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연이 계속 따라붙으려고 하자 심재경이 그녀를 보고 경고했다.“계속 이렇게 난동을 부리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그 말에 백수연은 그제야 포기하고 떠났고 심재경이 송연아를 자신의 차에 태우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내가 퇴원 수속해준다고 했잖아? 왜 혼자 퇴원한 거야?”“한시라도 빨리 병원에서 나가고 싶었어요.”송연아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그럼 지금 집에 바래다줄까?”“네.”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고 집 앞에 도착하자 차를 세운 심재경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송연아에게 말해주기로 결정했다.“어제 네가 말한 대로 강세헌에게 여자를 붙여줬는데 그 여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전혀 예상하지 못한 송연아가 고개를 벌떡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었지만 겉으론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그래요?”“그래, 내가 설마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송연아는 심재경을 믿고 있기에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이때, 심재경이 그녀를 불렀다.“연아야, 안이슬이 정말 너에게 연락한 적 없어?”심재경이 송연아를 빤히 쳐다보면서 묻자 송연아가 그의 눈을 피하면서 대답했다.“없어요…”송연아는 심재경에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이슬이 그녀의 상황을 얘기하지 말라고 송연아에게 신신당부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안이슬은 송연아의 선배이고 심재경과 동기였으며 심재경이 좋아하는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대학생 시절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커플이었는데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 안이슬이 떠나버린 것이다.심재경은 안이슬을 오랫동안 찾았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이슬이가 혹시 너에게 연락하면 나한테 꼭 말해줘. 헤어졌다고 해도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떠나는 건 받아들일 수가 없어.”심재경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송연아는 그런 심재경을 보며 너무 미안했기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안이슬과 약속한 일이라 절대 얘기할 수가 없었다.송연아가 별장으로 들어서자 집을 나서려던 오은화와 마주쳤고
평소에 늘 차분한 모습이었던 오은화가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송연아가 하던 업무를 내려놓고 물었다.“아주머니, 무슨 일이에요?”“얼른 확인해 봐요.”오은화가 핸드폰을 송연아에게 건넸고 송연아가 확인해 보니 오전에 있었던 일을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다. 앞뒤 상황을 다 자른 채, 그녀를 악독한 나쁜 여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누구 짓인지 알 것 같았으며, 백수연이 오전에 난동을 부린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벌인 짓일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으며 돈으로 퍼트리기만 하면 생각 없이 떠드는 네티즌들은 보는 것만 믿을 뿐,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뇌를 거치지 않는 댓글들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 수도 있었다.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한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반찬을 가져다드리려고 배달 아저씨에게 배달을 부탁했는데 감사의 표시로 배달 아저씨에게 2만 원을 드렸고 아저씨는 마음이 기특한 여자아이가 귀여워서 돈을 받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여자아이가 아저씨에게 2만 원어치 핸드폰 요금을 충전해 줬는데 네티즌들은 액수가 너무 적다고 아이에게 질타를 하고 욕을 퍼부었으며 결국 여론의 힘에 눌린 아이가 자살을 선택했다.네티즌들은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다들 살인자나 마찬가지였고 이게 바로 백수연이 원하는 효과일 것이다. 여론의 힘으로 송연아에게 압박을 가하고 싶겠지만 송연아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로는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네티즌들로부터 자신을 잘 지켜낼 것이다.“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어! 참 어이가 없네! 어떻게 저렇게 악독한 말을 할 수가 있어! 사람한테 저주까지 하다니!”화가 잔뜩 난 오은화가 호통을 쳤고 동영상 아래에는 송연아에 대한 질타로 가득했기에 오은화가 봐도 너무 분했지만 송연아는 최대한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며 오은화에게 미소를 보였다.“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사실도 아닌데요 뭐. 천벌
강세헌이 저녁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송연아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일을 하지 않았기에 별장에서 인터넷상에서 자문 의사 알바를 하면서 건강 회복에 신경을 썼으며 밖에 나가지도 않고 동영상 관련 기사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강세헌은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지금이 도망갈 기회라고 생각한 송연아가 오은화를 보며 말했다.“세탁소에는 제가 직접 다녀올게요.”“제가 다녀올게요, 사모님.”오은화의 말에 송연아가 둘러댔다.“바람 좀 쐬고 싶어서 그래요. 돌아오는 길에 챙겨오면 돼요.”사실 그녀는 옷을 챙겨 바로 떠날 계획이었다. 송연아는 오은화를 빤히 쳐다보며 손을 뻗어 오은화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아주머니, 아주머니가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시는 안 볼 사람도 아니잖아요.”오은화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아무 설명도 하지 못하는 송연아는 그저 가볍게 웃다가 집을 나섰다.세탁소에 도착하자마자 송연아의 핸드폰이 울렸고 가게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일단 전화부터 받았다.“연아야, 나 기억해?”“이 교장 선생님.”한참 생각하던 송연아가 그제야 떠오른 듯 대답하자 이 교장이 말을 이어갔다.“맞아, 나야. 내 남편이 약물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잖아. 남편 회사에 약물 개발에 성공해서 저녁에 연회가 열리는데 독무를 추는 선생님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무대에 설 수가 없게 되었어. 그래서 갑자기 네가 생각났거든. 넌 춤을 잘 추니까 충분히 독무를 소화해낼 수 있을 거야…”“저기… 선생님, 전 무대에 설 수 없어요.”송연아가 이 교장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임신한 그녀는 힐을 신고 춤을 출 수가 없었으며 더군다나 라틴 댄스는 열정적이고 옷도 꽉 끼는 복장이기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가 눈에 튈 것이다.“그래?”이 교장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선생님.”“너 저번에 보니까 피아노도 잘 치는 거 같은데 그럼 혹시 피아노 연주 좀 부탁해도 될까? 일부러 너를 찾는 게 아니라 시간 상으로 다 준비
