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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강세헌은 말이 없었다. 넘어지기 전까지는 아무 일 없었는데 넘어지다가 어떻게 눈을 다칠 수가 있는지 생각했다. 다리가 다친 데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 확실히 오른쪽 다리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었다.

“물 한잔 드릴게요.”

중년 여자는 물을 떠 왔다. 강세헌은 마시지 않고 물었다.

“여기는 어디예요?”

중년 여자가 대답했다.

“노르웨이에요.”

“구체적으로는요?”

강세헌이 또 물었다. 중년 여자는 뭐라고 대답을 했지만, 강세헌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지역명이었다. 아무래도 노르웨이의 유명한 곳들은 얘기하면 다 알법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정말 알기가 어려웠다.

“전화 한 통만 할 수 있을까요?”

강세헌의 물음에 중년 여자가 되물었다.

“전화가 뭐예요?”

“...”

강세헌은 자신이 정말 노르웨이에 있는지 의심했다. 전화가 뭔지 모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강세헌은 그 여자의 정체가 수상했다. 강세헌은 아무 표정이 없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중년 여자가 말했다.

“푹 쉬세요. 저랑 남편은 포도를 따러 가야 해서요.”

말을 마치고 여자는 자리를 떴다. 강세헌도 눈앞에 있던 실루엣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강세헌은 조금 괜찮아질까 싶어서 눈을 꾹 감았다가 떴지만, 여전히 뚜렷하지 못했다. 오히려 흐릿하던 시선이 더 어두워졌다. 방금까지 보이던 희미한 윤곽도 사라지고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다리에도 상처가 있었고 강세헌은 방금 그 여자가 이상하다는 걸 민감하게 느꼈다.

여기는 포도밭이 있었다. 강세헌도 포도가 익은 상쾌한 향을 맡을 수가 있었다. 그의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여기에는 와인 공장이 있을 것이다. 이런 곳이 전화가 없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방금 그 여자는 왜 자신을 속였고 이 사람들은 무슨 사람들인지 강세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여 더는 누워있지 않고 가만히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방안에는 아주 조용했기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왔는데 아마 여자가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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