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송연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강세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연아 씨가 당하는 꼴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이내 시큰둥한 모습으로 비아냥거렸다.“취향이 특이하네요. 다른 사람이라면 세헌 씨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 도로 앉았다.컨디션이 어느정도 회복되어서 그녀는 오늘 침대에서 내려와 꽤 많이 움직였다. 슬슬 피곤한 느낌이 들어서 시계를 흘끗 봤더니 벌써 9시가 다 되어갔다. 이내 그를 향해 물었다.“집에 안 가요?”그녀가 밀어낼수록 강세헌은 더 붙어 있고 싶었다.“연아 씨가 여기 있는데 어딜 가라고요?”그러고 나서 몸을 뒤로 젖히더니 아예 소파에 등을 기댔다.송연아는 그를 무시하고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이때, 강세헌이 말을 걸었다.“오늘 밤 여기서 잘 거예요.”그녀는 못 들은 척하고 이불을 여미더니 마치 그가 와서 이불이라도 빼앗을까 봐 몸을 꽁꽁 싸맸다.이를 본 강세헌은 황당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행동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그런데 이때, 몸이 후끈 달아오르자 그는 옷깃을 잡아당겼다.병실에는 에어컨도 있고, 가을에 접어들면서 밤에 날씨도 선선한 편인데 갑자기 초조해지고 땀이 나는 이유는 뭐란 말이지?곧이어 시야도 흐려지기 시작했는데, 그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물론 강세헌 정도면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송연아.”꽉 잠긴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허스키했다.“물에 뭘 탔어요?”송연아는 그가 시비 걸려고 하는 줄 알고 대꾸하지도 않았다.강세헌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대체 뭐 하자는 거지?그는 벌떡 일어나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겉보기에 멀쩡한 발걸음은 사실 초조함이 묻어났다.게다가 그 욕구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열기는 마치 살아있는 도깨비불처럼 그의 이성마저 점령했다.강세헌은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을 끌어당겼다.“
물론 다른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일단 송연아와 강세헌부터 방해하기로 했다.방문이 갑자기 열리자 강세헌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노려보았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죠?”최지현을 발견하자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임기응변에 능한 최지현도 잽싸게 받아쳤다.“송닥 찾으러 왔어요.”송연아는 최지현이 그녀를 모함하려고 찾아왔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일부러 다정한 척 뒤에서 강세헌을 껴안았다.강세헌은 키가 컸지만, 송연아가 침대에 무릎 꿇고 서 있으면 마침 턱이 그의 어깨에 닿았다.송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최지현을 바라보았다.“나 찾으러 왔다고? 무슨 일인데?”비록 얼굴은 의기양양했지만, 속으로는 강세헌이 제발 이 타이밍에서 그녀를 밀어내지 말아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강세헌은 그녀의 체면을 세워 줬을뿐더러 적극적으로 협조까지 해줬다.그는 송연아가 가까이 다가오는 게 좋았다. 그녀의 체취는 은근 마음에 들었다.최지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필이면 강세헌 앞이라서 화도 못 냈다.“오늘 야간 근무라서 회진을 돌고 있었거든. 송닥이 필요한 건 없는지 겸사겸사 확인하러 온 거야.”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송연아가 피식 웃었다.“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었나?”그러고 나서 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는데, 못생긴 건 둘째치고 대머리이지 않겠는가?‘정말 독한 여자네.’만약 물은 마신 사람이 그녀였고, 방에 남자까지 나타났더라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저분은 누구야? 설마 최닥의 남자친구는 아니겠지?”송연아는 최지현을 대하는 강세헌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고, 지난번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최지현의 모습을 목격해서 아직도 화가 안 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최지현이 그녀를 모함하려고 한 이상 굳이 자비를 베풀 이유가 있을까?“남자가 정말 끊이질 않네. 대체 몇 명이야? 게다가 하나같이 못생겼잖
