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우는 송연아의 기색이 많이 긴장된 것을 보고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세헌 씨가 연락이 안 돼서요.”진원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강 대표님 일하는 중이거나 휴대폰이 배터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송연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네, 걱정 안 해요.”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먼저 가볼게요.”진원우는 한참 있다가 뭔가 생각난 듯 엘리베이터로 가서 마침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있던 송연아를 불렀다.“강 대표님한테 볼 일 있으세요?”송연아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무슨 일이 있으신 거면 제가 도울 수 있어요.”진원우의 말에 송연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사소한 일이 하나 있기는 한데.”진원우가 말했다.“그럼 제 사무실로 갈까요?”송연아는 알겠다며 함께 진원우의 사무실로 갔다. 진원우는 커피를 한잔 내려서 송연아의 앞에 놓았다.“무슨 일이에요?”말하며 그는 자리에 앉았고 송연아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믿을만한 변호사를 찾고 있는데 회사에 있을까요?”진원우가 대답했다.“회사 법무팀이 아주 유능해요. 어느 부분에 대해 자문하려는 거에요? 다른 사람의 일 때문이에요? 아니면...”“제 일이에요.”송연아는 사실대로 말했다.“제가 고소를 당했어요. 잘못은 저의 쪽에 있어요.”진원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의료소송이에요?”“...그런 셈이죠.”송연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이 사건에서 저는 완전히 불리한 위치에 처해있어요. 제가 변호사를 찾아서 소송을 준비하는 것도 사실 시간을 끌고 싶어서고요.”송연아는 전임 원장이 깨어나기만 한다면 원장 아들도 더는 자신을 물고 늘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만약 원장이 진짜 사망한다면 그로 인해 자신이 처벌을 받게 된다 해도 달갑게 받을 것이다. 하여 지금 송연아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진원우가 눈썹을 찡긋했다.“의료사고요?”일반적인 의료사고하면 손해배상을 하
지금도 여전히 연결되지 않아 송연아는 조금 걱정되는 마음에 얼굴을 찌푸렸다. 왜 연락이 안 되지?진원우마저도 강세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게 너무 이상했다. 차에 올라타서도 불안한 마음에 이영에게 집으로 간다는 말을 하는 것도 까먹었다. 이영은 차를 몰아 도로에 오른 후에도 송연아가 목적지를 얘기하지 않자 한마디 물었다.“어디로 갈까요?”강세헌은 연락이 되지 않고 본인은 일이 많이 꼬여있다. 송연아는 두통이 몰려와 눈을 감으며 말했다.“집으로 가요.”이영은 백미러로 송연아를 힐끔 봤는데 그녀의 기분이 안 좋은 것으로 보여 묵묵히 운전만 하며 말을 걸지 않았다. 송연아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강세헌 집에 왔어요?”“아직.”한혜숙은 딸을 보며 물었다.“너 이름에 성까지 붙여서 부르니?”“...”송연아는 급한 마음에 한 말이었다. 강세헌이 연락이 안 돼서 마음이 타들어 갔지만 한혜숙의 앞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얘기했다.“저 계속 이렇게 불렀는데요? 아니면 뭐라고 불러요? 애 아빠? 얼마나 촌스러워요!”한혜숙은 웃으며 말했다.“금실이 좋은 부부들은 다들 여보, 자기야 하잖아. 너희들은 왜 그렇게 안 불러?”송연아가 걸어와 한혜숙의 품에 있는 윤이를 안으려는데 한혜숙이 그녀를 툭 때리며 말했다.“나갔다가 와서는 손도 안 씻고, 세균 있는 손으로!”한혜숙이 혼내자 송연아는 더욱 보란 듯이 아이의 볼을 어루만졌다.“내 손은 깨끗해요. 엄마, 여보가 예전에는 누굴 부르던 말인지 알아요?”한혜숙은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남편이라는 뜻 아니야?”송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말했다.“여보라는 말은 예전에 내시를 부르던 말이래요. 그래도 내가 강세헌을 이렇게 불렀으면 좋겠어요?”“...”한혜숙이 어이없어하는 것을 보고 송연아는 웃음이 나는 걸 참았다. 한혜숙은 송연아가 농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짜증이 났지만 웃음이 나기도 해서 가볍게 송연아의 팔을 꼬집었다.“나한테도 이런 장난을 쳐, 내시는 무슨, 얼마나 불
