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봉은 이해할 수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이렇게 중요한 때에 떠나겠다고요? 그거 알아요? 저는 지금 환청이라도 들은 것 같아요.”송연아가 앉으며 말했다.“잘못 듣지 않았어요.”“금방 센터에 오셨을 때 사람들은 다 원장님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고 모함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두 원장님을 받아들였어요. 원장님의 능력을 보고 인정해주었는데 인제 와서 떠나겠다고요? 이렇게 빨리 떠날 줄 알았으면 그때 원장님을 받아주지 않았을 겁니다. 이 일은 아주 고달픈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열심히 하고 있죠. 많은 선배님은 몇십 년을 하고도 여전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전임 원장님 일 같은 그 작은 어려움을 겪고 떠나려 하다니요? 도대체 당신은 이 직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기는 한 거예요?”정경봉이 화가 나서 말했다. 정경봉의 추궁에 송연아의 시선은 바닥만 향해있었다. 송연아도 얼마나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다. 지금 집에 일이 그렇게 많은데 송연아가 자신만 돌본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이다. 송연아는 정경봉을 보며 물었다.“결혼하셨어요?”정경봉은 어리숙하게 고개를 저었다. 송연아가 왜 이런 물음을 묻는지 알지 못했다.“결혼 안 하셨으면 잘 모르시겠네요. 제가 해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거 같아요.”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감사해요. 저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정경봉은 송연아를 보면서 말했다.“떠나더라고 허가가 내려오는 걸 기다렸다가 가실 거죠?”송연아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정경봉이 또 물었다.“이 환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공심장을 주실 거에요? 만약 원장님이 떠나기를 결정하셨다면 주시죠.”송연아는 묵묵부답이었다. 송연아는 정경봉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인공심장이 성공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떠나는 게 그녀의 체면에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송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이미 많이 지쳐있었다.“아니면 못 가게 할거에
심재경을 가로막은 것은 교통경찰이었다. 이 주위에 유흥업소가 많으므로 자주 여기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했다. 하룻밤이 지나도 심재경 몸에서 나는 술 냄새는 여전히 아주 진했다.“내려요, 내려.”교통경찰이 손짓했다.“...”심재경은 어쩔 수 없이 내려서 검사에 협조해야 했다. 하룻밤이나 지났기에 심재경은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검사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운전 수치에 도달했고 차도 압류당하고 사람도 끌려갔다. 벌점을 맞고 벌금을 내고 구류까지 당했다....병원 안.심장병 환자는 수술을 진행했다. 송연아가 집도한 것이다. 인공심장 수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송연아만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없었고 인공심장은 아직 미숙했기에 혹시나 자신이 번거로운 일에 휘말릴까 봐 다른 의사들은 함부로 시도하지 못했다. 송연아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정경봉을 통해 그녀를 직접 만나서 부탁했다. 송연아의 직업정신은 송연아가 이를 거절하지 못하게 했기에 또 정경봉 때문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수술은 다섯 시간 동안 지속하였다. 지난번의 경험이 있기에 송연아는 더 손에 익게 할 수 있었다. 환자는 나이가 어렸기에 여러 방면의 조건을 봐서도 이렇게 큰 수술을 감당할 수 있었다. 수술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고 희망적이었다.송연아가 수술실에서 나오자 환자 가족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조마조마했지만 뭐라고 감히 묻지 못했다. 아마도 나쁜 소식을 들을까 봐 겁이 나는 것 같았다. 부부는 마흔 정도 되어 보였는데 이미 새치가 나 있는걸 보면 자식의 병 때문에 노심초사해왔던 탓인듯했다.송연아가 말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나서 이미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24시간 위험 고비를 넘기고 나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보면 됩니다.”“정말요?”환자 가족들은 격동돼서 송연아를 붙잡고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송연아가 대답했다.“별말씀을요.”송연아는 가족들이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물
