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가 되물었다.“아니요, 왜요?”작은아들을 찾은지 얼마 안 되어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외출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아들과 같이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이슬이 지금 여기에 있는데 나를 기억 못 해. 나에게 되게 적대적이어서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 그래서 말인데 와서 얘기해줄 수 있어?”송연아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좀 늦게 가도 돼요?”작은아들이 금방 집에 왔고 또 아직 많이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었다.“그래. 방금 진정제 주사를 투여했으니, 서너 시간 지나야 깰 거야.”심재경이 말했다.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찬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찬이를 어릴 때부터 돌봤던 경험으로 송연아의 도움이 없이도 한혜숙은 작은 손자를 아주 능숙하게 돌보고 있었다.송연아는 찬이를 안고 옆에 서 있기만 했다.강세헌도 옆에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평소 무표정이던 그의 얼굴에 평온함과 온화함이 보였다.“연아야.”송연아가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송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요?”“우리 이제 애도 둘인데 못했던 결혼식을 해야지? 어때?”“그럴 정신이 없어요.”송연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그녀는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생각만 해도 번거로운 결혼식을 하자고 하니 귀찮았다.송연아는 결혼식을 하든 안 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 아이도 둘이라 굳이 결혼식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강세헌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찬이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결혼식으로 굳이 뭘 보여주겠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당신이 누구인지 알리고 싶어.”그들 둘의 관계는 외부에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기에 결혼식을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그건 강 서방 말이 맞아. 그때 네가 강씨 집안에서...”한혜숙 순간 말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서둘러 말을 바꿨다.“아무튼 결혼식은 해야 해.”한혜숙은 송연아가 강씨 집안에 시집갈 때 아무것도 없이 그냥 조용히 한 거여서 계속 아쉬웠다.그리고 강세헌이 결혼한 사
심재경이 문을 열었다.“어서 들어와.”“이슬 선배는 어디 있어요?”송연아는 급했다.“아직 자고 있어.”“제가 일찍 왔네요.”“잠깐 앉아 있어. 뭐 마실래?”심재경이 물었다.“주스 주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심재경이 주스를 건넸다.송연아는 주스를 반쯤 마시고는 안이슬이 있는 방으로 가봤다.아직 자고 있어 다시 조용히 문을 닫았다.송연아가 문을 닫는 순간에 안이슬이 눈을 떴다. 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정말로 본인이 기억을 잃었는지 궁금했다.‘내 이름이 안이슬이라고?’이수연은 맨발로 조용히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송연아는 거실로 돌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배 집에 일은 다 해결됐어요?”“윤씨 가문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거야. 나도 윤소민과 이혼했고 이제 우리 집에서 나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 없어.”송연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정말로 윤씨 가문에서 이슬 선배를 죽이려고 한 거예요?”심재경은 송연아의 눈빛을 피하며 대답했다.“응.”송연아는 심재경의 표정을 보고 또 물었다.“왜요? 또 다른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어요?”심재경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비록 윤씨 집안에서 선동한 건 맞지만 안이슬을 직접적으로 해친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어찌 됐든 살인자는 심재경의 어머니가 맞았다.하지만 그는 이번에 윤씨 가문만 응징했지, 어머니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얘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요.”송연아는 더는 묻지 않았다.“사실 이슬이를 저렇게 만드는데 우리 어머니도 동참했어.”심재경은 말하기 힘들었지만 결국은 말했다.송연아는 그의 말을 듣고 괜히 물었다고 생각했다.‘재경 선배가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쪽은 좋아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어머니였으니, 그 중간에 끼어서 너무 힘들었겠다.’송연아는 일부러 말을 돌렸다.“얘기해 봐요. 이슬 선배를 어떻게 찾았어요?”“그날 배에서 밥 먹을 때 이슬이를 닮은 사람을 봤다고 내가 말했었잖아. 그 후 네 말대로
