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은 송예걸을 몹시 경계했다.어쨌든 안이슬은 기억을 잃기 전에 송예걸과 가까운 사이였다.안이슬이 송예걸에게 마음이 움직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를 향한 송예걸의 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심재경은 안이슬의 팔목을 끌어당겼고 송예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계심과 적개심이 서려 있었다.“여긴 왜 왔어?”송예걸은 심재경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너 만나러 온 것도 아닌데.”심재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친절한 눈빛으로 송예걸을 쏘아보았다.“경고하는데, 이슬이 다시는 찾아오지 마.”“하하하.”송예걸이 냉소를 지었다.“누나가 기억을 잃어서 잘됐구나 하고 계속 속이려는 거야? 전에 네가 누나에게 했던 모든 짓을 내가 한 번 여기서 다 까발려 볼까...?”“미친놈.”심재경은 안이슬을 끌고 차로 향했다.“저 사람 말 믿지 마.”안이슬은 아무 말 없이 송예걸을 돌아보았다.송예걸은 안이슬이 심재경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심재경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안이슬의 눈빛에 제지당했다.송예걸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이슬 누...”안이슬이 말했다.“저를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송예걸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심재경은 안이슬을 차에 태웠다.“우리 어디 가는데요?”안이슬이 물었다.“회사로 갈 거야, 처리할 업무가 좀 있어서.”심재경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안이슬은 얼굴을 찡그렸다.“근데 왜 날 데리고 가는 거예요?”“언제나 곁에서 널 보고 싶으니까.”심재경은 한 손으로 운전했고 다른 한 손으로 안이슬의 손을 잡았다.“너도 집에서 할 일 없잖아. 그러니까 나와 회사에 같이 있어 줘, 일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사실 심재경은 송예걸이 안이슬에게 옛날 일을 말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안이슬이 기억을 잃었어도 송예걸이 그녀에게 허튼소리를 한다면 그녀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들 사이의 감정에는 다시 금이 갈 것이다.모처럼 다시 만회할 기회가 생겼는데, 심재경은 이 기
안이슬은 입술을 깨물었다.“장난치지 마요...”안이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재경의 입술과 닿았다.심재경은 사람을 너무 꽉 안아서 피할 수 없었고 안이슬은 마음속으로 지극히 혐오했지만 얼굴 앞에 대고 차마 거절하지 못해 수줍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여기서 이러면 안 돼요...”심재경이 안이슬의 볼을 어루만졌다.“우리 이제 커플인데, 뽀뽀하는 게 뭐 어때서?”안이슬이 말했다.“우리가 커플이라는 거 잠시 잊고 있었네요.”“내가 뽀뽀 많이 해주면 안 잊을 거야.”“변태.”안이슬은 짐짓 화를 내며 심재경의 품에서 허우적거렸다.심재경은 너무 조급해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연인 간의 정상적인 행동인데 무슨 변태야. 그리고 난 널 끝까지 책임질 거야, 네가 말만 하면 바로 너와 결혼할 수 있어.”“일 언제 다 끝낼 수 있어요? 여기 너무 지루해요.”심재경이 말했다.“금방 끝나.”안이슬이 재촉했다.“빨리 해요.”“알았어.”심재경이 업무를 다 마쳤을 때, 날은 이미 저물었고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었다.심재경은 특별히 맛이 좋은 해물전골 집을 찾았다.안이슬은 적지 않게 주문했는데, 대부분 해산물이었고 엄청 얼큰한 국물까지 주문했다.심재경은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붉은 기름이 펄럭이는 전골을 보았고, 시선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팔뚝에 있는 거즈로 쌓인 상처에 놓였다.심재경은 전에 의사였기에 이것들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화상 아무는 데에 좋지 않아 그는 젓가락을 아예 대지 않았다.안이슬은 삼치회를 심재경의 그릇에 놓았다.“왜 젓가락을 안 움직여요? 나와 같이 먹는 게 싫어요?”“아니야.”심재경은 젓가락을 들었다.“난 너와 함께 있는 게 좋아.”안이슬은 부지런히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맛있으니까 많이 먹어요.”심재경은 원래 너무 매운 음식을 먹으면 안 되었다.또 이렇게 기름지고 비린 매운 음식은 심재경에게 그야말로 재앙이었다!근데 안이슬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안이슬이 나타나자 송예걸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았다.