관심이 전혀 없던 강세헌은 왕호경의 말에 고개를 들어 무대 위를 쳐다보았고 화려한 불빛 아래 아름다운 한 여인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송연아의 의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송연아가 이런 장소에 나타날 줄도 몰랐고 더군다나 그녀가 피아노를 칠 줄 알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송연아 씨가 재능이 많거든요. 제 와이프가 그러는데 춤도 엄청 잘 춘대요.”왕호경의 말에 강세헌은 무대 위를 빤히 쳐다보았다. 송연아의 가느다란 손이 피아노에 놓인 순간, 손가락으로 건반을 꾹 누르더니 첫 음절이 새어 나왔고 잇따라 편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피아노에 대해 전혀 일가견이 없는 왕호경은 강세헌과 자신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 생각뿐이었다.“이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신경을 엄청 많이 썼어요. 그리고 강 대표님이 적절한 타이밍에 거금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개발해 내지도 못했을 겁니다.”오늘 강세헌이 이 자리에 나타난 건, 그가 투자자였기 때문이고 이 회사에 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발언권도 있었다.“나중에 판매 가격도 회의 열어 정해야 하는데 혹시 모레쯤 시간 되시나요?”왕호경이 구구절절 얘기했지만 강세헌은 그의 말이 전혀 들리지도 않았으며 시선은 무대 위에 있는 송연아에게 꽂혀 있었다.왕호경은 음악 감상을 할 줄 몰랐지만 강세헌은 송연아의 연주가 얼마나 완벽하고 이 분위기에 얼마나 어울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연주하는 곡은 마치 듣고 있는 사람에게 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고 있는 듯했다.이는 강세헌이 처음으로 송연아를 똑바로 직시하는 거였고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의학에도 일가견이 있고 춤에 피아노까지 칠 줄 알았으며 강세헌이 직접 두 귀로 듣지 않았다면 그녀의 피아노 실력이 이 정도로 좋을 거라고 믿지 못했을 것이다.연주가 끝나자 열렬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안경을 쓴 한 남성은 매우 만족한 듯 힘찬 박수를
송연아는 이제야 강세헌이 이 교장 남편의 투자자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가 이곳에 나타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란 말이다.‘나 진짜...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잊으면 어떡해.’“대답 안 해?”휴대폰 건너편에서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알겠어요.”송연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안경 낀 남자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송연아는 성큼성큼 길가에 세워진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손이 뒷좌석의 문에 앉은 순간 한기 서린 강세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앞에 앉아요.”송연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러자 강세헌이 기다렸다는 듯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연아 씨, 조용히 지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에요?”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강세헌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내가 조용히 지내지 않으면 시끄럽게 지냈다는 거야? 이 사람은 도대체 왜 나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인 건데.”“시비 걸지 마세요.”송연아는 안전 벨트를 메며 말했다.강세헌은 말을 듣지 않는 송연아도, 그녀의 앞에서만 예민해지는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와 처음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화를 낸 나머지 건강에 적신호가 올 지경이었다.“앞으로 절대 다른 사람한테 미혼이라고 말하지 마요.”강세헌은 애써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네네~ 알겠어요.”곧 떠날 마당에 강세헌을 건드려 나쁜 인상을 남길 필요는 없었기에, 송연아는 순순히 대답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강세헌의 잔뜩 구겨진 미간도 드디어 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간만에 싸우지 않고 화목하게 별장으로 돌아갔다.차가 별장 앞에 서서히 멈춰서고 송연아가 이만 내리려고 했을 때, 강세헌이 예고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송연아는 놀란 토끼 눈이 되어서 그를 바라봤다.“뭐예요?”강세헌은 요즘 홧김에 연속 외박을 했다. 아내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남편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는 말을 심재경에게 할 수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피부가 하얀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토록 부드러운 줄은 또 몰랐다. 깃털이 짓궂게 간지럽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강세헌은 이런 느낌이 너무나도 황홀했다.송연아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 안돼. 지금은 안돼!’송연아는 지금의 몸 상태로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세헌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반항을 하면 할수록 더 강하게 압박할 뿐이었다.송연아는 어쩔 수 없이 큰마음 먹고 강세헌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예상치 못한 통증에 손목을 포박하고 있던 힘이 약해졌고, 그녀는 이참에 힘껏 강세헌을 밀어냈다. 그리고 분노 섞인 시선으로 물었다.“강세헌 씨, 이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그렇게 만만해요?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가벼운 여자인 것 같냐고요?”강세헌은 몽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에요?”송연아는 손을 흠칫 떨었다. 자칫 그의 뺨을 향해 사정없이 후려갈길 뻔했다. 화가 나기는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화를 낼 만한 자격이 없었으니 말이다.“아니에요! 저가 남자를 만난 적 있는 건 사실이지만 딱 한 명뿐이었어요. 저는 가벼운 여자가 아니에요.”송연아는 이성을 되찾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따져 물어봤자 어이없는 대답만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제 아내예요. 당신을 어떻게 대할지는 제 권한이에요.’라던가... 반대로 차분하게 대하면 이 불편한 대화를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다.“그 남자 다시는 만나지 마요.”강세헌도 똑같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송연아가 얌전히 아내 노릇을 하는 것이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그녀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은 싫었다. 그녀는 오직 그의 것이어야만 했으니까.송연아는 ‘그 남자’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날 밤을 제외하고는 만난 적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라고는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미련 없이 대답했다.“알겠어요.”