송연아는 깜짝 놀랐다.“네?”심재경은 해명했다.“큰일은 아니고 음주운전. 괜찮아, 여기서 가족한테 전해라고 해서. 내가 집에 안 가도 우리 엄마는 날 안 찾으니까 너한테 전화했어.”심재경은 자주 열흘이나 보름 동안 집에 가지 않아서 그의 어머니도 이미 습관이 되었다. 송연아가 물었다.“어머님께 얘기할까요?”“아니.”심재경이 말했다. 송연아는 잠시 머뭇거리며 물었다.“오늘 일이에요?”심재경이 그렇다고 하자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세헌 씨는 선배가 괜찮다고 했는데 왜 술을 빌려서 마음을 달래는 거예요?”“술로 마음을 달래는 거 아니야. 그저 가볍게 한잔한 거야.”“...”‘가볍게 술 한잔했다는 사람이 술 마셔서 경찰서까지 들어갔네.’“제가 해야 할 일이 있나요?”“없어. 시간이 됐네, 전화 끊을게.”심재경은 이렇게 말하고는 통화를 끊었다.“하하...”찬이는 구애린이 간지럼을 태워 소파에서 깔깔대고 있다. 송연아는 핸드폰을 놓고 소매를 걷고는 저녁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갔다. 구애린이 다가와서 돕겠다고 하자 송연아는 구애린에게 찬이를 놀아주라고 했다. 구애린은 찬이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금쪽이랑 안 놀아.”“고모, 놀아줘.”찬이가 구애린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하자 구애린이 물었다.“찬이는 금쪽이 맞아?”찬이는 눈을 깜빡깜빡했다.“금쪽이가 뭐에요?”“...”송연아는 작게 웃었다.“엄마 왜 웃어요?”찬이가 어리둥절해서 묻자 송연아가 말했다.“네 고모를 웃는 거야. 네 고모가 너 하나도 이기지 못해서.”구애린은 찬이를 안고서 찬이에게 금쪽이의 뜻을 해석해주었다. 송연아는 밥을 안치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식자재는 많은데 송연아가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지 않으므로 할 줄 아는 요리의 식자재들을 골라서 꺼냈다....회사에서.임지훈은 복귀하자마자 고된 일을 맡아 하고 병원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원우가 모든 일을 그에게 미루자 임지훈의 미간은 찌푸린 채 펴질 줄 몰랐다.“진원우, 강 대표가 나 갈
임지훈의 몸과 마음은 큰 충격을 입은 것 같다. ‘왜 이렇게까지 마음의 상처를 주는 거야?’진원우는 눈을 깜빡였다.“아니면 너도 갈래? 식사하고 와서 업무 계속할래?”“꺼져!”임지훈은 끼지 말아야 할 자리에 굳이 찾아가지 않는다. 이따가 식탁에서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돌겠는데, 그것이야말로 어색하기 그지없을 게 아닌가. 진원우가 말했다.“얼른 여자 만나, 그럼 솔로가 아니잖아.”임지훈이 대답했다.“강 대표님이 다른 여동생이 없잖아.”강세헌은 고개를 돌려 덤덤한 눈빛으로 냉랭하게 말했다.“뭐라고 했어?”임지훈은 얼른 웃으며 말했다.“아무 말도 안 했어요.”그리고는 뒤돌아 도망갔다.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강세헌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고 진원우가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강세헌이 말했다.“앞으로 임지훈 작작 자극해.”진원우는 자기가 한 말이 다 사실이기에 너무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임지훈 머리가 나쁜 데다가 정신 나가기까지 하면 어쩌려고.”“...”‘임지훈이 이 말을 들으면 화가 나 죽지 않을까?’진원우는 가만히 강세헌을 한번 쳐다보며 그가 하는 말이야말로 상처 주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임지훈이 이걸 직접 들었다면 무조건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주차장까지 쭉 내려갔다. 강세헌이 운전석에 오르고 진원우도 조수석에 올라타려는데 강세헌이 힐끔 보더니 말했다.“네 차 타고 가.”그리고는 차를 몰고 떠나고 진원우는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았다.“...”그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어색함을 면하고 자기의 차로 갔다....마당에서는 구애린이 찬이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구애린은 눈을 막고 조심스레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손으로 더듬으며 입으로는 찬이를 불렀다.“찬이야, 찬이 어디 있을까?”“여기요!”찬이는 일부러 구애린의 앞에 서서 그녀가 손을 뻗을 때 재빠르게 웅크려 앉았다. 이때 강세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찬이는 단숨에 강세헌의 뒤로 가서 숨었다.“고모, 나 여기 있어요