송연아는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가 삐걱대는 꼴을 보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어요.”어차피 강세헌과 최지현의 관계는 아직 불확실했고, 굳이 알아낼 마음도 없었다.단지 최지현이 강세헌을 좋아하기에 그녀가 강세헌의 곁에 있는 한 최지현을 열받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거로 충분했다.이런 솔직함이 마음에 든 강세헌은 그녀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더니 침대에 눕히고 그 위로 올라탔다.송연아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말까지 더듬었다.“뭐, 뭐 하는 거예요? 여기 병원이라고요!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쪽팔려서 어떡해요!”강세헌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럼 병원만 아니면 된다는 뜻인가?”“아, 아니요!”송연아는 즉각 부인했다.그럴 리가! 장소와 별개로 강세헌은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아까는 단지 최지현을 열받게 하려고 그런 말을 했을 뿐이다.그녀를 바라보는 강세헌의 눈빛은 욕망으로 활활 타올랐지만,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비록 몸은 약물의 지배를 받고 있으나 이성까지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단지 약 기운을 핑계로 거침없이 그녀의 숨결을 탐했을 뿐이다.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송연아는 마른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그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도 약 때문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떠보았다.“세헌 씨는 남자가 있었던 여자에게 흑심을 품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송연아는 강세헌처럼 잘나가는 남자는 자존심도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따라서 배우자에 대한 기준도 상당히 까다로웠다.이는 최지현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보아낼 수 있다.과거에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가 나중에 들통나는 순간 즉시 내팽개쳐질 테니까.강세헌은 눈을 깜빡이면서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떨쳐냈다.이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본인이 더러운 몸뚱어리를 가졌다는 걸 굳이 시도 때도 없이 상기시켜 주지 않아도 돼요.”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한편, 최지현은 아직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강세헌이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안
그녀는 손을 뻗어 배를 어루만지며 이미 하늘나라로 간 아이한테 몰래 얘기했다.‘봤지? 너한테 손을 댄 나쁜 사람은 이미 벌을 받았단다.’이내 문을 닫고 침대에 앉아 물컵을 바라보았다.최지현이 나타난 이후부터 송연아는 병원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고 오로지 오은화가 가져다준 것만 먹었다.원래 최지현의 목표는 그녀였지만, 뜻하지 않게 강세헌이 마시게 되어 다소나마 재앙은 면한 셈이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심재경에게 전화를 걸어 강세헌의 상황을 설명해 줬다.“정 안 되면 여자를 찾아줘요. 물론 약을 먹여줘도 되고요.”최지현이 그녀를 노린 이상 독한 약을 사용했을 게 뻔했다.아까 강세헌의 모습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심재경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대답했다.“알았어.”송연아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왜인지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뒤척이기만 했다....한편, 심재경도 발 빠르게 강세헌에게 여자를 찾아줬다.“연아가 그러는데 네가 약 때문에 얼른 욕구를 해소하지 않으면 병날지도 모른대. 나한테 여자를 찾아서 보내라고 했거든? 아주 깨끗한 사람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소파에 앉아 있는 강세헌의 얼굴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벌겋게 달아올랐고, 이마를 가린 앞머리 너머로 깊고 흐릿한 눈동자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활짝 풀어헤친 셔츠 아래로 매력적인 쇄골과 탄탄한 가슴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그는 꽉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 송연아가 여자를 찾아서 보내라고 했다고?”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니면 약 때문에 고생하는지 내가 무슨 수로 알아? 연아가 전화 와서 얘기해줬어. 아마도 네가 억지로 참다가 몸이라도 상할까 봐 걱정해서 그런 것 같은데.”‘하!’강세헌이 주먹을 불끈 쥐자 뼈에서 우드득하는 소리가 났다. 이게 걱정하는 건가? 걱정한다는 사람이 대놓고 원나잇 상대를 찾아주다니?빌어먹을 여자 같으니라고! 억지로 참다가 몸이라도 상할까 봐 걱정되면 왜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단 말이지?그는 화가 나서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