강세헌은 여유롭게 윤이를 안고 소파에 앉아 아들이랑 장난치며 말했다.“노인네가 죽었어.”송연아는 깜짝 놀라 넋이 나갔다.“노인네가 죽었다고요?”어느 노인네?“강씨.”강세헌은 전혀 기복이 없는 말투로 덤덤하게 말했으나 송연아는 강세헌이 말하는 노인네가 누군지 알고 무척 놀랐다.“죽었다고요? 병 때문에요?”송연아는 강의건이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병세가 아무리 악화하였다고 해도 좋은 약을 계속 쓰고 있어서 이렇게 빨리 잘못될 리는 없는데...“화병 나서.”강세헌은 말할 때 송연아를 쳐다보지 않고 남 얘기하듯 말했다. 송연아는 조심스레 물었다.“당신이 화병 나게 한 것이에요?”“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했지.”강세헌이 대답했다.“...”송연아는 강세헌의 품에서 아이를 안아 오은화에게 주고 강세헌을 끌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서자 바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강세헌은 침대에 걸터앉아 나른하게 그녀를 보면서 웃음을 띠고 물었다.“그렇게 긴장돼?”송연아는 지금 강세헌의 기분이 어떤지 몰랐다. 강세헌의 마음속에는 강의건에 대한 깊은 실망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송연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여 강의건이 죽었다는데 강세헌이 아무 동요도 없이 냉담한 것도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혈연관계가 있는 할아버지가 아닌가. 강세헌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지, 혹시 조금이라도 슬프지는 않을까?“나 뭐하러 갔는지 계속 물었지? 이리와, 알려줄게.”강세헌은 송연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송연아는 망설이다가 천천히 걸어와서 손을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강세헌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순식간에 힘을 써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와서 송연아를 그대로 다리에 앉혔다. 그러고는 송연아의 허리를 잡고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내가 피도 눈물도 없다고 생각하지?”“아니요.”송연아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목을 감쌌다.“세헌 씨가 좋은 사람이란 거 알고 있어요.”그 말에 강세헌이 웃었다.“좋은 사람? 이건 무슨 평가지?
송연아는 강세헌을 보면서 말했다.“나 위로하느라 하는 얘기인 거 알아요.”송연아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이 느낀 아픔은 아니지만, 여자로서 구애린이 감당해야 했던 것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강세헌은 다정하게 말했다.“구애린은 다시 원우를 받아주기로 했어. 지금 둘은 아주 좋아. 네가 스스로에게 책임 전가를 하지 않아도 돼.”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왜 나는 모르지? 언제 다시 화해한 거야?구애린이 지나간 일을 다 잊고 진원우와 다시 시작한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송연아는 진지하게 물었다.“지금 강세욱은 어디 있어요?”“갇혀있어.”강세헌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숨은 붙어있어.”그 일은 지나갔지만, 본인과 본인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하여 강의건이 애걸복걸하는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강세헌은 강세욱을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려놓고 지금 본가에 가두었다.“노인네의 장례는...”“아들이 맡아 하고 나는 그냥 얼굴만 비추려고.”강세헌은 송연아의 말을 끊었다. 그는 송연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둘째 강윤석은 다리가 불편하지만, 아직 버젓이 살아있다. 어리고 예쁜 아가씨를 곁에 두어서 강세욱의 일에 관심이 없다고 들었다. 그는 원래도 여색을 좋아했는데 아주 여자한테 푹 빠져 있었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는 것도 좋네요.”송연아는 강세헌이 신경을 아예 쓰지 않아 외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봐 걱정했었다. 집안의 허물은 밖으로 들어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강세헌이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나와 노인네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외부에서는 이미 알고 있잖아? 서로 안 맞는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잖아?”“...”송연아는 한마디 덧붙였다.“어찌 됐든 사람이 죽었는데 보여주기식이어도 해야죠.”외부 사람들한테 자기 친할아버지도 존중하지 않는 냉혈한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무리 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계