진원우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 놀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찬이는 진원우의 앞에서 불렀다.“원우 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 빨리 저 잡으러 오세요.”구애린은 진원우의 뒤에 있었다.“빨리 잡으러 와.”“...”진원우는 도대체 누구를 잡아야 할지 몰랐다.“다 꼼짝 마. 내가 간다!”“빨리, 빨리 와요!”찬이는 흥분해서 손을 흔들며 진원우한테 잡으러 오라고 했다....집 안으로 들어간 강세헌은 송연아가 채소를 씻는 것을 보고 물었다.“오늘 되게 일찍 퇴근했네?”송연아는 뒤돌아서 강세헌이라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세헌 씨도 오늘 일찍 왔네요.”“레스토랑 예약했어. 오늘은 우리 외식하자. 아무것도 하지 마.”강세헌이 송연아의 손에 있던 채소를 가져가자 송연아가 말했다.“밥 다 했어요. 요리만 몇 개 하면 돼요.”채소도 다 씻었고 그냥 볶기만 하면 됐다. “아니면 내일 갑시다. 오늘은 집에서 먹고.”송연아가 말했다. 다 씻은 채소들은 오래 두지 못해서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앞으로는 우리에게 밥을 사려거든 미리 전화 좀 줘요.”송연아의 말에 강세헌은 확실히 자신이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는 주의할게.”하여 오늘은 집에서 식사하길 하고 강세헌은 진원우한테 예약한 레스토랑을 취소하라고 했다. 진원우가 온 것을 보고 송연아는 요리를 두 가지 더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요리가 완성되고 송연아는 사람들을 불러서 식사하라고 했다.“아주머니가 안 계셔서 아쉬운 대로 제가 한 요리로 식사를 합시다.”진원우가 말했다.“아주 푸짐합니다.”송연아는 그를 보며 말했다.“저 기분 좋아라고 하는 얘기인 거 다 알아요.”송연아가 한 요리는 다 채소 요리였다. 감자볶음, 완두콩 볶음, 청경채 버섯볶음, 토마토 달걀 볶음, 오징어국, 생선요리와 새우찜만 생선요리였다. 식사할 때, 구애린은 내일 오후의 티켓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구애린이 돌아오자마자 오은화가 아픈 탓에 요즘 제대로 식사를 잘하지 못해서 송연아는 내
강세헌은 그들을 데리고 식사하러 가려고 돌아왔다. 한혜숙은 이미 윤이가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해놨고 윤이의 유모차도 트렁크에 넣어야 했다. 강세헌은 기사한테 물건들을 차에 실어라고 하고는 송연아의 품에서 윤이를 받아안았다. 피부가 희고 앙증맞은 윤이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강세헌이 아들의 볼에 입을 맞추자 윤이는 작은 입으로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쌀알 같은 여덟 개의 작고 새하얀 이빨이 보였다. 송연아는 윤이의 침을 닦아주었다.“아이고.”강세헌이 물었다.“연아야, 윤이의 입술이 너를 닮은 것 같지 않아?”조그맣고 분홍색을 띠는 게 똑 닮았다. 이에 송연아가 째려보면서 말했다.“내가 낳았는데 당연히 나를 닮았죠.”“아니, 입술만 닮았어.”강세헌은 작은아들을 자세히 훑어보았다.“코, 눈, 볼은 다 날 닮았어.”열 달을 꼬박 고생스럽게 품어서 태어난 아이들은 왜 다 아빠를 닮은 것인지, 송연아는 한탄을 했다.“가자.”강세헌이 송연아의 어깨를 감쌌다. 한혜숙은 찬이를 데리고 차에 탔고 이영이 운전을 했다. 강세헌과 송연아는 집안의 기사가 운전하는 다른 차에 타서 이동했다.진원우는 레스토랑을 미슐랭에 오른 ‘웨스틴 조선 서울 홍연’으로 예약했다. 레스토랑에는 룸이 있었고 밖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맛들이 있었다.특히 여기 시그니처 메뉴는 유린기였는데 부드러운 닭고기와 바삭바삭한 튀김옷, 양상추와 은근한 소스 조합이 무척 근사해서 이런 맛은 다른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게살 수프와 흑후추 소고기는 입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향이 퍼져서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았다. 불도장은 지금 많이 보편화하였다지만 이 가게에서처럼 이렇게 정통적으로 하는 곳이 없었다. 불도장안에 들어있는 해산물 식자재들은 모두 최고급으로 신선한 것이었다. 팔보채, 지존갈비, 킹크랩 요리, 마파두부 어느 요리든지 다 입맛을 돋웠다. 하지만 여기의 음식이 가격대가 비쌀 뿐만 아니라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룸 안에는 통으로 된 유리 창문이 있었는데 거기 앉으면 도시의 절
