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들은 송연아는 고개를 들었고 복도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그 사람의 체격은 우람했고 온갖 풍파 속에서 갈고 닦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위풍당당하게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처음 강세헌을 본 순간, 송연아는 든든함을 느꼈으나 곧바로 낙담했는데 이제 그녀의 배후에는 정말 누군가가 있고 그 사람을 통해 높은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소문이 더더욱 사실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송연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여기에는 왜 왔어요?”강세헌은 아무 말 없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옥자현을 힐끗 쳐다보았다.원장은 옥자현에게 화가 났지만 그녀를 연구센터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센터에 오래 있은 사람들은 그래도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이다.그런데 강세헌이 송연아보다 성격이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옥자현을 가차 없이 내쫓을까 봐 걱정되었다!원장은 웃으며 애써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다.“아이고, 오해가 좀 있었나 보네요...”“오해요?”강세헌은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옥자현을 쏘아보았다.“오해가 있었나요?”강세헌의 기세에 눌린 옥자현은 무의식적으로 한발 물러서 원장 뒤로 몸을 숨겼고 겁에 질렸으나 애써 침착한 척했다.“송연아 씨가 먼저 제 발을 밟았어요. 그래서 몇 마디 한 것뿐이에요.”원장은 송연아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그는 옥자현을 위해 사정 해줬으면 싶었는데, 큰 소동을 일으켜서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어쨌든 송연아는 앞으로 여기에서 계속 일하게 될 것이고, 정말 사람을 어떻게 처리하든지 나중에 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송연아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니기에 센터의 운영에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내가 센터 구경시켜 줄게요.”송연아는 원장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강세헌의 팔을 잡고 끌고 갔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눈썹을 찌푸렸다.“나보고 관두라는 거야?”송연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강세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정말 네가 처리할 수 있겠어?”“내가 계속 여기에서 일하겠는
“부원장의 아내예요.”송연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고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이 일에서 명백한 피해자가 오히려 보복의 대상이 되었다니.사람은 참 간사하고 음침한 동물이다.“어떻게 해결할지는 잘 생각해 봤어?”강세헌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고 시시각각 이 일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송연아가 이 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알면서도 그들은 회개하기는커녕 복수를 하려고 했다.이는 그들이 인성을 버렸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송연아가 말을 하지 않자 강세헌은 기회를 틈타 제안하였다.“내가 처리해 줄게.”송연아는 강세헌을 올려다보았고 곱슬곱슬한 검은색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센터 밖의 일은 당신이 처리해요, 하지만 센터 내의 일은 내가 처리해요.”강세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센터 내의 일도 처리해 주고 싶었다.송연아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니, 이번에도 마음을 모질게 쓰지 않을 것 같았다.“연아야...”“난 당신의 일을 상관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당신도 내 일에 너무 깊이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송연아는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은 것이 아니라, 원장이 정경봉이 사람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했고 또 이번 일은 주요하게 부원장의 가족이 꾸민 일이었기 때문이다.정경봉이 정말로 영악한 사람이었다면 이용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어쨌든 송연아가 원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 뻔한데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정경봉은 그녀에게 미움을 사서는 안 되었고 설사 정경봉의 계획대로 되었다고 해도 송연아가 중상을 입었든 죽었든 간에 감옥에 가는 것은 불가피했다.그러면 정경봉 이후에 사업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철저하게 망할 것이다.이 일만 미루어 보아도 정경봉은 확실히 생각이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차려지는 이득과 손실을 분간할 줄도 모르니 말이다.이로써 정경봉이 단순하다는 원장의 말이 검증됐다.송연아가 센터에서 일하려면, 밑에 적어도 한두 명의 심복