시선을 거둔 송연아는 고개를 숙인 채, 서운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30분 뒤 간단한 반찬과 함께 요리가 완성되었고 강세헌은 식탁 앞에 앉아 하나뿐인 밥그릇을 보자 그녀에게 물었다.“안 먹어요?”“전 배 안 고파요.”송연아는 간단하게 대답한 뒤,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그의 곁을 지켰다. 물론 혼인 신고밖에 안 했지만 그래도 부부였기에 송연아가 식사를 하고 있는 강세헌의 곁에 있어준 것이다.오늘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사이가 좋고 다정했다.이튿날 아침, 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같이 했고 밥을 먹던 강세헌이 먼저 말을 걸었다.“나 오늘 회사로 갈 건데 가는 김에 병원에 데려다줄게요.”송연아는 자신이 이제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으면서 대답했다.“저 오늘 병원 안 가요.”강세헌은 그녀가 아직 완전히 건강을 회복한 게 아닌 건가 싶어서 더 묻지 않았다.“내가 연아 씨를 병원의 정규직 의사로 만들어줄 수 있어요.”“괜찮아요.”송연아가 고개를 들어 가볍게 웃었다. 과하게 친절한 강세헌의 모습이 적응되지 않았으며 예전이었다면 그녀가 감사해서 절이라도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잠시 이 일이 필요하지 않았다.강세헌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왠지 그녀가 수상해 보였다. 만약 그녀가 강세헌의 말에 반박이라도 했으면 전혀 의심되지 않았을 것이다.실눈을 뜬 채 송연아를 빤히 쳐다보던 강세헌은 일어서서 식탁을 떠났고 송연아는 여전히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그러다가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송연아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식사가 끝나자 송연아가 오은화를 보며 말했다.“조금 이따가 세탁소에 옷 가지러 갈 거예요.”“알겠습니다.”소파를 정리하고 있던 오은화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알겠다고 했고 송연아는 필요 없는 물건을 전부 버린 뒤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세탁소로 향했다.세탁을 맡긴 옷들을 챙겨 차로 돌아오자마자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저 백화점 잠깐 다녀올래요.
비서가 걸어온 전화였고 이미 확인했다.“송연아 씨가 티켓을 끊은 기록이 없습니다.”송연아는 한혜숙을 먼저 보내주었고, 그녀는 본인인증이 필요하거나 기록 확인이 가능한 교통수단은 절대 타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중고차를 구입하여 쇼핑몰 아래 주차장에 주차해 놓았고, 모든 카메라를 피하고 도망치기 위해 경로도 계획했다.그녀가 쇼핑몰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쇼핑몰이 붐비기 때문이었고 변장하여 감시카메라를 피할 수 있었다.그녀의 흔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수사를 하고 싶어도 시작할 방법이 없었다.강세헌은 쇼핑몰 쪽의 모든 감시카메라를 살펴봤지만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비서와 운전기사는 감히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강세헌의 표정은 얼음같이 차가웠다.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지만 불안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폭풍우가 임박한 하늘처럼 산소부족으로 인해 사람들로하여금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다.“사람을 얼마든지 동원해서라도 그녀를 찾아내!”그는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네.”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운전기사는 떨면서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그가 경계를 소홀히 한 탓에 사람이 눈앞에서 도망친 것이다.강세헌은 그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좋은 표정을 보여주지도 않았다.만약 그가 더 일찍 알았다면 송연아는 도망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무엇보다도 송연아가 싫었다!그녀는 도망쳤다.왜 도망쳤을까?그 남자와 함께 도망친 걸까?생각하면 안된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는 더 화가 났다!그가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되었다.주변은 조용했다.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송연아가 잠을 자는 방의 문을 열었다.내부는 청소를 해서 매우 깨끗했다. 지난 번에 들어왔을 때 그는 여전히 그녀의 물건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속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들어가서 옷장을 열었고 뜻밖지 않게 그녀의 옷이 사라진 텅 빈 공간을 보았다.송연아가 챙길 것들은 세탁소에 가져갔고 챙기지 않을 것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