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의 표정은 침울했다.“그래서 어머니가 죽었어요? 제가 죽었어요?”심재경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휠체어 손잡이를 꼭 잡았다.“내가 이렇게 다쳤어도 병원에 안 있고 굳이 집에 왜 왔겠니? 네가 여기 혼자 있다가 다칠...”“저는 죽어도 싸요. 만약 제가 죽는다면 어머니가 진 빚을 제가 갚는다고 생각하면 돼요.”말을 마치고 방을 나가려던 심재경은 문고리를 잡고 머리를 돌려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이슬이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요.”심재경은 안이슬이 복수를 멈추게 되면 바로 여기를 떠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안이슬이 자기를 미워하더라도 옆에 계속 두고 싶었다. 그게 복수를 위한 거라도 말이다.“어머니, 이번에도 어머니 때문에 이슬이가 저의 곁을 떠난다면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그건 약속할게. 심지어 안이슬을 친딸처럼 대할 수도 있어. 하지만 꼭 조심해야 해. 나는 너만 다치지 않으면 되니까.”심재경 어머니가 말했다.“제가 다치는 건 싫다면서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해쳐요?”심재경 어머니도 이 부분은 반박하지 못했다.“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 근데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그렇다고 정말 나를 감옥에 보내고 싶어?”그녀는 심재경이 계속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게 싫었다. 그녀도 자존심이 있고 체면이 있는데 말이다.“나는 그냥 네가 다치지 않기 위해 조심했으면 하는 거야. 그것도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이제 벌을 받았어. 지금 상처가 다 낫는다고 해도 큰 흉터가 남을 거라고 했어. 너의 아버지는 원래도 날 냉정하게 대하는데, 이제 이 흉터까지 생겼으니 더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안이슬을 원망했어? 안 했잖아. 나도 내가 이렇게 당해 싸다고 생각해. 그런데 내가 널 관심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심재경 어머니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분노했다.심재경은 마음이 복잡해서 좀 민감했는데 이제 많이 진정되었다.“알았어요. 주의할게요.”심재경
심재경이 컵을 받으며 물었다.“왜 나를 그렇게 경계하는 거야?”“새삼스럽게 왜 그래요?”“이슬아, 사랑해! 너를 사랑하는 마음 변한 적 없어. 알지?”“내가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거 알잖아요.”안이슬은 심재경이 이상했다.“비록 기억이 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한테서 어느 정도는 들었을 거잖아.”“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아?”“뭔 데요?”“법의학을 했어. 우리 같은 대학을 나왔고 대학교 때부터...”“졸려요.”안이슬은 정말 듣기 싫었고 심재경의 행동이 수상했다.심재경는 안이슬의 졸린다는 말을 아예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우리는 직업상 모든 곳에 다 예민하거든, 특별히 약품들에 대해서는...”심재경은 안이슬이 마신 우유에 약을 넣었다. 그 약은 무색무취였기에 다른 사람이 심재경한테 줬어도 모르고 마셨을 것이다.안이슬은 점점 몸에 힘이 빠지면서 서 있기도 힘들었다.심재경이 그녀를 부축했다.“침대까지 부축해 줄게.”“괜찮아요.”“거절하지 마.”심재경은 안이슬의 말은 무시하고 그녀를 부축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순간 안이슬이 깨달았다.“우유에 뭘 탔어요? 무슨 짓이에요?”“너를 내 옆에 두고 싶어.”“그렇다고 비열하게 약을 먹여요? 당신 도대체 어떤 사람이에요?”‘내가 예전에 사랑한 사람이 이처럼 비열하고 악랄한 사람이었어?’심재경은 힘 빠진 안이슬을 침대에 눕히고 옆에 앉았다.“네가 누구한테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성격에 어머니가 한 일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난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아.”“그래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심재경 씨, 경고하는데 이러면 당신을 더 미워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본인 행동이 얼마나 역겨운지 알아요?”심재경은 안이슬의 역겹다는 말에 놀랐다. 순간 그는 정말로 잘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내가 왜 이런 짓을 했지?’그렇다, 그는 안이슬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이전 짓을 벌인 거다.“미안해, 미안해.”심재경은 서둘러 안이슬
