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예걸이 말했다.“누나 깨우는 게 내 일이야.”“...”송연아는 눈썹을 찡그렸다.그날 송예걸은 송연아에게 와서 잘못을 인정하고, 그녀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일을 안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싹싹 빌었다.그리고 기꺼이 일을 맡았다.‘근데 맡은 일이 바로 이거라고?’송연아가 너무 터무니없어 실소했다.“세헌 씨가 시킨 일이 날 깨우라는 거야?”“대표님이 내일 결혼식 현장을 누나에게 보여주라고 하셨어. 거의 다 꾸며놨으니까, 뭐가 만족스럽지 않은지 한 번 가서 봐봐. 그리고 오늘만 고칠 수 있어, 내가 자진해서 누나 깨우겠다고 한 거야, 그래서 누가 이 시간까지 자래?”송연아는 송예걸을 바라보았다.“대표님?”송예걸이 말했다.“앞으로 내 상사니까 이렇게 불러야지. 회사에서 능력 없는 낙하산이라고 오해받고 싶지 않아. 난 꼭 밑에서 열심히 배워서 성공할 거야.”“그런 각오가 있다는 건 네가 다 컸다는 거야.”송예걸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난 원래 어른이였거든? 빨리 일어나,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알았어.”송연아는 기지개를 한 번 켰다.그녀는 샤워하고 옷을 입은 뒤 계단을 내려갔다.오은화는 송연아를 보고 말했다.“제가 위층으로 올라가 사모님을 부르려고 했는데, 끝내 말리지 못했어요.”“괜찮아요. 저도 이제 일어나야죠.”송연아는 아침을 대충 때우고 송예걸과 함께 나갔다.송예걸이 차를 반 시간 남짓 몰아서야 결혼식장에 도착했다.장소는 운성시의 랜드마크인 유니버설 빌딩이었다.차가 멈추자 송예걸은 경비원에게 차 열쇠를 주었고 지하 주차장에 세워달라고 했다.왜냐면 위에 주차가 허용되지 않았고, 또 내일 결혼식장에서 차가 막히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강세헌은 내일 결혼식장에 기자가 있을 거라고 했고, 한 언론사에서 독점 보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송연아가 앞으로 걸어가자, 송예걸은 그녀를 따랐다.현장에 들어서자 송연아는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현장은 2천 명에 2백 테이블을 용납할 수 있는 피로연이었다.부드러운
송예걸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지만, 발걸음은 이미 송연아를 따라가고 있었다.“우리가 왜 올라가는데?”그들도 전문적이지 않았기에 올라가도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밑에 그렇게 많은 기자가 있는데, 잘못되면 또 소란을 피울 것이다.“이상하지 않아?”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송연아는 송예걸을 바라보았다.“어디가 이상한데?”송예걸은 여전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아마 일이 송예걸과 연관된 것이 아니기에 그의 경각심이 부족할 수도 있다.“사람이 뛰기도 전에 기자가 무더기로 왔는데 어디서 정보를 얻었겠어?”송연아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만약 이 사람이 정말 죽고 싶다면, 어딜 가든지 다 죽을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여기서 뛰어내린단 말인가?송연아와 강세헌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여기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결혼식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얼마나 재수가 없는가?!“그렇네.”송예걸도 이제 알 것 같았다.송예걸이 말했다.“우리가 이렇게 섣불리 올라가면 위험하지 않겠어?”“여자애처럼 보이는데 설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송예걸이 물었다.“설득하지 못하면?”송연아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섰다.여기서 죽으면 결혼식은 할 수 없다.곧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송연아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이런 빌딩에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하지만 지금 이 층에는 아무도 없었다.아무도 뒤에서 몰래 계획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송연아는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창밖에 서 있던 여인이 인기척을 느낀 듯 고개를 돌리자 송연아인 것을 보고는 ‘씩’하고 웃었다.“오랜만이야.”송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임설?”강세욱의 여자친구.강세욱은 이미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는가?“누가 널 시켰는데, 강세욱?”송연아는 곧장 용건을 말했다.임설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 세욱 씨를 모든 걸 잊게 했잖아? 나까지 포함해서. 그런데 세욱 씨가 어떻게 나를