“왜 말이 없어요?”송연아가 묻자 강세헌은 품 안에 있는 아들이랑 장난하면서 되물었다,“뭐라고 했어?”심재경은 큰일을 범한 것도 아니기에 안에서 좀 있으면서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이미 예전보다 철이 많이 들었다는 얘기였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위해 신경을 써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많이 먹어.”강세헌은 송연아가 자기에게 떠준 국그릇을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네가 먹어.”송연아는 먹지 않고 다시 밀어냈다.“내가 세헌 씨한테 떠준 건데 세헌 씨가 먹어요.”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꼭 다 먹어야 해요.”...식사가 끝난 후 진원우는 구애린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집으로 갔다. 찬이는 집으로 돌아갈 때 한혜숙이랑 있으려 하지 않고 계속 송연아를 따라다녀서 송연아와 함께 차에 탔다. 찬이는 송연아의 품에 누워 시무룩한 게 꼭 서리 맞은 호박잎 같았다. 윤이는 이미 잠이 들어 조용하였다.“얘 왜 이래?”강세헌은 찬이가 왜 이렇게 울적한 모습인지 몰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송연아는 아들의 등을 살살 어루만져주며 말했다.“애린 씨가 가는 게 싫어서 슬프대요.”찬이는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아니에요.”송연아는 찬이가 하는 대로 따랐다.“그래그래.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엄마한테 얘기해줄래? 찬이 왜 기분이 안 좋아?”“기분이 안 좋은 거 아니에요.”찬이는 축 처진 얼굴로 말했다.“외할머니한테 갈래요.” 송연아가 말했다.“좀 있으면 집에 도착할 거야.”“외할머니한테 갈래요!”찬이가 떼를 쓰자 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엄숙한 음성으로 말했다.“찬이야.”그 낮은 음성은 송연아가 들어도 소름이 돋는데 찬이는 더 말할 게 없다. 찬이는 작은 몸을 웅크리고 송연아의 옷자락을 잡고는 서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더 말을 하지 못했다. 송연아는 찬이를 안고 강세헌을 나무라듯 째려보았다.집에 도착하자 찬이는 방으로 뛰어 들어가 방
송연아는 굳이 센터에서 해야 하는 얘기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했다.“경봉 씨.”송연아는 안으로 들어서며 그를 불렀다. 평소에는 송연아가 들어오면 다들 다가와서 인사했었는데 오늘은 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이상했다. 모두 센터에 없는 건가 싶지만 정경봉이 전화를 했을 때의 말투로 보면 분명 센터에 있었다.“경...”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서 채색 테이프가 날리더니 이윽고 센터 안에서 동료들이 몰려나와서 송연아를 에워쌌다. 공중에서는 채색의 꽃잎과 붉은색의 종이 장식이 하늘하늘 아래로 떨어져서 송연아의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일이지?’정경봉이 비집고 나와서 말했다.“축하드려요.”송연아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뭘 축하해요?”“저희 인공심장을 이식한 그 환자 깨어났어요. 지금 상태도 아주 좋고 전혀 불편한 것도 없고, 거부반응이거나 후유증도 없어요.”송연아도 의외였다.“예정보다 일찍 깨어났다고요?”정경봉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연아가 웃었다.“또 한 가지 좋은 일이 있어요.”정경봉이 이렇게 말하자 송연아는 바로 예상했다.“허가가 내려왔어요?”정경봉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연아는 아주 기뻤다. 이건 참말로 기쁜 일이다.“그래서 오늘 우리끼리 나가서 축하하려고 합니다. 연아 씨가 원장님이 되고 나서 아직 밥을 사지 않았잖아요. 이참에 한번 밥을 사시죠?”송연아가 말했다.“오늘 저녁 모든 소비는 제가 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빠질게요.”“왜요?”정경봉이 말했다.“원장님이 안가면 이 자리가 의미 없죠? 원장님이 주인공인데.”송연아는 거절했다.“오늘 집에 일이 있어서 내가 자리를 비울 수가...”“다들 송 원장님이 돈 많은 남편이 있는 걸 아는데 송 원장님이 할 일이 뭐가 있어요?”누군가 농담을 하듯 말했다.“혹시 송 원장님 우리가 전에 한 잘못들에 아직 화가 덜 풀리신 게 아니죠?”송연아가 해명했다.“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정경봉은 송연아의 귓가에 속삭였다.“사직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마지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