송연아는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내가 배운 것들 그냥 버리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자기 일을 사랑한다. 아무리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했다고 해도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평생을 남자한테 의지해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송연아는 강세헌과 동등해지고 싶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더라도 자기만의 일을 하고 싶었다.강세헌은 2초 정도 고민하더니 말했다.“만약 내가 반대하면 포기할 거야?”“그게...”송연아는 강세헌이 불쾌해하는 걸 느꼈다.강세헌을 설득할 말을 떠올리기도 전에, 강세헌이 다시 말했다.“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다 줄 수 있어.”송연아가 돈을 벌지 않아도 필요한 모든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그때 아빠가 반대했음에도 이 직업을 선택했던 건 정말로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송연아가 말했다.강세헌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그러고는 밖으로 나갔다.송연아도 뒤따라 나갔다. 원장의 퇴임이 바로 코앞이기에 더 생각할 시간이 없어 빨리 결정해야 했다.“세헌 씨...”“나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강세헌은 송연아와 더 이상 이 일을 논의하고 싶지 않아 그녀의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하고 나갔다.“다녀올게.”강세헌은 정말로 바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송연아와 이 일로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는 송연아가 스스로 포기하기를 바랐다.송연아는 강세헌이 나가는 모습을 한숨을 쉬며 지켜보았다.그녀가 소파에 앉자, 한혜숙이 다가왔다.“결혼식 때문에 그러는 거야?”송연아는 한혜숙을 보더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배신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여자는 자기의 일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아니에요. 엄마, 나 일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을 돌봐 주실 수 있어요?”“그럼 당연하지!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일 해. 애들은 내가 잘 돌볼 거니까.”한혜숙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송연아가 의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이다.“엄마, 고마워요.”송연아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한 송연아는 곧바로 하동훈을 째려보았다.하동훈은 그녀의 표정에 당황하며 물었다.“왜 그래요? 왜 그렇게 봐요?”송연아는 고훈을 가리키며 물었다.“저 인간이 친척이에요?”“네, 사촌 형님이에요. 형의 어머니가 저의 이모거든요.”하동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저 인간이 아프다고요?”송연아가 다시 물었다.“그렇대요. 그래서 저한테 부탁했어요.”송연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그녀가 방심했다. 하동훈과 고훈이 친척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왜 그렇게 놀라요?”고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송연아를 향해 다가갔다.송연아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서며 뒤돌아서서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문 앞에 서 있는 사나운 표정을 한 건장한 두 명의 남자에 의해 제지당했다.송연아는 길이 막히자마자 고개를 돌려 고훈을 째려보았다.“무슨 짓이야?”“당신은 의사고 나는 환자이니 당연히 치료를 해줘야죠.”고훈은 미소를 지었다.송연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난 당신 병을 볼 수 없으니까 다른 사람 찾아봐, 그리고 나를 빨리 보내주는 게 좋을 거야. 강세헌 성격 알지? 네가 또 나쁜 짓 하는 거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훈은 송연아를 노려보았다.“그렇게 쳐다보지 마!”그의 눈빛에 송연아는 소름이 돋았다.고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고는 하동훈을 향해 말했다.“넌 이제 필요 없으니까, 가서 네 일 봐.”하동훈은 당황한 듯 물었다.“형, 연아 씨를 알면서 왜 나한테 부탁했어?”“방금 못 들었어?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어서 내 연락을 받지 않아서 부탁한 거야. 고마워!”그러자 하동훈은 송연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오해 있으면 오늘 서로 풀어요. 저는 이만 갈게요.”“가지 마요...”송연아가 말렸다.하지만 하동훈은 송연아의 말을 듣지도 않고 끼어들었다.“두 사람 잘 얘기해 봐요.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죠. 게다가 서로 안다면서요? 이 기회에 서로 친구로 지내면 얼마나 좋아요.”