심재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일어났어?”이수연은 여전히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방금 심재경과 송연아가 많은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알 수있는 내용은 적지 않았다.본인이 기억을 잃게 된 것은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고, 죽이려고 했던 사람 중에는 이 남자의 어머니도 있다.“왜요?”이수연은 심재경을 노려보았다.“말했잖아, 송연아라고 우리 후배이자 너의 절친이라고, 지금 왔으니까 만나봐. 연아랑 얘기해 보면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이수연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내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 속이는 게 아니라고?’과거에 이 남자는 분명 그녀를 괴롭힌 나쁜 사람이었을 것 같았다.그게 아니면 그녀가 기억을 되찾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만날게요.”이수연이 말했다.“그래, 지금 거실에 있어.”심재경은 기뻐하며 슬리퍼를 가져왔다.이수연이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송연아.”심재경이 대답했다.“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는 기억나? 너는 법의학 의사였고 송연아는 의사야, 나도 의사였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지금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네.”이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거실에 오자 송연아가 소파에서 일어났다.송연아는 이수연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이슬 선배.”하지만 이수연은 송연아와의 기억이 없기에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송연아가 다가와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정말 무사해서 다행이에요.”송연아는 격동되여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이수연은 송연아의 걱정과 기쁨이 거짓이 아님을 느끼고는 손을 들어 송연아의 등을 끌어안았다.송연아는 이수연이 놀라서 도망갈까 봐 감정을 억누르고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이름은 송연아고, 저 사람은 심재경이에요. 우리 모두 같은 대학을 졸업했고, 절친이에요. 조금이라도 기억이 나요?”이수연은 기억나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송연아는 눈가를 닦으며 이수연을 끌어당겨 앉았다.“다른 데 있는 건 너무 걱정되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송연아는 창문 너머로 낯익은 차 한 대를 보았다.그런데 송연아가 제대로 볼 틈도 없이 차는 출발했다.송연아가 뒤를 돌아보았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전 집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바로 강세헌 할아버지 차였다.강세헌이 그쪽과 연락을 끊었기에 송연아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부엌에서 살짝 덜컹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했다.한혜숙은 소파에 앉아 오늘 새로 구입한 유아용품을 정리하고 있었다.송연아는 한혜숙한테 다가가서 물었다.“세헌 씨는요?”“진원우 씨랑 서재에서 얘기하고 있어.”한혜숙이 대답했다.송연아는 아기방에 가서 잠든 아이를 한번 보고는 조용히 나왔다.“가서 얘기 끝났는지 물어봐, 식사 준비는 다 됐어.”한혜숙이 말했다.송연아가 서재로 가니 방문이 반쯤 닫혀 있어, 손을 뻗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그 의사는 임지훈이 처리했습니다. 고훈이 또 일을 벌였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요?”진원우가 말했다.강세헌은 이번에 아들을 구하려는 마음에 고훈의 아이를 붙잡아 협박만 했을 뿐 다른 격한 수단은 쓰지 않았다.과거 강세헌이었다면 이렇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예전처럼 잔인하지 않았다.게다가 아이는 해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고훈이 한 행동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그동안 너무 봐줘서 고훈이 그의 아들을 훔치는 사단까지 일어났다고 생각했다.‘감히 내 아이를 훔쳐서 연아를 힘들게 하다니!’반드시 복수해야만 했다!“사람을 시켜 그놈의 회사 내부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인원을 스카우트하든지, 밤이 어두운데 사고가 안 나도록 조심하게 하든지 해.”진원우는 바로 그의 뜻을 이해했다.송연아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문을 열고 말했다.“식사 준비가 다 됐어요. 원우 씨도 같이 저녁 식사해요.”“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진원우는 정중하게 거절했다.송연아는 방금 대화내용을 다 들었기에 말리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
