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말했다.“당신 취했어요.”그녀는 차 문을 닫고 심재경을 데리고 호텔로 갔다.그는 어떻게 보아도 눈앞의 여자가 안이슬로 보였기에 그는 그 여자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가지 마.”여자는 심재경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을 알았지만 그녀가 해야할 일은 타지에서 온 재벌을 잘 모시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안이슬인 척 했다.곧 차가 호텔에 도착했고 여자가 심재경을 부축하여 호텔로 들어갔다.방문 앞에서 카드를 긁고 문을 열었을 때, 심재경은 갑자기 그 여자를 밀치더니 휘청거리면서 소리쳤다.“너... 넌 안이슬이 아니야!”여자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당신 취했어요!”“넌 누구야?”심재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바라보았다.“꺼져, 나 건드리지 마.”심재경이 다시 그녀를 밀쳐낼 때, 몸이 먼저 반응하듯이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나더니그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 여자는 연거푸 두 번 밀쳐지자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나도 먹고 살려고 이러는 거야, 정말 내가 너와 가까이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만취 상태인 심재경을 본 여자는 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쨌든 그녀는 이미 돈을 가졌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어서 그냥 돌아서서 가버렸다.옆방.안이슬이 다친 남자를 거즈로 처치해주고 있었다.“별일도 아닌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게 해서 미안해.”양명섭이 창백한 입술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난 괜찮으니까 빨리 돌아가.”안이슬은 약을 챙기면서 말했다.“다음부터 임무를 수행할 때 좀 조심해, 이번 부상이 치명적이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알았어.”안이슬은 일어나면서 당부했다.“푹 쉬어. 그럼 내일 다시 올 거니까 나 먼저 가볼게.”“응.”양명섭은 안이슬의 예전 동료이자 친구이다.안이슬이 이쪽으로 온 건 이곳의 생활 리듬이 느린 편이라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는 동료의 친구를 통해 이쪽에서 옛날에 했었던 일과 결이 비슷한 안
호텔 앞.심재경은 어두운 표정으로 눈앞의 별로 인상이 없는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면서 자신이 그를 문 앞에 버린 일을 기억하는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다가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저예요.”심재경은 분명히 어젯밤에 안이슬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도 또렷하게 떠올랐고 그토록 절절한 감정까지 느꼈었다.설마 안이슬이 너무 보고 싶어서 환각을 본 것일까?그래서 다른 여자를 그녀로 착각한 것일까?황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어때? 우리 정이의 서비스에 만족했어?”말할 때, 황 사장은 계속 그 여자를 앞으로 내세웠고 여자는 애써 웃는 표정을 지었다.“심 대표님...”심재경은 어두운 눈동자로 황 사장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꼬리를 치켜세웠다.“투자는 없던 것으로 하죠!”“심 대표...”심재경은 비서의 손에서 300만원을 가져와 그 여자에게 던졌다.“넌 딱 이 정도의 가치야.”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니,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말을 마친 심재경은 차에 올랐고 황 사장은 일의 자초지종을 몰라 심재경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심 대표,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 거야?”그리고 바로 뒤돌아서서 그 여자를 혼냈다.“어떻게 된 거야?”여자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심재경은 쓸데없는 해명을 듣고 싶지 않은 듯, 귀찮은 얼굴로 비서에게 말했다.“운전해.”“심 대표...”황 사장은 해명하고 싶었지만 차는 이미 떠난 후였고 애꿎은 여자에게 욕을 퍼부었다.“너 도대체 뭘 한 거야? 원래 희망이 있었는데, 무슨 짓을 했기에 저렇게 화나게 한 거야? 어렵게 끌어들인 투자자가 너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게 말이 돼?”여자는 돈을 품에 꼭 안고 생각했다.‘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또 돈 벌었네. 이 정도면 이득 본 거지. 그래도 겉으로 티내면 안 돼.’“내가 어떻게 알아요? 저 사람에게 이상한 취향이 있겠죠.”“그래?”황 사장이 입술을 삐죽거렸다.“분명히 그럴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왜 화를 내겠어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날 찾