임설의 돌발행동에 무방비 상태인 송연아는 그녀에게 붙잡혀서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끌려갔다.송예걸은 앞으로 나가 임설의 손을 잡아당겼다.“이거 놔!”임설이 손을 떼는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송연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미친 듯이 송연아를 붙잡고 함께 죽으려고 했다!“미친년이!”송예걸은 임설의 행동에 크게 화가 났다.“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아니, 난 송연아와 같이 땅속에 묻히고 싶거든!”임설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그래서인지 힘이 기이할 정도로 강했다.“내가 죽어도 송연아를 내 밑에 깔고 죽을 거야!”송예걸은 임설이 너무 세게 송연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길까 봐 임설의 손을 너무 힘껏 잡아당기지 못했다.“놔!”송예걸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하하!”임설은 미쳐 날뛰었다.“나는 절대 놓지 않을 거야!”송예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숙여 임설의 손을 꽉 물었다.“악!”임설이 고통스러워하면서 비명을 질렀다.송예걸은 그 틈을 타 임설의 손을 떼어내고 뒤로 밀었다.임설은 휘청거리며 뒤로 두 발짝 물러갔고 허리가 창문에 부딪혔다.송예걸은 노여움에 또 임설을 힘껏 창문 쪽으로 밀었다.“너 당장 꺼져! 이년아, 억지 부리는 것도 모자라 남의 머리채를 잡아?!”그때 임설의 발이 미끄러졌고 몸이 뒤로 젖혀져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안돼!’송연아는 잘못됨을 인지하고 임설을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거리가 멀어 사람 잡지 못했다!송예걸은 얼떨떨해졌다.그는 결코 사람을 창밖으로 밀려고 하지 않았다.그때는 그냥 분통이 터졌을 뿐이었다!“사람이 죽었다!”빌딩 아래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났다.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수군수군거렸다!아래층에는 원래 기자들이 많았는데, 순간적으로 앞으료 몰려들기 시작했다.송연아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는 얼른 송예걸을 붙잡았다.“빨리 가자.”송예걸은 아직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기계적으로 송연아의 발걸음을 따랐다.송연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는데, 이럴 때 엘리베
송연아가 말했다.“예걸이가 밀지 않아도 뛰어내리려고 했어요, 아마 뒤에서 누가 시켰을 거예요.”강세헌은 송연아를 바라보았다.“뭐?”“당신 올라올 때 죽은 사람이 임설인 거 못 봤어요? 강세욱을 강씨 가문으로 돌려보내고 임설은 어떻게 처리한 거예요?”강세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죽은 사람을 보았었다. 하지만 인파가 몰린 데다 시신의 모습이 너무 끔찍해 강세헌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했다.그래서 송연아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강세헌은 정말 임설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강세욱을 강씨 가문에 데려가고 임설도 풀어주었다.강세욱을 풀어줬으니, 임설도 자기 인생을 살며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생각지도 못했다!역시!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절대로 마음을 착하게 먹고 가만있지 않았다!차라리 임설이 죽어서 좋다.후환을 없앴으니 말이다.다만 대가가 좀 컸다.이번 결혼은 강세헌이 오랫동안 준비했다.원래도 한 번 미루었는데... 지금 또 미루게 되었으니...강세헌은 송연아에게 미안함을 느꼈다.결혼식이 예정대로 열리지 않는 것을 개의치 않는 송연아의 걱정은 송예걸이었다.“예걸이는 나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절대 감옥에 갈 수 없어요, 이 일은 네가 해결할게요.”강세헌이 말했다.“알았어.”송예걸도 이때 많이 진정되었다. 그는 살면서 이렇게 두려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송예걸은 사람을 죽였다.고의는 아니었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너무 무서웠다!“매형, 꼭 살려주세요. 정말 일부러 민 게 아니라 임설이 먼저 누나를 끌고 가서 죽이려고 했어요. 난 그냥 너무 화가 나서 민 것뿐이에요!”송예걸의 태도가 더는 거만하지 않았다.이제 그는 강세헌을 대표님이라고도 부르지 않았다.지금은 오로지 강세헌에게 자신이 송연아의 동생임을 강조하고 강세헌이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송예걸은 감옥에 갈 수 없었다.만약 그가 감옥에 간다면, 안이슬은 어쩐단 말인가?심재경에게 뺏기는 것은 아닌가?강세헌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송연아는 구애린을 보았다.