이른 아침의 햇살이 유난히 좋았다.강세헌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외출했다.송연아는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한혜숙은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연아야.”한혜숙은 송연아의 자존심이 상할까 봐 눈치를 보았다.“엄마, 할 말이 있으시면 해요.”“결혼식이 좀 늦긴 했지만, 너도 이제 준비해야지.”송연아는 찬이와 놀아주며 말했다.“세헌 씨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어요. 저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송연아가 알아듣지 못하자 한혜숙은 직설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너 예쁜 신부가 되어야지 않겠어? 평소 나가 다닐 때는 가리고 다니더라도 아직 긴 세월이 남았어.”송연아는 손으로 얼굴의 흉터를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한혜숙이 이어서 말했다.“강 서방은 신경 안 쓴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어찌 됐든 큰 흉터잖아.”“세헌 씨가 바람둥이고 무정한 사람이라면 제가 아무리 절세미인이라도 소용없어요.”한혜숙은 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네 말이 맞아. 외모는 중요한 거 아니야. 하지만 너도 계속 집에만 있을 건 아니잖아? 만약 일을 하게 되면 그런 흉터로 다니는 거 안 좋잖아.”송연아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송연아도 비록 아들 둘이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한혜숙과 오은화가 있기에 자기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내일 병원에 가볼게요.”“나도 너를 생각해서 말하는 거야.”“알아요.”송연아도 당연히 한혜숙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엉엉...”침대에 누워있던 작은아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송연아는 찬이를 내려놓고 작은아들한테 가봤는데 똥을 싸고 우는 것이었다.한혜숙은 뜨거운 물을 받으러 갔다.송연아가 면 기저귀를 벗겨 옆에 놓고 엉덩이를 살살 씻겨주자, 아이는 편안해하며 울음을 그쳤다.정리를 마친 한혜숙은 기저귀 씻으러 가고 송연아는 분유를 타러 갔다.그 사이에 아이가 또 울음을 터뜨리는데 송연아가 젖병을 들고 뒤돌아보니 찬이가 아이의 발을 깨물고 있었다.송연아는 작은아들을 안아 달래며 찬이에게 물었다.“왜 동생을
강세헌은 문 앞에서 송연아를 지켜보다가 들어갔다.송연아가 물었다.“저녁은 먹었어요?”강세헌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흉터 있는 얼굴을 만졌다.송연아의 장난기가 발동되었다.“내가 이대로 당신이랑 결혼하면 사람들이 당신이 못생긴 여자랑 결혼한다고 놀리지 않을까요?”“감히 누가 놀려?”강세헌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앞에서는 안 해도 뒷담화로 하지 않겠어요?”송연아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얼른 씻어요. 난 애들한테 가볼게요.”강세헌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애들은 보는 사람이 있잖아. 그런데 오늘 좀 이상한데?”“엄마가 흉터 제거 수술을 하라고 하셨어요. 보기 흉하다고.”강세헌은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해.”송연아는 곧바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세헌 씨,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요?”“응, 괜찮아!”“그런데 흉하다고?”‘지금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가? 괜찮다는 것도 그냥 하는 소리인가?’“역시 세헌 씨도 다른 남자들이랑 똑같네요. 예쁜 여자만 좋아하고. 이제야 진심이 나왔네요.”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이렇게 예민한 걸까? 농담일 뿐인데...’“화났어?”강세헌이 송연아를 끌어안으며 물었다.“놔요.”송연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몸부림쳤다.“못 놔. 신경 안 쓴다는 걸 증명해야지.”강세헌은 송연아의 얼굴에 뽀뽀하고 말했다.“나도 당신 것과 같은 흉터를 만들까? 그러면 우리 더 잘 어울리겠지?”“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강세헌은 송연아를 감싸 안고 놓지 않았다.“난 진짜로 괜찮아. 그러니 당신도 너무 신경 쓰지 마.”“알았어요.”“지금 바로 증명해 줄까?”강세헌은 점점 더 거침없이 송연아의 잠옷 속으로 파고들었다.송연아는 움찔했다.“알았어요. 그만해요... 간지러워...”“어디가 간지러워? 내가 긁어줄게.”두 사람은 장난을 치다가 침대에 쓰러졌다.송연아의 옷은 엉망진창이 되어 헐렁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강세헌은 그녀의 입술에 뽀뽀하더니 손을 잡아