“괜찮아요.”찬이가 웃는 것을 보니 송연아도 매우 기뻤다. 그녀는 강세헌의 팔에 기대어 찬이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작은 볼을 살며시 꼬집으면서 말했다.“아들이 주는 솜사탕이 먹고 싶네.”찬이는 곧바로 송연아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한 입 베어 물었다. 입가에는 온통 끈적끈적한 설탕 가루가 묻었는데 종이로 닦으니 종이 부스러기가 그 위에 붙었다.송연아는 마음속으로 입 주변이 이렇게 끈적거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먹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이리 와.”강세헌이 손에 생수를 묻혀 송연아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물로 끈적끈적한 사탕 가루를 쉽게 닦아낼 수 있었다.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진지하게 꼼꼼히 닦아주었고 송연아는 그의 아름다운 용모에 마음이 설레었다.그녀는 지금 외모 지상주의가 된 것 같았고 약간의 허영심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남자의 옆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든 여자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그녀는 옆에 여자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송연아는 웃으며 강세헌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는데 마치 이 남자가 그녀의 것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것 같았다.이때 따르릉 소리가 울렸고 그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기차 놀이기구는 한 줄에 세 사람이 탈 수 있기에 마침 그들은 함께 앉을 수 있었다.그 놀이기구는 증기 기관차 소리를 흉내 내면서 꽝꽝 울리고 있었다.찬이는 흥분하여 난간에 엎드렸고 강세헌은 그를 끌어안고 엉덩이를 툭툭 치며 말했다.“머리 내밀면 안 돼.”찬이는 말을 듣지 않고 솜사탕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난간에 달라붙어 계속 엎드렸다.그래서 강세헌은 아예 찬이를 끌어안고는 그의 입을 닦아주었고 송연아는 솜사탕을 조금 떼어내어 강세헌의 입에 넣었다.“당신 입에만 안 묻었어요.”강세헌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송연아를 바라보았는데 입을 벌리지 않아 솜사탕이 인중에 묻으면서 하얀 수염이 자란 것 같았는데 모양이 조금 우스꽝스러웠다.송연아는 웃음이 절로 나왔고 강세헌은 입을 벌
“그 몇 사람의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한 번 가봐야겠어요.”단서가 용운시에 없었기 때문에 진원우는 급히 그쪽으로 가서 확인해야 했다. 이미 가는 길이었지만 그는 먼저 강세헌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되어 전화한 것이었다.강세헌이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네.”말이 끝나고 전화를 끊은 강세헌이 돌아서서 송연아가 앉아 있던 곳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자리에 없었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송연아는 최근 일어난 일이 너무 많아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자꾸 안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강세헌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송연아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어디 갔다 온 거야?”송연아는 강세헌에게 보여 주었다.“내가 당신에게 주려고 메밀면을 사 왔는데, 시간이 늦어서 다른 건 살 수 없었어요.”강세헌이 송연아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그가 메밀면을 안 좋아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메밀면은 그래도 훨씬 담백하잖아요. 만약 이것도 먹고 싶지 않다면, 돌아가서 아줌마더러 야식을 좀 만들어 달라고 해요...”“아니야.”강세헌이 말했다.“돌아섰는데 네가 안 보이길래...”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왜요, 내가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해요?”강세헌은 송연아를 끌어안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터프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녀에게 말했다.“그래, 한순간도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마.”고개를 든 송연아의 시선이 그의 늘씬한 목덜미와 튀어나온 목젖에 놓이자, 섹시하면서도 상남자다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다.“아니면, 당신이 매일 나를 따라다니면서 내 경호원 해요.”송연아는 강세헌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네가 날 먹여 살릴 거야?”송연아가 메밀면을 탁자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그러죠. 일단 이리 와서 앉아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거 알아요. 근데 오늘 한 번만 봐줘요. 다음번에는 포장마차에서 같이 먹자고 하지 않을게요.”