“날 기억하는 거 맞죠? 안 그랬으면 오늘 나에게 그런 눈빛을 안 줬을 거잖아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누나가 나와서 참 다행이에요.”안이슬이 말했다.“난 당신을 기억하지 못해요.”이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송예걸에게 찬물을 끼얹었다!송예걸은 믿고 싶지 않았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기억해야죠.”송예걸은 안이슬의 어깨를 잡아당겼고 두 눈은 뚫어져라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안이슬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난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신이 나에게 진실만을 말했고 또 잘해준 건 알고 있어요. 당신은 방금 나의 흥분과 심재경에 대한 분노를 보았잖아요. 난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송예걸은 흥분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내가 어디 좋은 사람뿐이에요? 난 누나를 사랑하는 사람, 누나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요.”송예걸은 안이슬의 손을 잡았다.“나와 같이 가요.”안이슬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난 당신과 갈 수 없어요.”송예걸은 순간 침착하지 못했다. “설마 심재경과 함께할 거라고요? 결혼도 했고 누나도 버렸어요. 누나를 그렇게 다치게 했는데도 같이 있겠다고요?”“아니요.”안이슬이 말했다.“난 기억을 잃었어요.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했지만 또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 죽지 않았죠. 그리고 나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심재경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난 복수를 하기로 해서 당신과 함께 갈 수 없는 거예요.”송예걸은 안이슬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면 누나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요?”“아니에요, 심재경은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요. 그래서 심재경은 나에게 무방비 상태이고 난 쉽게 손을 쓸 수 있죠.”안이슬의 눈빛은 확고했다.“난 결코 심재경을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그런데 혹시라도 알게 되면 위험하지 않겠어요? 복수하는 일은 내가 도와줄 테니까 빨리 심재경을 떠나요.”송예걸은
강세헌은 회사 쪽의 일을 급하게 처리하고 돌아왔는데, 뜻밖에도 집에 도착하기 전에 그런 광경을 보았다.강세헌은 창문을 올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운전하세요.”운전기사는 즉시 차를 몰고 갔다.강세헌이 집에 돌아오자, 찬이는 다정하게 그의 품에 안겨서 아버지라고 불렀다.강세헌은 찬이를 안고 물었다.“아빠 보고 싶었어?”찬이는 마늘을 찧듯 고개를 끄덕였다.“보고 싶었어요.”강세헌이 물었다.“어디로 보고 싶어 했는데?”찬이는 마음을 가리켰다.“여기로요.”말하고 나서 찬이는 강세헌의 얼굴에 뽀뽀했다.강세헌의 볼은 온통 찬이의 침으로 범벅이 되었고 퀴퀴한 냄새가 났다.강세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저녁에 뭐 먹었어?”찬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밥도 먹고 국도 먹었어요.”강세헌은 찬이가 너무 귀여웠다. 밥 먹는 거 누가 모른단 말인가?“또?”찬이는 머리를 굴렸다.“아까 똥 냄새나는 것도 먹었어요. 엄청나게 달아요!”“...”똥 냄새?오은화가 듣고는 웃으면서 설명했다.“두리안이에요.”강세헌은 찬이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하마터면 잘못 생각할 뻔했잖아.”찬이는 웃으며 강세헌의 목을 감쌌다.강세헌은 그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윤이를 보았다.한혜숙은 방금 윤이를 아기 침대에 눕혔다.그녀는 강세헌을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돌아왔어?”강세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윤이에게 눈길을 돌렸다.한혜숙이 말했다.“방금 배가 불렀는지 잠이 들었네.”한혜숙은 윤이가 갈아입은 옷과 기저귀를 씻으려고 방에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전날에 보내온 물건은 다 잘 받았어.”한혜숙이 이어서 말했다.“너무 수고 많았어, 그렇게 많은 걸 준비하다니.”“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세헌은 윤이의 볼에 뽀뽀했는데, 아기 피부가 부드럽고 매끈매끈해서 촉감이 너무 좋았다.“내게 두 아이를 낳아줬으니 내가 더 잘해야죠.”강세헌은 이 말을 할 때, 말투는 매우 차분했다.그러나 자세히 들으면, 한 가닥 은은한 압박