어제는 위층, 오늘은 아래층을 꾸미는 날이다. 찬이는 양손에 하얀 풍선을 들고 놀고 있었다.“낯선 사람이 아니야.”송연아는 송예걸에게 간단한 설명을 했다.송예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여기에는 안 살지?”혹시라도 불편하지는 않을까?송연아가 말했다.“꾸밀 필요 없어요.”“왜요?”안에서 나온 안이슬이 물었다.“맞아요, 왜요?”구애린도 물었다.“이슬 누나.”안이슬을 본 송예걸은 모든 것을 잊은 듯했다.안이슬은 가만히 서 있었고 눈빛이 싸늘하여 송예걸의 활활 타오르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송예걸은 성이 나서 더는 앞으로 가지 않았다.송연아는 송예걸과 안이슬을 번갈아 보면서 그들 둘의 사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빨리 말해요, 무슨 일이에요? 왜 안 꾸며도 되냐고요?”구애린은 송연아의 팔을 잡았다.송연아가 말했다.“이변이 좀 생겨서 결혼식은 미뤄야 할 것 같아요.”“무슨 일인데 미루기까지 해요?”구애린이 따졌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모두 돌아가도 좋아요.”송연아는 먼저 몸을 움직였다.구애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틀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왜 갑자기 결혼식을 취소한단 말인가?설마 강세헌이 바람피워서 송연아에게 들켰나?그래서 결혼식을 취소한 건가?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로 결혼식을 취소할 수 있단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구애린은 열불이 나서 먼저 가버렸다.구애린은 진원우에게 전화를 걸어 강세헌이 있는 곳을 알아내 바로 찾아갔다.입을 열자마자 추궁했다.“왜 결혼식을 취소해요? 당신이 연아 언니에게 무슨 미안한 짓을 한 거 아니...”“애린아.”구애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원우가 올라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결혼식 때문에 강세헌의 표정이 계속 싸늘했고 딱 보아도 기분이 안 좋았다.구애린이 이렇게 경솔하게 굴면 강세헌이 더욱 불쾌하지 않겠는가?“그만해, 얌전히 돌아가. 내가 저녁에 가서 알려줄게.”구애린은 눈을 크게 떴고 마음속으로 송연아의 편을 들
이어 강세헌이 대답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말했다.“하긴, 결혼식장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정말 재수가 없는 일이긴 하지. 네가 결혼식을 취소하는 건 정상이야.”고훈은 전혀 거리낌 없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뉴스 봤는지 모르겠네. 많은 사람이 옛날에 네가 만났던 여자가 네 결혼 소식에 투신자살한 거로 추측하던데, 쯧쯧, 억울하지도 않아?”강세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책상 앞 의자에 앉았고 나른함 속에 경멸함이 깃들어있는 태도로 말했다.“그들이 날 억울하게 만든 거야 아니면 네가 날 억울하게 만들려는 거야?”“난 그런 말 한마디도 안 했어, 한 건 그 사람들이지.”고훈은 양손을 들었다.자신이 아주 무고하다는 듯이 말이다.“넌 말하지는 않았겠지, 그저 뒤에서 지시했을 뿐.”강세헌의 자세는 더 편해졌다.“결혼식이 뒤로 미뤄졌다고 내가 손해 본 건 있을까? 연아는 여전히 내 것이고, 내가 산 물건도 어쨌든 다 내 것이야.”자신이 손해 본 것이 생각 난 고훈은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얼굴의 근육이 모두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고훈은 강세헌에게 꼬투리를 잡혔기 때문에 그는 회사의 인재뿐만 아니라 많은 업무도 잃었고, 그 사람들의 이직으로 인해 여러 회사와의 합작을 중단했다.하지만 이것은 가장 비참한 것이 아니었다.그중 고훈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그를 배신했고 회사의 기밀도 누설했다.그래서 고훈이 지금 직면한 것은 회사의 파산이었다!그는 더는 웃을 수 없었고 증오만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강세헌, 네가 먼저 날 건드렸어!”강세헌이 냉소를 지었다.“적반하장 하지 마.”“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으면 너도 힘들어질 거야.”말을 마친 고훈은 핸드폰을 꺼내 메일로 강세헌에게 CCTV를 캡처한 짧은 영상을 보냈다!“잘 봐.”고훈은 일어나서 말했다.“난 단지 한 사람을 꼬드겨서, 네 결혼식에 죽음을 선사해서 더는 진행되지 못하게 하려고 했을 뿐이야. 설사 네가 계속 결혼식을 진행해도 마냥 기쁘지는 않겠지. 그런데 뜻밖에도