송연아는 고훈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두려웠다.그녀는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사내대장부가 왜 여자한테 이래요? 남자라면 남자들끼리 강세헌과 제대로 붙어...”“강세헌과 붙은 건데요. 강세헌은 우리 회사에 손을 댔고 나는 강세헌의 여자한테 손대는 거니까 공평한 거 아닌가요? 하하하...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면 강세헌은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요.”송연아는 방 안을 둘러보다가 창문을 발견했는데 얼핏 봤을 때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고훈과 말하는 틈을 타서 슬금슬금 창문 쪽으로 이동했다.“진정하고 우리 협상해요.”“협상? 나를 바보로 아나 봐요? 우리 사이에 이젠 협상 따윈 존재하지 않아요.”고훈은 송연아의 의도를 눈치채고 능청스럽게 말했다.“또 도망가려고요?”송연아는 고훈한테 들켰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창문을 향해 뛰어가서 온 힘을 다해서 밀었지만, 창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럴줄 알고 창문도 다 막았어요. 포기해요.”고훈은 문 앞에 있는 남자에게 손짓했다.“잡아!”송연아는 당황해서 소리쳤다.“안 돼. 고훈 당장 그만해!”고훈은 조금도 그만할 생각이 없었다.강세헌과 그는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 말고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제 둘은 살아남는 게 승자다!송연아는 두 건장한 남자에게 붙잡혀 침대에 누웠다.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는 침대 곁에 오더니 가져온 상자에서 투명한 약물을 꺼내 주사기에 넣었다.송연아는 몸부림치며 물었다.“이건 뭐야?”“곧 알게 될 거예요. 장담하는데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고훈이 대답했다.주사가 들어오는 걸 막고 싶었지만, 사지가 이미 남자들한테 잡혀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고훈, 제발 나 좀 놔줘!”송연아는 혼자의 힘으로 도망갈 수 없다는 걸 느끼고는 간절한 어조로 부탁했다.고훈은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 옆으로 가더니 주사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눈을 내리깔고 송연아를 보았다.송연아의 얼굴, 목, 가슴, 허리,
송연아는 직업적 습관으로 마지막 남은 이성을 붙잡고는 도망치려고 노력했다. 고훈은 어디 한번 도망쳐 보라는 듯이 송연아가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고훈은 송연아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 사전에 다른 사람에게 실험까지 했는데 송연아에게는 실험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투여했다.때문에 송연아가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겨낼 수 없었다.도망치려고 침대에서 내렸지만, 다리에 힘이 다 빠져서 침대 옆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고훈이 그녀를 안자, 송연아는 거부하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밀어낼 힘조차 없었다.“제발 나를 놔줘요. 부탁해요.”고훈은 부드럽게 그녀를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놔주면, 누가 나를 놔줘요?”“제가 세헌 씨한테 말해서 당신한테 모두 보상해 주라고 할게요. 믿어줘요.”“연아 씨, 꼬리를 내릴 줄도 아네요. 그렇게 화를 내더니 이제 부탁을 다 하다니, 당신이란 여자 정말 보면 볼수록 대단해요.”말하면서 고훈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공기가 송연아의 얼굴에 닿자, 송연아는 겁에 질려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그 모습에 고훈은 웃으며 말했다.“난 연아 씨 이런 모습이 좋아요.”송연아는 주먹을 불끈 쥐려고 했지만,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손가락만 떨렸다.고훈은 송연아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는데 그녀의 체온과 부드러움을 느끼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다, 고훈은 송연아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너무 좋았다.하지만 고훈은 오늘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기에 욕망을 참았다.그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었다.“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건 사실 다 당신 때문이에요.”고훈의 손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서 아래로 목을 지나 그녀의 옷 단추에 멈췄다.송연아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눈을 지그시 감았다.고훈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당신이 나를 선택했다면 지금의 모든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송연아는 침묵했다