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송연아를 깊이 응시했다.송연아가 물었다.“왜 그래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송연아는 발끝을 세우고 강세헌의 목을 두 팔로 감은 뒤 주동적으로 입술을 쭉 내밀었다.입술이 닿자 굳어있던 강세헌의 몸이 흔들렸다.“화났어요?”그러자 강세헌이 대답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내가 쓴 일기 말이에요.”강세헌은 내색하지 않지만 미간을 눌렀다.송연아가 스스로 그 얘기를 꺼낼 줄은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송연아는 여전히 두 팔로 강세헌의 목을 감싸고 있었고 까치발을 들어야만 턱을 그의 어깨에 얹을 수 있어 그녀는 요염하게 강세헌의 목덜미를 살짝 쓸었다.“그 일기는 내가 고작 열네다섯 살 때 쓴 거예요. 한창 사춘기였는데, 금방 이성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할 때였죠. 그때는 뭐가 좋고 뭐가 사랑인지도 몰랐고 시간이 지나서 난 이 사람을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그래?”강세헌은 반신반의했다.“그래요, 당신 행동이 이상하다 했어요. 그래서 내가 유심히 관찰하니까 당신이 그 일기장 때문에 화가 나 있더라고요. 뭔가 해서 한 번 읽어봤는데, 당신이 충분히 기분 나빠할 것 같더라고요. 그 일기장은 이미 버렸어요, 기념할 필요도 없고 보존할 의미도 없으니깐요. 이젠 세헌 씨가 내 미래예요.”송연아의 이런 솔직함에 강세헌은 가슴이 벅차올랐다.강세헌의 눈매가 깊어졌다.“연아야.”송연아는 강세헌을 바라보았다.“왜요?”강세헌은 송연아의 턱을 움켜쥐고 살짝 들어 올린 뒤 머리를 숙여 입술을 맞췄다.뽀뽀에서 키스로, 뜨겁고도 끈적끈적하게.강세헌이 너무 훅 들어와서 송연아는 하마터면 똑바로 서지 못 할 뻔했고, 그는 그녀의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를 감쌌는데, 그녀의 허리는 버들가지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다.강세헌은 송연아를 들어 올려 창가의 낮은 테이블 위에 앉혔고 그녀의 두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섰다.이런 자세는 송연아를 부끄럽게 했고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여기선 안 돼... 요...”강세헌은
“우리는 보험회사 사람입니다. 강 대표님께서 물건을 호송하라고 하셨습니다.”맨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오은화는 알겠다고 말했는데, 그녀는 방금 그들의 이미지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야 서서히 긴장을 풀 수 있었다.“들어오세요.”송연아는 눈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남자는 두 개의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열었다.“송 사모님입니까? 검수해 주시길 바랍니다.”송연아가 물었다.“이게 뭔데요?”“보면 아십니다.”남자는 상자를 송연아 쪽으로 돌렸다.안에 있는 물건을 본 송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이게...비록 이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송연아였지만 눈앞의 이 다이아몬드 세트가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남자는 이 물건을 소개하기 시작했다.“이 액세서리는 강 대표님이 미국 경매에서 380만 달러에 낙찰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 국내로 호송할 것을 의뢰했습니다. 이것은 골동품급 다이아몬드 액세서리로 예전의 이탈리아 황실이 남긴 것입니다.”송연아는 이것에 대해 잘 몰라서, 가치를 듣고는 미간이 찡해 났는데 완전히 가보로 쓸 수 있는 다이아몬드였다.아들이 둘이어서 며느리도 둘이겠는데, 어느 며느리에게 줘야 한단 말인가.생각만 해도 걱정이었다.그러나 송연아의 얼굴은 웃고 있었고 이 아름다운 액세서리를 천천히 감상했다.이 다이아몬드 세트는 너무 예뻤다.“이것은 레드 베릴로 무게는 1.27~5.38캐럿입니다.”송연아가 세어보니 총 26개의 타원형 베릴이 있었는데, 각 베릴 옆에는 배 모양과 흰색의 올리브와 같은 끝이 뾰족한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었다. 다이아몬드와 베릴을 교묘하게 배치해 마치 한 송이의 꽃 같았고 목걸이는 화환처럼 만들어졌다.같은 디자인의 귀걸이도 한 쌍 있었다.“이 세트에는 원래 팔찌가 하나 더 있었는데, 누가 사 갔는지 몰라 불완전합니다.”송연아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이 상자 안에는 뭐가 있어요?”남자는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구애린은 강세헌을 보자마자 자신의 차 안으로 뛰어들었는데, 그와 눈이 마주칠까 봐 두려웠다. 사실 두렵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는 강세헌이 익숙하지 않아서였다.