막아선 사람은 백수연이었다. 송태범은 송예걸을 위해 송연아에게 사정을 하러 왔지만 송연아는 끝까지 도와주지 않았기에 이제 그의 아들은 감옥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물론 형벌이 크지는 않아서 감옥에 오래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록이 남기 때문에 나중에 학업을 마친다고 해도 직업을 찾는 데에서 많은 제한을 받을 것이다.백수연은 짜증도 나고 화도 났다. 그녀는 끝까지 도와주지 않는 송연아가 이기적이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너무도 원망스러웠다.백수연이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난 것도 송연아를 난처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으며 심지어 기자까지 동원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백수연은 여론몰이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송연아가 불효자라는 걸 알리고 싶었고 자신의 동생이 죽는 꼴을 보면서도 끝까지 도와주지 않는 나쁜 여자라는 걸 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예걸이는 네 동생이야,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굴 수가 있어? 양심은 있는 거야? 너한테 친동생은 예걸이 하나뿐이잖아…”백수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고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처럼 굴었다.그녀가 이렇게 난동을 부리자 병원 입구에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잘잘못을 떠나 어른이 무릎까지 꿇은 모습만 보면 사람들은 당연히 무릎 꿇은 쪽을 동정하게 되며 거기에 백수연의 기막힌 연기까지 더해져서 모든 원망의 눈초리는 송연아에게 향했다.사람들은 너도나도 수군거리기 시작했으며 일부 정의 사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송연아에게 손가락질까지 했다.“너무 철이 없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어른을 무릎 꿇게 만들어요?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심성이 너무 독하네요?”이 말을 들은 백수연이 얼른 말을 보탰다.“동생이 괴롭힘을 당하는데 분명히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 안 도와주고 있어요. 누나라는 사람이!”한편, 송연아는 차가운 눈으로 백수연의 기막힌 연기를 감상하고 있었으며 무릎을 꿇은 그녀를 뒤로한 채,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이때, 백수연이 송연아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끝까지 그녀를
백수연이 계속 따라붙으려고 하자 심재경이 그녀를 보고 경고했다.“계속 이렇게 난동을 부리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그 말에 백수연은 그제야 포기하고 떠났고 심재경이 송연아를 자신의 차에 태우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내가 퇴원 수속해준다고 했잖아? 왜 혼자 퇴원한 거야?”“한시라도 빨리 병원에서 나가고 싶었어요.”송연아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그럼 지금 집에 바래다줄까?”“네.”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고 집 앞에 도착하자 차를 세운 심재경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송연아에게 말해주기로 결정했다.“어제 네가 말한 대로 강세헌에게 여자를 붙여줬는데 그 여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전혀 예상하지 못한 송연아가 고개를 벌떡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었지만 겉으론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그래요?”“그래, 내가 설마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송연아는 심재경을 믿고 있기에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이때, 심재경이 그녀를 불렀다.“연아야, 안이슬이 정말 너에게 연락한 적 없어?”심재경이 송연아를 빤히 쳐다보면서 묻자 송연아가 그의 눈을 피하면서 대답했다.“없어요…”송연아는 심재경에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이슬이 그녀의 상황을 얘기하지 말라고 송연아에게 신신당부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안이슬은 송연아의 선배이고 심재경과 동기였으며 심재경이 좋아하는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대학생 시절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커플이었는데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 안이슬이 떠나버린 것이다.심재경은 안이슬을 오랫동안 찾았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이슬이가 혹시 너에게 연락하면 나한테 꼭 말해줘. 헤어졌다고 해도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떠나는 건 받아들일 수가 없어.”심재경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송연아는 그런 심재경을 보며 너무 미안했기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안이슬과 약속한 일이라 절대 얘기할 수가 없었다.송연아가 별장으로 들어서자 집을 나서려던 오은화와 마주쳤고