“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진원우는 사무실에서 나갔다....집에서는.구애린이 떠난 후, 안이슬은 송연아가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다 정리됐으니, 이제 집에 갈게.”안이슬이 집이라는 말을 하자, 송예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안이슬이 심재경의 집을 집이라고 하는 게 싫었다.‘복수하려는 거 아니었나? 왜 저렇게 다정해 보이지?’“여기서 식사해요.”송연아가 말했다.“그래요. 저녁 식사하고 가요.”송예걸도 한마디 했다.안이슬이 기억을 잃은 후 송연아 와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았다.마음속으로 송연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했기에 태도 역시 냉랭했다.“아니에요. 재경 씨가 기다리고 있어요.”그녀는 더 머무르기 싫어서 핑계를 댔다.하지만 송예걸은 다른 의미로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심재경이 기다린다고? 심재경이 보고 싶어서 빨리 돌아가려는 건가? 정말로 둘이 부부 같네?’안이슬이 굳이 떠나려고 하자 송연아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알았어요. 데려다줄게요.”“누나, 내가 모셔다드릴게.”송예걸은 송연아가 반대할까 봐, 서둘러 안이슬의 손을 잡고 나갔다.송연아는 송예걸을 부르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집 밖에서.송예걸은 안이슬의 손을 잡고 걷고 또 걸었다.“어디 가는 거예요? 할 말이 있으면 해요.”안이슬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송예걸은 걸음을 멈추고 안이슬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했다.안이슬은 그의 눈빛이 불편했다.“왜 그래요?”“왜 그러냐고요? 누나가 심재경 얘기를 얼마나 했는지 알아요? 심재경과 같이 있는 게 복수가 아니라 사랑 때문인 것 같아요.”“복수예요!”안이슬이 반박했다.“거짓말하지 마요.”송예걸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안이슬과 심재경이 무조건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누나는 심재경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다 잊고 심재경의 유혹에 넘어갔어요.”“잊지 않았어요. 심재경은 나를 배신했고 그의 어머니는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도 모두 기억해요. 지금 같이 있는 건 복수하기 위해서니까
심재경이었다.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경고했다.“앞으로 이슬이 앞에 나타나지 마.”송예걸은 입을 삐쭉거렸다.“당신이 뭔데?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데?”심재경은 송예걸을 째려보더니 다시 안이슬을 향해 물었다.“나와 같이 갈 거지?”안이슬은 심재경의 눈을 바로 바라보지 못했다.“이슬아!”심재경이 또 한 번 안이슬을 불렀다.안이슬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심재경을 향해 걸어갔다.송예걸은 옆에서 심재경을 조롱했다.“누나는 기억을 잃기 전부터 나를 좋아했어. 지금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여전히 나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어. 당신은 우리를 절대 못 막아.”심재경은 더는 말씨름을 하지 않고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안이슬도 뒤따라 차에 탔다.차에서 안이슬은 심재경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방금 너무 당황해서 미처 밀어내지 못했어요.”심재경은 방금 안이슬과 송예걸이 하는 말을 다 들었기에 마음이 착잡하여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그렇다, 안이슬은 어머니가 가해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전에 어머니와 송연아가 안이슬을 의심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화재 사건이 그냥 사고인 것 같지 않았다.안이슬은 법의학을 전공해서 많은 범죄사례를 알고 있었다. 비록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만 이미 몸에 배어 있었기에 일반 사람들보다 완전범죄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화재 사건에서도 인위적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조사를 해봤지만, 결과는 사고로 끝났다.집에 도착하자 심재경 어머니가 저녁 준비를 끝내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이 들어오자, 다가가서 친절하게 말했다.“저녁 준비가 다 됐으니, 손을 씻고 와.”심재경 어머니는 비록 마음속으로 의심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상냥했다.“병원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심재경이 물었다.“의사가 집에 와도 된다고 했어. 병원은 소독제 냄새 때문에 싫어. 이렇게 휠체어에 앉아서 상처만 다치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어. 너야말로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는데 조심해.”“집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