송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때, 그 사람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나오지 않으면 내가 센터로 찾아갈 거야.」이번 문자에는 약간 위협적인 의미가 담겨있었다.“또 뭐라고 왔는데?”강세헌이 묻자 송연아는 입을 앙다물고는 누가 보냈을지 머릿속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딱히 보낼만한 사람이 없었다.하동훈은 다리가 부러졌으니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고...이렇게 생각해 보니 아무도 없었다.“내가 안 나가면 센터에 와서 날 찾겠대요.”송연아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녀는 이런 뜬금없는 일을 매우 싫어했는지라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내일 같이 출근해.”강세헌이 말했다.송연아는 그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로서 가정을 잘 돌보지 못한 것도 모자라 항상 걱정만 시키니 말이다.그리고 도리어 강세헌이 자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생각마저 들자, 송연아는 가볍게 고개를 떨구고 품속의 찬이를 보았다.찬이는 거의 모두 한혜숙이 키운 것이고 윤이도 지금 한혜숙이 데리고 있었다.“세헌 씨, 나에게 2년이라는 시간만 줘요. 원장님이 날 차기 원장으로 뽑았는데 지금 손을 떼면 당분간 후임자를 못 찾을 수도 있어요. 2년만 있으면 연구 개발을 끝낼 수 있으니까 그때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당신과 우리 아이들을 돌볼 거예요.”강세헌은 고개를 돌려 송연아를 바라보았고 한 손으로는 핸들을, 다른 한 손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은 듯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에요.”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당신이 날 먹여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집에서 그 행복을 누릴 거예요.”강세헌은 심재경의 입에서 수차례 송연아는 꿈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가정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 송연아는 정말 행복할까?“나를 먹여 살리겠다며? 왜, 지금 와서 말 바꾸려고?”송연아는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못 먹여 살릴지도 몰라요, 당신은 너무 비싸요.”“...”이 말이 왜 귀에 거슬리는 거지
안이슬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살인현장은 그녀를 뒷걸음질을 하게 했다.하지만 안이슬은 곧 감정을 추슬렀고 공구함을 열어 안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는 검사하러 들어갔다.고인은 젊은 여성으로 예쁘게 생겼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고문당해 죽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죽었는지 좀 더 알아봐야 했다.안이슬은 죽은 사람이 여자라고 해서, 혹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해서 머뭇거리지 않았고 아주 냉정하게 사적인 위치도 포함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검사했다.일련의 검사 끝에 안이슬은 결론을 지었다.“일단은 내장의 손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돼. 특히 피해자의 생식기관이 심하게 손상됐어.”“또 다른 이유는 있어?”“샘플을 채취해 가서 검사를 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알았어.”“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누군가가 피가 묻은 깨진 술병을 찾았다.양명섭은 한 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계속 조사해.”증거 수집이 완료되자 피해자는 부검실로 실려 가게 되었고, 양명섭은 경찰 2명을 남겨 주변 사람들을 검문하게 한 뒤 담당자와 처음으로 신고한 사람을 경찰서로 데려가 심문하려고 했다.돌아가는 길에 누군가가 안이슬을 비웃었다.“이슬아, 방금 시체를 마주할 때 눈 하나 깜빡이지 않던데, 비위가 좋은가 봐?”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피해자와 안이슬만 여성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남자였다. 그리고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이 매우 처참했기 때문에 비위가 좋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쓸데없는 소리 좀 작작 해.”양명섭이 직접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사건에만 집중해,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쓰지 말고.”“팀장님, 왜 항상 이슬이 편만 드세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명섭은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넌 말 안 하면 죽어?”안이슬도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녀는 사람들과 너무 친하지 않았고 아무래도 민감한 화제라 함부로 말하기가 더