평소에 늘 차분한 모습이었던 오은화가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송연아가 하던 업무를 내려놓고 물었다.“아주머니, 무슨 일이에요?”“얼른 확인해 봐요.”오은화가 핸드폰을 송연아에게 건넸고 송연아가 확인해 보니 오전에 있었던 일을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다. 앞뒤 상황을 다 자른 채, 그녀를 악독한 나쁜 여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누구 짓인지 알 것 같았으며, 백수연이 오전에 난동을 부린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벌인 짓일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으며 돈으로 퍼트리기만 하면 생각 없이 떠드는 네티즌들은 보는 것만 믿을 뿐,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뇌를 거치지 않는 댓글들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 수도 있었다.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한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반찬을 가져다드리려고 배달 아저씨에게 배달을 부탁했는데 감사의 표시로 배달 아저씨에게 2만 원을 드렸고 아저씨는 마음이 기특한 여자아이가 귀여워서 돈을 받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여자아이가 아저씨에게 2만 원어치 핸드폰 요금을 충전해 줬는데 네티즌들은 액수가 너무 적다고 아이에게 질타를 하고 욕을 퍼부었으며 결국 여론의 힘에 눌린 아이가 자살을 선택했다.네티즌들은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다들 살인자나 마찬가지였고 이게 바로 백수연이 원하는 효과일 것이다. 여론의 힘으로 송연아에게 압박을 가하고 싶겠지만 송연아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로는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네티즌들로부터 자신을 잘 지켜낼 것이다.“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어! 참 어이가 없네! 어떻게 저렇게 악독한 말을 할 수가 있어! 사람한테 저주까지 하다니!”화가 잔뜩 난 오은화가 호통을 쳤고 동영상 아래에는 송연아에 대한 질타로 가득했기에 오은화가 봐도 너무 분했지만 송연아는 최대한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며 오은화에게 미소를 보였다.“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사실도 아닌데요 뭐. 천벌
강세헌이 저녁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송연아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일을 하지 않았기에 별장에서 인터넷상에서 자문 의사 알바를 하면서 건강 회복에 신경을 썼으며 밖에 나가지도 않고 동영상 관련 기사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강세헌은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지금이 도망갈 기회라고 생각한 송연아가 오은화를 보며 말했다.“세탁소에는 제가 직접 다녀올게요.”“제가 다녀올게요, 사모님.”오은화의 말에 송연아가 둘러댔다.“바람 좀 쐬고 싶어서 그래요. 돌아오는 길에 챙겨오면 돼요.”사실 그녀는 옷을 챙겨 바로 떠날 계획이었다. 송연아는 오은화를 빤히 쳐다보며 손을 뻗어 오은화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아주머니, 아주머니가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시는 안 볼 사람도 아니잖아요.”오은화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아무 설명도 하지 못하는 송연아는 그저 가볍게 웃다가 집을 나섰다.세탁소에 도착하자마자 송연아의 핸드폰이 울렸고 가게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일단 전화부터 받았다.“연아야, 나 기억해?”“이 교장 선생님.”한참 생각하던 송연아가 그제야 떠오른 듯 대답하자 이 교장이 말을 이어갔다.“맞아, 나야. 내 남편이 약물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잖아. 남편 회사에 약물 개발에 성공해서 저녁에 연회가 열리는데 독무를 추는 선생님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무대에 설 수가 없게 되었어. 그래서 갑자기 네가 생각났거든. 넌 춤을 잘 추니까 충분히 독무를 소화해낼 수 있을 거야…”“저기… 선생님, 전 무대에 설 수 없어요.”송연아가 이 교장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임신한 그녀는 힐을 신고 춤을 출 수가 없었으며 더군다나 라틴 댄스는 열정적이고 옷도 꽉 끼는 복장이기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가 눈에 튈 것이다.“그래?”이 교장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선생님.”“너 저번에 보니까 피아노도 잘 치는 거 같은데 그럼 혹시 피아노 연주 좀 부탁해도 될까? 일부러 너를 찾는 게 아니라 시간 상으로 다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