원장이 말을 하려는데, 송연아는 몸을 돌려 떠났고 옥자현은 원장의 팔을 잡아당겼다.“원장님은 송연아 씨를 항상 잘 챙겨주셨잖아요. 원장님이 말해주시면 들어줄 것 같은데...”원장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 일은 송연아가 알아서 처리하는 게 제일 좋았다. 따라서 송연아가 옥자현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해도 옥자현은 송연아를 직접 찾아가야 했다.“네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지, 어린애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창피한 건데?”말을 마친 원장은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이 일은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고 옥자현 스스로가 분명히 생각해야 했기에 그녀는 고민에 빠진 채 의자에 앉았다.옥자현은 자신에게 뭐가 이득이고 손해인지 알고 있었고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체면이 문제였다. 그리고 옥자현이 먼저 트집을 잡은 것도 맞지만 송연아의 나이는 그녀보다 훨씬 어렸기에 옥자현은 송연아에게 사과하면 앞으로 더는 선배로서 텃세를 부릴 수 없고 업무 중에 만나도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다....송연아는 원장을 만나 정경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말했다.“정경봉을 제 곁에 두려고요.”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원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이게 정말 네 생각이야? 널 해치려고 한 사람을 곁에 두다니, 무슨 생각인 거야?”원장이 이해를 못 하자 송연아가 말했다.“한 번 곁에 두고 지켜보고 싶어요.”“그다음엔?”원장이 묻자 송연아가 말했다.“만약 정경봉이 정말 원장님의 말대로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면, 이번 일에 대해 더는 추궁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정경봉이 힘을 내서 우리의 연구 사업에 이바지한다면, 이번 일은 없는 것으로 하려고요!”원장은 깊은숨을 들이쉬었고 찌푸린 미간을 폈다.처음에 송연아가 정경봉에게 심한 엄벌을 내릴까 봐 우려했으나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장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송연아는 비록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일할 때를 보면 매우 짜임새가 있다.
강의건은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고 얇은 담요를 덮고 있었는데, 수척하고 초췌해 보였고 목에 깊은 주름이 서려 있었으며 두 눈은 움푹 패 생기가 없었고 얼굴에는 불규칙한 노인 기미로 덮여 있었다.한창 손자들을 무릎에 놓고 놀아주면서 남은 생의 즐거움을 누려야 할 노인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쓸쓸하고 적막해 보였지만 송연아는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강의건이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기 때문이다.“알아요, 절 찾으시는 건 분명 세헌 씨를 설득하기 위해서겠죠. 이젠 늙었으니 곁에 가족이 필요하신 거고, 제 말이 맞죠?”“네가 내 마음을 알고 있으니, 이참에 나를 좀 도와줄래?”강의건은 순순히 인정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기에 곁에 함께할 가족이 필요했다.“할아버지 곁에는 강세욱이 있지 않나요?”송연아의 목소리에는 온기가 없었다.“아직도 내 탓 하는 거야?”강의건은 화를 낼 기운도 없었고 목소리는 허랑하고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이미 지나간 일은 이제는 따지지 않겠습니다.”송연아는 강의건을 쳐다보았다.“처음에 할아버지께서 저와 강세헌을 이어달라는 저의 아버지의 요구를 들어주셨죠. 할아버지께서는 다 세헌 씨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시면서 저를 이용해 세헌 씨를 감화시켜 세헌 씨의 원한을 풀어주고 싶으셨겠죠...”“그럼 아니야?”송연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의건은 되물었다. 지금도 강의건은 당시의 결정이 확실히 강세헌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아니요.”송연아는 확실하게 강의건에게 말했다.“할아버지께서는 강세헌을 위해서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니라 그저 이기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 가족의 편을 든 거예요. 만약 할아버지께서 정말로 세헌 씨를 위하셨다면 감화로 세헌 씨가 원한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 중에서 적어서 한 사람만이라도 감옥에 보내서 죗값을 치르게 했었어야죠.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잘못하셨어요. 아들과 손자는 둘째치고 장진희는요? 할아버지는 그들 일가를 지킬 때 세헌 씨를 생각해 본
