고 이 회사 하나 때문에 파산하는 것도 아니다. 진원우는 송연아의 결정을 동의하지 않는 게 아니고 그저 의심스러웠다.“제가 조사해 본 결과에 의하면 민호준의 손에 대표님이 없을 수도 있어요.”송연아는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진원우한테 보여주었다. 진원우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사람을 시켜 메시지가 발송된 주소를 찾았지만, 상대방이 비밀처리를 해둔 탓에 찾지 못했다. 송연아가 물었다.“왜 세헌 씨가 그 사람 손에 없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죠?”“강 대표님의 성격을 보면 무조건 본인이 그 사람이랑 얘기하겠죠. 절대 그 사람이 형수님까지 찾아오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진원우의 말에 송연아가 침묵했다.그렇지,

  • 미친 그날 밤   제929화

    강세헌은 말이 없었다. 넘어지기 전까지는 아무 일 없었는데 넘어지다가 어떻게 눈을 다칠 수가 있는지 생각했다. 다리가 다친 데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 확실히 오른쪽 다리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었다.“물 한잔 드릴게요.”중년 여자는 물을 떠 왔다. 강세헌은 마시지 않고 물었다.“여기는 어디예요?”중년 여자가 대답했다.“노르웨이에요.”“구체적으로는요?”강세헌이 또 물었다. 중년 여자는 뭐라고 대답을 했지만, 강세헌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지역명이었다. 아무래도 노르웨이의 유명한 곳들은 얘기하면 다 알법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정말 알기가 어려웠다.“전화 한 통만 할 수 있을까요?”강세헌의 물음에 중년 여자가 되물었다.“전화가 뭐예요?”“...”강세헌은 자신이 정말 노르웨이에 있는지 의심했다. 전화가 뭔지 모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강세헌은 그 여자의 정체가 수상했다. 강세헌은 아무 표정이 없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중년 여자가 말했다.“푹 쉬세요. 저랑 남편은 포도를 따러 가야 해서요.”말을 마치고 여자는 자리를 떴다. 강세헌도 눈앞에 있던 실루엣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강세헌은 조금 괜찮아질까 싶어서 눈을 꾹 감았다가 떴지만, 여전히 뚜렷하지 못했다. 오히려 흐릿하던 시선이 더 어두워졌다. 방금까지 보이던 희미한 윤곽도 사라지고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다리에도 상처가 있었고 강세헌은 방금 그 여자가 이상하다는 걸 민감하게 느꼈다.여기는 포도밭이 있었다. 강세헌도 포도가 익은 상쾌한 향을 맡을 수가 있었다. 그의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여기에는 와인 공장이 있을 것이다. 이런 곳이 전화가 없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방금 그 여자는 왜 자신을 속였고 이 사람들은 무슨 사람들인지 강세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여 더는 누워있지 않고 가만히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방안에는 아주 조용했기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왔는데 아마 여자가 말한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