안이슬이 힘차게 뿌리쳤다.심재경은 다시 안이슬을 붙잡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이슬아,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거 알아. 내가 잘못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우리는 사랑했던 사이야, 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안 되겠니?”“내가 왜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데요?”안이슬이 되물었다.심재경은 반박할 수 없었다.“부정 안 해, 하지만 사람이라면 실수를 한 번쯤은 하잖아. 나 잘못한 거 인정해, 그리고 고칠 거야. 그래도 안 되겠니?”안이슬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내가 왜 당신 같은 사람을 사랑했을까요?”안이슬은 과거에 심재경을 사랑했던 자기가 바보 같았다.“네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어. 난 절대 너를 놓지 않을 거야.”“왜 이렇게 비겁해요!”“맘대로 생각해!”심재경은 안이슬의 분노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병원에 갔다가 돌아온 심재경 어머니는 거실에서 그 광경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는 거야?”심재경 어머니를 보는 순간 안이슬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날 남기고 싶다고요? 좋아요. 그럼, 날 해친 사람이 죗값 치르게 해줘요.”심재경은 순간 깜짝 놀랐다.심재경 어머니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안이슬의 말뜻은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없었다!“나를 남기고 싶다면서 나를 위해 복수할 생각은 없잖아요. 내가 뭘 믿고 여기 남겠어요?”안이슬은 심재경이 자기 어머니의 죄를 묻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심재경은 할 말을 잃었다. 자기 어머니를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안이슬은 그를 밀쳐내고 밖으로 나갔다.심재경은 어찌할 수가 없어서 가만히 서 있었다.한쪽은 어머니이고 다른 한쪽은 사랑하는 여자인데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그 순간 심재경 어머니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자기 때문에 난감해하는 아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내가 가서 사과하면 안 될까?”안이슬이 물었다.“당신은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했어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화면에 송연아가 나오는 걸 보고 표정이 심각해졌다.영상 속에서 송연아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고훈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가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무서워요? 아니면 역겨운 거예요? 내 목적이 바로 그거예요. 당신이 역겨우면 강세헌은 더 역겨워할 거니까.”말이 끝나자, 고훈은 바로 송연아의 옷을 찢었고 계속해서 옷을 벗겼다.송연아의 몸매가 모두 드러났고 이어서 고훈은 몸을 숙여...쾅!노트북 뚜껑이 닫히며 유리 벽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강세헌이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핏대가 다 섰고 분노에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다.강세헌은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며 어딘가에 전화했다.반 시간 후, 강세헌은 부하들과 같이 고훈이 묵고 있는 호텔에 왔다.고훈은 강세헌을 기다렸다는 듯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와인을 마시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생각보다 빨리 왔네!”강세헌은 헛소리할 시간이 없다는 듯 바로 돌진하여 고훈의 옷깃을 잡아당겨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고훈이 반격을 시도했지만, 이성을 잃고 사자처럼 분노한 남자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고훈은 일어나자마자 또다시 강세헌에게 붙잡혔다!강세헌은 한 손으로 고훈의 목을 움켜쥐었고,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죽어!’고훈은 힘들게 간신히 한마디 했다.“경고하는데 나를 죽이면 송연아의 나체 사진과 동영상은 바로 인터넷에 뿌려질 거야...”강세헌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고훈의 목을 부러뜨릴 듯이 더 세게 조였다.고훈은 더는 숨을 쉴 수 없었고 산소 부족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그때 진원우가 달려가서 말렸다.“대표님, 진정하세요.”그 순간 강세헌은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고 고훈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훈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는지 생존 본능이 그를 몸부림치게 했다.진원우가 계속 말했다“사진과 영상이 유출되면 안 됩니다. 한번 인터넷에 올라오면 다시 지우기 힘들어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