송연아는 깜짝 놀랐다.“너... 여기는 왜 왔어?”송예걸은 송연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슬 누나가 간 사실을 알고 있었어?”“마침 그 일 때문에 널 찾으려던 참이었어...”“물어보잖아, 알았냐고?”송예걸은 저녁에 안이슬과 함께 밥을 먹고 싶어 그녀의 거처로 찾아갔고 텅 빈 집안을 보고서야 그녀가 떠난 것을 알았다.송예걸은 자신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난 안이슬의 전에 보였던 몇 가지 의문스러운 행동들을 떠올렸고 그녀가 아마 기억을 회복했을 것으로 추측했다.안이슬이 기억을 회복했다면 가장 먼저 송연아를 찾았을 것이다.송연아가 말했다.“일단 좀 진정해.”“내가 어떻게 진정하겠어? 이슬 누나를 찾느라고 미치는 줄 알았어!”송예걸은 찾을 곳을 다 찾아봤는데도 없어 송연아를 찾아왔다.“왜 진정하지 못하는데? 네가 이렇게 안절부절못할수록 이슬 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네가 진정하고 말 똑바로 할 수 있을 때 다시 나를 찾아와!”송예걸은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송연아의 소매를 황급히 잡았다.“누나...”송연아는 송예걸을 바라보았다.“난 지금 진심이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너와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송예걸은 애써 침착하려고 했다.“누나 가지 마, 나에게 조금만 시간을 줘.”“여기 말고 어디 가서 저녁이나 먹으면서 얘기하자.”송연아는 배가 조금 고픈지 위가 아팠는데, 제때 밥을 먹지 않아서 위병이 또 재발할까 봐 걱정되었다.송예걸은 지금 아무것도 입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안이슬의 일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송연아를 보고는 흔쾌히 응낙했다.“그래!”이 주변에 많은 식당이 있었는데, 그들은 마음대로 한 중식집에 들어갔고 다행히 송연아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있어 그녀는 담백한 음식 몇 가지를 주문했다.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송예걸은 점차 이성을 되찾았다.“누나, 한번 말해봐...”“밥 먼저 먹고, 밥 먹고 얘기해.”송연아는 송예걸에게 채소를 집어 주었다.“누나, 난 지금 밥 먹을 기분
송연아는 재빨리 그 사람의 품에서 벗어났고 송예걸을 잡아끌고 갔다.“가자.”송예걸은 아직도 화가 나 있었기에 송연아를 밀어내려다가 그녀의 경고를 받았다.“만약 이슬 언니 행방을 알고 싶으면 내 말 듣는 게 좋을 거야.”송예걸은 바로 얌전해졌다.하동훈이 여기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송연아를 만나게 될 줄이야.송연아가 자신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동훈은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그녀가 곧 넘어지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연아 씨, 내가 구해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버리는 거예요?”뒤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송연아는 짜증 나기 그지없었다.송예걸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누나, 우리 옛날 집에서 살 때 이웃 아니야? 하... 하동훈이랬나? 출국했다고 들었는데, 언제 귀국했대? 누나 저 사람과 만난 적이 있었어?”송연아는 차갑게 말했다.“아니.”송예걸은 절대 믿지 않았는데 만약 어떠한 만남도 없었다면, 왜 그렇게 하동훈을 싫어하겠는가?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하지만 지금 송연아의 일이 대해 깊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이슬 누나가 어디 있는지 사실대로 말해. 내가 지금 찾으러 갈 거니까.”송연아는 걸음을 멈추고 가방에서 안이슬이 건넸던 수표를 꺼내 송예걸을 주자 그는 어리둥절했다.“누나, 돈은 왜 주는데?”“이건 내가 준 게 아니라 이슬 언니가 준 거야.”그러자 송예걸이 물었다.“무슨 뜻이야?”“이슬 언니는 널 선택하지 않을 거고 심재경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언니는 완전히 떠났어, 새출발하고 싶대. 난 언니가 내린 결정을 응원하고 싶어. 비록 보내기 너무 싫지만 언니가 계속 여기에 남으면 과거에 얽매여 자유로워질 수 없을 거야. 그럴 바에는 떠나는 것이 더 나아. 이 돈은 언니가 너에게 진 신세를 갚으려고 준 거야. 언니도 마음 편해지자고 그런 거니까 이 돈은 그냥 받아줘.”“아니, 그럴 리 없어.”송예걸은 고개를 저으며 현실을 부정했