송연아는 강세헌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못생긴 사람은 바람기가 없죠.”강세헌은 눈썹을 찡긋하고는 추파를 던지며 물었다.“나는 바람기가 있어?”“지금은 괜찮은데... 앞으로는 모르죠...”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송연아의 콧등을 아프지 않게 물며 말했다.“절대 그러지 않아.”송연아는 강세헌을 밀어냈다.“아파요.”강세헌은 그녀를 보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풍성하고 말려 올라간 속눈썹 아래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한 쌍이 숨어있었다.“어디 아파?”“...”강세헌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며 말했다.송연아는 엄숙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나 건들지 말아요. 나는 생각 없으니까.”“응.”강세헌은 그 말에 몸을 돌려 내려왔고 둘은 옷을 정리하며 생각도 정리했다. 그리고 강세헌이 물었다.“아 맞다, 회사에 찾으러 왔었다며?”송연아가 대답했다.“네, 일이 좀 있어서 세헌 씨랑 상의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해결했어요.”“응?”강세헌이 의아한 듯 물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빨리 해결됐어?”송연아는 사실대로 말했다.“고소를 당해서 좋은 변호사를 찾으려고 회사에 찾아갔었어요. 그런데 세헌 씨가 없어서 원우 씨가 회사의 법무팀 변호사를 소개해 줬어요. 아주 유능한 모양이에요. 해결해 줄 방법이 있대요.”이 일을 송연아가 말하지 않아도 진원우가 강세헌한테 말할 것이다. 송연아는 강세헌에게 신경 쓸 일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지만,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해야 했다.“음, 회사의 법무팀은 완전히 믿어도 돼.”강세헌이 말하자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세헌 씨는 강세욱과 강씨 가문의 장례를 신경 쓰세요. 내 일은 내가 변호사랑 소통할게요.”강세헌은 고개를 끄덕였다.“법무팀에 잘 말해둘게.”...강의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용운시 전체가 떠들썩거렸다. 강씨 가문이 아무리 예전 같지 않대도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더구나 강세헌의 세력은 강씨 가문의 제일 전성기 때와 비하면 더 대단했지, 전혀 못 하
“이건 피고 측의 변명일 뿐입니다. 수술하지 않으면 환자는 무조건 죽습니까?”원고 측의 변호사가 이의를 제기하자 피고 측의 변호사는 증거를 제시하고 증인신문을 진행하였다. 병원의 황 선생은 송연아를 위해 증언을 하겠다고 했다. 황 선생은 당시 수술을 바로 진행하지 않았다면 환자는 사망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관련 검사 결과, 수술 과정과 환자의 병력서를 제출하였다.“이 자료들은 전문가를 모셔서 당시 환자의 상황이 위급한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긴급하게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사망하였을 것입니다.”원장 아들은 변호사의 귓가에 작게 뭐라고 속삭였고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피고 측이 제시한 증거와 증언에 대해서는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이것들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송연아 씨가 이 수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규정과 제도를 잘 지켰습니까?”원고 측은 송연아의 결정이 규정과 제도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이 점을 물고 늘어졌다. 그들은 결과를 보지 않았다. 겨냥한 목표는 오직 송연아였다.원장 아들은 처음에 어리둥절했다. 전후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송연아가 독단적으로 수술을 한 것만 알고 송연아에게 모든 화를 풀었다. 현재 피고 변호사의 분석을 듣고 자신의 아버지가 수술하지 않았더라면 혼수상태가 아니라 죽었을 것이라는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지만, 고소를 취하하려 하지 않았다.그는 절대 이 일을 그저 지나칠 수 없다. 피해를 본 자신이야말로 피해자였다. 그런데 송연아의 경호원한테 얻어맞기나 하고, 맞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하여 그는 송연아를 고소하려고 마음먹었다. 목적이 어찌 됐든 송연아의 방법은 규정에 부합되지 않았다.사건은 대치상태로 들어갔다. 법원은 휴정을 선고하고 일주일 후에 다시 개정한다고 했다.정경봉이 말했다.“안 되겠어요.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증언하도록 하겠어요.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소용없어요.”상대방은 송연아가 사람을 살리려 했던 행동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었