강세헌이 자신이 일부러 그를 접근한다는 오해를 하는 것도 싫었다.구애린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강세헌은 차 쪽으로 눈을 흘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안이슬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송연아는 앞으로 나서서 강세헌을 붙잡고 방으로 돌아갔다.“오늘 당신이 물건을 보내라고 시켰어요?”강세헌은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들어?”송연아는 입꼬리를 치켜들었는데, 싫다고 하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다만 송연아는 그쪽에 관심이 없어 꼭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송연아가 가장 기쁘게 생각한 것은 강세헌의 마음이었다.그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너무 귀중해서 서재에 놔뒀는데, 서재에 금고 비밀번호를 몰라서 당신이 돌아오면 넣으려고 했어요.”강세헌은 웃었다.“그 말은 금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내 탓이란 말이야?”송연아는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그래요, 남들은 다 여자가 집안일을 관리하는데, 우리 집은 가산을 내게 넘기지도 않았고, 예물도 주지 않았네요.”“그럼 예물을 얼마나 원하는데?”강세헌은 이 상황이 그저 웃겼다.“요즘에 어느 만큼 하면 그만큼 해요.”강세헌은 송연아의 얼굴을 꼬집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다른 사람과 같아?”“뭐가 다른데요, 다 시집가는 건데.”“목숨까지 다 줄 수 있어.”강세헌은 송연아를 감싸 안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다른 사람은 이렇게 할 수나 있겠어?”송연아는 강세헌을 살짝 밀어냈다.“입만 살아서는,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강세헌이 물었다.“그럼 옛날에 난 어떤 사람이었는데?”송연아는 더는 강세헌과 시시덕거리지 않았고 책상을 가리키며 말
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었다.“알아요, 당신에게 중요한 물건이라는 걸요.”강세헌은 다급히 설명했다.“보여주기 싫은 게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거야...”“정말 중요하지 않아요?”송연아가 반문했다.그녀는 그가 이것 때문에 자신에게 화를 내는 무서운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예전에 송연아는 정말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었다.“세헌 씨, 당신도 과거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여자를 짝사랑했다든지...”“됐어.”강세헌은 송연아의 말을 끊었다.송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강세헌이 화가 난 것 같았다!‘뭐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지난 일을 건드려서? 지금도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고?’송연아는 정중하게 말했다.“세헌 씨, 당신 마음속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 아니에요?”강세헌이 말했다.“아니야.”송연아는 믿지 않았다.만약에 정말로 없다면 왜 이렇게 반응이 컸을까?그럼 도대체 누가 남긴 물건이기에 강세헌이 이렇게 신경 쓴단 말인가?“있는지 없는지는 본인이 잘 알겠죠, 난 우리의 관계가 어떤 일이든지 서로 고백하고 신뢰도가 넘치는 서로가 되기를 바라요. 만약 내가 언젠가 당신을 믿지 않는다면, 그건 반드시 당신 때문일 거예요.”말을 마치고 송연아는 몸을 돌려 걸어 나갔고 방문을 ‘쾅’하고 닫았다.강세헌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그가 송연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다만, 어떤 것들은 그냥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밥을 먹을 때 송연아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밥을 더 먹고는 윤이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나오지도 않고 안에서 그냥 잤다.강세헌은 오랫동안 송연아를 기다리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송연아는 평생 함께할 사람이니, 강세헌은 그녀에게 솔직해야 했다.숨기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송연아가 자신을 의심하게 하고,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었다.강세헌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방문을 열었고 주황색 무드등 불빛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