“누군가가 강세욱과 그의 여자 친구를 빼갔습니다.”진원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세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원장님 전화를 받고 바로 청산정신건강병원으로 가봤는데, 두 사람이 갇혀 있던 방의 벽에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강세헌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알았어. 누가 두 사람을 데려갔는지 빨리 알아봐.”“네.”강세헌이 전화를 내려놓자, 송연아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정신병원에 있던 강세욱과 임설이 도망갔어.”강세헌은 말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내 성의인데?”송연아가 다가와 숟가락을 다시 건네며 말했다.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알았어, 다 먹을게.”“누구일까요?”그녀가 물었다.강세헌은 깊게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강세욱을 구하고 싶은 사람 그 노인네밖에 더 있겠어. 그런데 왜 진작 구하지 않고 지금에야 움직인 건지 모르겠어.”송연아 역시 그게 궁금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원우가 알아볼 거니까, 당신은 걱정하지 말고 먼저 올라가서 자.”“밥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릴게요. 다 먹는지 지켜볼 거예요, 낭비하면 안 되니까.”“밥 한 톨도 안 남길 거야. 당신도 한 입 먹어봐.”강세헌은 한 숟가락 떠서 송연아에게 건넸다.송연아는 더 거절할 수 없어 먹었다.아침이 되자, 강세헌은 아침도 먹지 않고 일찍 집을 나갔다.송연아는 강세헌이 강세욱이 구출된 것에 대해 화가 났을 거라는 것과 오늘 아주 바쁠 거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정상적으로 일어났고 오늘은 외출하지 않기로 했다.시간이 있을 때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10시가 조금 지났을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연구센터의 원장이 송연아를 만나고 싶다는 전화였는데 그때 큰 도움을 줬던 원장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점심때 유가든 중식당 어때요?”“알았어요.”송연아는 흔쾌히 동의했다.전화를 내려놓자, 한혜숙이 물었다.“외출할 거야?”“네, 가봐야 해요.”“그럼 돌아
“지난번에 연아 씨가 약을 개발할 때, 정말 놀라웠어요. 당신들의 전문성과 인내심 정말로 존경해요. 미디브 연구소에 계셨고 또 최신 데이터도 가져오셔서 정말 큰 공헌을 하셨어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 연아 씨한테 원장직을 부탁하려고 왔어요.”송연아는 원장이 자기에게 원장 자리를 맡기려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저는 아직 원장을 하기에 많이 부족합니다.”“서둘러 대답할 필요는 없어요.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원장은 그녀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원래는 부 원장한테 넘기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다행히 전에 일어났던 일 때문에 그의 실체를 알 수 있었어요. 만약 연구센터를 그자에게 맡겼다면 그야말로 재앙이었을 거예요.”송연아는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었기에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생각해 보시고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원장은 진심이었다.“잘 봐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비록 아직 젊으시지만 연아 씨의 능력을 인정합니다. 연아 씨가 맡아 주신다면 우리나라의 의학 발전에 큰 힘이 될 겁니다.”원장은 연구소 내부에서 적임자를 고르지 못했다.송연아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은 충분했다.원장과 헤어진 송연아는 과일을 사서 병원으로 갔다.송예걸은 잘 회복하고 있었다.그는 송연아를 보자 너무 반가웠다.“나를 잊어버린 줄 알았어.”송예걸이 불만을 털어놓았다.송연아는 그한테 바나나 껍질을 벗겨주며 말했다.“구해주지 말 걸 그랬어. 그럼 이런 불만을 안 들어도 되니까.”송예걸은 웃으며 말했다.“누나, 농담인데 진담으로 받으면 어떡해.”송연아는 의자를 옮겨 침대 옆에 앉으며 물었다.“언제 퇴원할 수 있대?”“일주일 정도 더 있으면 된다고 했어.”“알았어. 그리고 너 이식한 심장 누구 건지 알아?”“어느 기증자겠지.”어차피 더 살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