임지훈은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나 다쳤어, 병원에 데려다줘!”원장 아들은 눈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고의로 시비를 걸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경찰 불러, 어쨌든 멀지 않은 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당신이 나를 치는 것이 찍혔을 건데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걸 여기 길 가던 사람들도 다 보았으니 맘대로 경찰 불러!”임지훈은 아예 그 자리에 드러누웠는데 원장 아들의 얼굴이 화가 나서 붉으락푸르락하는 것을 보고 입술을 깨물며 혼잣말로 속삭였다.‘그러게 왜 하필이면 강세헌을 건드려? 강세헌 성격에 너 무사할 것 같아?’실제로 길에는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렇게 시끌벅적한데 누가 그냥 지나갈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중의 몇 명은 강세헌이 보낸 사람이었는데 일부러 원장 아들을 더 추궁하여 반드시 임지훈을 병원으로 데려가게끔 했다.“사람을 쳤으면 병원에 데려가야죠, 우리 모두 지켜보고 있어요!”“맞아요, 그쪽이 사람을 친 거잖아요. 이렇게 젊은 청년이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걸 보면 분명 크게 다친 것 같아요?”“그건 그렇고, 이 남자를 데리고 남성 비뇨기과에도 가봐요. 앞으로 남자구실을 못 하면 어떡해요.”군중 속에서 비웃는 소리가 가볍게 흘러나왔다. 임지훈은 굳이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듣고도 진원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화끈하게 남자구실은 못 하는 건 너라고 욕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피해자 역할을 해야 하기에 못 일어나고 증오의 눈빛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진원우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 누워있어. 저 인간이 병원으로 데려다주지 않으면 계속 누워있어.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그러고는 강세헌과 함께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자리를 떴다. 임지훈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나중에 꼭 강세헌에게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왜 이런 일을 나에게 시키는 거지? 진원우를 시키지 않고?’원장 아들은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고 하는 수
원장 아들은 곧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그 몸에 피는 어떻게 된 거야?”‘분명 방금까지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피투성이가 된 거지?’“나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거야? 우리 사고 난 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어. 그때 당신 분명 몸에 피가 없었어! 당장 여기서 꺼져! 계속 귀찮게 하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원장 아들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얼마든지 신고해! 마침 나도 신고하고 싶었는데 잘됐다.”임지훈은 바닥에 누워서 불쌍한 척했다.“여러분 방금 사고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걸 들으셨죠? 거기에 확실히 감시 카메라가 있었고 저도 그때는 피를 흘리지 않았어요. 지금 제 몸에 있는 피는 입과 코에서 흘러나온 거예요. 속에 문제가 생겼나 봐요.”“맞아요. 어떤 사고는 외상은 없지만 내부 장기가 손상되기도 해요. 빨리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봐요.”“저를 안 데려가요. 게다가 저를 치지 않았다고 해요.”임지훈은 원장 아들을 가리키며 불만을 토로했다.“사고를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제가 죽어도 자기와는 상관이 없대요.”그러자 군중 속의 사람이 말했다.“아까 스스로 사고를 냈다고 말했어요. 우리도 다 들었어요.”마음씨 고운 사람들도 원장 아들에게 말했다.“어서 저 사람 데리고 병원으로 가요. 저러다가 정말로 잘못되면 어떡해요. 그리고 여기에 이렇게 누워있는 것도 보기 안 좋잖아요.”원장 아들은 화가 너무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억울함을 당하니 죽을 맛이었다.“당신들 모두 눈이 멀었어? 분명 사기 치는 건데 편까지 들어? 모두 제정신이 아니야.”그는 임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장 꺼져!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때려줄 거야.”임지훈은 심각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디 때려 보든가. 장담하는데 당신은 절대 나한테 함부로 못 할 거야.”임지훈이 고의로 도발시키자 원장 아들의 얼굴 근육은 경련을 일으켯고 이를 갈면서 달려들어 임지훈의 목을 조였다.“죽어! 이 사기꾼아!”임지훈은 꼼짝하지 않고 생각했다.‘사기꾼은 바로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