송연아와 강세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대문 앞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흰 피부에 노란 머리를 한, 젊고 예쁜 외국인 여자였는데 송연아는 그녀와 초면이었다.“당신은 누구...?”“당신 혹시 송연아 씨 아닙니까?”그녀의 한국어는 상당히 유창했고 목소리만 들으면 외국인인 것을 모를 지경이었다.“누구세요?”송연아는 여전히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묻잖아요, 송연아 씨예요?”그녀는 고집이 세고 말투가 아니꼬웠다.뒤이어 송연아가 말했다“난 당신을 몰라요.”송연아가 말을 끝마치자, 강세헌은 그녀를 끌고 가려고 했다.이때 레일라가 달려들었다.“가지 말아요...”고작 두 걸음만 다가갔을 뿐인데 이영에 의해 제지당하게 되자, 레일라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이거 놔.”이영이 어떻게 놓아줄 수 있겠는가, 그는 바로 레일라의 팔을 잡아서 한쪽으로 밀쳤고 그녀는 뒷걸음질하다가 발을 삐끗하면서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레일라는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나고는 몸에 있는 먼지를 털었다.“왜 이렇게 매너가 없어?”레일라는 이영을 가리키며 법에 대해 잘 아는 척을 했다.“빨리 지나가게 해줘, 그렇지 않으면 네가 내 인권을 침해했다고 경찰에 신고할 거야.”이영의 날카로운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그때 강세헌이 다가왔다.“송연아는 왜 찾으시는 거죠?”레일라는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당신은 누군데요?”“알 필요 없어요.”강세헌은 이미 송연아의 입에서 확실히 이 여자를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게 무척 이상했다.“당신도 당신이 누군지 안 알려줬는데 내가 왜 알려줘야 하죠?”레일라가 절대로 타협하려 하지 않자 강세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담하건대 당신은 절대 송연아를 볼 수 없을 거예요.”레일라는 강세헌을 물끄러미 몇 초 동안 바라보았다.“난 하동훈의 약혼녀예요. 난 동훈 씨가 다친 게 다 송연아 때문이라고 들어서 따지려고 찾아온 거예요. 어떻게 사람을 다치게 할 수
“동훈 씨 혹시 당신을 좋아하는 거예요?”레일라는 송연아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고 그녀는 곧바로 부정했다.“참 쓸데없는 생각이 많군요...”“원래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동훈 씨가 결혼을 피해 한국에 오고 나서 내가 동훈 씨와 접촉한 여자를 알아봤는데, 당신밖에 없더라고요.”레일라가 송연아를 찾은 것은 하동훈의 부상 때문이 아니었고 진짜 목적은 송연아와 하동훈의 관계를 확실하게 알기 위함이었다.송연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약 이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레일라가 오해할 수도 있었다.“먼저 난 하동훈이 결혼을 피하려고 귀국한 사실을 몰랐어요. 하동훈과 나는 단지 이웃 관계였기 때문에 아는 사이였고, 그가 외국으로 이민 간 이후로 우리는 만난 적도 없고 중간에 연락도 없었어요. 물론 이런 것들은 당신이 조사해보면 다 나올 거예요. 내가 하동훈을 먼저 만난 것이 아니라 그가 자진해서 나를 찾아온 거예요. 내가 흉터 때문에 성형 수술을 해야 했는데 마침 담당 의사가 하동훈이어서 몇 번 만났던 거고.”레일라는 확실히 하동훈이 전에 송연아와 연락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그럼 왜 때렸어요?”레일라가 또 묻자 송연아는 대답했다.“싫어하니깐요.”“고작 그것 때문에?”레일라는 기가 막혔다.“그래요, 싫어하기 때문에 하동훈과 나는 친구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이미 결혼했고 방금 나와 함께 온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에요.”“그 남자가 당신 남편이라고요?”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레일라는 이제 확실히 마음이 많이 놓여서 웃으며 말했다.“잘 때렸어요, 다시는 도망가게 하는가 봐.”송연아가 물었다.“이제 가도 되지 않아요?”“알았어요.”하지만 레일라는 돌아서서 두 발짝 걷고는 멈춰 섰다.“동훈 씨 다시는 만나지 않죠?”“네, 그러니까 그가 다시는 도망가지 않게 잘 보세요. 만약 그가 아직도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번 기회에 아예 도망갈 수 없게 장애인으로 만들어 놔요.”송연아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언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