송예걸은 이마가 찢어진 채 바닥에 누워 있었고 이미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가해자는 아연실색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제가 친 게 아니에요. 이 사람이 먼저 내 차에 부딪힌 거예요.”“이리 와서 좀 도와줘요!”송연아는 혼자서 송예걸을 옮길 수 없었고 더군다나 그는 이전에 심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라 몸은 보통 사람보다 연약했다.운전기사가 얼른 다가가서 송예걸을 부축했고 그들은 송예걸을 차에 태웠다.지금 송연아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시간이 없었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보내야 했는데 운전기사가 빨리 운전해도 병원까지 가는 데는 반 시간이 걸렸다.송연아는 현재 병원에 다니는 의사는 아니지만 의료자격증이 있어 병원장의 동의를 얻은 후 송예걸의 응급처치에 참여했고 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는데 머리를 부딪쳐서 잠깐 의식을 잃었을 뿐이었다.이마의 상처도 깨끗이 처리했으니 좀 더 지켜보면 되었고 24시간 안에 이상이 없으면 퇴원해도 되었다.송연아는 검사실에서 나왔고 가해자가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해자는 일이 크게 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송연아의 일행과 함께 병원에 왔다.송연아가 말했다.“가보셔도 됩니다.”가해자가 물었다.“보험사를 불렀습니다...”“부를 필요 없습니다. 이쪽에서 당신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돌아가도 좋습니다.”송연아는 일을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확실히 별일이 아니었다.“그렇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가해자는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날 줄은 몰라 조금 믿기지 않아 은근슬쩍 떠보았다.“정말 갑니다?”송연아가 정말 가도 된다고 하자 사고를 낸 사람은 안심하고 떠났다.송예걸 곁에 아무도 없었기에 송연아는 운전기사를 남게 했다.“예걸이 깨어나면 돌아가도 됩니다.”“네, 알겠습니다.”운전기사가 응낙했다.송연아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갔고 이 시간에 집에서는 이미 식사를 다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손을 씻고 아이들을 보러 갔다.찬
안에는 강세헌뿐만 아니라 심재경도 있었는데, 방안에는 짙은 알코올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송연아는 강세헌이 얼마나 마셨는지는 몰랐지만 심재경이 많이 마셨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심재경은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고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그의 새빨간 볼을 볼 수 있었으며 외투는 한쪽에다가 버리고 입은 셔츠의 옷깃은 느슨해져서 활짝 열렸는데, 드러난 피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송연아는 눈썹을 찡그린 채 들어와서는 먼저 강세헌을 보러 갔고 다행히 그는 심재경처럼 인사불성이 되지 않았다.강세헌의 볼은 그다지 붉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런 체질인 것 같았고 다만 송연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약간 아리송했다.“드디어 왔네.”강세헌은 송연아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녀는 손을 그의 손바닥에 얹고는 옆에 앉았다.“재경 선배는 얼마나 마신 거예요?”강세헌은 대답 대신 그윽한 눈빛으로 송연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너무 오글거려 눈을 피하면서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너는 날 먼저 관심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남자를 걱정 하는구나.”“당신 정말 취했군요.”정상이었다면 강세헌은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부축해 줄게요.”송연아는 강세헌의 팔짱을 꼈지만 너무 연약해서 혼자서는 도저히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진원우가 다가와서 물었다.“아니면 제가 심재경을 먼저 데려다주고 와서 도와드릴게요.”송연아는 심재경이 몹시 취한 것을 보고 응낙했다.“그래요.”진원우는 종업원을 불러 심재경을 방 밖으로 옮겼고 곧 방 안에는 송연아와 강세헌만 남게 되었다.“갈 수 있겠어요?”‘설마 강세헌도 누군가가 들어야 이곳을 나갈 수 있는 건 아니겠지?’송연아는 속으로 생각했다.“나 안 취했어.”강세헌은 송연아의 손을 잡고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기댔고 입술은 그녀의 귀에 닿았다.“연아야...”송연아는 엉거주춤 일어섰는데 일부러 그렇게 크게 반응한 것이 아니었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이었다.강세헌이 은은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자신에게 다가온 것을 느낀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